눈의 여왕 - 안데르센 동화집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5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양미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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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동화책을 읽는다는 건, 커다란 일탈이요, 또 다른 모험과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그랬다.


동화책은 보통 한 눈에 보기에도 자기 존재의 목적과 이유, 그리고 그 주요 독자층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총 천연색의 알록달록한 커버와 커다란 글씨, 그리고, 노골적으로 '동화책' 내지는 '아동도서 시리즈' 라는 식의 꼬리표를 붙여, 어른들의 접근성을 보기 좋게 차단해 놓는 책들도 허다하다. 그래서 인지 어른이 공공장소에서 동화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언가 겸연쩍은 기분이 들게 하는게 사실이다. 자칫하면, 골치 아픈 현실을 피해 포근한 동심의 공간에서 안주하고, 어른으로의 성장을 거부하는 '키덜트족'으로 오해 받을 수 있는것이, '동화책을 읽는 성인'이 맞이할 수 있는, 상식적인 수준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동화책을 읽는 성인에 대한 그간의 편견과 오해를 일신하는데,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일러스트의 양장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얼핏 보면 다이어리나, 한 권의 노트와도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으면, '무슨 책이냐?'라는 질문이나, '다이어리인가봐요?'라는 식의 질문을 먼저 받게 된다. 적어도 다른 동화책을 읽을 때 처럼 다짜고짜, '어른이 동화책은 왜 봐요?'라는 식의 질문은 피할 수 있다.


어른이 된 이후로 주로 자기계발 서적이나, 잡지책, 혹은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 들에 오래도록 익숙해져 있어서 인지, 이 책이 더욱 더 몽환적이고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이제는 너무 오래전 이야기 여서 줄거리 조차 희미했던, [인어공주]도 그렇고, 무언가 원인을 모르게 그 제목만 들어도 막연히 가슴이 져며오고 아픔이 느껴지는 [성냥팔이 소녀]도 그렇고 .. 책 속 이야기 하나 하나 너무나 아름다워 마치 꿈속을 노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린 나는, 안데르센 동화가 너무 잔혹하다는 생각에, 가끔은 원망 스럽기도 했었다. 성냥팔이 소녀의 죽음도 그렇고,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인어 공주도 그렇고, 행복하지 못한 결말에 원통했고, 이런 슬픈 이야기를 만들어낸 안데르센이라는 어른이 심술쟁이 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안데르센의 동화들은, 어릴적과는 사뭇 다른 복잡하고 오묘한 감정들을 자아 낸다. 때로는 작가의 섬세함과 상상력에 감탄하게 되기도 하였고, 오래도록 해묵었던 기억과 감정의 조각들이 마치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이 이 책을 통해 하나 하나 되살아 나기도 하였다.  

특히나 안데르센의 동화는 어린이 보다는, 오히려 성인들이 읽기에 더욱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철학적이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신비하고 오묘한 삶에 대한 여러 질문들에 안데르센 만큼 현명하게 답할 수 있는 어른이 과연 얼마나 될까?



"왜 누구나 사랑을 이룰수는 없는 건지 .. "

"사랑을 이룰 수 없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 "   

"사람이 죽게되면 어디로 가게 되는 건지 .."

"역경과 고난 앞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

"아이가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지 .."


 안데르센은 위와 같은 질문들에 가장 아름답고 지혜롭게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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