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백의 칼 미네르바 시선 6
문효치 지음 / 연인(연인M&B)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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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만나기 전에는 미처 문효치 라는 이름을 알지 못했고, 더욱이 그가 ‘백제시’의 대가라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초등학생도 다 알 정도로 그 이름을 모르면 몰상식한 사람 취급을 당할 만큼 극히 유명한 시인들의 시만을 겨우 읽을까 말까하던 내게 이 처럼 시인의 백그라운드를 전혀 모른채 시를 읽어 가는 것은 전혀 생소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 시집은 시인에 대한 백그라운드를 전혀 모르채 읽더라도, 그가 얼마나 백제를 사랑하는지, 또 얼마나 우리 것을 사랑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시인인지 단박에 느낄 수 있다. '백제시'라는 제목으로만 무려 십여편의 시들이 책을 여는 순간 차례 차례 쏜아져 나왔다. 

이 시집을 통해 평소에 미처 내 생각과 관심이 미치지 못했던 백제 계백 장군과 황산벌, 그리고 꽃수의 꽃물로 가득한 계백장군의 칼날을 시인이 만들어낸 환상 속 시의 세상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시인의 심장에서 데워진 진한 피와 와글거리는 독백으로 새겨진 편지가 천이백년 전 고이왕 무렵으로 날아가는 듯한 장면에 대한 이미지가 환상처럼 떠올랐다. 그리고 실눈으로 천년을 내려다 보며 침묵의 가부좌를 틀고 있는 불상아래 허물어지고 또 세워지기를 반복하며 천년의 시간을 흘러온 이 세상도, 그리고 스이고 천황을 비추는 달빛의 미소와 고풍(古風)의 한 줄기 바람도 내 곁을 스쳐 지나감을 느꼈다. 마치 선 잠 속에 만난 꿈 처럼 몽환적이고 아득한 느낌을 자아내는 시들이다. 

또한 내가 이름도 알지 못했던 패랭이 꽃, 갈참나무, 동백꽃, 갈대밭, 미루나무, 국화, 싸리, 돌단풍과 같이 고운 이름들을 가진 내 주변의 식물들과 함께 시인이 버무려낸 번민 한 접시, 육신 속에서 덜어낸 모든 생각들, 세월 속에 녹슬고 붉어지다 50년 쯤 익으니 반질 반질 빛이나는, 그러나 한 때 가슴을 찢고 살을 찢던 6/25 전쟁의 아픔과 잔상들, 그리고 시인의 유년 시절의 기억들이 무척이나 새롭고 가슴 져몄다.

마치 잠시 낮잠을 자다 한편의 꿈속을 거닌 듯 한 느낌이 드는 시집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일본식 낯선 지명과 이름들 그리고 시 속에 등장하는 미국 동양사학자 페놀로사라는 엉뚱한 이름에 당혹감도 들어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래, 역시 시는 내겐 무리야!"라는 마음에 끝 까지 읽기를 포기 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한 구절 한 구절 음미하며 시를 익어 나가자, 무언가 진하고 깊은 여운들이 가슴 속을 파고 들며, 머릿속에 영상으로 싯 구절들을 펼쳐 보이는 환상을 경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이래서 시를 짓고 또 사람들은 시인의 시를 읽는 구나!" 싶었다. 제목 처럼 운치 있고 고풍스런 멋이 느껴지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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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가족으로 가는 미래 설계
이영권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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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판 1쇄가 처음 발행 된 것은 지금으로 부터 무려 1년 반 전인 2006년 12월 이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초판 17쇄로 올해 7월 30일 발행된 책이다. 진작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난 것이 참으로 다행 스럽게 느껴진다.  

보통의 재테크 서적들이 우후죽순 처럼 마구 마구 쏟아져 나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게 다반사인 요즘, 이 책과 같이 17쇄 까지 발행 되어 꾸준히 읽히는 일은 매우 드문 듯 하다. 왜냐하면 재테크 서적이야 말로 최신 트랜드에 지나치게 민감하여 금새 퇴물로 전락하기 쉬운 신선상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들은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의 시련에도 견고하게 버틸 수 있을 만큼 탄탄한 기본기들이 뼈대를 이루어 구성 되어 있는 동시에,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최신 트랜드들도 동시에 다루어져 있어서 충분히 읽어봄직한 매력이 있다. 다시 말해 기본기 없이 모래위에 최신 유행의 재테크 법칙들만을 간신히 얹어놓은 위태로운 형상을 지닌 대부분의 재테크 서적들과 달리, 이 책은 탄탄한 반석 위에 견고하게 집을 짓 듯 재테크의 기본기와 함께 최신 재테크 트랜드 및 미래 예측들을 잘 버무려 내고 있다. 

다른 재테크 서적들이 지나치게 어렵다거나, 지루하였던 반면 이 책은 막힘 없이 술술 읽히는 특징이 있다. 책의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부터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 까지 계속해서 크고 작은 충격들이 이어졌다. 직장에만 매달려 나 자신의 직무관리에는 소홀하였던 것에 대해 그동안 아무런 문제 의식 조차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많이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오로지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에만 목표를 두고, 내 개인의 경력이나 장래에는 무관심했던 나는 이 책을 통해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전문성을 갖춰야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가슴깊이 깨닫게 되었다. 솔직히 그동안 나는 내가 내 인생의 칼자루를 쥐고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나는 내 인생 어느 부분에선 칼자루를 쥐고 있던게 아니라 위태로운 칼날을 잡고 허둥대고 있었음을, (고통스럽지만)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부자 가족으로 가는 미래 설계>의 비법과 원리들은, 단순히 우리의 통장만을 살찌우고 부풀리는 물질적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가정의 행복과 인생의 건강함을 뒷받침 해 주는 든든한 정신적 자양분이 될 만큼 귀중한 것 들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종합세트인 "미인대칭(미소짓고, 인사하고, 대화하고, 칭찬하다)"이나, 아들러 박사의 7가지 교육 원칙들, 그리고 성공한 자녀를 둔 부모의 스무가지 습관들은 너무나도 유용해서 수첩에 옮겨 적고 바로 실천하기로 마음먹은 것 들이다. 

전반전에 이미 후반전을 준비하고, 무엇보다 잘 나갈 때일 수록 더욱더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금언이라 생각한다. 이 금언을 가슴에 새기고, 인생의 후반전을 맞이하고 나이들어 간다는 것이 잃어가는 것이 아닌 쌓아가는 것이 될 수 있도록 멋진 설계도를 만들어 봐야 겠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똑 부러지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매끄러운 필체로 쓰여져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속도감이 느껴진다.         

"나이든 다는 것은 잃어 가는 것이 아니라 쌓아가는 것 이므로 자신의 나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일때 비로소 인생의 활력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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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카드 - 숨어 있는 내 능력을 찾아내는
이동조 지음 / 팜파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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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같다면 이미 승부는 결정난 셈"이라는 이 책 속 어느 한 구절이 계속해서 뇌리에 남는다. 히든 카드란 사전적인 정의로 "남에게 보여 주지 아니하는 카드"라는 뜻으로,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도록 숨겨 둔 비장의 수를 의미 하며, '비책' 내지는 '숨긴 패'라는 말로 순화시켜 대체 되어 사용되는 단어 이다. 이 책의 작가 이동조님은 19년 동안이나 신문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고 하니, 얼핏 계산을 해 보면 그의 나이 겨우 18~19살 부터 직업 전선에 뛰어드신 모양이다. 우표를 수집하 듯 성공한 사람들의 히든 카드를 모으는 재미에 빠진 저자는 어느덧 성공한 사람들의 히든 카드에서 흥미로운 공통 분모를 발견 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저자 자신만의 히든 카드까지 보태어 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만들어 낸 책이 바로 [히든카드]이다. 책이 만들어진 이와 같은 배경을 알고 나면 참으로 귀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히든 카드의 속성이 본질적으로 남에게는 쉽게 보여 주지 않는 "나만의 것"이라는데 있기 때문에, 이를 생각하면 더욱 더 값진 책으로 여겨 진다. 

이 책은 "나"라는 존재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하고, 내가 가질 수 있는 남과 다른 차별화 된 강점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작가의 말 처럼, 사실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남과 다르기 때문이고, 나와 똑같이 입고 먹고 생각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나는 '있지만 없는 것과 같은 존재'에 불과 한데, 이 책은 기본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히든 카드들을 소개함으로써 이를 토대로 나만의 결정적인 히든카드와 승부수를 찾아 보태고 발전 시킴으로써, 남과 다른 나만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찾도록 돕는다.

이 책 속엔 내가 따라해 보고 싶은 여러 가지 히든 카드 들이 있었다. 그 중 "꿈, 끼, 꾀, 끈, 깡, 꼴, 꾼"의 감칠(感七), 즉 입안에 감기는 7가지 느낌을 단계적으로 적용하여 성공을 이루는 '감칠맛 성공 전략'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저자가 이 성공 전략을 자신 있게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전략이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쉽운 동시에 매우 정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부자들에 비유하여 좀 더 풀어 보면 부자들은 첫째, 꿈과 목표가 분명하며(꿈:비전과 목표), 둘째, 늘 경제 트랜드를 읽으며(끼:재능), 셋째, 미리 준비하고 기회선택을 확실하게 하며(꾀:전략, 아이디어), 넷째, 상호 이익이 되는 사람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끈:인맥이나 네트워크십), 다섯째, 부자들은 부지런하고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마음먹은 걸 실천하며(깡:시도, 도전, 경험), 여섯째, 가치와 실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며(꼴:이미지), 일곱째, 부자들은 작은 것 하나도 소중히(꾼:전문성과 프로의식) 여긴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자신이 원하는 인생 경로를 미리 적어 놓는 로드맵이라던가 스텝 바이 스텝 전략, 그리고 더 많이 주려는 배려의 마음은 내가 꼭 실천해 보고 따르고 싶은 히든 카드이다. 또한 "당신이 서 있는 무대를 점점 넓게 그리라"는 동심원 작전 역시 매우 설득력 있었다. 

"여러분들도 다른 무대에 혹은 더 큰 무대에 자신을 세워보세요. 큰 무대에 자신을 세우는 일은 가만히 서서 자신을 중심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점차 넓은 동심원을 그려 나간다면 언젠가 자신이 희망하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무대에 서 있을 것입니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내 것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 주고, 더 큰 무대에 나 자신을 세워 볼 수 있는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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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 정태남의 유럽 문화 기행
정태남 글.사진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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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를 보고 나면 다른 도시들이 너무 싱거워지기 때문에 유럽을 여행할 때 로마는 가장 나중에 보는게 좋다는게 여행의 정설 중 하나다. 그만 큼 볼 것 많고, 보고서도 또 보고싶은 곳이 바로 로마 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 한다. 유럽 여행 중 여러 나라를 다녀 봤지만, 로마 만큼 강력하게 영혼을 사로 잡고 오래도록 가슴속에 여운을 남겨 주는 나라는 드물었던 듯 하다.

이 책의 정태남 작가님은 서울대 자연대를 졸업한 후 이탈리아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 되어 로마대학 건축학부에서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로마를 "보면 볼수록 보고 싶은 것이 더 많아지고 알면 알수록 알고 싶은 것이 더 많아지는 곳"이라 소개 한다. 그는 로마의 이와 같은 매력과 마력에 이끌리어 자그만치 25년 이상 로마에 살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탈리아 정부로 부터 기사 훈장 까지 받았다고 하니, 2800년 이라는 장구한 역사가 중첩되어 형성된 결코 만만치 않은 여행지 로마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소개해 줄 만한 든든한 가이드를 만났다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저자의 말 처럼 이 책은 로마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지만, 나 처럼 이미 로마를 여행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정말 좋은 책 이라 확신한다. 나 역시 로마를 보고 나서도 로마에 대해 좀 더 깊게 알고 싶은 목마름과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은 열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로마를 딱 한 번 보고서 첫 눈에 반해버려 보는 순간 바로 사랑에 빠지고, 오래도록 그 매력과 환상을 잊지 못하고 있던 내게 다시금 로마에 대한 열병을 도지게 하였다. 당장이라도 로마행 비행기를 타고 겹겹이 쌓여 있는 역사의 흔적들을 마주 대하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이 책의 가장 눈에 띄는 첫 번째 매력은 바로 로마에 대해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카더라'식의 부정확한 구전 지식이나, 거짓 루머들을 바로 잡고 있다는 점 이다. 일례로 우리가 맨홀 뚜껑으로 알고 있던 진실의 입이 사실은 분수용 조각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나, 로마 대 전차 경기 중 사고로 죽은 사람들 보다 경기장 붕괴로 인해 관중석이 무너져버려 죽은 사람이 더 많았다는 점, 그리고 기독교 성지로 손꼽히는 콜로세움에서 실제로 기독교 신자가 박해를 받아 죽었다는 근거는 전무하며, 실제로 콜로세움은 기독교 박해와는 무관한 장소라는 점, 그리고 우리가 사이코 황제로 알고 있던 네로의 진면목과 억울하게 왜곡된 진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다음 으로 이 책의 두 번 째 매력은, 흥미를 자극하고 신선한 재미를 줄 만한 이야기 들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르네상스의 열풍으로 인해 포로 로마노나 콜로세움이 채석장으로 전락되었고, 아이러니 하게도 로마의 르네상스가 고대 유산을 파괴하는 엄청난 희생 위에 꽃을 피웠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오래도록 모르고 있었을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또한 로마유적들 중 유난히도 나체로된 동상들이 많은 이유는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바로 인간의 몸이라는 당대 사람들의 생각 때문이었다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로마 사람들이 공사 기일을 잘 지키지 않는 다는 사실도, 주술적이기는 하지만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서도 고대인들이 도시를 건설했다는 점도, 공포 정치를 통해 전제 군주 처럼 군림하던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누군가가 뒤에서 칼을 뽑아도 알아챌 수 있게 벽면을 모두 거울 처럼 반들거리는 대리석으로 치장하고서도 황후의 사주를 맏은 자객에 의해 암살 당한 점도 하나 하나 로마를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이 책의 세 번째 매력은, 사진이나 그림으로는 완벽하게 담아 낼 수 없는 로마 건축물들의 독특한 공간감과 배치를 잘 묘사하고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하게도 로마 관광 후 찍어온 사진들은 다른 유럽의 관광지들의 사진과 달리 만족감이 떨어졌었다. 장엄하고 위풍 당당한 로마 건축물들의 위용과 그 건축물들 사이에 느껴지는 왠지모를 고즈넉하고 황량한 느낌들이 사진 속에 제대로 담겨져 있지 못한 느낌에 많이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이와 같은 실체적인 건축물의 공간감이나 배치들 까지도 세심하게 설명되어 있고, 각 건축물들 상호간의 위치나 거리감, 역사적 상관관계 및 영향 까지도 세심하게 묘사되고 있어 실제 로마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이 책의 네 번째 매력은, 우리가 무심코 알고 있던 많은 단어들의 어원을 새롭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멋지게 기억에 남는 단어는 물론 "로마"이다. 로마라는 지명은 에트루리아어로 '가슴이 강한 자'라는 뜻의 루마에서 왔다는 얘기도 있고, '테베레 강'을 의미하는 루몬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또한 로마가 태어난 유서 깊은 곳, 캄피돌리오 남쪽의 필라티노 언덕은 궁전을 뜻하는 palace의 어원이라고 한다. 또한 로마의 한 복판에 위치해 있는 캄피돌리오 언덕은 capital의 어원이 된다고 한다. 이 책 한 권을 통해 신기하게도 영어 단어의 어원도 많이 익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다섯번째 매력 이 책을 통해 로마의 다양한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고 또 문화와 역사적 유물을 소중히 다루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점 이다. 작가가 포로 로마노의 폐허에서 되뇌인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의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가 삶의 마지막 순간 남겼다는 아래 글이 가슴에 남는다.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다 이루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헛될 뿐이었다. 

아마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들의 조상들보다는 훨씬 더 진화된 현명한 후손들이 아닐까 싶다. 그들 조상들에 비해 문화 유산을 더 소중히 잘 관리할 줄 알고 그것을 잘 활용할 줄 알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굳이 채우려 하지 않고 비워둘 줄 아는" 미덕까지 지녔다. 

 

이 책은 위와 같이 다양한 매력을 퐁기며 읽는 내내 나를 감동시켰다. 이 한권의 책을 통해 나는 로마의 역사를 깊게 음미하고, 이 책 속에 담겨진 유적지들에 대한 사진과 설명들을 통해 로마 역사의 발자취를 하나 하나 상상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구태여 이 책의 옥의 티를 언급하자면, 46쪽, 76쪽 등에 실린 사진과 각 유적지에 대한 설명이 완벽하게 일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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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만들어 봐야 할 요리 1001 죽기 전에 꼭 1001가지 시리즈
이보은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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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여자와 결혼하면 3년이 행복하고, 착한 여자와 결혼하면 30년이 행복하며, 지혜로운 여자와 결혼하면 3대가 행복해 진다는 말에 보태어 내가 아는 남성 지인 한 분 께서 우스갯 소리로 요리 잘하는 여자와 결혼해도 평생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며 그런 의미에서 본인은 이 세상 제일의 행복한 남자라며 팔불출 자랑을 늘어 놓아 요리 못하는 여자들의 기를 한방에 죽이신 적이 있었다. 내가 이 요리책 [죽기 전에 꼭 만들어 봐야 할 요리 1001]을 만나고 제일 먼저 들었던 소감은 벅찬 감격에 가까웠다. 자그만치 백(100)가지도 아닌 천(1000)가지의 요리 비법이 소개된 책이라니 ! 집에 있었던 몇 권의 요리 책들에 소개된 레시피들을 다 합해도 이 한권에 소개된 천 가지 요리들에 필적하지 못할 정도다. 책의 저자 이보은의 말 처럼 정말 큰 맘을 먹고 만들어진 요리책의 지존이 아닐까 싶었다.

 

365일 하루 한 가지씩 여기 소개된 레시피들을 정확하게 차근 차근 마스터 해 나가며, 여기에 나만의 손기술과 손맛을 가미해 발전 시켜 나간다면 언젠가는 나도 최고의 요리왕이 되겠지 하는 마음에 설레였다. 웬만큼 두껍고 무거운 사전들도 저리가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이 요리책 덕분에 나도 이제 나만의 비밀 요리 선생님을 곁에 둔 듯, 천군만마라도 얻은 듯 든든한 기분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숨겨두고 몰래 몰래 보면서 요리 솜씨만 뽐내고 이 책을 비밀에 부치기엔 이 책의 크기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책 첫 머리 성우 송도순의 추천사 에서 처럼 음식 솜씨 좋은 여자는 늘상 함께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의 칭찬과 사랑을 받기 마련이다. 음식의 속성이 기본적으로 사람의 몸속에 흘러 들어 에너지를 주며, 기운을 복 돋워 주기 때문에 멋진 요리는 세상에서 나누고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마음이 허전할 때 엄마가 챙겨 주는 따듯한 국 한그릇이 가슴을 덥히고 최고의 응원이 되는 것 처럼, 음식은 때로는 겉으로 보이는 몸 뿐 아니라 우리의 영혼을 위해서도 큰 자양분이 된다. 그런 귀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요리를 자그만치 천 가지나 익히고 배울 수 있다니 ! 절로 행복해 진다. 그리고 천 가지나 되는 요리의 목록들과 하나 하나 예쁜 완성요리 사진들을 보며 나는 내 주변의 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주말이 행복해 지는 일품 요리들/별미요리들과 건강까지 생각하는 요리들을 보면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렸고, 먹으면 힘이나는 고기요리들을 보면서는 요즘 여름을 나시느라 무척 고단해 보이시는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었다. 일이 즐거워 지는 간식/샐러드 요리들과 샌드위치 과일, 제과 제빵 요리들은 직장 동료와 새침떼기 내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요리들 이었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절로 행복해지는 책 이다.      


"음식 잘 하는 여자는 머리가 좋고 사랑이 많다고 했던가. 맞아. 저 먹을려고 음식하는 여자는 없지. 누구하고 나눌까 생각하며 살살 웃으며 가스레인지 앞을 떠나지 못하는 보은이(이 책의 저자 이자 요리 연구가)는 사랑이 많고 머리좋은 자랑스런 내 딸이다."

솔직히 다른 요리 책들의 경우 막상 요리를 하려고 펼쳐 보면 내가 하려고 마음 먹은 요리가 나와 있지 않은 경우도 허다 했다. 그래서 또 한 권 또 한권 자꾸만 새로운 요리책을 사들이게 되었는데, 이 책 [죽기 전에 꼭 만들어 봐야 할 요리 1001]은 내가 하고 싶은 웬만한 요리들은 다 나와 있고,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요리들도 그득 했다. 천 가지 라는 방대한 분량의 레시피들 외에도 이 책이 다른 요리책들과 차별화 되는 또 다른 특색이 있다면, 그건 바로 두고 두고 소장 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지고 고급 종이를 사용하였다는 점, 그리고 책의 구성이 식재료와 주제별로 분류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크게 일곱 가지의 테마별로 매일 먹어도 좋은 요리, 건강까지 생각하는 요리, 국물이 끝내주는 국물요리, 먹으면 힘이 나는 고기요리, 싱싱함이 느껴지는 해산물요리, 주말이 행복한 일품/별미요리, 입이 즐거운 간식/샐러드 요리 들의 레시피들이 깔끔하고 시원 시원한 사진들과 함께 요리 전문가 다운 Cook Tip과 함께 맛깔 스럽게 소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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