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도덕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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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도덕을 펼친 이유는 버트런드 러셀이라는 사람의 글이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가장 좋았을 때는 수학자를 하였고, 머리가 나빠지자 철학자가 되었습니다. 철학도 할 수 없을만큼 머리가 나빠졌을 때는 평화운동을 했지요."


 러셀이 했다고 알려진 이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버트런드 러셀은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살았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았을 뿐 아니라 수학자로, 철학자로 그리고 평화운동가로도 모두 빠지지 않는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 꼭 러셀의 책이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제목이 끌려서 구입한 '행복의 정복 The Conquest of Happiness'은 제목과 달리 행복을 정복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기독교인인 제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인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Why I Am Not a Christian'역시 그리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차에 버트런드 러셀의 책 Marriage & Morals이 결혼과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번역되었기에 읽게 되었습니다.


 웨일즈에서 태어나서 죽었고, 생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낸 러셀은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수학자이자 철학자이자 평화운동가였습니다. 또한 1950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문장가이기도 합니다. 그의 대표작이자 화이트헤드와 함께 저술한 책 수학원리 Principia Mathematica 가 너무 수학 기호들이 가득찬 책이라 그런지 러셀의 책은 제게 어렵다는 이미지를 가지게 했고, 그 이미지 때문에 러셀의 책을 읽는게 더 어렵게 여겨졌던지 몇 번 시도했다가 실패했습니다.


 러셀은 결혼과 도덕 책을 통해서 '성윤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말합니다. 책의 머리말 '왜 새로운 결혼과 도덕이 필요한가?'에 따르면, 모든 사회는 경제 제도와 가족 제도라는 두 가지 본질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고, 이 둘은 서로 밀접하게 얽혀있습니다. 또한 성윤리는 법률 같은 제도, 법률은 개입하지 않지만 여론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 마지막으로 실제적으로 개인의 재량에 맡겨지는 영역의 세 층이 있습니다.(7쪽) 어떤 성윤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가족의 문제, 법률, 인구 문제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해야만 합니다.(8~12쪽) 러셀은 오늘날의 성윤리를 비판할 때 첫째로 반드시 잠재의식에 뭍혀 있는 미신적인 요소를 제거해야하고, 둘째로 완전히 새로운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13쪽)


 머리말의 내용처럼 러셀은 과거로부터 그가 살던 시대까지 존재했던 여러 제도들을 살피는 것으로 책의 전반부가 진행됩니다. 그 후에 그가 살던 시대의 제도를 살펴본 후에 본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항목(러셀이 살던 당시를 기준으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책을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머리말을 읽을때까지는 성윤리가 막연히 생각한 것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야만 한다는데 생각이 미쳤는데, 책을 읽다보니 머리말 말미에 있던 비판을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두 가지가 계속 머리속을 맴돌았습니다. 책을 읽는동안 러셀이 말하고 있는 성윤리의 여러 요소를 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잠재의식 속의 편견(러셀이 미신적인 요소라고 표현한)과 끊임없이 비교해봐야만 했고, 러셀이 살고있던 시대 역시 지금 제가 살고있는 시대보다 과거이기에 러셀이 말하고 있는 바가 이미 지금 시대에 우둔해져버린 지혜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만 했습니다.


 과거로부터 러셀이 살던 시대까지 이어진 제대를 살펴보는 부분에서는 제가 막연히 받아들인 수많은 것(제도 혹은 관념)들이 여러가지 단계를 거쳐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음을 배웠습니다. 러셀이 말하는 바람직한 성윤리의 모습을 살펴볼 때는 동의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역할이나 인구에 대한 대목에서 단일한 국제 정부에 대한 언급들이나 소극적 혹은 적극적인 우생학에 대한 부분에서 러셀이 살던 시대와 제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격차가 가장 크게 와닿았습니다.


 성에 대한 강박관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자유밖에 없다는 러셀의 주장과 그 자유가 습관화 되고 바른 교육과 결합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했고, 259쪽에 나오는 성을 음식에 비유한 러셀의 비유에도 무릎을 탁 쳤지만, 그럼에도 러셀이 말하고자하는 자유의 모습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습니다. 성의 자유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길고 복잡한 성윤리의 여러 층위들을 말하고 있는 책 중에서 러셀이 표현한 말 중 아래 대목은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성 간의 가장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편견과 두려움에도 얽매이지 않고, 사랑의 실현을 방해할까 싶어서 육체적인 토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와 정신이 대등한 결합을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252쪽)

 

 러셀의 표현을 따르자면, 이 대목에서 인습적인 도덕 때문에 인간의 동물적인 특질인 육체적인 성 충동과 정신적인 특질인 관념적인 사랑을 갈망하는 충동이 서로 모순되기에 대립 관계라고 받아들이던 제 잠재의식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성간의 사랑이 이상적으로 이루어질 때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감정인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또한 건강해질 수 있다는 러셀의 말을 사랑을 하는 이성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가족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성 간의 가장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편견과 두려움에도 얽매이지 않고, 사랑의 실현을 방해할까 싶어서 육체적인 토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와 정신이 대등한 결합을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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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의 역습 - 빈부, 세대, 지역, 이념을 통해 새로 그리는 유권자 지도
이현우 외 지음 / 책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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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즈음부터 페이스북에서 몇 번 [표심의 역습]을 봤습니다. 아무래도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서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끈 책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선거 때문인지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어제 받자마자 오늘 하루종일 잡고 후딱 읽었습니다.


 [표심의 역습]은 내일신문사,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총 5번의 조사를 바탕으로 유권자들을 분석한 내용을 담고있는 책입니다.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부터 4장까지는 '세대, 지역주의, 계층, 이념'의 측면에서 자료를 분석한 내용이 나오고 마지막 5장에서는 앞에서 분석한 여러 자료들을 가지고 유권자들이 정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서문에서부터 푹 빠져들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정치인들은 평상시에는 정치권이라는 그들만의 무대에서 권력 확대와 생존을 위해 노력할 뿐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4쪽

 정치의 본질은 갈등의 통합에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갈등의 조장과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 정치인들의 각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으며 국민이 바뀌어 정치를 변화시켜야만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5쪽


 전체 내용을 간단하게 알려주는 서문과 목차를 지나면 그 뒤에 '시작하기 전에'라는 부분에서 세 가지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의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자꾸만 변하는 정당을 어떻게 지칭할 지 말하고 있는 두 번째 부분이야 별스럽지 않지만, 의례히 10세 급간으로 연령을 구분하곤 했던 '세대 구분'을 매우 세분화해서 구분하거나 혹은 이를 다시 2개의 구간씩 묶어서 활용하는 등 유권자를 잘 구분하기 위해서 노력했음을 보여줍니다. 뿐만아니라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책이니만큼 사용한 데이터 자체에 대해서 출처와 확인방법 등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각 장에서는 평소에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던 여러 정보들이 실제와 다르다는것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영남, 충청, 호남을 순서대로 분석한 후 '04 지역투표? 유권자는 억울하다'와 '05 우리나라 지역정당의 실체는 무엇인가' 부분이 나오는 지역주의에 대해서 분석한 책의 2장이었습니다.

 


 위 그림은 책 111쪽에 나오는 그림입니다. 그림 속의 정보를 1차적으로 해석하면 두 가지를 착각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착각을 책에서는 '지리적 넓이와 거주 유권자의 밀도간 괴리'라고 표현합니다.(110쪽) 아래쪽 그림은 성균관대 김범준 교수님의 '세상물정의 물리학'이라는 책 3장 '누가 지역감정을 만드는가'에 나오는 그림입니다.(세상물정의 물리학 35쪽) 그림1은 광역자치단체장 투표 결과를 그냥 지도로 표시한 것과 인구비례지도로 표시한 것이고, 아래는 인구비례로 교육감,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회 비례대표 후보 새누리당 지지율을 그린 것입니다. [표심의 역습]에서 말하고 있는 '지리적 넓이와 거주 유권자의 밀도간 괴리'가 어느정도 일어나고 있는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표심의 역습] 책 속에 나온 사진만 보면 3~4배의 지지 차이가 있어보이지만, 실제로 그것보다 차이가 적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표심의 역습]에 나온 2012년 총선의 정당별 의석 분포 그림을 보고 가지게 될 착각은 영·호남의 지역투표가 아주 명료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영남지역 전체 투표자 54.7%의 지지를 얻어 94%의 의석을 차지했고, 민주통합당은 호남지역 전체 투표자 53.1%의 지지를 얻어 83%의 의석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영남지역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얻은 득표율은 전체 투표자의 20.1%였지만 실제 의석은 4.5%만 차지했습니다. 즉, 그림 속처럼 극단적인 지역투표로 보이는 결과는 유권자의 투표 때문이 아니라 득표와 의석이 제대로 연동되지 못하는 시스템, 즉 선거제도의 효과 때문입니다. (112쪽)


 이런 설명을 한 후 [표심의 역습] 2장에서는 실제로 지역투표가 있었다기보다 그렇게 해석하는게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이 유권자가 필요해서 지역정당이 됀 것이 아니고 정치인(정당)의 필요 때문에 지역정당이 되었다고 말합니다.(124쪽) 선거 제도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지역을 필요로 할 뿐인 정당들의 프레임에 놀아나지 말고 다른 관점에서 정당을 평가하자고 말합니다.(129쪽)



 책은 각 장이 모두 흥미로웠습니다. 하루종일 손에잡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이 조금 더 일찍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면 싶다가 또 한편으로 오늘 하루종일 흘러나온 정치권 뉴스를 보면서 저런 사건은 일반적인 해석과 다르게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좀 더 천천히 나왔더라면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정치에 대한 글은 아무래도 서로가 생각하는 해법이 일치하기가 참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동안 다시금 다가온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금의 선거 시스템이 실제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결과로 반영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당장 위서 말씀드린 영·호남의 의석수만해도 그렇고, 19대 총선 후 국회 전체 의석수도 득표율과는 괴리가 있었습니다.(2012년 4월 11일에 있었던 19대 총선 결과) 괴리가 일어난 방향이 거대 여·야에게 이로운 방향이라서 이번 선거법 개선 때도 제대로 바로잡히지 못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이 변화했다는 사실만은 책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모쪼록 다음 달 13일에 있을 20대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된 결과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표심의 역습]은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법한 책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혹여 정치에 관심이 없는 분이시라면, 더더욱 읽어보셔야 합니다. 관심을 가지지 못하도록 만든 정치인들의 속내를 꼭 아셔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정치인들은 평상시에는 정치권이라는 그들만의 무대에서 권력 확대와 생존을 위해 노력할 뿐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4쪽

정치의 본질은 갈등의 통합에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갈등의 조장과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 정치인들의 각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으며 국민이 바뀌어 정치를 변화시켜야만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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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판단의 힘 - 누가 먼저 가져갈 것인가
고세키 나오키 지음, 김효진 옮김 / 어언무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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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가 본격화 되기 전에 각종 게시판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놀았습니다. 한 때 취미였던 DSLR 카메라 덕에 저도 SLRCLUB이라는 사이트 게시판 두어곳에 자주 드나들었습니다.온라인상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대화할 때 종종 저 자신을 USM이라고 소개하곤 했습니다. USM은 제가 만든 용어인 Ultra Small Mind의 약자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스스로를 극소심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소심하다는 성격은 무언가 잘 판단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극소심하다고 소개할 정도였으니 저 역시 어지간히도 무언가 결정하지 못합니다. 치과를 개원할 때 내려야만 했던 수많은 결정들 덕분에 힘들었던 기억이 6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런 제 모습을 잘 알기에 [빠른 판단의 힘]이라는 책 제목을 본 순간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스스로를 USM이라 소개하는 마음 한 편에는 분명히 능숙하게 판단하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열망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많이 두껍지 않은 책이라 어렵지 않게 술술 읽었습니다.

 


 책을 받아보기 전에는 [빠른 판단의 힘]이라는 제목에서 [빠른 '판단'의 힘]을 떠올렸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본 책의 제목은 저에게 ['빠른' 판단의 힘]이라고 다가옵니다. 다시말하자면 선택을 해야만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빨리 하는것이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결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상상 이상으로 크지만, 결단을 미룸으로써 얻게 될 수익은 상상 이상으로 작기 때문이다. -26쪽


 


 저자는 도입부에서 '얻게 될 이익의 크기'와 '협상 요소의 유무(위험의 크기)'를 가로와 세로축으로 가진 '의사결정 사분면'이라는 도구를 보여줍니다. 의사결정 사분면 속의 사분면별로 트레이드 오프, 트리 구조, 압축, 게임이론 등 여러가지 의사결정 도구 중 잘 어울리는 도구가 있습니다.



제1사분면 절대적 선택 - 트레이드 오프

Row Risk / Row Return


제2사분면 상대적 선택

Row Risk / High Return


제3사분면 본격 승부 - 압축, 게임이론

High Risk / High Return


제4사분면 승부하지 않는다 - 의사결정을 꼭 해야하는 분야라면 미련 없이 타인에게 미루거나 전적으로 자신이 맡는 것이 낫다.

High Risk / Row Return



 각각의 의사결정 도구마다 유용한 상황이 다르다곤 하지만, 우리 삶은 항상 복잡하기 때문에 순간순간 상황에 맞춰서 여러 도구를 함께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할꺼라고 말합니다. 저자가 소개한 도구들이 전부 누구에게나 유익하다고하긴 힘듭니다. 하지만 저자가 왜 그런 상황에서는 이 도구를 쓰라고 말한건지 생각하면서 읽다보면 분명히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법합니다. 다만, 책을 펴기전에 확인한 목차에서 평소 관심있던 '게임이론'이 등장하기에 기대했는데, 정작 책에서는 '게임이론'이 무엇인지 소개하는 수준에 그쳐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각각의 도구들을 다 설명한 후에 나오는 [6장 '빠른 판단'을 기르는 생활습관]이었습니다. 6장에서는 빠른 판단을 기르기 위한 연습을 통해서 다음 두 가지를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1. 더 많은 양의 지식을 축적한다.

 2. 더 많은 의사결정을 반복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예를 든 수단이 '역사 교과서 탐독'과 하루를 마치면서 그 날 있었던 요소 '분해'하기입니다. 6장에 다른 방법도 소개하고 있지만, 이 두 가지가 유난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빠른 판단'을 한다는 것은 앞으로 처하게 될 상황을 통해서 맞이하게 될 '미래'를 바꾸는 일이지만, 그 연습방법으로 '과거'를 돌아보기를 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우유부단해서 뭔가 잘 결정하지 못했던 제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겠지만, 판단 그것도 이왕이면 '빠른' 판단을 해야한다고 계속 말하는 저자의 주장과 저자가 소개한 도구들을 읽고나니 어디에서부터 바꿔나가면 좋을지 감이 옵니다. 당장 오늘 점심때 뭘 먹어야할지 고민하는 저와 같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결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상상 이상으로 크지만, 결단을 미룸으로써 얻게 될 수익은 상상 이상으로 작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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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본가에 내려갔다가 조카의 장난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탄력있는 고무공과 짧은 플라스틱 막대를 서로 연결해서 공 형태로 만든 장난감이었습니다. 이제 세 살인 조카야 전혀 관심도 없겠지만, 장난감의 모양은 정다면체 중 하나인 정이십면체였습니다. 정이십면체를 이루고 있는 공과 막대를 사용해서 정삼각형으로 이루어진 또다른 정다면체인 정사면체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어린 조카는 큰 공을 분해해서 작은 공을 만들어 줬다는 사실만으로 좋아했습니다.


 아직은 어리기만한 조카가 조금 더 커서 학교에 들어가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세상에 다섯 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정사면체와 정이십면체였다는걸 교과서에서 배우게 되면 분명히 그림으로만 배웠던 저보다 친숙하게 느낄테지요. 교과서를 통해서 접하게되는 수학을 이처럼 교과서 밖에서 만나게 해 주는 책이 바로 [수학N]입니다.

 

 저자인 박경미 교수는 10년 전 수학콘서트라는 책으로 교과서 속의 수학을 교과서 밖으로 끌고나와서 많은 이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교과서 밖에서 수학을 접하도록 도와주었던 많은 책들이 일본에서 들어왔다는 사실에 살짝 기분나빴던 저도 우리나라 저자가 쓴 책을 기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책의 구성은 문학, 영화, 미술, 사회, 철학, 역사 등의 다양한 분야들의 작품 혹은 사건을 통해서 수학의 여러 분야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숫자나 수식은 최소한으로 넣고, 책을 읽는데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따로 모아둬서 관심있는 사람만 더 읽어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책 속에 다양한 그림들이 삽입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수학N]은 단지 교과서 속에 있는 수학을 교과서 밖으로 끌고나온게 전부가 아닙니다. 네덜란드 화가 에스허르의 작품을 통해서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소개해주고,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통해서 게임이론에 대해서 풀어나가며, 선거 방법을 고민했던 수학자들을 소개하면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처럼 [수학N]은 교과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수학을 교과서 밖에서 접하도록 도와주는것으로 그치지 않고 더 넓은 수학의 세계를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서점의 서가에서 눈에띄었던 분홍빛 표지의 수학N을 보면서 제목이 왜 수학N일까 궁금했습니다. 저자의 머리말 속에서 답을 찾고나서야 다시 표지를 보니 그 속에 숨어있는 'Narrative·Network·NUNBER·AND'등이 그제서야 보였습니다. 또한 제목은 '임의의 정수 n에'대한 책임과 동시에 '수학엔'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수학N'덕분에 '수학엔' 이런 분야도 있다는걸 알게 된 고마운 책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권합니다.

1. 수학 교과서를 통해서 접하는 수학에 질려버린 중·고등학생

2.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수학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궁금한 일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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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충격 - 심리학의 종말
이일용 지음 / 글드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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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수요일 저녁에 [세상 물정의 물리학] 북콘서트에 갔습니다. 물리학과 교수님이 통계물리학의 관점으로 사회의 여러 현상들을 바라보는 내용의 책입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인공지능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강연 내용에는 인공지능에 관련된 분야가 없었지만, 그 날 낮에도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에 대한 기사가 있었기에 질문이 나왔던것 같습니다.


질문한 분은 어릴 때 로봇에게 지배받는 내용의 SF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어서 로봇에게 거부감이 있다고 하시면서 책의 저자에게 그런 미래에 대해서 질문을 했고, 교수님은 현재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선에서는 그런 미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질문과 답변을 들으면서 로봇이 스스로를 위한 이기심이나 욕심이 있지 않다면 굳이 사람을 억압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지능의 충격]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드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왜 '지능 연구'를 하게 되었는지 말하는걸로 책을 시작합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학습 능력'과 '사고력'을 지녀야 하지만 그 자체를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에대한 학문은 없다고 합니다. 인류의 학문이 객관성을 확보한 '3인칭'이기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관성'을 다루지 못하고 있기에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라는 식의 성공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하면서, 직접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성공담 수준을 넘어선 '주관성'을 다루는 '1인칭 학문'으로 '학습', 사고력, 인생'에 대해서 연구하기 위해서 꼭 알아 내야 할 무언가 '끔찍하게도 어려운 개념'이 있었다고 하면서 그게 바로 '지능'이었다고 합니다.

책의 서두부터 평범하지 않은 생각들과 개념들이 자꾸 전개되고 저자가 사용한 용어들이 저자가 새로이 뜻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개념이라서 찬찬히 읽어나가야 하는 책입니다. 사고학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한 후에 '지능'으로 착각하기 쉬운 개념들을 지나서 '지능의 자격'이 무엇일지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들을 통해서 '지능의 정의에는 최소한 생명체에 대한 보호 기능이 들어 있어야 한다'(151쪽)는 중간과정을 지나서 '지능이란 욕구 창출 능력이고 이를 위해서 자신의 욕구를 철저히 몰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책에서는 그 뒤로 그런 지능이 기억, 감정, 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얘기하는데도 상당히 많은 지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책 말미에서 '지능'과 '사고력'을 분리해서 생각해야지 합쳐서 생각하는 바람에 이도저도 못한다고 말합니다.


[지능의 충격]에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내용들은 오랜시간 저자가 스스로 생각해 낸 내용입니다. 저자가 사용하고있는 개념들과 용어들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조금씩 따라가다보면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는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또한 저자가 책 곳곳에서 말하고 있는 여러가지 새로 특징지은 개념들도 충분히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극복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던 바둑이라는 분야에서도 인간을 컴퓨터가 거의 따라잡은 시기에 [지능의 충격]에서 말한 '욕구 창출 능력'이라는 '지능'의 특징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로봇들과 사람의 차이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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