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충격 - 심리학의 종말
이일용 지음 / 글드림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지난 주 수요일 저녁에 [세상 물정의 물리학] 북콘서트에 갔습니다. 물리학과 교수님이 통계물리학의 관점으로 사회의 여러 현상들을 바라보는 내용의 책입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인공지능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강연 내용에는 인공지능에 관련된 분야가 없었지만, 그 날 낮에도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에 대한 기사가 있었기에 질문이 나왔던것 같습니다.


질문한 분은 어릴 때 로봇에게 지배받는 내용의 SF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어서 로봇에게 거부감이 있다고 하시면서 책의 저자에게 그런 미래에 대해서 질문을 했고, 교수님은 현재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선에서는 그런 미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질문과 답변을 들으면서 로봇이 스스로를 위한 이기심이나 욕심이 있지 않다면 굳이 사람을 억압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지능의 충격]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드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왜 '지능 연구'를 하게 되었는지 말하는걸로 책을 시작합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학습 능력'과 '사고력'을 지녀야 하지만 그 자체를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에대한 학문은 없다고 합니다. 인류의 학문이 객관성을 확보한 '3인칭'이기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관성'을 다루지 못하고 있기에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라는 식의 성공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하면서, 직접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성공담 수준을 넘어선 '주관성'을 다루는 '1인칭 학문'으로 '학습', 사고력, 인생'에 대해서 연구하기 위해서 꼭 알아 내야 할 무언가 '끔찍하게도 어려운 개념'이 있었다고 하면서 그게 바로 '지능'이었다고 합니다.

책의 서두부터 평범하지 않은 생각들과 개념들이 자꾸 전개되고 저자가 사용한 용어들이 저자가 새로이 뜻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개념이라서 찬찬히 읽어나가야 하는 책입니다. 사고학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한 후에 '지능'으로 착각하기 쉬운 개념들을 지나서 '지능의 자격'이 무엇일지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들을 통해서 '지능의 정의에는 최소한 생명체에 대한 보호 기능이 들어 있어야 한다'(151쪽)는 중간과정을 지나서 '지능이란 욕구 창출 능력이고 이를 위해서 자신의 욕구를 철저히 몰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책에서는 그 뒤로 그런 지능이 기억, 감정, 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얘기하는데도 상당히 많은 지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책 말미에서 '지능'과 '사고력'을 분리해서 생각해야지 합쳐서 생각하는 바람에 이도저도 못한다고 말합니다.


[지능의 충격]에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내용들은 오랜시간 저자가 스스로 생각해 낸 내용입니다. 저자가 사용하고있는 개념들과 용어들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조금씩 따라가다보면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는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또한 저자가 책 곳곳에서 말하고 있는 여러가지 새로 특징지은 개념들도 충분히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극복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던 바둑이라는 분야에서도 인간을 컴퓨터가 거의 따라잡은 시기에 [지능의 충격]에서 말한 '욕구 창출 능력'이라는 '지능'의 특징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로봇들과 사람의 차이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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