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 흑역사 - 열두 가지 주제로 보는 한국개신교 스캔들
강성호 지음 / 짓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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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 흑역사

열두 가지 주제로 보는 한국개신교 스캔들

-강성호 , 도서출판 짓다



 전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녔다는 모태신앙인입니다. 부모님을 따라 다니기 시작한 교회는 선교사가아닌 우리나라사람이 직접 만들었음을 자랑스러워하고, 공식적으로는 신사참배도 거부한 교단입니다. 이사와 진학 등의 이유로 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도 두어번 바뀌었고, 그와 별개로 저도 서울에서 또다른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모두 한 교단에 속한 교회입니다.


 처음으로 혼자 다닐 교회를 선택해야할 때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교회가 중요하지 교단이 중요하지 않아보여서 아버지가 다니시는 교단에 속한 교회를 선택했습니다. 교단이라는 제도의 편의를 취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교회를 다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지금도 교단별로 가지고 있는 신학의 차이라던가 역사를 중사하지 않습니다. ‘한국 기독교'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에 교회를 다닐 때는 교회는 다 좋은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씩 자라면서 교회 속의 문제와 하나씩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 스스로 알아챈 문제도 있었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스스로 교회를 선택하는 시점까지 만났던 문제들은 대부분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였습니다. ‘교회는 죄인들이 모인 곳이다'라는 말로 덮을 수 있다고들 했습니다.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한 후로 교회 내부적인 모습이 아닌 한국사회 속에서의 교회 아니 기독교의 모습을 자꾸 만나게 됩니다. 기독교인들이 자신들만 생각하고 주변을 올바로 바라보지 못하면서 소위 개독교로 불리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개인의 신앙을 넘어선 기독교인의 올바른 사회 참여가 어떠해야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알고있는 기독교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늘 좋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최근에 문제가 생겨서 개독교로 불리우기 시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억은 과거에 대한 사회적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권귀숙, <기억의 정치: 대량학살의 사회적 기억과 역사적 진실>, 문학과지성사,2006,31쪽. 재인용 <한국기독교 흑역사> 87쪽.



 강성호 님이 쓰신 <한국 기독교 흑역사>는 이 땅에 들어와서 박해받던 기독교가 ‘조직'으로 만들어진 시점부터 자본주의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주고있는 현재까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기독교가 보여준 어두운면을 세세하게 보여줍니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책 속에 가득합니다. 역사학도의 글인만큼 오랜시간 모아온 자료를 바탕으로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기독교의 역사적 과오를 실증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22쪽 인용)


 책의 구성은 일제 식민지 시기가 한국 기독교에 미친 영향을 다룬 1~4장, 한국전쟁 이후로 냉전과 독재시기의 한국 기독교의 모습을 보여주는 5~9장, 기득권이 되어버린 한국 기독교의 추한 모습을 보여주는 10~12장 이렇게 세 부분으로 되어있습니다. 저자 서문의 마지막 문단이 어떤 책인지 잘 보여줍니다.


 역사를 다시 생각해본다는 것은 단지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응시하는 일이다. 이 책은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자 쓴 것이 아니다. 객관적 역사란 존재할 수 없다. 역사가는 자신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단하기 때문이다. 단지, 한국기독교가 범한 오류들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를 얘기하고자 이 책을 썼다.


  여러가지 이유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는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기독교가 되기 위해서 피해야 할 점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책은 기독교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분들은 꼭 읽어보셔야 합니다. 그분들이야말로 기독교가 세상 누구에게도 부끄럽지않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분들이라고 저는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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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
지승호 지음 / 오픈하우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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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1학년 때 앙팅(앙케이트팅)이라는걸 했습니다.

 빈 노트를 하나 준비해서 상대방에 대해서 알고싶은 질문을 하거나 무언가 요청을 적습니다. 그 노트를 다른학교(당연히 여자학교)에 보내면 제 앙팅 상대가 읽고 답을 합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질문 노트를 보냈고 저도 답장을 보냈습니다.


 지승호씨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을 읽다보니 문득 앙팅이 생각났습니다. 빈 노트에 상대방이 답해줬으면 하는 질문을 적는게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에게 던지는 질문을 준비하는것과 닮았습니다. 제가 페이지마다 적은 질문에 답을 적어주는 상대방은 제 인터뷰에 응한 인터뷰이가 되는 셈입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은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빌이서 표현하자면 '독보적이라는 수식어조차 불필요한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인 저자가 다른 이들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닌 본인이 가장 잘 하는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책은 '인터뷰란 무엇인가' , '왜 인터뷰를 하는가' , '인터뷰어의 역할과 태도' , '인터뷰는 섭외가 반이다' , '인터뷰어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 '잘 듣고 잘 말하라' , '인터뷰는 결국 기록이다' , '인터뷰어가 갖추어야 할 자질' , '고마운 사람들,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 라는 제목의 총 아홉 개의 부분들마다 적게는 다섯 꼭지에서 많게는 열 다섯 꼭지의 글을 담고 있습니다.


 각각의 부분이 인터뷰와 관련된 여러 면들을 얘기하고 있지만,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인터뷰어인 저자가 인터뷰이를 어떻게 보여주고싶어하는지를 말해준 아래 대목입니다.


 인터뷰를 하고 나서 '난 이 사람을 이렇게 봐. 이 사람의 이런 면을 사랑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다 읽고 나면 '이 사람이 이 사람을 되게 사랑하는 것 같구나.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되네'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203쪽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을 읽으면서 학창시절 앙팅이 떠오른 이유는 책을 함참 읽다가 시계를 봤을 때가 새벽 세 시 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에 제가 던진 질문 중에 '지금 시각이 새벽 세 시 반이고, 카세트데크에서 화이트의 노래 지금은 세벽 세 시 반이 흐러나오고 있는데 답변하고 있는 시각은 몇 시인가요'라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제 앙팅은 성공한 인터뷰였을까요? 절반은 성공이었고, 절반은 실패였습니다.

 별로 하고싶지 않았던 앙팅에 끼게된건 앙팅의 상대방이 S여고였기 때문입니다. 같은 학원의 S여고 다니는 친구가 반에서 몇 번인지 알고있었기에, 그 친구 번호에 해당하는 질문으로 같은반에 그 번호인 친구에게도 앙팅에 답장을 적어달라고 하라는 요청을 했었습니다. 그랬는데 정말 그 친구가 같은반이었습니다.

 앙팅의 상대방이 학원 친구랑 같은 반이었으니 제 의도대로 되기는 했지만, 정작 제 인터뷰이였던 앙팅의 상대방에게는 초점을 맞추지 못한겁니다. 한마디로 제가 앙팅한 이유로는 성공이었지만, 인터뷰로는 실패였던 셈입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이 인터뷰를 잘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고합니다. 뒤이어서 '인터뷰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동안 인터뷰가 어떤것인지를 알아감과 함께, 중간중간 저자가 들려주는 인터뷰 이야기에서 인터뷰어인 저자가 인터뷰이를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 혹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터뷰에 응하는 인터뷰이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저자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환자를 위해서 얼마나 준비했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지면으로 옮기는 일을 오래한 저자가 쓴 책이라서인지 책장이 잘 넘어갑니다. 또한 전업 인터뷰어가 저자인 책 답게 여태까지 해왔던 인터뷰들을 포함해서 수많은 인용문을 읽는 재미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앞으로 인터뷰어가 되고싶은 사람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이 읽으면 분명 저처럼 도움을 받을 수 있을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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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시대 - 세상이 수상해지면 출몰하는 오래된 미디어
마츠다 미사 지음, 이수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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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에 돌아다니는 이야기 중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외국 비행기에서 백인 중년 여성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흑인 남성 때문에 승무원에게 불쾌감을 표현했고, 승무원은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합니다. 잠시 후 돌아온 승무원은 비행기가 거의 만석이지만 1등석에 자리가 하나 남아있다고 말하면서 옆좌석의 승객 때문에 불쾌하셨다는데 사과하는 뜻으로 좌석을 승격해주겠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백인 여성은 좌석 업그레이드에 들뜬 얼굴을 보이지만 승무원은 백인 승객이 아닌 흑인 승객에게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짐을 챙겨서 1등석으로 옮겨주실 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책 236쪽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라고 시작하는 이런 이야기들이 인터넷에 많이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위의 이야기처럼 좋은 내용의 이야기도 있지만, 자연재해 등에대한 좋지못한 내용의 이야기가 퍼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진짜 일어난 일이라고 하면서 퍼지는 소문이 정말 일어난 일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위에 예를 든 이야기부터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합니다.


 저는 ‘소문’이라고 하면 사실이 아니거나 딱히 근거가 없는데도 여기저기로 퍼지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사실도 아니고 근거도 없기에 ‘소문’이 퍼졌을 때 문제가 되는 경우는 소문으로 인해서 피해입게되는 피해자가 생겼을 경우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밌는건 소문이 퍼지다보면 이전까지는 사실도 아니고 근거도 없던 내용이었던게 오히려 실제상황이 되는 경우인 ‘예언의 자기 성취’가 벌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책 1장 ‘세상이 수상해지면 등장하는 수상한 이야기’에서는 1973년에 여러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필품 사재기가 시작된 일본의 예가 나옵니다. 처음에는 단지 물자가 부족하다는 소문 때문에 몇몇 사람이 생필품 사재기를 시작했는데, 소문이 너무 퍼지는 바람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생필품을 보이는 족족 구매했고 그러다보니 실제로 생필품이 부족해져서 가격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소문의 성취>에서는 소문을 ‘사람에서 사람으로 사적인 관계성을 통해 확산되는 정보’라고 규정하면서 이 정의가 애매해지고 있는 현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해갑니다.(29쪽) 1장에서 소문의 여러 특징을 말해주고 2장에서는 소문에 대한 고전적인 책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3장부터 6장까지는 도시, 사람 사이의 연결, 새로운 소통 수단 그리고 인터넷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퍼지는 소문의 여러 모습을 보여줍니다.



 책을 펴기 전까지 소문을 어떻게 잘 다룰 것인가에 대해서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했지, 소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책인지 몰랐습니다. 책을 펴자마자 제가 생각한 내용과 다르다는걸 알고 당황한채로 책을 읽어서인지, 책의 뒷부분에 도달하기 전까지 영 뜬구름잡는 내용처럼 다가왔습니다.


 제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터넷 이후의 상황을 보여주는 6장이었습니다. 인터넷상에서는 개인이 선호하는 정보를 오히려 접하기 쉽고 그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상대도 더 만나기 쉽다고 합니다. 인터넷 자체는 분명히 개인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속에서 활동하는 개인은 비슷한 사람끼리만 교류해서 집단분극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런 과정에서 특정 정보가 확산되어가는 캐스케이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소문이 퍼지는 경로에 물리적 거리나 시간적 제약이 사라지면서 이전시대에 소문이 예언의 자기성취가 일어나서 풍평피해를 입힌 것처럼, 집단분극화나 캐스케이드현상을 통해서도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시대에따라 달라지는 소문의 여러 단면을 보여줘서인지 책을 다 읽고나서 오히려 소문이 무엇이라고해야할지 더 헷갈리기도 합니다. 소문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말해주지는 않지만, 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는 ‘애매함에 대한 내성’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합니다. 사람들은 ‘애매함’이라는 상태를 피하고 싶어하지만, 피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빠른 결론을 추구하지말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상황이 검은색이나 흰색이 아닌 회색이라고 전제하고 그 농도를 판단하기 위해서 정보를 꾸준히 추구하라고 합니다. 애매한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안이한 판단으로 누군가 피해입지 않도록 애써야겠습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우연히 말려든 것일 뿐, 피해를 입은 게 곧 나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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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정원 옮김 / 씨네21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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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히라마쓰 요코 에세이



 작년부터 인기를 끌고있는 <냉장고를 부탁해>는 출연자들의 냉장고 속 재료를 가지고 전문 요리사들이 15분만에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승부가 크게 의미있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승부가 달려있어서인지 만들어진 요리는 일반인들은 쉽게 상상하기도 힘든 특별한 요리가 많습니다.



 책 날개에 '도시형 슬로 라이프의 전파자이자 자신만의 흐름을 따르는 살림의 고수'라고 소개되어있는 저자 히라마쓰 요코가 쓴 책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에는 전혀 특별해보이지 않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집에 있고픈 날에는, 나만의 맛을 만든다, 새 바람을 불어넣는 법까지'라는 제목의 네 장으로 되어있고, 각 장별로 적게는 10꼭지부터 많게는 14 꼭지의 글이 담겨있습니다. 글마다 사진과 함께 요리나 조미료 혹은 조리도구 딱 하나씩 소개해줍니다.



 어릴 때 어머니가 항상 저녁에 뭐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시는 걸 보면서 '나는 아무거나 먹어도 맛있는데 왜 저렇게 고민을 하실까' 생각했었습니다. 정작 저도 혼자서 밥 챙겨먹는 나이가 되니 뭘 먹을지 고민합니다. 밖에서 음식을 사먹을 때면 일행과 늘 하는 말이 '뭐 먹고싶은거 없어?' 혹은 '어디 맛있는거 없냐?'입니다. 거리마다 식당이 가득한 서울이지만 늘 특별한걸 추구하다보니 쉽게 만족하지 못합니다.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는 바로 그런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


  하지만 에너지가 차고 넘치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건강할 때 먹는 죽, 그 맛이야말로 각별하다. 몸이 가벼워지는 걸 실감할 때 마음의 편안함도 느껴지기 마련이니까.

 무엇보다 죽을 먹을 때면 쌀이 지닌 단맛과 감칠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아아, 쌀이란 이렇게도 맛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을 끓이는 과정에서 쌀이 지닌 참맛이 끌어내진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105쪽


 저자는 흰 쌀만 약한 불로 찬찬히 익혀서 끓여낸 죽을 통해서 맛볼 수 있는 쌀의 맛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책 속에서 다양한 손쉬운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특별한 맛을 찾다가 놓쳐버리는 일상 음식의 맛을 느껴보고 그를 통해서 삶의 감각을 깨워보라고 권합니다.





 책을 읽은 후에 싱크대 아래에 넣어두었던 병을 꺼냈습니다. 두어해 전 방산시장에 들른김에 바닐라빈을 사다가 통채로 럼주에 재워둔 병입니다. 뚜껑을 여니 럼주의 알콜과 함께 바닐라빈의 달콤한 향이 잔뜩 올라옵니다. 마침 방에 있던 케익을 한조각 잘라서 바닐라향 가득한 럼주를 몇 방울 뿌렸습니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구입한 케익을 먹을 때면 달달한 맛으로만 먹었는데, 뿌려준 럼주 덕분에 좀 더 천천히 어떤 맛인지 느껴가면서 먹었습니다


 항상 저와 함께 뭘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친구에게 가장 먼저 이 책을 권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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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계급투쟁 - 난민과 테러의 진정한 원인
슬라보예 지젝 지음, 김희상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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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계급투쟁은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난 철학자인 슬라보예 지젝이 최근 유럽이 직면하고있는 난민문제에 대해서 말한 책입니다. 딱히 유럽 난민 문제에 큰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 지젝이라는 철학자의 글을 한 번은 읽어보고싶었다는 이유로 읽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책을 받아서 손에 쥔 순간 너무 얇아서 일단 불안해졌습니다. 책 내용과 지젝 모두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싶은 분홍색 겉지를 잠시 벗겨두고 책을 펼친 순간 간단한 차례 이후에 여는 글이나 서문 따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책으로 인해서 당황했습니다.


 친절한 책은 아닙니다. 새로운 계급투쟁은 ‘이중의 협박, 좌파의 금기를 깨자, 종교의 음란한 이면, 신적 폭력, 난민의 정치경제학, 문화전쟁에서 계급투쟁으로, 그리고 다시 거꾸로, 위협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웃의 경계, 무엇을 할 것인가’ 등의 제목을 가진 아홉 개의 글이 모여있습니다. 막연하게 지젝의 글이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접한 터라 지젝에 대해서 헤겔이나 라캉의 사상을 기반으로한다는 것과 마르크스와 공산주의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식으로 막연하게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각 장별로 무슨말을 하는지는 알겠고, 책의 결론이 뭔지도 알겠는데 각 장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좌파의 금기를 깨자’는 제목의 두 번째 장이었습니다. 


적이란 당신이 아직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다.

문화제국주의와 인종차별주의라는 비판을 의식한 나머지 유럽의 역사적 유산인 인류의 해방을 언급하지 않다.

고유의 생활방식 수호 그 자체로 파시즘적 징후이거나 인종차별적이기에 논의를 피한다.

이슬람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거부한다.

정치 세력화한 종교를 광신과 동일시하거나, 이슬람교도를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광신도로 본다.


 뜯어보면 미묘한 의미를 지닌 말인데 지젝은 오히려 생각의 발목을 잡는 금기를 깨야한다고 말합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마지막 장에서 지젝은 유념해야할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 모두가 의무적으로 지킬 최소한의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이 제한 내에서 상이한 생활방식에 무조건적 관용을 행해야 한다.


 지젝은 이 두 제안으로 그치지않습니다. 단순하게 서로 존중하는 선에 그치지 말고 함께 투쟁하자고 제안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자 유럽이 직면한 난민문제는 단순히 지역적인 문제가 아닌 글로벌 경제의 대가라고 합니다. 그에대한 충분히 강한 적대성 네 가지로 생태 파국, 사유재산화, 새로운 기술-과학 발달, 새로운 형태의 아파르트헤이트를 듭니다. 이 중 앞의 세 가지는 공유지의 사유화와 관련되있고, 마지막 적대인 포함된 자와 배제된 자의 적대가 가장 결정적이라고 합니다. 포함과 배제라는 적대를 건성으로 대하면 좌파의 금기처럼 손쉽게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럴 때 새로운 장벽·아파르트헤이트를 만들어내는 글로벌 자본주의로부터 인류라는 공유지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합니다. 


 인류의 생존이 아닌 정의와 관련된 네 번째 적대를 해결해줄 누군가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우리 사이에 잘못된 선을 함부로 그어서도 안됩니다. 지젝의 표현대로 그가 말하는 세계적인 연대는 유토피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유토피아는 누군가 가져다 주는게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기다려온 바로 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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