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시대 - 세상이 수상해지면 출몰하는 오래된 미디어
마츠다 미사 지음, 이수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SNS에 돌아다니는 이야기 중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외국 비행기에서 백인 중년 여성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흑인 남성 때문에 승무원에게 불쾌감을 표현했고, 승무원은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합니다. 잠시 후 돌아온 승무원은 비행기가 거의 만석이지만 1등석에 자리가 하나 남아있다고 말하면서 옆좌석의 승객 때문에 불쾌하셨다는데 사과하는 뜻으로 좌석을 승격해주겠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백인 여성은 좌석 업그레이드에 들뜬 얼굴을 보이지만 승무원은 백인 승객이 아닌 흑인 승객에게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짐을 챙겨서 1등석으로 옮겨주실 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책 236쪽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라고 시작하는 이런 이야기들이 인터넷에 많이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위의 이야기처럼 좋은 내용의 이야기도 있지만, 자연재해 등에대한 좋지못한 내용의 이야기가 퍼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진짜 일어난 일이라고 하면서 퍼지는 소문이 정말 일어난 일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위에 예를 든 이야기부터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합니다.


 저는 ‘소문’이라고 하면 사실이 아니거나 딱히 근거가 없는데도 여기저기로 퍼지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사실도 아니고 근거도 없기에 ‘소문’이 퍼졌을 때 문제가 되는 경우는 소문으로 인해서 피해입게되는 피해자가 생겼을 경우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밌는건 소문이 퍼지다보면 이전까지는 사실도 아니고 근거도 없던 내용이었던게 오히려 실제상황이 되는 경우인 ‘예언의 자기 성취’가 벌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책 1장 ‘세상이 수상해지면 등장하는 수상한 이야기’에서는 1973년에 여러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필품 사재기가 시작된 일본의 예가 나옵니다. 처음에는 단지 물자가 부족하다는 소문 때문에 몇몇 사람이 생필품 사재기를 시작했는데, 소문이 너무 퍼지는 바람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생필품을 보이는 족족 구매했고 그러다보니 실제로 생필품이 부족해져서 가격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소문의 성취>에서는 소문을 ‘사람에서 사람으로 사적인 관계성을 통해 확산되는 정보’라고 규정하면서 이 정의가 애매해지고 있는 현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해갑니다.(29쪽) 1장에서 소문의 여러 특징을 말해주고 2장에서는 소문에 대한 고전적인 책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3장부터 6장까지는 도시, 사람 사이의 연결, 새로운 소통 수단 그리고 인터넷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퍼지는 소문의 여러 모습을 보여줍니다.



 책을 펴기 전까지 소문을 어떻게 잘 다룰 것인가에 대해서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했지, 소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책인지 몰랐습니다. 책을 펴자마자 제가 생각한 내용과 다르다는걸 알고 당황한채로 책을 읽어서인지, 책의 뒷부분에 도달하기 전까지 영 뜬구름잡는 내용처럼 다가왔습니다.


 제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터넷 이후의 상황을 보여주는 6장이었습니다. 인터넷상에서는 개인이 선호하는 정보를 오히려 접하기 쉽고 그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상대도 더 만나기 쉽다고 합니다. 인터넷 자체는 분명히 개인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속에서 활동하는 개인은 비슷한 사람끼리만 교류해서 집단분극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런 과정에서 특정 정보가 확산되어가는 캐스케이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소문이 퍼지는 경로에 물리적 거리나 시간적 제약이 사라지면서 이전시대에 소문이 예언의 자기성취가 일어나서 풍평피해를 입힌 것처럼, 집단분극화나 캐스케이드현상을 통해서도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시대에따라 달라지는 소문의 여러 단면을 보여줘서인지 책을 다 읽고나서 오히려 소문이 무엇이라고해야할지 더 헷갈리기도 합니다. 소문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말해주지는 않지만, 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는 ‘애매함에 대한 내성’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합니다. 사람들은 ‘애매함’이라는 상태를 피하고 싶어하지만, 피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빠른 결론을 추구하지말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상황이 검은색이나 흰색이 아닌 회색이라고 전제하고 그 농도를 판단하기 위해서 정보를 꾸준히 추구하라고 합니다. 애매한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안이한 판단으로 누군가 피해입지 않도록 애써야겠습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우연히 말려든 것일 뿐, 피해를 입은 게 곧 나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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