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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에밀리 오스틴 지음, 나연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 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책 소개>
✔ “혹시 제가 살짝 미쳐서 잘해주시는 건가요?”
- 어린 시절 키우던 토끼가 죽은 후,
죽음에 대한 극심한 공포와 근거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20대 후반의 무신론자 레즈비언 ‘길다’
우연히 성당에 들렀다가 얼떨결에 접수원으로 취직하게 되고,
신자인 척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을 떠난 전임 접수원에게 도착한 이메일.
차마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지 못한 길다는
그 사람인 척 답장을 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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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INFP의 운수 좋은 날”이라는 문구에 꽂혀 읽게 된 책.
MBTI 결과로 늘 INFP만 나오는 내가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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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네받은 건 뭐가 들어갔는지 모를 스무디다.
알바생이 내 주문을 잘못 알아들은 게 분명하지만, 그냥 받아 든다.
내가 발음을 이상하게 했나 보지.” (p.33)
- 주인공 ‘길다’는
극심한 불안과 죄책감, 공황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말 한마디 하지 못해 스무디를 잘못 받아들이고,
성당 면접에 엉겁결에 응하고,
죽은 사람의 이메일에 답장을 써버리는 사람.
설명도 제대로 못 하고,
마음속 말은 많은데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인물.
너무나 내 모습 같아서 웃기고, 또 짠했다.
(실제로 나도 얼마 전 미용실에서 갑자기 앞머리를 자르는데
한마디도 못 하고 그냥 “네…” 하고만 말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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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는
삶과 죽음, 죄책감과 불안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길다는 예민하지만 정말 착하다.
근데 그게 오히려 삶을 버티기 어렵게 만든다.
죽은 전임자에게 도착한 메일에
그 사람인 척 답장을 쓰기 시작한 것도
“남들에게 슬픔을 주고 싶지 않아서”인데,
처음엔 “아니, 왜 이렇게까지… 너무 과한 거 아니야?” 싶다가도
점점 이해하게 된다.
나 역시 가족이 잠깐 연락 안 되면
납치부터 사고까지 상상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그냥 뇌가 잠깐 멈췄으면’ 하는 순간들이 많으니까.
그렇게 읽다 보니 길다에게 점점 마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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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에게 “지금 당장 먹고 싶은 게 있나?”라고 묻고, “감자튀김”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목숨을 끊는 대신 감자튀김을 사러 가기로 했다. (p.251)
- 지금 당장 먹고 싶은 게 남았다면
조금만 더 살아보자는 이 단순한 결론이
진심으로 와 닿았다.
버티는 삶이 굳이 멋지지 않아도 된다고,
그 이유가 감자튀김이어도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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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생각보다 무겁지 않다.
조금은 어색하고, 엉뚱하고, 우스운 장면들이
이야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그래서 더 편하게,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어느 날은 안 좋은 상상 때문에 밤잠을 설쳐봤거나,
어떤 날은 조용히 혼자 가라앉아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길다의 이야기가 분명히 닿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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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들을 볼 때마다 생각하곤 해요. ‘하느님 제발, 저 사람이 웃게 해주세요.’ 사람들 입을 계속 봐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수 있나요?” (p.373)
-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면 길다가 점점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자기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타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길다가 조금만 더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됐다.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도 길다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봐줬을지 모르겠다.
그 생각이 들면서 괜히 또 코끝이 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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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 고립, 죄책감 등을 다루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이야기.
아직 감자튀김이 먹고 싶은,
그러니까 아직 살아볼 이유가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없는 위로가 잔잔히 전해지는 그런 소설이었다.
📚 생각이 많은 사람
불안장애, 우울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