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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마, 소슬지
원도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평점 :
📖 <죽지 마, 소슬지 _ 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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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 귀엽다.
알록달록한 일러스트 덕분에 가벼운 이야기일까 했는데,
읽어보니 표지처럼 유쾌하면서도 어딘가 웃픈 이야기였다.
동생만 줄줄이 딸린 하주가 그토록 열망하던 독립.
겨우 마련한 7평짜리 원룸에 초대하지도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그것도.. 귀신... 👻
그런데 더 황당한 건, 과민성 대장을 가진 하주가
출동 현장에서 의도치 않게 큰 볼일을 보게 되었고,
그 냄새가 귀신이 된 슬지를 깨웠다는 설정이다.
심지어 슬지가 유일하게 맡을 수 있는 냄새가 하주의 그것뿐이라니.
이 황당한 설정이 너무 코믹해서 몇 번이나 웃었다. 😂
💡
가벼운 문체 덕분에 이야기는 술술 읽힌다.
하지만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데,
변사자들의 사연과 슬지의 생전 삶이 드러날수록 마음 한편이 먹먹해진다.
어린 시절부터 내일을 기대할 수 없었던 슬지의 삶.
삶의 의지나 희망도 없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려
제철 식재료를 챙겨두며 다가올 계절을 기다리던 그 마음.
그 작은 기다림이 슬지에게는 삶을 붙드는 끈이었을지도 모른다.
너무 안쓰러웠다.
💡
귀신이 된 슬지를 돕고 싶어 하는 하주의 다정함도 좋았다.
생전에는 몰랐던 두 사람이 함께 지내며
서로의 결핍을 조금씩 채워가는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작가가 실제 과학수사 현장 감식을 했다는 사실도 인상적인데,
그래서인지 수사 장면들도 훨씬 생생하게 다가온다.
💡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에 쫓기고 산다.
돈에 일에 하루하루에.
그래서 내일을 기대할 여유조차 없을 때가 많다.
그러니 거창한 희망이 아닌 내일을 기다릴 작은 것 하나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게 제철 과일 한 조각이든, 좋아하는 음식이든, 아주 사소한 무엇이든.
유쾌하다 웃다가도 문득문득 마음에 온기가 전해지는 이야기였다.
📍
- 이제 갓 이십 대 중반에 도달한 청춘의 종착지가 자살이라니.
이게 평범하게 보일 만큼 많은 죽음이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곱씹을수록 끔찍한 일이었다.
죽긴 죽었지만, 완전히 죽지 못한 채
변기 레버를 내리고 다니는 슬지를 본 이후엔...
사는 것만큼이나 죽음이 버겁게 느껴졌다. P.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