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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항해
앤 그리핀 지음, 허진 옮김 / 복복서가 / 2025년 7월
평점 :
⛵️ 그 여름의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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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앤 그리핀의 전작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을 정말 인상 깊게 읽고,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추천하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이런 기억이 있기에 이번 신작도 큰 기대를 하며 읽었는데,
역시나 그 이상이었다.
시작은 조용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속에서 파도가 계속 일렁이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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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로지’는 과거 고향에서 여객선 ‘이브니스’를 운행하는 일을 했었고,
결혼해 고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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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후 얻은 로지의 첫째 딸 ‘시어셔’가 8년 전 실종됐고,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로지는 여전히 깊은 죄책감과 괴로움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가족들도, 주변 사람들도 이미 시어셔의 죽음을 받아들인 듯 보이지만,
오직 엄마 ‘로지’만은 아직도 어딘가에 살아있을 거라 믿고 있다.
그런 로지의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와서, 읽다 보면 저절로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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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을 잃은 슬픔 하나로도 벅찬 와중에 어머니까지 최근 떠나보낸 로지.
✔ 외로움이, 내 삶이 한 바퀴 빙 돈 끝에 이곳으로 돌아왔다는 절망감이 또다시 엄습했다. (p.56)
- 아내와 사별한 뒤 건강이 나빠진 아버지의 부름으로
로지는 마지못해 고향 섬으로 잠시 돌아온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왔다는 마음이 컸지만,
다시 여객선 ‘이브니스’를 몰기 시작하면서
로지는 조금씩 일상의 리듬을 되찾아간다.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
조금은 무뚝뚝하지만 나름의 온기로 다가오는 사람들,
그게 로지를 다시 숨 쉴 수 있게 해준다.
✔ 항구로 들어가자마자 당장 다시 배를 돌려 출항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절대 멈추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그렇게 계속 왕복하면서 육지에서의 삶을 회피한 채 이곳에서 키를 잡고 상상 속에 머물며 남은 평생을 보낼 수 있었다. (p.74)
- 완전한 회복은 아니어도, 그저 오늘 하루를 버틸 힘을 조금씩 찾아가는 모습.
회복이라는 건,
어느 날 갑자기 나아지는 게 아니라
무너지지 않고 매일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이 책은 깊이 있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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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독특한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소설의 구성 방식.
로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중간중간 짧게 삽입되는 시어셔의 실종 당일의 이야기.
짧지만 강렬하게 남는 그 장면들 덕분에
단순한 감성 서사에 그치지 않고
잔잔한 미스터리처럼 느껴지는 흐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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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을 기다리는 엄마의 절박함,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가족들의 체념,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들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슬픔과 상실을 대하는 방식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고,
그 차이가 관계를 갈라놓기도 한다는 걸
조용히, 날카롭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혼란과 상처를 지나며 받아들이고,
다시 사람들과 연결되고, 삶을 되찾아가는 로지의 모습은
지극히 조용하지만, 분명한 희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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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하고도 오랜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상실의 파도는 여전히 나에게 밀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파도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
상실과 그를 대하는 자세, 그 후의 갈등과
이를 뛰어넘는 회복의 여정을 독자에게 천천히 들려주는 소설이다.
📚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깊이 있게 그린 이야기 좋아하시는 분
📚 감정선을 따라가는 잔잔한 소설을 찾는 분
📚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아픔과 공존하는 삶을 그린 이야기에 끌리는 분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