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
김재철 지음 / 열아홉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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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 _ 김재철>


💡
<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작가 김재철이 여행을 함께하며 베토벤을 이야기하는 여행 에세이다.
베토벤을 중심으로 한 에세이일까 했는데,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베토벤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연주자 백건우’가 더 선명히 남는 책이었다.

베토벤의 좌절과 사랑, 음악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하는
장면들 속에서 오히려 백건우라는 예술가의 생각과 기준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
나는 평소 백건우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과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

백건우의 연주는 감정을 크게 부풀리기보다
악보의 구조와 흐름을 또렷하게 전달해 준다는 인상이 강하다.
연주자가 해석을 앞세우기보다 작품을 중심에 두는 느낌이라
부담 없이 반복해서 듣기 편하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백건우’라는 이름은 자연스럽게 ‘베토벤’으로 이어진다.
오랜 시간 축적된 해석과 예술가로서 탐구의 결과가
이런 이미지로 남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
책에서 언급되는 섬마을 콘서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대형 공연장뿐만 아니라 작은 지역의 무대에서도
꾸준히 연주해 왔다는 점은
그를 화려한 스타 피아니스트라기보다
음악에 집중하는 연주자로 인식하게 만든다.

내가 느껴온 소박하고 절제된 이미지 역시
이런 활동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분량은 길지 않지만, 여행 사진이 더해져 읽는 재미를 더하고
실제로 연주를 함께 들으며 읽으면 글 속의 해석이
소리로 이어지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올해로 데뷔 70주년을 맞이한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앞으로 어떤 음악과 해석으로 무대를 이어갈지 기대해 본다..



📍
“베토벤은 들리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소리가 그의 안에서 들리고 있었을 거예요.” P.47
📍
“음악이라는 게... 사람 많은 데서 큰 박수 받으라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가장 음악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와요. 고립된 곳, 조용한 곳, 그리고 누군가 기다리는 곳.” P.142
📍
“쇼펜하우어가 말한 ‘승자’란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자기 길을 잃지 않은 사람입니다.”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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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마, 소슬지
원도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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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지 마, 소슬지 _ 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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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 귀엽다.
알록달록한 일러스트 덕분에 가벼운 이야기일까 했는데,
읽어보니 표지처럼 유쾌하면서도 어딘가 웃픈 이야기였다.

동생만 줄줄이 딸린 하주가 그토록 열망하던 독립.
겨우 마련한 7평짜리 원룸에 초대하지도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그것도.. 귀신... 👻

그런데 더 황당한 건, 과민성 대장을 가진 하주가
출동 현장에서 의도치 않게 큰 볼일을 보게 되었고,
그 냄새가 귀신이 된 슬지를 깨웠다는 설정이다.

심지어 슬지가 유일하게 맡을 수 있는 냄새가 하주의 그것뿐이라니.
이 황당한 설정이 너무 코믹해서 몇 번이나 웃었다. 😂

💡

가벼운 문체 덕분에 이야기는 술술 읽힌다.
하지만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데,
변사자들의 사연과 슬지의 생전 삶이 드러날수록 마음 한편이 먹먹해진다.

어린 시절부터 내일을 기대할 수 없었던 슬지의 삶.
삶의 의지나 희망도 없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려
제철 식재료를 챙겨두며 다가올 계절을 기다리던 그 마음.

그 작은 기다림이 슬지에게는 삶을 붙드는 끈이었을지도 모른다.
너무 안쓰러웠다.

💡

귀신이 된 슬지를 돕고 싶어 하는 하주의 다정함도 좋았다.
생전에는 몰랐던 두 사람이 함께 지내며
서로의 결핍을 조금씩 채워가는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작가가 실제 과학수사 현장 감식을 했다는 사실도 인상적인데,
그래서인지 수사 장면들도 훨씬 생생하게 다가온다.

💡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에 쫓기고 산다.
돈에 일에 하루하루에.
그래서 내일을 기대할 여유조차 없을 때가 많다.

그러니 거창한 희망이 아닌 내일을 기다릴 작은 것 하나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게 제철 과일 한 조각이든, 좋아하는 음식이든, 아주 사소한 무엇이든.

유쾌하다 웃다가도 문득문득 마음에 온기가 전해지는 이야기였다.

📍
- 이제 갓 이십 대 중반에 도달한 청춘의 종착지가 자살이라니.
이게 평범하게 보일 만큼 많은 죽음이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곱씹을수록 끔찍한 일이었다.
죽긴 죽었지만, 완전히 죽지 못한 채
변기 레버를 내리고 다니는 슬지를 본 이후엔...
사는 것만큼이나 죽음이 버겁게 느껴졌다.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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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 오늘의 젊은 작가 54
박서영 지음 / 민음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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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나 _ 박서영>

💡

이 소설을 읽으며 내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결국 하나였다.
어딜 가든 인간의 욕심이 문제라는 것.

인간은 필요에 따라 자연을 해석한다.
희귀하고 신기한 존재로 인식할 때는 환대하지만
이익에 어긋나거나 통제에서 벗어나는 순간
위험하고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바꿔 부른다.

존재는 변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그런 면에서 책 속 소나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푸른 산을 만들겠다는 의지 아래 선택된 나무조차도
결국은 인간의 필요가 만든 풍경일 뿐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한다는 말 뒤에는,
어쩌면 통제 가능하고 이익이 되는 모습만 남기고 싶었던
인간의 욕망이 숨어 있었던 건 아닐까.

💡

그리고 그 경계에 선 존재가 별이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존재.
인간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어떤 ‘속죄’가 필요하다고 믿었던 아이.

죄인으로 낙인찍힌 존재와 선을 긋는 순간에야 나도 안전해질 수 있다고,
그래야만 인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의지와 상관없이 짐짝처럼, 괴물처럼 이 땅에 오게 된 다나와
그 사이에서 상처받는 별이.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해 무언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그 마음이
참 안타까웠다.

💡

낯설고도 신선한 주제, 그리고 그 주제를 끌고 나가는 힘.
무거운 질문을 던지면서도 놀라울 만큼 잘 읽힌다.

우리 주변의 존재들과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

추천! 👍🏻



📍
- 버려진다는 건 이런 것이었다. 사람의 규칙 바깥에 내던져지는 것.
사람의 규칙을 알고도 그와 무관한 삶을 살도록 강요받는 것.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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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나방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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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에나방 _ 마태>

📍
교통사고 이후 기억을 모두 잃은 소영.
사고 이전의 삶은 통째로 사라졌고 병실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가 소영의 시작이다.
기억이 없으니, 판단의 기준도 없다. 곁에 있는 엄마의 말과 표정, 설명을
그저 세계의 전부처럼 흡수하며 살아간다.
소영은 백지, 엄마는 유일한 진실과도 같다.

하지만 “언니네 엄마 이상해”라는 한마디가 균열을 만든다.


💡
사소해 보이는 어긋남과 반복되는 부정, 과도한 희생의 강조,
“네가 이상한 거야.”
“내가 이렇게 너에게 헌신했는데, 어떻게 엄마한테 그럴 수 있니?”
라는 식의 말들.

읽는 내내 나까지 혼란스러워질 만큼 가스라이팅과 폭력의 강도가 세다.
그리고 그 불안은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된다.

집이라는 공간도 인상적이다.
생활감이 지워진 내부, 사라진 과거의 흔적들과
쉽게 벗어날 수 없는 나의 신체 조건.

보호받고 있다고 느껴야 할 공간이 어느 순간 탈출 불가능한 밀실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기억을 잃은 채 유일한 보호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구조가
극도의 무력감을 만들어낸다.

💡
이 소설이 더 섬뜩하게 다가오는 또 다른 이유는
‘정상적인 가족’에 대한 집착을 정면으로 건드리기 때문이다.
헌신적이고 모범적인 엄마라는 이미지가 어떻게 폭력이 될 수 있는지,
모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욕망이 얼마나 비틀릴 수 있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심리적으로 조여 오는 류의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균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읽고 나면 ‘엄마’라는 단어가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질지도? 🧐

🖋
지금은 소영 스스로도 자신이 존재하는지 아닌지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여기에 있는데도, 없어도 될 것 같았다.
어디론가 가서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받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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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세계의 농담 - 삶의 모퉁이를 돌 때 내게 다가와주는 고전들
이다혜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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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세계의 농담 _ 이다혜>


💡
나는 고전을 읽을 때 되게 솔직한 편이다.
잘 읽히면 “어? 고전이 이렇게 쉽고 재밌다고?” 하면서 빠져들기도 하고
안 맞으면 그냥 과감히 덮어버린다.
(너무 과감해서 완독이 몇 권 안 됨ㅋㅋ)

고전을 소개하는 책들을 몇 권 읽기도 했는데,
<오래된 세계의 농담>은 고전에 대한 거창한 철학이나
어려운 이야기로 깊게 파고들기보다
짧고 가볍게 그리고 애정을 담아서 소개한다.
“이런 식으로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요?” 하고 권하는 느낌.

 💡
나는 평소에 음악을 들으며 책 읽는 것도 좋아하는데
함께 들으면 좋을 만한 곡이나 연주 영상을 추천해 주는 것도 좋았다.
음악뿐만 아니라 산책, 조용한 시간과 같은 행동, 낭독 영상까지.
고전을 공부의 대상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준다.

💡
책 뒤에 나오는
<고전이 아직 어려운 분들을 위한 몇 가지 비법>도 좋았다.
100페이지만 읽어보기, 기록해 보기, 책을 함부로 다뤄보기 등등.
내가 고전을 처음 깊이 읽기 시작할 때
써먹었던 방법들이라 더 공감이 됐다.

💡
이 책은 고전을 설명하기보다
고전을 즐길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건네주는 책이다.

읽다 보니 궁금한 책들이 생겼고
노트에 따로 적어두고 몇 권은 이미 주문도 해봤다.
베갯머리 서책, 끝과 시작, 블루엣 같은 책들.

부담감 없이 다음 독서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책:)
그리고 고전을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어떤 책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
- 옛날 책을 읽는다는 건 이런 난감함과 마주할 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계급이 있는 사회가 ‘당연한’ 시대의 사람이 ‘내려다보는’ 시선에 섞인 경멸을, 21세기를 살아가는 나 자신이 정면으로 받아내는 일. P.26

- 나만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무언가의 일부는 세월의 풍화작용 속에서 뾰족함을 잃고 사라졌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그때보다 더 내가 되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은 여전히 조금씩 변화를 겪는 중임을 안다. P.97

-어떤 예술가들은 그런 희망을 포착한다. 그들은 슬픔과 절망 사이에 빛나는 아주 작은 것들을 발견하고, 그 순간을 영원으로 만든다. 그것을 우리는 예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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