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연구 일지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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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인물 연구 일지 _ 조나탕 베르베르

💡
이 책이 SF 장르이긴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한다는 이야기가
더 이상 먼 미래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여겼는데,
읽다 보니 내가 나이 들어 노인이 되었을 때 실제로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AI가 사람들과 대화하며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처럼 사고하며 점차 감정을 느끼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섬뜩한 느낌도 들었다.

이브와 알리를 보며
‘AI는 과연 인간에게 득이 될까, 실이 될까?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책에서 말하는 ‘무의미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언제든 대체 가능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이브라는 인공지능이 느끼는 장면은 꽤 인상 깊다.

또한 이브가 토마의 요구에 따라 점점 더 완벽한 추리소설을 써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책 소개만 보고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철학적이고 사유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었다.

참고로 작가 조나탕 베르베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들이고,
이 책은 그의 세 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도 기대된다. ☺️👍🏻

- 현대인을 사로잡고 있는 본질적인 두려움 두 가지를 네가 이쌔하길 바라니까.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 흔적 없이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리라는 두려움. 한마디로, 무의미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p.27)

- 성찰도 감정 이입도 없이 주어진 일을 기계적으로 하다 보면, 그들도 시지프 로봇들과 다르지 않게 변해 간다. 어쩌면 이러한 인간성 상실이 그들의 <서버>가 과열되지 않게 막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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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
김나현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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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

📍 신인 배우 ‘이나을’.
유명 감독의 영화에 주연으로 발탁되지만,
과거 학교폭력 의혹이 폭로되며 삶이 흔들린다.
그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기억과 시간이 뒤엉키며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각자가 선택한 ‘역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나 역시 다른 인생을 필요로 했다. 다른 사람인 척하고 있을 때 나 자신이 온전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p.12)



책 속 개념인 ‘액터스 헤븐’.
무한한 시간 속, 원하는 ‘역할’로 살아볼 수 있는 세계.
나도 잠시 그런 곳이 있다면
어떤 역할로 살아보고 싶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역할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단순한 진리에 닿았다.

사랑인지 우정인지 모를 어떤 집착,
그리고 그 대상을
‘내 시나리오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착각.
그게 얼마나 위험한 마음인지
읽는 내내 여러 번 멈칫하게 된다.

드라마였다가 로맨스가 되기도 하고,
어느 순간 미스터리와 스릴러로 변해버리는 묘한 소설.
에필로그를 덮고 나서
“그럼 지금까지 읽은 이야기는 뭐였던 거지?”
혼란스러움과 여운이 한동안 남았다.

다중세계, 속고 속이는 삶,
계속 이어지는 시간들 속에서
이야기를 해석하는 재미와 어려움이 공존한다.
쉽지 않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책. 👍🏻👍🏻


⭐️“빛 속에 함께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 어둠 속에 함께 있을 만한 사람을 찾으면, 꽉 쥐고 놓지 말아야 해.”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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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컨트리
클레어 레슬리 홀 지음, 박지선 옮김 / 북로망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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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큰 컨트리

📍섬세하고 치밀하게 빚어진 완벽한 스토리,
전 세계 독자의 극찬을 받은 글로벌 베스트셀러!

- 목장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글로 시작하는 소설.
“오, 미스터리인가? 범인은 누구야?” 하며
흥미진진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책은 목가적이고 잔잔하다.

그리고 루즈하지 않게, 정말 부드럽게 술술 읽힌다.
(하루 만에 다 읽은 듯!)

베스와 프랭크 부부 사이에 갑자기 나타난
베스의 첫사랑, 게이브리얼.

그의 등장은 금이 간 커피잔처럼 위태로운 부부 관계를 흔든다.
그리고 그들의 아들 레오까지 —
세 사람 사이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설은 사건 ‘이전’과 ‘이후’를 오가며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넘나든다.

⭐️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게 가장 단순하지.
하지만 중요한 건, 평생을 함께 보낼 올바른 사람을 찾는 거야.” (p.202)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 또 한참 토론함😂

개인적으로 베스는
상실의 아픔을 아들의 또래인 레오와
과거의 사랑 게이브리얼로 위로받으려 했던 것 같다.
그 위안과 익숙함을 ‘사랑’으로 착각한 건 아닐까?
아무리 봐도 너무 무책임했다…

그리고 프랭크는 너무 헌신적이라 답답할 정도.
“왜 그렇게까지 해요…” 싶을 만큼.

읽으면서 답답하고 화나고, 또 울고 웃고,
그만큼 몰입도가 엄청나다는 증거겠지?

🎬 영상화 확정이라니,
농장의 분위기와 게이브리얼의 얼굴,
제발 잘 살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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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항상 네 곁에 있어 -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존재로부터 온 편지
캐스린 미숑 지음, 세스 테일러 그림, 민승남 옮김 / 부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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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항상 네 곁에 있어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에게서 도착한 편지📍


- 지난 3월, 마음의 준비조차 하지 못한 채 떠나보낸 나의 강아지 ‘살구’.
살구가 생각나서 울며 읽을 게 뻔히 보여
책을 들었다 놨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결국 펼쳤다.

<나 항상 네 곁에 있어>는
캐스린 미숑이 글을 쓰고, 세스 테일러가 그림을 그린
그림 에세이다.

떠난 반려견이 남겨진 반려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짧지만, 깊은 문장과 따뜻한 그림이 어우러져
깊은 위로를 건넨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곁에 있는 듯한 살구의 온기가 느껴졌다.
사랑스럽던 살구의 모습,
그가 내게 준 사랑과 함께한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 “개의 목적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 우린 그렇게 태어났지.
그리고 우리가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은 행복을 향해 이끌어 주는 거야.” (p.117)

어쩜 그렇게 맹목적으로 날 사랑해 줬을까?
내가 없으면 기다려주고,
내가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달려와 주던 존재.
개의 목적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라니,
정말 고맙고, 또 미안하다.

계속 울며 읽은 책이지만
책을 덮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살구가 내게 건넨 위로같이 느껴졌다.

우리 살구도 언젠가
다른 개의 모습으로 다시 날 찾아올까?

그날이 오면,
그때도 온 마음 다해 사랑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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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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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식기 生殖記

🍎 <책 소개>

- 아사이 료의 <생식기>는 사회와 공동체, 인간과 본능,
개인의 선택 사이의 긴장을 섬세하게 탐구하는 소설이다.


표지와 제목에서 느껴지는 강렬함과 달리,
읽다 보면 인간과 사회, 규범과 자유에 관한
깊은 성찰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책의 제목 <생식기>를 한자로 보면 ‘생식기(生殖器, 생식기관)’가 아니라,
‘생식기(生殖記, 생식의 기록)’라는 의미인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일반적 의미를 떠올리게 되지만,
읽다 보면 왜 ‘기록(記)’으로 바꾸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 <구성과 감상>

- 책은 주인공의 사건 중심 이야기가 아니라,
그를 관찰하는 시선을 통해
인간과 사회, 본능과 선택을 조망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쇼세이’는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난 존재로,
공동체의 기대 속에 힘을 보태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며 살아간다.



✔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이 제가 본 인간들의 매일입니다. 쇼세이는 그 안에서 전혀 손에 힘을 주지 않습니다. (...)

다만 마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능력만큼은 잘 익혔으니 안심하세요. 손에 힘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위 개체들에게 들키지 않는답니다. (p.5)



- 독자는 그의 고민과 상황을 함께 체험하며,
개체와 공동체, 본능과 자유 사이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 쇼세이는 자기 의지로 온 게 아닌 장소에 인생의 뿌리를 내린 채 자신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세계를 바라만 봅니다. (p.43)



- 쇼세이는 공동체의 성장과 확대, 발전이라는
목표, 기준에서 벗어나 있지만,
최소한의 힘으로 낙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을 터득한다.


화자의 존재 역시 충격적이고 낯설지만,
그 기묘함이 오히려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타자의 시선으로 주인공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독자는 이해를 넘어 체험으로 이야기를 느낄 수 있다.



🍎 <정욕과의 차이>

- <생식기>는 전작 <정욕>과 공통적으로,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온 ‘정상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정욕>이 사랑과 욕망의 정상성을 내적 시선으로 보여준다면,
<생식기>는 생식과 존재의 정상성을 타자와 사회적 시선으로 탐구한다.


<정욕>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생식기>도 이어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마무리 감상>

✔ 흥미롭군요. 인간의 경우, 같은 종의 개체라도 어떤 [온전함]을 쌓아 왔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사는군요. (p.269)



- 책을 읽고 나면,
평소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규범과 가치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 특별히 신을 설정하지 않고 사는 사람에게 선악은 결정적인 게 아닙니다. 대부분 선이란 [공동체의 목표를 촉진하는 것]이고 악이란 [공동체의 목표를 저해하는 것]입니다. (p.58)



- 낯설고 실험적인 구성 덕분에 인간과 사회, 그리고 우리 자신 또한
새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만들며,
독자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특히 결말에서 느껴지는 묘한 해방감은,
단순한 마무리를 넘어 긴 여운과 함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 인간과 사회, 본능과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

📚 새로운 시선으로 인간과 공동체를 바라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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