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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평점 :
🌈 생식기 生殖記
🍎 <책 소개>
- 아사이 료의 <생식기>는 사회와 공동체, 인간과 본능,
개인의 선택 사이의 긴장을 섬세하게 탐구하는 소설이다.
표지와 제목에서 느껴지는 강렬함과 달리,
읽다 보면 인간과 사회, 규범과 자유에 관한
깊은 성찰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책의 제목 <생식기>를 한자로 보면 ‘생식기(生殖器, 생식기관)’가 아니라,
‘생식기(生殖記, 생식의 기록)’라는 의미인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일반적 의미를 떠올리게 되지만,
읽다 보면 왜 ‘기록(記)’으로 바꾸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 <구성과 감상>
- 책은 주인공의 사건 중심 이야기가 아니라,
그를 관찰하는 시선을 통해
인간과 사회, 본능과 선택을 조망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쇼세이’는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난 존재로,
공동체의 기대 속에 힘을 보태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며 살아간다.
✔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이 제가 본 인간들의 매일입니다. 쇼세이는 그 안에서 전혀 손에 힘을 주지 않습니다. (...)
다만 마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능력만큼은 잘 익혔으니 안심하세요. 손에 힘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위 개체들에게 들키지 않는답니다. (p.5)
- 독자는 그의 고민과 상황을 함께 체험하며,
개체와 공동체, 본능과 자유 사이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 쇼세이는 자기 의지로 온 게 아닌 장소에 인생의 뿌리를 내린 채 자신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세계를 바라만 봅니다. (p.43)
- 쇼세이는 공동체의 성장과 확대, 발전이라는
목표, 기준에서 벗어나 있지만,
최소한의 힘으로 낙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을 터득한다.
화자의 존재 역시 충격적이고 낯설지만,
그 기묘함이 오히려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타자의 시선으로 주인공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독자는 이해를 넘어 체험으로 이야기를 느낄 수 있다.
🍎 <정욕과의 차이>
- <생식기>는 전작 <정욕>과 공통적으로,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온 ‘정상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정욕>이 사랑과 욕망의 정상성을 내적 시선으로 보여준다면,
<생식기>는 생식과 존재의 정상성을 타자와 사회적 시선으로 탐구한다.
<정욕>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생식기>도 이어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마무리 감상>
✔ 흥미롭군요. 인간의 경우, 같은 종의 개체라도 어떤 [온전함]을 쌓아 왔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사는군요. (p.269)
- 책을 읽고 나면,
평소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규범과 가치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 특별히 신을 설정하지 않고 사는 사람에게 선악은 결정적인 게 아닙니다. 대부분 선이란 [공동체의 목표를 촉진하는 것]이고 악이란 [공동체의 목표를 저해하는 것]입니다. (p.58)
- 낯설고 실험적인 구성 덕분에 인간과 사회, 그리고 우리 자신 또한
새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만들며,
독자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특히 결말에서 느껴지는 묘한 해방감은,
단순한 마무리를 넘어 긴 여운과 함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 인간과 사회, 본능과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
📚 새로운 시선으로 인간과 공동체를 바라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