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문법
박민혁 지음 / 에피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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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의 문법 _ 박민혁 >


💡
- 예전에 인간극장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옆에서
함께 봤던 에피소드 하나가 유독 기억에 남아 있다.

8살 차이의 연상연하, 사제지간이었던 부부의 이야기.
흔치 않은 설정도 있지만
무엇보다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참 보기 좋아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기억의 문법>을 쓴 박민혁 작가가
바로 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다. 😊

💡
- 이 책은 잘 알려진 러브스토리만을 다루기보다
저자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가족에 대한 사랑,
그 기억들이 어떻게 삶의 선택과 용기로 이어졌는지를 담아낸 에세이다.

문학적으로 감성에 치우치기보다는
솔직하고 경험 위주의 기록에 가깝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했던 등산,
국내 산을 넘어 히말라야까지 함께했던 경험들과
가족과 함께 떠났던 여행, 따뜻했던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한계를 만들기보다 세상을 보여주려 했던’
부모님의 태도가 인상 깊게 남는다.

💡
- 그런 기억들이 쌓이고 쌓여
힘들게 선택한 길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용기,
그리고 쉽지 않은 사랑을 선택할 수 있었던 마음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나는 가장 중요하게 느껴진다.

말로 딱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런 경험과 기억들로 인해
지금의 삶과 사랑에 다다랐구나 싶었던 책.

삶을 단단하게 만든 기억과 사랑, 용기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


📍
가슴에 품고 사는 존재 하나쯤 다들 있지 않을까. 아무 말 없이 꼭 안아주고 싶은 존재가. P.57

📍
나는 나만의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로 갈 것이다. 다시 지구로 돌아오지 않을 반직선의 여정을 떠나, 내 눈으로 우주를 보고 그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고 싶다. 물론 현실성은 거의 없다. 그래도, 꿈은 가슴을 뛰게 만들면 충분하지 않은가? P.69

📍
삶의 흔적이 녹아 있는 기억을 떠올리는 일, 그것의 문법이 있다면 사랑이 아닐까요.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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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 바틀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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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_ 김영웅 >

📍읽고 싶었던 마음

-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은 독서 모임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다.
개인의 감상을 풀어놓는 일반적인 에세이라기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책을 읽으며 오간 생각과 질문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책에 가깝다.

좋아하지만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작가가 누구에게나 한 명쯤은 있을 것 같다.
나에겐 그게 도스토옙스키다.

톨스토이보다 그의 문학에 더 끌리면서도
끝까지 읽어낸 작품은 많지 않아 늘 마음 한쪽에 짐처럼 남아 있었다.

이 책은 나처럼 도스토옙스키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지만
어렵고 길다는 이유로 쉽게 손대지 못했던 독자에게
입문을 돕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준다.

📍 입문자를 위한 책

-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초기·중기·후기로 나누어
출간 순서에 따라 소개한다.

저자의 반복 독서 경험에 더해
독서 모임 구성원들의 감상과 질문이 함께 실려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참여자들의 통찰이다.
아마추어라 소개되지만,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깊고 날카로우며
동시에 재치도 있어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부담이 없다.
지금 읽고 있거나 관심 있는 작품부터 골라 읽어도 충분하다.
저자는 작품을 어떤 방향으로 읽으면 좋을지,
어디에 주목하면 좋을지도 짚어주어
처음 도스토옙스키를 만나는 독자에게도 여유를 준다.

이미 읽은 작품은 다른 시선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고,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은 나에게 맞을 이야기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완독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태도,
읽는 과정 자체를 남기고 즐겨도 된다는 용기를 주는 책이다.
👍🏻👍🏻👍🏻

💡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이 어렵고 길다는 이유로 읽기를 망설인 독자,
혹은 읽다 멈춘 경험에 선뜻 손이 다시 가지 않았던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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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마취 상태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9
이디스 워튼 지음, 손정희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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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의 제목인 ‘반마취 상태’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했다.

반마취 상태란 완전히 무감각하지는 않지만 아픔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의학적 방법이다.
이 개념을 1차 세계대전 이후라는 시대적 배경에 놓고 보면
‘전쟁의 상처와 혼란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채로
소비와 쾌락을 통해 감각을 마비시켜
고통을 잊고자 했던 상태’를 가리키는 은유처럼 보인다.

💡
- 책을 읽으며 거트루드 스타인이 말한 ‘길 잃은 세대’가 떠올랐는데,
옮긴이의 말에서도 이 부분이 언급된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전쟁 이후의 세대가 느꼈던 정신적 공백과 공허를
각자 다른 방식의 ‘반마취 상태’로 회피하며 견디고 있는 듯 보인다.

먼저 폴린은 하루 일정을 정확히 계획하며
가정과 체면, 질서를 유지하는 것으로 고통을 없던 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덱스터는 삶을 사건처럼 대하며 감정적 교류 없이 관계에서 거리를 둔다.

리타는 쾌락과 소비로 권태와 공허를 견디는 재즈 시대 젊은 여성의
상징처럼 보인다.
‘지루하다’라는 말로 모든 것을 밀어내며 가장 적극적으로 현실에서 달아나려 한다.

반면 노나는 유일하게 고통을 느끼는 인물처럼 보이고,
그래서 가장 정상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노나의 미래도 그럴까?

💡
- 소설의 결말은 유의미한 극복보다는 아주 정교하게 함께 회피하는 방식에 가깝다.

그렇게 본다면 난 노나의 미래 역시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노나도 결국 사회에 편입되고 결혼하고 어른이 되며
폴린의 길을 따라가게 되지 않을까? 🧐

100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소비와 즉각적인 즐거움으로
불안을 낮추며 버티는 지금의 한국 사회와도 겹쳐 보인다.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

✔ “물론 출산에 ‘고통’이 있어서는 안 되지.... 그저 ‘아름다움’만이 있어야 해....” (p.23)

✔ 중년인 사람들은 낙관적으로 결심을 하고 하나같이 슬픔과 악을 무시하려는 것 같았다. 그들은 슬픔과 악이 마치 계몽된 미국인들에게는 가당치 않은 유럽의 폐기된 미신들이 노쇠한 악귀처럼 다시 살아난 것인 양 ‘생각에서 몰아내 버리려’ 했다.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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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을 팝니다
고요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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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을 팝니다 > _ 고요한 장편소설


💡 <감상>

-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적인 관계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이를 과감한 설정과 코미디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남편을 판다’는 발상은 자극적으로 보이지만,
읽다 보면, 관계가 어느 순간에 책임과 감정보다 역할과 교환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하는가 그 지점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처럼 느껴진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사랑을 대체하거나 체념하고, 복원하고, 헌신하는데,
이런 선택들이 모이면서 사랑과 결혼이 얼마나 쉽게
‘거래 가능한 관계’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블랙 유머와 풍자가 중심에 있지만 가볍게 웃고 지나가기보다는
사랑하는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고
어디까지 감당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문체는 가볍고 속도감이 있어 한 호흡에 쭉 읽기 좋은 소설이지만
읽고 난 뒤에는 생각의 여지를 많이 남기고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불편하게 남는다.

색다른 설정의 블랙코미디를 통해
사랑이라는 관계를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


✔ “시소처럼 살았어요.
늘 상대가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난 두 발을 모랫바닥에 딛고 있었어요.
시소를 타면서 깨달은 거예요.
시소를 탈 때면 늘 남편을 띄워주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p.140)

✔ “이미 젖은 배는 물에 띄울 수 없어요. 물에 젖은 건 가라앉는 게
자연의 순리예요.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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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유령들
M. L. 리오 지음, 신혜연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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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연극이나 셰익스피어 비극을 아주 잘 아는 독자는 아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등장하는 작품들이나 배경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500페이지짜리 소설 중
한 70페이지쯤 읽었을까.
그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바닥에 깔려 있던 긴장감이 점점 선명해지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뒤가 너무 궁금해 책을 놓을 수가 없었고
결국 새벽 4시까지 잠도 못 자고 읽었다. 😵‍💫
그 정도로 몰입감이 강한 소설이었다.

연극이라는 소재,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그리고 연극 속 배역과 현실의 인물들이
겹치고 겹치면서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굉장히 독특하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묘하게 숨이 막히는 긴장감이 계속 유지된다.
인물들의 감정만으로도 충분히 불안해질 만큼.

오셀로, 맥베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같은 작품들을
내가 더 잘 알았다면
이 소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그건 소설의 부족함이라기보다,
나의 무지에서 오는 아쉬움이다.🥹
(항상 느끼지만 책을 읽을수록 더 많이 읽고 싶다는 생각만 늘어나ㅜ)
But 그 작품들을 잘 몰라도
이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고, 충분히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면서도
어쩐지 무섭게 느껴졌던 이유가 있다.
‘메소드 연기’처럼
자기 자신과 배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점 때문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불안한 지점을 아주 잘 건드린다.
연기였던 감정이 진짜가 되고,
역할이 사람이 되는 순간들.

결국 <셰익스피어의 유령들>은
그것이 선택이었는지 운명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순간에
인간이 얼마나 쉽게 선과 악의 경계를 넘을 수 있는지를 묻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연극, 셰익스피어 비극, 다크아카데미아 장르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강추하는 소설👏🏻👏🏻👍🏻👍🏻

<바벨>에 이어서 <셰익스피어의 유령들>까지
너무 재밌게 읽어서 같은 장르의 다른 소설들도
좀 두리번거려 봐야겠다🤭

✔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한 결말을 꿈꾼다.
하지만 우리가 겪는 비극이나 <리어왕> 같은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유는 바로 그 꿈이 비극으로 끝나기 때문 아니던가. (p.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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