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정해연 지음 / &(앤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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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이브 >

▪️<신박한 표지>


- 일단 이 책은 독특한 책 디자인을 꼭 집고 넘어가야 한다.

이 책의 목차는 간단하다.

<김혜정>, <노균탁>, <작가의 말>


김혜정은 피해자 유족의 이야기를 대표하고, 노균탁은 사건의 가해자, 가해자 가족을 대표한다.

책에는 뒤표지라는 것이 없다. 어느 쪽을 보아도 뒤집혀 있을 뿐 앞표지이다.

책을 읽다 보면 독자는 피해자가 되기도,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경험을 하며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런 딜레마를 나타내주는 뛰어난 표지이다.


▪️ <피해자 김혜정>

✔ “실수는 남의 발을 밟은 게 실수야, 물을 엎지른 게 실수라고! 누굴 죽이는 게 아니라!” _ p.53


- 민원인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엄마 김혜정. 답답할 수도 있는 노인 민원을 처리할 때도 항상 친절하다. 그런 혜정의 딸 연희가 어느 날 등굣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그것도 70대 노인의 운전미숙으로.

나도 자식을 키우는 처지에서 혜정에게 몰입해서 읽다 보면, 저 속이 얼마나 괴로울까? 나까지 속이 뒤집히면서 눈물 난다. 말 그대로 정말 환장하는 거다.


✔ ‘지금 그녀에게 노인은 미숙해서 어떤 사고를 낼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_ p.72


- 장례를 마치고 출근했을 땐 노인을 대하던 혜정의 태도는 달라졌다.

내 딸을 죽게 한 노인, 잠재적 범죄자.

그리고 너무 괴로운 나머지 남편 영준을 탓하기도 하고, 둘째 아이에게 화풀이도 한다.

어린 딸을 하루아침에 잃은 어미의 마음이 오죽할까.


▪️ <가해자 노균탁>


✔ ‘균탁이 운전하는 게 편한 것은 지영 같았다.’ _ p.19

- 노인 ‘균탁’은 효도하겠다는 딸 ‘지영’의 권유로 딸 가족과 합가한다.

합가 후, 자연스레 손자 등교, 육아를 책임지게 된다. 운전대를 놓은 지 오래되어 불안한 균탁은, 버스로 다솔을 등교시키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정류장은 찾는 일도 버스 운전기사와 승객들의 냉대도 뭘 하든 눈치만 보인다.


딸의 계속되는 권유로 결국 운전대를 잡게 되고, 그렇게 처음 차로 손자를 등교시킨 날.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 킥보드에 놀라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고 만다.

✔ ‘균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사람을 죽였는데, 자신은 편안한 집으로 돌아가라는 게 이상하게 들렸다.’ _ p.42


- 우리가 생각하는 뻔뻔한 가해자는 이 책에 없다.

균탁은 자신이 원인 제공자가 되어 어린 학생이 죽은 것에 싶은 괴로움을 느낀다. 노인이 차 없이 다니기 괴로울 정도의 시선들, 손자 육아를 도맡아 하는 고충, 끊임없이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가해자.


읽다 보면 균탁에 내 아버지를 대입해서 읽게 된다. 여기에서 독자의 딜레마는 발생한다.


▪️<내 생각>


- 요즘 뉴스를 보면 노인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기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70세가 넘으면 운전면허를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에 사는 노인이라면 어렵지 않게 지하철,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것도 노인이 눈치 볼 상황이 여럿 생길 테지만) 하지만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지하철이 없는 곳도 많고, 버스를 한 번 타려면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경우, 농촌으로 가면 정류장도 흔치 않고, 있다 하더라도 하루에 3~4번 운행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몸이 아픈 농촌의 노인들은 차가 없으면 병원에 다니기도 힘들다.


노인에게 무작정 면허를 회수해야 한다 얘기하기 전에, 노인이 운전할 필요가 없는 사회와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노인 면허 회수만이 답이 아니다.

어느 이유로도 가해자를 정당화할 순 없다. 하지만 선량한 시민이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시스템을 우리나라가 갖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볼만하다.


▪️


- 읽는 동안 정말 너무 괴로웠다. 머리를 막 쥐어뜯으면서 볼 정도로 😭

하지만 어려울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아주 술술 읽히는 문체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한 번쯤 다들 읽어보고 깊이 생각해 봤으면 하는 마음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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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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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수를 믿다 >


▪️<책 소개>


✔ ‘곰이 떠난 지 몇 시간이 지났고 나는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짧게 자란 풀들로 뒤덮인 평원은 붉고, 내 손도 빨갛고, 부풀고 찢긴 얼굴은 더는 전과 같지 않다.’ _ p.13 (첫 문장)



- 저자인 나스타샤 마르탱은 인류학자이다. 2009년 알래스카에서 그위친인들과 생활하며 그 시간을 바탕으로 <야생의 영혼들>을 출간했다.

그 후, 2015년 시베리아 북동부에 거주하는 에벤인을 대상으로 연구하던 중 캄차카 화산 지대에서 곰의 습격을 받는다.

작가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곰의 습격과 그 이후의 삶을 담은 에세이가 바로 <야수를 믿다>이다.


▪️


✔ ‘내 얼굴에 맞닿은 곰의 키스를, 정면으로 닫히던 곰의 이빨을, 부서진 내 턱을, 부서진 내 머리를, 그의 입안의 어둠을, 축축한 열기로 훅 끼쳐온 숨결을, 엄습하던 이빨이 느슨해지던 순간을, 나를 끝장내지 않은 그 이빨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불현 듯 생각을 바꿔 끝내 나를 잡아먹지 않은 나의 곰을 생각한다.’ _ p.27



- 저자는 턱과 광대뼈가 부서지고, 피부가 찢기고, 다리까지 물리는 부상을 입게 된다.

함께 생활하던 에벤인에게 극적으로 발견되어 러시아 클리우치의 군사기지 병원으로 이송되어 턱을 삽입하는 대수술을 받게 된다.



✔ ‘나는 고통의 어느 단계를 넘어섰고, 더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만 여전히 의식이 있고, 의식이 있는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내 육체에서 분리되고도 동시에 여전히 그 안에 존재할 정도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의식이 선명하다.’ _ p.17



- 부상을 입고, 상처를 꿰매고, 수술하고, 회복하는 그 과정은 읽는 것만으로도 괴로울 정도였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을 견뎌낸 저자가 존경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저자의 괴로움은 이게 끝이 아닌데, 프랑스로 돌아간 이후 러시아의 의학을 믿지 못하는 프랑스의 의료진은 재수술을 진행한다. 그리고 그 재수술로 인해 또다시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이게 끝일까, 아니다.


구경거리 보듯 쳐다보는 사람들, 이전과는 달라진 친구들의 시선.



이것들에 벗어나 인류학자로 살기 위해 다시 캄차카반도로 떠나게 된다.


▪️


✔ ‘나는 너무나도 다른 짐승의 세계를, 병원에선 너무나도 인간적인 세계를 봤다. 나는 내 자리를 잃었고, 그 중간을 찾는다. 나를 재구성하기 위한 공간. 이 피정은 내 영혼이 다시 회복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_ p.125



- 다시 향한 그곳에서 그녀는 에벤인들로부터 ‘미에드카’, 즉 ‘반은 인간, 반은 곰’인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로 여겨지는데, 이후로 인간과 자연에 대한 경계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하기에 이른다.



마르탱의 사유를 엿보면서 독자 또한 인간/자연, 문명/비문명의 관계와 경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볼 수 있다.


▪️


✔ ‘사건은 곰 한 마리와 한 여자가 만나고 세상의 경계가 파열한 것이다.’ _ p.160



- 단순히 ‘곰에게 습격당한 인류학자’라는 타이틀에 흥미를 느꼈었는데, 생존기만 쓴 책은 아니었다.



글이 몽환적으로 꿈꾸는 듯한 느낌이 들고,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상징적이고 시적인 요소들이 많이 섞여 있어 술술 읽을 수 있는 글이라기보다 문학적 깊이와 매력이 충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게 읽기보다 충분히 사유하며, 음미해 가며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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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사람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고수경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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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사람 >

#고수경 지음
#열린책들

 
▪️
 

✔ ‘지금 그녀는 그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던 순간.’ _ p.244 (옆사람 中)

✔ ‘발치에 깔린 화단에는 학생들이 심은 묘목의 새순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화단은 딱 한 걸음의 폭이었다. 창 너머 목소리가 들릴 만큼의 거리.’ _ p.42 (새싹 보호법 中)

 

- 고수경 작가는 처음 접해보는 작가이다.

어떤 책인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폈는데, 8편의 단편이 모두 울림과 여운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연인, 부부, 친구, 이웃 등 책 등장인물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했을 때 가장 가깝다고 느낄만한 관계이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이들 간의 가깝지만 멀게, 타인으로 느껴지는 순간, 그 찰나를 불편함보단 공감과 이해를 통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인상적이었던 단편>

 
-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소설은 표제작인 <옆사람>이다.

 
✔ ‘그녀가 아는 남편은 그녀와 함께 사는 삼 년 동안 그녀가 자는 척하는 걸 한 번도 알아채지 못했다.’ _ p.233 ( 옆사람 中)


- 주말 부부 소설 속 주인공은 남편이 지갑을 분실하면서 시작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내는 남편의 태도에 대한 묘한 거리감과 이질감을 느낀다.

 

부부 사이라고 언제나 가장 가깝게 느껴질 수는 없다는 걸 나도 안다.

나도 남편과 대화하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지점,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은 간혹 생기고 만다.

 

하지만 이건 나로서뿐만 아니라, 남편도 같은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소설 전체가 나를 들여다보게 해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이해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책이었다.

 

▪️
 

✔ ‘방이 하나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같이 자는 침실과 같이 쓰는 옷방 겸 서재 외에, 용도도 없고 이름도 없는, 그저 한 시간만 혼자 있을 수 있는 방이.’ _ p.77 (다른 방 中)

✔ ‘어쩌면 지금이 우리에게도 좋은 시기일지도 몰라. (...) 이제 하루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 정도면 밭을 불태우는 곳을 보러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끝도 없이 이어져 산 중턱을 밝혀 놓은 그 불길을. _ p.145 (분실 中)



- 어떤 ‘사건’을 계기로 타인에 대한 시선, 나와 주변인의 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는 것은 모든 8개 단편의 공통된 점이다.

아이가 사라지고, 가방을 분실하고, 지갑을 잃어버리고, 집에 새를 데려오게 되고, 열쇠를 찾고, 현관이 잠기고.

 
이런 사건의 끝이 해방감과 신선함, 따뜻함을 준다는 점이 아주 좋았다.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거나, 고요한 마음의 울림을 느껴보고 싶은 분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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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샐리 페이지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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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

#샐리페이지 지음
#다산책방

▪️


✔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재니스도 그런 사람인데, 그녀는 이야기 수집가가 되었다.’ _ p.9 (첫 문장)

- 소설의 주인공 재니스는 청소 도우미이자 이야기 수집가이다.

일을 하면서 듣는 이야기, 출퇴근 버스 안에서 듣는 이야기. 행인에게서 들리는 이야기.


▪️


✔ ‘“재니스는 청소를 아주 잘했어.”가 그녀의 인생을 요약하는 문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_ p.13

✔ ‘재니스에게 이야기가 어디에서 들릴지 아는 직감 같은 것은 없다. 어디에서든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이야기 수집가의 즐거움이다.’ _ p.36

- 아무도 그녀에게 무언가를 묻지 않고, 그녀의 인생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다.

재니스는 자신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받아주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야기는 가치가 없다고 믿고 있지만, 마음 한편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하고 산다.



그래서 책은 초반엔 재니스의 주변의 이야기들을 쭉 들려주며,

시선이 재니스보다는 재니스의 주변인에게 향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인생을 바꿀 의뢰가 들어온다.


▪️


✔ “그래, 자네의 이야기는 뭐야? (...) 세상에 이야기가 없는 사람은 없어.” _ p.75



- 90대의 B 부인,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던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런 B 부인의 조력으로, 밖으로 향하던 재니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기 시작한다.



✔ “가끔은 지붕에 서서 이 모든 게 엿 같고, 더 이상 못 해 먹겠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외치고 싶어요.” _ p.178



- 항상 그녀를 별 볼 일 없는 청소 도우미라며 무시하는 남편(남편 생각하면 진짜 열받..☠️)과 드디어 헤어지고, 수십 년간 그녀를 짓누르던 동생과 엄마에 대한 죄책감과도 마주할 용기를 얻는다.



이렇게 변해가는 재니스의 모습을 나도 함께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



- 책엔 재니스의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이 중 내가 특별히 마음이 가는 이야기는 피오나, 애덤의 이야기였다.

각각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피오나, 애덤 모자, 그래그래그래부인과 티베리우스 부부의 개 데키우스.



상실로부터 회복의 과정을 겪고 있는 피오나와 애덤의 이야기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데키우스에게 애정을 쏟는 아들에게 새로운 개를 데려다주겠다는 피오나. 그런 피오나를 보면서 나도 그런 적이 있지 않을까,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주지 않고 해결만 해주려 하지 않았나 반성의 시간도 가졌다.


▪️


✔ “어쩌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갖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순간을 찾는 것일지 모른다.” _ p.128



- 자신의 인생이 평범하다, 이야깃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재니스가 나 같기도 해서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B부인, 유언과의 교류를 통해 완벽한 순간을 찾아가고 행복을 느끼는 재니스를 보면서 내 인생의 완벽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회상해 보기도 했다.



후루룩 읽어버리기보다는 곱씹으면서 천천히 읽기 좋은 책이었다.



내 인생이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 소소한 힐링 소설 찾으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 “때때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약간의 희망뿐이야.” _ P.348

✔ “가끔은 자네가 내면에 있는 ‘베키’를 좀 더 찾아내서 행복을 추구했으면 좋겠어.” _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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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의 아름다움 - 미술로 보는 한국의 평온미
최광진 지음 / 현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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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존의 아름다움 >

#최광진 지음
#현암사

▪️ <책 소개>


-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한국 4대 미의식 ‘신명’, ‘해학’, ‘소박’, ‘평온’ 중 <현존의 아름다움>은 ‘평온’을 다루고 있다.

미술사의 접근과는 다르게 고대 불교 조각 – 고려 불화 – 조선 문인화 – 현대미술 순으로 현대까지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

✔ 정체성이란 자기 본성을 실현하려는 보이지 않는 ‘의지’이며, 자기 정신을 구조 짓는 ‘얼’과 같은 것이다. 이 얼이 빠지면 남의 정신으로 살게 되고, 아류가 될 수밖에 없다. (...)

자기 정체성을 위해서는 같은 종자라고 할 수 있는 민족의 정체성을 이해해야 한다. _ p.6


- 현대화의 과정에서 많은 서양 문화가 들어와 있는 요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국의 정체성과 정신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는 아쉬움도 느끼게 된다.


<현존의 아름다움>은 ‘평온’이라는 주제를 통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미술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 미술 속에 조상들의 어떠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지를 사진과 함께 만나 볼 수 있는 책이다.


▪️


✔ 비참한 운명에 시달린 조선이지만 그 예술의 아름다움에서는 군왕의 위치에 있다. (...)

조용히 안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신비로운 마음이 있다.

_ p.31 (일본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 曰)



- 책은 같은 동양 문화권(중국, 일본) 간의 차이점도 함께 설명해 주는 것이 흥미롭다.


또한 과거 불교, 유교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 우리 미술과 기독교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 서양의 고전 미술에 대한 차이 또한 사진과 함께 보여주며,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다름을 명확하게 알고 넘어갈 수 있게 돕는다.



▪️ <반가사유상>


✔ ‘서양의 그리스 조각은 신들의 형상을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하면서 황금비를 통한 인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면, 불교 조각은 불교가 추구한 평온의 경지를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 되었다.’ _ p.38


✔ ‘인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근한 미소는 중국이나 일본 미술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 조각의 특징이며, 여기에는 한국인 특유의 평온한 미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_ p.82



-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것 내용 중 하나는 ‘반가사유상’이다.

난 무교이지만 온화한 표정의 반가사유상을 평소에도 좋아하는 편인데, 보고 있으면 항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멍하니 보게 된다.

정적인 자세와 미소 띤 표정은 언제봐도 마음을 차분히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문인화>


✔ ‘서양인들은 인위적으로 물을 위로 솟구쳐 오르게 하는 분수를 좋아하지만, 한국인들은 자연에 나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감상하는 것을 즐겼다.’ _ p.167



- ‘관수도’, ‘관월도’, ‘탁족도’, ‘조어도’, ‘여가도’, ‘오수도’ 등 자연을 사랑했던 조상의 모습을 만나볼 수도 있다.



그림을 보며 나도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


-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도 많이 늘어나고, 유물 관련된 굿즈들의 인기도 엄청난 걸로 알고 있다. 참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의 미술에 관한 관심이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에서도 더욱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미술에 관심이 있고, 미술을 통해 휴식을 취해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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