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시대의 종말
비비언 고닉 지음, 홍한별 옮김 / 엘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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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사랑이 여성을 구원하는 시대는 끝났다. 고닉은 다양한 작품의 세계를 파고들어 그의 시선으로 연애 시대의 종말을 선언한다.

사랑이 밥 먹여주냐는 말을 이리도 품격있게 풀어낼 수 있다니 놀랍다. 같은 문학 작품을 읽어도 이렇게 빛나는 필치를 자랑할 수 있는 것 또한 고닉이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 낡아빠진 구원 서사에 대한 반박은 밑줄을 박박 긋고 싶어지게 만든다. 역시 비비언 고닉의 글은 감탄하며 읽게 된다. 언급한 모든 작품을 읽고 싶게 만드는 것 또한 그의 능력일 테고.

사랑이 개인의 성취이고 로망이던 시대는 지났다. 물론 타인을 통해 자아 성찰을 할 순 있겠다. 그러나 그건 연애 대상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나를 구원할 수 있는 대상 또한 나 자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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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벨로 1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42
솔 벨로 지음, 김현우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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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벨로의 중단편선 8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현대문학 세계단편선을 모으고 있는 나로서는 솔벨로의 단편선이 나온다는 소식이 꽤 반가웠다!

소설집에는 주로 이민자 혹은 유대인이 등장한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는데 저자의 약력을 살피다가 저자가 유대인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상 깊었던 단편을 꼽자면, 구호용 수표를 전달하는 과정을 담은 <그린 씨를 찾아서>, 아이작과 동생 티나의 갈등을 다룬 <옛날 방식>, 우디와 아버지의 이야기 <은접시>, 시대의 문제성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엿볼 수 있던 단편 <해선 안 될 말을 한 남자>와 <오늘 하루 어땠나요?>이다. 두 단편에는 시대적 상황과 문학, 예술, 철학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저자의 폭넓은 지식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인간 내면에 자리한 고독과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정 욕구, 불안전한 존재로서 인간의 모습을 다양한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단편집이다. 인간 내면의 복잡성과 취약함을 신랄하게 보여주는 글이라 솔 벨로의 작품이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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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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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와 더글러스 프레스턴 작가가 책임 편집을 맡고 36명의 소설가가 이어서 쓴 릴레이(?)소설이다.

소설은 코로나로 팬데믹을 겪었던 시기를 다루고 있다. 봉쇄령이 내려지고, 사람들이 외출하지 못하던 때 건물 옥상에 모여든 주민들이 한 사람씩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어지는 14일간의 이야기.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이라면, 14일 간의 이야기를 누가 썼는지 모르는 상태로 읽게 된다는 점인데 나는 네 번째 파트를 맡았다. 누가 썼는지 모르는 채로 읽었고, 마지막에 확인하고 놀란 점은 한 사람이 네 번째 파트를 전부 완성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추측에 실패) 한 사람씩 순서대로 작성한 게 아니라 파트별로 부분마다 작성한 작가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네 번째 파트는 탄생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나는 죽음을 다룬 이야기들이 더 인상 깊었다. 특히 환자의 죽음을 미리 직감하는 메리 프랜시스 수녀의 이야기. 매일 환자가 쏟아져 들어오던 코로나 시기에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알 수 있다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하는 메인의 이야기는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던 때를 떠올리게 만든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소설이라 뚜렷한 서사는 없다. 짧은 에피소드의 나열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좋겠다. 이 글을 어떤 작가가 썼는지 추측하며 읽는 재미는 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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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아나다
다카세 준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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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모두가 대머리인 세상에 나에게 머리가 자라난다면? 이라는 세계관이 독특해서 고민하다가 읽게 된 소설이다.

탈모를 겪고 있던 ‘마치카’와 ‘다쿠마’의 이야기가 번갈아 서술된다.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이라면, 모두가 대머리가 되는 세상이 되자, 탈모를 겪던 사람들은 오히려 머리가 자라나기 시작한다는 설정이랄까. 평균값이 대머리인 세상이 오고, 머리가 나는 사람이 숨어 지내야 하는 세상이 된다면 어떨까?

사실 아직도 대머리인 사람을 희화화하며, 개그 코드로 활용되는 형태를 보노라면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무감한가를 돌아보게 된다. 타인의 고통을 우리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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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의 삶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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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유년 시절 가족을 떠난 아버지의 삶을 추적하게 된 스티븐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번역가의 글로 만난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 아닐까.

스티븐은 아버지의 주변 인물들을 만나며, 그들과 아버지의 일화를 듣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었던 아버지의 모습과 전혀 다르게 묘사되는 아버지의 모습은 오히려 그를 더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아버지의 모습이 명확해질 거라 예상했으나, 오히려 더 파악할 수 없는 존재로, 흐릿한 존재로 남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타인을 대할 때 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되지 않나. 친구들과 있을 때 나의 모습, 가족과 있을 때 나의 모습, 직장에서 나의 모습,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있을 때 나의 모습은 다 다르다. 상황에 따라 다른 자아를 장착하게 되는 것처럼 스티븐의 아버지 또한 그랬으리라. 그래서 스티븐이 아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의 전부일 순 없을 것이다. 내가 아는 이의 단면을 보고 그를 다 안다고 할 순 없는 것이니까.

이런 불확실성이 우리네 삶을 말하는 것 같아서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마음이 먹먹해지곤 한다.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릿해질 테지만, 그 기억으로 이루어진 내가 여기 있고, 앞으로의 삶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묵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라는 것을 보게 되는 것 같아서. 후회로 얼룩진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과거를 반추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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