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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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와 더글러스 프레스턴 작가가 책임 편집을 맡고 36명의 소설가가 이어서 쓴 릴레이(?)소설이다.

소설은 코로나로 팬데믹을 겪었던 시기를 다루고 있다. 봉쇄령이 내려지고, 사람들이 외출하지 못하던 때 건물 옥상에 모여든 주민들이 한 사람씩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어지는 14일간의 이야기.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이라면, 14일 간의 이야기를 누가 썼는지 모르는 상태로 읽게 된다는 점인데 나는 네 번째 파트를 맡았다. 누가 썼는지 모르는 채로 읽었고, 마지막에 확인하고 놀란 점은 한 사람이 네 번째 파트를 전부 완성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추측에 실패) 한 사람씩 순서대로 작성한 게 아니라 파트별로 부분마다 작성한 작가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네 번째 파트는 탄생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나는 죽음을 다룬 이야기들이 더 인상 깊었다. 특히 환자의 죽음을 미리 직감하는 메리 프랜시스 수녀의 이야기. 매일 환자가 쏟아져 들어오던 코로나 시기에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알 수 있다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하는 메인의 이야기는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던 때를 떠올리게 만든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소설이라 뚜렷한 서사는 없다. 짧은 에피소드의 나열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좋겠다. 이 글을 어떤 작가가 썼는지 추측하며 읽는 재미는 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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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아나다
다카세 준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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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모두가 대머리인 세상에 나에게 머리가 자라난다면? 이라는 세계관이 독특해서 고민하다가 읽게 된 소설이다.

탈모를 겪고 있던 ‘마치카’와 ‘다쿠마’의 이야기가 번갈아 서술된다.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이라면, 모두가 대머리가 되는 세상이 되자, 탈모를 겪던 사람들은 오히려 머리가 자라나기 시작한다는 설정이랄까. 평균값이 대머리인 세상이 오고, 머리가 나는 사람이 숨어 지내야 하는 세상이 된다면 어떨까?

사실 아직도 대머리인 사람을 희화화하며, 개그 코드로 활용되는 형태를 보노라면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무감한가를 돌아보게 된다. 타인의 고통을 우리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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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의 삶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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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유년 시절 가족을 떠난 아버지의 삶을 추적하게 된 스티븐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번역가의 글로 만난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 아닐까.

스티븐은 아버지의 주변 인물들을 만나며, 그들과 아버지의 일화를 듣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었던 아버지의 모습과 전혀 다르게 묘사되는 아버지의 모습은 오히려 그를 더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아버지의 모습이 명확해질 거라 예상했으나, 오히려 더 파악할 수 없는 존재로, 흐릿한 존재로 남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타인을 대할 때 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되지 않나. 친구들과 있을 때 나의 모습, 가족과 있을 때 나의 모습, 직장에서 나의 모습,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있을 때 나의 모습은 다 다르다. 상황에 따라 다른 자아를 장착하게 되는 것처럼 스티븐의 아버지 또한 그랬으리라. 그래서 스티븐이 아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의 전부일 순 없을 것이다. 내가 아는 이의 단면을 보고 그를 다 안다고 할 순 없는 것이니까.

이런 불확실성이 우리네 삶을 말하는 것 같아서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마음이 먹먹해지곤 한다.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릿해질 테지만, 그 기억으로 이루어진 내가 여기 있고, 앞으로의 삶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묵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라는 것을 보게 되는 것 같아서. 후회로 얼룩진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과거를 반추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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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밤
임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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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상실을 통과하는 과정을 능청스럽게 담아낸 임선우 작가의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에는 상실을 겪은 다양한 이들이 등장한다. 연인이 물로 변해버린 <프랑스식 냄비 요리>, 아버지의 죽음 이후 단절된 시간을 보낸 수의 이야기 <지상의 밤>, 몰래 좋아하던 언주와 멀어지게 된 <동네 친구>, 키우던 반려견 묵과 이별한 희재의 이야기 <한겨울 따뜻한 실내에서>, 유령이 된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유령 개 산책하기>가 그렇다.

<프랑스식 냄비 요리>의 설정은 다소 기괴하게 보일 수 있겠으나, 오히려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한 시간이 체화되어 나의 일부분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해서 좋았다. 형체가 사라진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을, 마치 죽음 이후 존재가 원자로 흩어져 우리 곁에 존재하게 된다는 물리학자의 말처럼 어떠한 모습으로든 머물 수 있다는 것을 저자만의 방식으로 그려내는 것 같았달까. 그래서 이별이 영원한 끝이 아님을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아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무엇도 남아 있지 않으리라 여겨온 사람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듯했다.

이러한 결은 <유령 개 산책하기>로 이어진다. 100일 남짓 키우던 ‘하지’가 세상을 떠나고 유령으로 나타나지만, ‘나’는 유령이 된 ‘하지’를 산책시키며 낙관의 마음으로 나아가게 된다. 임선우 작가의 소설에는 유령이 되거나 사물로 변해버리는 이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과정이 다소 황당한 설정일 수 있겠지만, 등장인물 누구도 이 상황을 황당무계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이 일상을 이어간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별일도 별일 아닌 것이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저자의 문장처럼 세상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p.127)’ 곳이니까. 이런 천연덕스러움이 임선우 작가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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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민낯과 가능성
이창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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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의 글은 우리가 알기 어려운 정책 결정 과정을 낱낱이 파헤치며 한국의 정책 생태계를 분석한다. 그 과정에서 한 번 더 상기하게 된 것은 선거 기간에 급조되어 만들어지는 정책 담론과 선거의 승리에만 포커스가 맞춰진 대한민국의 정치 생태계였다.

경제 부처의 권한, 한국 정당이 정책 정당이 되지 못하는 이유, 관피아의 문제 등을 들어 각 장마다 정책이 실패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저자가 모색하는 정책 혁신이 도달해야 하는 최종 목적지는 “시민이 직접 이끄는 정치를 만드는 일”(p.356)이다. 저자는 투표하는 행위만이 정치 참여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았다.

대한민국의 정책 생태계는 소수 엘리트의 참여로만 기조가 세워지고, 그마저도 선거철에 급조되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정치에 신물을 느낄 때가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결론에 동의하게 된다. 저자는 시민이 의견을 제시하고, 함께 고민하고 설계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조력자’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정책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올 때마다 시민들이 촛불혁명을 일으켰던 것처럼, 정책 결정 과정에 있어서도 시민들이 감시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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