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상 속의 삶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유년 시절 가족을 떠난 아버지의 삶을 추적하게 된 스티븐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번역가의 글로 만난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 아닐까.
스티븐은 아버지의 주변 인물들을 만나며, 그들과 아버지의 일화를 듣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었던 아버지의 모습과 전혀 다르게 묘사되는 아버지의 모습은 오히려 그를 더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아버지의 모습이 명확해질 거라 예상했으나, 오히려 더 파악할 수 없는 존재로, 흐릿한 존재로 남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타인을 대할 때 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되지 않나. 친구들과 있을 때 나의 모습, 가족과 있을 때 나의 모습, 직장에서 나의 모습,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있을 때 나의 모습은 다 다르다. 상황에 따라 다른 자아를 장착하게 되는 것처럼 스티븐의 아버지 또한 그랬으리라. 그래서 스티븐이 아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의 전부일 순 없을 것이다. 내가 아는 이의 단면을 보고 그를 다 안다고 할 순 없는 것이니까.
이런 불확실성이 우리네 삶을 말하는 것 같아서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마음이 먹먹해지곤 한다.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릿해질 테지만, 그 기억으로 이루어진 내가 여기 있고, 앞으로의 삶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묵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라는 것을 보게 되는 것 같아서. 후회로 얼룩진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과거를 반추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