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날들
조 앤 비어드 지음, 장현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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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표제작보다는 앞에 배치된 단편이 더 좋았다. 반려견 ‘셰바’의 마지막을 담은 <마지막 밤>, 고양이 ‘투’를 살리려고 화재가 난 집에서 뛰어내린 워너의 이야기 <워너>, 암 선고 이후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셰리의 이야기 <셰리>까지가 읽기 수월했다.


담긴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이야기 속에 죽음이 꼭 등장한다는 것과 묘사된 인물의 대부분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것이다. 앞에 언급한 단편 외에 나머지 단편들은 의식의 흐름대로 서술되기 때문에 시점이 자유분방해서 서술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여태까지 읽은 의식의 흐름 기법은 순한 맛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의 흐름 기법 중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게 느껴졌다. 집중력이 낮을수록 집중하기 힘든 문장 구조라는 건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에 소설과 에세이를 동시에 싣는 파격적인 설정이라고 하지만, 이미 리디아 데이비스 작가가 그걸 해내지 않았나. 소설과 산문을 넘나드는 글쓰기로 이야기집을 펴낸 리디아 데이비스의 글이 조금 더 나의 취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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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6
최현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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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열한 살의 강산은 워터파크사고로 누나 메아리를 잃었다. 이 소설은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아이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어느 순간 어린이 문학에도 ‘죽음’이라는 소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죽음이 금기된 소재로 숨기거나 감춰야 하는 일이 아니게 되었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다. 삶에는 다양한 형태의 이별이 있고, 태어난 이상 죽음은 필연적인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상실을 감추어야 하는 부정적인 일로 여기지 않고, 함께 애도하는 것이라고 배우는 일은 아이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아이들도 건강한 방식으로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

소설이 아이의 시선에서 담겨 있기 때문에 엄마의 슬픔을 아이가 고스란히 느낀다는 점에서 마음이 짠했다. 아이들이 숨겨도 양육자가 아이의 미묘한 감정을 알아채는 것처럼,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보호자가 슬픔을 감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산이를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애도의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이 서로 솔직하게 감정을 공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였다.

산이는 누나의 친구들을 통해 새로운 누나의 모습을 알게 되기도 하고, 반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누나를 추억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애도의 과정을 배워가는 것이다. 그 과정이 때론 뭉클하기도 하지만, 산이가 마음의 메아리(목소리)를 깨닫게 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산이와 두나가 함께 마음을 터놓고 엉엉 우는 장면이 뭉클하면서도, 마음이 놓였다. 두 아이가 비로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 것 같았으니까.

이 소설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도 건강한 애도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죽음을 설명하기 어려운 보호자에게도 나침반이 되어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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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브루노 야시엔스키 지음, 정보라 옮김 / 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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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피에르가 쏘아 올린 공(흑사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전염병으로 파리가 봉쇄되고, 파리 안의 서로 다른 구역에서 다른 인종이 소공화국을 이루어 살게 된다.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을 번역한 정보라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이 소설은 선명하게 ‘새빨간’(P403) 소설이다. 이념만 생각한다면 그렇게 바라볼 수밖에 없고, 그 지점이 누군가에겐 거부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가 제시하는 유토피아의 모습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들은 성별의 구분 없이, 곡식을 수확하며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다. 그가 제시하는 이상은 초기 농경 사회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단조롭고 평화로운 사회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인간이 생각하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토피아라고 불리는 게 아닐까. 모든 사람의 평등과 행복을 지향하는 사회라는 게 애초에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다만, 서로 협력하는 사회 정도는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함께 잘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조금은 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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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 죽어야 하는가
심너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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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5급 사무관인 서효원은 보건복지부 장관 성명훈의 명령으로 블루워터리서치라는 회사로 잠입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이 그려지는 소설이다.
저자는 인간의 영생에 대한 탐욕을 그려낸다. 소설에 등장하는 최민은 이런 인간의 욕심으로 부를 축적하는 인물이다. 돈을 낼 수 있는 부자들에게만 약을 제공하고자 하며, 이를 진화론의 적자생존에 빗댄다.

결말이 궁금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로 술술 읽히는 편이다. 다만, 결말이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어서 억지로 만든 해피엔딩처럼 느껴지긴 했다.

효원은 자신의 선택이 옳은 일인지 확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나은 선택이기만을 바라며 나아갈 뿐이다. 어쩌면 저자는 삶이란 그런 것임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혼란스러운 삶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자신의 결정을 믿고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영원불멸의 삶이 과연 매혹적인 일일까. 생각해 볼만한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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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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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연골 형성 저하증을 가지고 태어난 뛰어난 조각가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미모)와 그의 뛰어난 친구 비올라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그의 조각상에 담긴 비밀을 따라가 보면, 그 이야기 끝에는 비올라가 있다. 누구보다 똑똑했고 한 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현명한 여성 비올라. 사회가 규정한 정상의 기준에서 벗어난 이 둘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절대 고치지 못할 비정상성이 있어. 그건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고 그 점에 관한 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지(P.595)'라는 문장은 비올라만을 대변하는 문장이 아니다. 연골 형성 저하증을 가지고 태어난 미모 역시 그 점에 관한 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기 때문이니까. 둘은 그래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미모는 조각가의 면모로 사회적 시선을 일부 극복하지만, 당시의 여성인 비올라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비올라의 노력이 헛된 일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분명 날아올랐으니까.

미모가 원석을 깨뜨리고 훼손하면서 작품을 완성하는 조각가라면, 원래의 세계에 균열을 내면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간 비올라는 세상을 조각한 조각가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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