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셜리 1~2 세트 - 전2권
샬럿 브론테 지음, 송은주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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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기 전이지만, 일단 책 자체는 맘에 듭니다.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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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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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현대시를 읽을 때마다 어렵고, 난해하고, 그로테스크함을 느꼈다. 그래서 곧잘 시 읽기를 포기했었는데 <도넛을 나누는 기분>은 서문부터 그런 나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이십 인의 시인을 대표해 서문을 쓰게 된 유희경 시인은 시인도 편집자도 독자도, “시가 뭔지 모르겠어.” 입을 모을 뿐(P.4)이라며, 나라고 다를까. 부끄럽고 괴롭다(P.4)고 말한다. 시를 읽고 쓰는 시인도 시가 어렵다는 고백은 독자에게 용기를 준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하는 작은 위안까지 얻게 된다. 그래서 나는 조금 용기를 내어 페이지를 넘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읽었던 시집 중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수월했고, 편하게 읽었다. 물론 모든 시를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비교적 읽기 가장 편안했던 시집이었다.


때로는 감성적이고, 조금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들이 담겨 있는 시집이다. 어떤 시는 읽으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했다. 시집을 읽을 때면 늘 고개를 갸웃거리기에 바빴는데 모처럼 플래그잇을 붙이느라 바쁜 시집을 만났다.


아직은 시집이 많이 어렵지만, 이런 시집이라면 계속 읽어볼 용기가 난달까! 시 초심자를 위한 스페셜 에디션답게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므로, 나처럼 시집이 낯설고 어려웠던 사람에게 입문용으로 추천하고 싶다.


가을 바람이 앉은 조약돌을 보내니 받아 주렴 - P16

슬픔은 흘러넘치고 기쁨은 흘러나오지 - P19

도서부의 즐거움이란
입을 다문 책들이 가지런히 꽂힌 서가를 지나며
네게만 들려주는 비밀을 고를 수 있다는 것 - P42

수면 아래서 자유롭게 상상해 보는
순서와 질서 없는 세계 - P116

엄마는 볼 수 없는
나만 아는 엄마 얼굴
그러니까
나만 말할 수 있는 엄마 얼굴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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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윤지영 지음 / 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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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이 책의 리뷰를 하기에 앞서,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스토리를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2월 말일 자로 재직했던 직장에서 퇴사했다. 자발적 퇴사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아니오’다. 회사는 경영난 악화를 이유로 나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했다. 작년 말부터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은 게 눈에 보였고, 연초부터 인원 감축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이렇게 빨리 현실로 닥쳐올 거라곤 생각 못 했다. 긴 명절 연휴가 끝나고 2월의 첫 출근 날, 보통의 하루가 끝나고 퇴근 무렵 부서장의 호출로 이어진 면담 자리에서 나는 일방적인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인수인계로 이어지는 며칠간의 시간이 지나 이 책의 광고를 보았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 책을 받게 됐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을 이야기하면, 마음이 웅장해진다는 표현이 제대로 와닿은 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고심 끝에 재판을 준비하고 밤을 새워가며 소장을 작성했던 일을 보면서, 그에 준하는 법원 판결문이 등장할 때마다 마음이 뜨거워졌다. 최진영 작가의 <일주일>이라는 책 리뷰를 쓰면서 언급한 바 있지만, 이 책에 언급된 일부 상황은 내 동기들이 겪은 일이기도 하다. 바로, 대학생 실습이라는 제도였다. 내가 나온 학과는 실습이 필수는 아니었지만, 방학 기간에 교수가 소개하는 업체로 실습을 나가는 동기들이 있었다. 그들은 한 달 차비에 불과한 임금을 받으며 방학 기간 내내 사업장으로 출근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노동력 착취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몹시 안타까웠다.


저자는 노동조합이라고 하면 그저 불법적으로 회사를 점거하고, 업무 방해를 일삼는 집단으로 인식하는 현실을 지적하는데, 그 부분에 깊이 공감한다. 노동자는 사업자와 갑과 을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대일로 내 권리를 주장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노조가 필요하다. 나는 이번 권고사직 사례를 통해 노조의 필요성을 몸소 겪었다. 권고사직에 해당하는 서류의 문구 하나를 바꾸는 일도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뜨거워졌다. 나와 같은 보통의 노동자들을 위해서 싸워주는 분들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리고 내 일도 아니지만, 깊이 감사함을 느꼈다. 이런 책이야말로 많이 읽혀야 한다. 우린 다 자기 밥벌이를 위해 을의 위치에 놓인 노동자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노동조합을 적대하는 인식이다. 우리는 대부분 노동자들인데도 노동조합이라면 무슨 불편을 일으키는 조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는 노조가 만들어지면 무슨 큰 손해라도 입는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노조를 없애기 위해 꾀를 부린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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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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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이 책이 산문집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화자가 작가 본인이기 때문 아닐까. 화자가 작가일 때, 독자는 불확실성을 지니고 읽을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이 책에서 확실한 것은 그해 봄, 우리가 맞았던 코로나 팬데믹 상황뿐이다.

이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집에 홀로 남은 앵무새를 돌봐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게 된 화자가 지인의 집에서 낯선 대학생과 원치 않는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화자가 앵무새를 돌보러 간 지인의 아파트에서 마주친 대학생에게 베치라는 이름을 붙이는 장면에서 나는 실소가 터졌다. 초반에 작가가 산책하러 나갔다가 의식의 흐름대로 식물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베치(살갈퀴)라는 식물을 흉측한 이름이라고 서술하기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낯선 타인에 대한 감각이 얼마나 날 서 있었던가, 그때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었달까. 또 다른 재밌는 점은 대학생의 존재는 흉측한 존재로 묘사되지만, 앵무새의 이름은 ‘유레카’라는 것이다. 앵무새를 통해 낯선 존재와 어쩔 수 없이 동거를 시작하게 된 저자는 후에 단절된 유대감을 되찾게 되는데 앵무새라는 매개에 부여된 이름을 단순하게 보지 않게 한다.


이 책은 화려한 미사여구로 꾸며지는 문장 없이 담백한 문체로 서술되며,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내용이기에 확실한 서사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흥미로운 책이 아닐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주는 모호성이 좋았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주변인과의 만남을 묘사하고, 작가라는 정체성과 글쓰기에 관한 사유를 늘어놓는 일은 허구와 진실 사이의 선을 넘나들며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라면, 작가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인데 언급된 작가와 작품의 이야기만으로도 책 덕후의 시선을 잡아끈다고 할 수 있다.


불확실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야기’라는 사실만은 확실하게 느끼게 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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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도시 - 뉴욕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은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
올리비아 랭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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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는 당시 만나던 남자 친구를 뉴욕에서 만나 정착하기로 하고 영국을 떠났지만, 연고도 없는 뉴욕에 홀로 남겨진다. 이로 인해 저자는 고독이라는 감정과 마주하는데, 이를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잔칫상에 앉아 있는데 자신만 굶고 있는 것 같은(P.25) 기분이라고 설명하는 저자의 비유는 너무나 적확하다.

저자는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한 예술가 에드워드 호퍼의 이야기를 필두로 앤디 워홀, 데이비드 워나로위츠, 헨리 다거, 클라우스 노미등의 예술가들을 통해 평생을 고독과 저항했던 인물들의 생을 다룬다. 이들은 대체로 성장 과정에서 아동 학대를 당하거나, 이민자의 정체성을 가졌고, 동성애자이며, 에이즈 환자로서의 고립과 배제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데이비드 워나로위츠가 에이즈 탓에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고 고립된 이들을 위해 저항한 행동이었는데 그 과정이 연대라는 연결로 이어진 부분이다. 그가 사회적 저항을 선택하면서 “사적인 것을 공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은 이미 만들어진 세상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행위(P.284)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저자에게 일체감의 회복을 선물한다.

지금, 이 순간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예술가들이 상처를 수선하는 방식은 삶의 고독이 혼자만의 감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줄 것이다.

고독하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 그건 배고픔 같은 기분이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잔칫상에 앉아 있는데 자신만 굶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 P25

살아오면서 언젠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고 막역한 친구를 얻고 싶은 때가 있었는데, 함께 있을 사람을 한 명도 얻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가 가장 혼자 있기 싫다고 느낀 바로 그 순간 나는 정말로 혼자였다. - P91

그는 헨리의 손을 밧줄로 묶어 말뒤에서 뛰면서 따라오게 만들었다. 이 장면은 제시카 유가 제작한 다거 다큐멘터리에서 생생하게 재현되었다. 채찍질을 당하고 더 큰 힘 뒤에 매달려서 끌려가는 것. 자기 인생에 대한 무력함을 그보다 더 잔인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다. - P199

그는 자신이 갈수록 투명인간이 되는 듯한 기분을 이야기하고, 아직 겉으로는 명백히 건강해 보이는 그의 몸뚱이 너무 그가 어디 있는지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증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없어질 거라고, 존재하기를 멈출 거라고 생각했다. 흐릿하게 친숙한 껍데기가 남아 있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거나 알아봤다고 생각하는 낯선 사람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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