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평점 :
예약주문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이 책이 산문집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화자가 작가 본인이기 때문 아닐까. 화자가 작가일 때, 독자는 불확실성을 지니고 읽을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이 책에서 확실한 것은 그해 봄, 우리가 맞았던 코로나 팬데믹 상황뿐이다.

이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집에 홀로 남은 앵무새를 돌봐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게 된 화자가 지인의 집에서 낯선 대학생과 원치 않는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화자가 앵무새를 돌보러 간 지인의 아파트에서 마주친 대학생에게 베치라는 이름을 붙이는 장면에서 나는 실소가 터졌다. 초반에 작가가 산책하러 나갔다가 의식의 흐름대로 식물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베치(살갈퀴)라는 식물을 흉측한 이름이라고 서술하기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낯선 타인에 대한 감각이 얼마나 날 서 있었던가, 그때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었달까. 또 다른 재밌는 점은 대학생의 존재는 흉측한 존재로 묘사되지만, 앵무새의 이름은 ‘유레카’라는 것이다. 앵무새를 통해 낯선 존재와 어쩔 수 없이 동거를 시작하게 된 저자는 후에 단절된 유대감을 되찾게 되는데 앵무새라는 매개에 부여된 이름을 단순하게 보지 않게 한다.


이 책은 화려한 미사여구로 꾸며지는 문장 없이 담백한 문체로 서술되며,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내용이기에 확실한 서사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흥미로운 책이 아닐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주는 모호성이 좋았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주변인과의 만남을 묘사하고, 작가라는 정체성과 글쓰기에 관한 사유를 늘어놓는 일은 허구와 진실 사이의 선을 넘나들며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라면, 작가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인데 언급된 작가와 작품의 이야기만으로도 책 덕후의 시선을 잡아끈다고 할 수 있다.


불확실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야기’라는 사실만은 확실하게 느끼게 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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