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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윤지영 지음 / 클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이 책의 리뷰를 하기에 앞서,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스토리를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2월 말일 자로 재직했던 직장에서 퇴사했다. 자발적 퇴사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아니오’다. 회사는 경영난 악화를 이유로 나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했다. 작년 말부터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은 게 눈에 보였고, 연초부터 인원 감축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이렇게 빨리 현실로 닥쳐올 거라곤 생각 못 했다. 긴 명절 연휴가 끝나고 2월의 첫 출근 날, 보통의 하루가 끝나고 퇴근 무렵 부서장의 호출로 이어진 면담 자리에서 나는 일방적인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인수인계로 이어지는 며칠간의 시간이 지나 이 책의 광고를 보았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 책을 받게 됐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을 이야기하면, 마음이 웅장해진다는 표현이 제대로 와닿은 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고심 끝에 재판을 준비하고 밤을 새워가며 소장을 작성했던 일을 보면서, 그에 준하는 법원 판결문이 등장할 때마다 마음이 뜨거워졌다. 최진영 작가의 <일주일>이라는 책 리뷰를 쓰면서 언급한 바 있지만, 이 책에 언급된 일부 상황은 내 동기들이 겪은 일이기도 하다. 바로, 대학생 실습이라는 제도였다. 내가 나온 학과는 실습이 필수는 아니었지만, 방학 기간에 교수가 소개하는 업체로 실습을 나가는 동기들이 있었다. 그들은 한 달 차비에 불과한 임금을 받으며 방학 기간 내내 사업장으로 출근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노동력 착취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몹시 안타까웠다.
저자는 노동조합이라고 하면 그저 불법적으로 회사를 점거하고, 업무 방해를 일삼는 집단으로 인식하는 현실을 지적하는데, 그 부분에 깊이 공감한다. 노동자는 사업자와 갑과 을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대일로 내 권리를 주장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노조가 필요하다. 나는 이번 권고사직 사례를 통해 노조의 필요성을 몸소 겪었다. 권고사직에 해당하는 서류의 문구 하나를 바꾸는 일도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뜨거워졌다. 나와 같은 보통의 노동자들을 위해서 싸워주는 분들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리고 내 일도 아니지만, 깊이 감사함을 느꼈다. 이런 책이야말로 많이 읽혀야 한다. 우린 다 자기 밥벌이를 위해 을의 위치에 놓인 노동자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노동조합을 적대하는 인식이다. 우리는 대부분 노동자들인데도 노동조합이라면 무슨 불편을 일으키는 조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는 노조가 만들어지면 무슨 큰 손해라도 입는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노조를 없애기 위해 꾀를 부린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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