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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평점 :
품절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현대시를 읽을 때마다 어렵고, 난해하고, 그로테스크함을 느꼈다. 그래서 곧잘 시 읽기를 포기했었는데 <도넛을 나누는 기분>은 서문부터 그런 나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이십 인의 시인을 대표해 서문을 쓰게 된 유희경 시인은 시인도 편집자도 독자도, “시가 뭔지 모르겠어.” 입을 모을 뿐(P.4)이라며, 나라고 다를까. 부끄럽고 괴롭다(P.4)고 말한다. 시를 읽고 쓰는 시인도 시가 어렵다는 고백은 독자에게 용기를 준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하는 작은 위안까지 얻게 된다. 그래서 나는 조금 용기를 내어 페이지를 넘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읽었던 시집 중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수월했고, 편하게 읽었다. 물론 모든 시를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비교적 읽기 가장 편안했던 시집이었다.
때로는 감성적이고, 조금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들이 담겨 있는 시집이다. 어떤 시는 읽으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했다. 시집을 읽을 때면 늘 고개를 갸웃거리기에 바빴는데 모처럼 플래그잇을 붙이느라 바쁜 시집을 만났다.
아직은 시집이 많이 어렵지만, 이런 시집이라면 계속 읽어볼 용기가 난달까! 시 초심자를 위한 스페셜 에디션답게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므로, 나처럼 시집이 낯설고 어려웠던 사람에게 입문용으로 추천하고 싶다.
가을 바람이 앉은 조약돌을 보내니 받아 주렴 - P16
슬픔은 흘러넘치고 기쁨은 흘러나오지 - P19
도서부의 즐거움이란 입을 다문 책들이 가지런히 꽂힌 서가를 지나며 네게만 들려주는 비밀을 고를 수 있다는 것 - P42
수면 아래서 자유롭게 상상해 보는 순서와 질서 없는 세계 - P116
엄마는 볼 수 없는 나만 아는 엄마 얼굴 그러니까 나만 말할 수 있는 엄마 얼굴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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