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저자는 할머니의 계보를 찾기 위해 DNA 검사를 했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가 친부가 아니고, 생물학적 아버지는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친부도, 양육자였던 아버지도 사망한 상태에서 진실을 알려 줄 사람은 엄마뿐이다. 그러나 엄마의 진술은 오락가락하고 일관성이 없다. 엄마의 암 진단과 희미해져 가는 엄마의 기억력은 저자를 점점 초조하게 만든다. 맞춰지지 않는 퍼즐 조각이 되어버린 자기 뿌리에 대한 의구심을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저자는 어느새 혈통의 의미를 찾으며 자신이 그 영역을 좁혀왔음을 깨닫는다. ‘나라는 존재는 언제나 생물학적 요소를 뛰어넘는 힘들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는 것’(p.390)을 깨달으며 더 이상 엄마의 과거 기억에 붙들리지도, 집착하지도 않게 된다. 그저 이 미완의 이야기가 무엇으로 완성될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인정하고 비로소 빈 여백을 마주하게 된다. 아버지 마이클과 피와 뼈로 이어지지 않았어도 자신을 이끌어준 하나의 이야기로 그들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이 책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단지 나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한정 짓기에는 너무 납작하다. 결국 이 책은 나를 이루는 것이 무엇인가. 근원적인 물음으로 나아가는 내용이 아닌가 싶었다. 낯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삶, 혼혈인으로서의 정체성, 거기에 유전적 혼란까지 더해진 겹겹의 이야기를 김서해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나보시기를 바란다. 눈길을 붙드는 문장이 참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