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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 대신 논어를 읽었다 - 대한민국 최초 중.고생 자기 계발서,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김범주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논어라고 하면 고전 중에서도 아주 고전이다. 그런데 공부 대신 논어를 읽고 토론토 대학에 합격한 것도 신기했는데 이 책의 저자가 고3이라니 그것도 놀라웠다. 유학을 떠나기 전에 전교 최하위였던 학생이 단지 논어로만 이 모든 것을 이루었을까? 에~이!! 뭔가가 더 있겠지... 싶었다.
저자는 현재 고3이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전교회장도 맡고 있단다. 사춘기가 시작되던 중1 무렵 우연히 나간 독서 모임이 계기가 되어 책과 친해졌고 논어 필사를 통해 많은 정신적 성장을 이루었단다. 그리고 토론토 대학 합격 통지를 받았으며 자신의 논어 필사와 독서에 대한 과정을 나누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유학 가기 전의 이야기와 유학 가서의 생활로 크게 나뉜다. 저자는 어린 시절 똘똘하게 생겼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으나 이내 중학교에 들어가 시험을 치르고 본인이 공부를 생각보다 많이 못 한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던 것 같다. 저자를 바꿔 놓은 것은 아버지의 2박 3일 독서캠프 제안에서부터였다. 아무리 아버지 제안이라지만 게임에 빠진 중1이 2박 3일 내내 책 읽고 강연 듣는 곳에 참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하나 들어준다는 아버지의 제안은 '3일만 눈 딱 감고 버텨보자'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고, 멋진 터닝포인트를 맞게 되었단다. 그리고 '독서'의 중요한 가치를 깨닫게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길 잘한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도 얻고 배운 것도 많아. 알찬 시간을 보냈어.'
갈 때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돌아올 때는 홀가분하고 가벼웠다.
2014년의 2박 3일 단무지 행사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자 변화의 시작이었다. -p29
그 뒤에 '같이 나비' 독서 모임을 꾸준히 2년 동안 매주 토요일 오전에 아버지와 참석하였고, 논어 필사도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단다. 독서모임에서는 책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같은 조원들끼리 나눈 후 최종적으로 각 조에서 한 사람씩 나와 발표하는 형식을 띠었다. 어른들만 있는 이 모임에서 가장 나이 어린 저자는 아버지와 같이 꾸준한 활동을 했고 책임감 있는 성실성도 보였다. 모임이 끝나면 회식을 하는데, 항상 아버지가 식사비를 모두 대는 것이 의아하고 불만이었다. 이때 아버지가 대답한다.
"사회에 나가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뭔지 아니?"
"사람들은 직접 무엇인가를 받으면 좋아해. 그것이 밥이든, 선물이든,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든 .... 누군가에게 좋은 이미지나 마음을 얻기는 정말 어려워.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있어 식사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넌 지금 살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거야." -p55
밥을 함께 먹고 밥값을 계산한다는 것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뜻임을 아버지에게 제대로 배우게 되었단다.
얼마 전 결재 올린 것에 오류가 있어 수정하는 결재를 올렸는데 이에 맞물려 일을 두 번 해야 하는 동료에게 미안한 감이 있었다. 이 글을 읽고 바로 간식거리라도 챙겨주며 실천했는데, 말로만 미안하다고 얘기했을 때 보다 더 화기애애하게 넘어갔다. 밥을 산다는 것, 왜 꼭 내가 사야 되는지, 내가 몇 번 샀으니 저쪽에서도 몇 번 사야 된다느니의 생각보다는 내가 좀 더 내더라도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의미에서 좋은 방법인듯싶다.
부모가 원하는 대로 자녀를 이끌 수 있는 특별 노하우를 자녀의 입장에서 세 가지 제안했다. 첫째, 본인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두고 협상해야 한다. '3일을 버티고 내가 원하는 10만 원 상당의 메이커 운동화를 손에 넣느냐 마느냐'에서 저자는 버티기를 선택했다. 이런 면에서 저자의 부모는 참 협상을 잘 하시는 것 같다. 둘째, 그룹에 넣는 것이다. 혼자는 분명 오래가기 힘들다. 나태해지기 쉽고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으면, 간섭하지 않으면 스스로와 계속해서 타협점을 찾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룹에 들어가면 습관들이기가 더 쉽다. 셋째, 칭찬과 격려다. 이때 부모보다는 타인의 칭찬이 더 효과 만점이란다.
참 멋진 아버지를 둔 것 같다. 2년 동안 아들과 함께 꾸준히 독서모임에 참석하였고, 철없던 사춘기 시절의 저자를 강하고 사리분별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아버지의 제안으로 독서리더과정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하고 성장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저자의 한계를 시험하는 프로젝트는 독서 이후 논어 필사이다.
매일 2문장씩 써서 카톡 방에 사진 찍어 올리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역시 그룹을 짜게 되면 나태해질 수 없다. 처음에는 힘들었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몰랐단다. 그러나 그때마다 아버지가 알려주기도 하고, 찾아보기도 하면서 문장과 느낌 쓰기를 꾸준히 했단다.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임계점에 어떻게 도달하느냐가 문제다.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는 어디까지 왔는지 도무지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임계점은 눈에 보이지 않고 느낄 수도 없지만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게 되면 일에 탄력이 붙고 자신감이 생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임계점을 통과 하기까지 자신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p 95
논어 필사로 저자는 사춘기 극복에 도움을 받았고, 매일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반항심도 줄어들었고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했으며 효, 신의, 예절, 의리 등에 관한 내용도 논어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한마디로 논어 필사는 말이 아닌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게 했단다.
비록 중2 지만 책으로 많이 단련되고 생각도 깊어져서 일까? 홀로 미국 유학을 결심한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미국에서의 생활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모든 것을 혼자서 해 내는 모습에서 참 당차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당참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도 아니고 원래 그렇게 태어나서도 아닌 것 같다. 독서로 자신의 생각을 단련시켰고, 꾸준한 모임에서의 발표도 한몫했을 것이며 항상 긍정적으로 밀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준 부모님의 역할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그리고 논어 필사를 하면서 삶의 기본 진리를 실천해서 일까? 기본에 충실하고 매사 새롭게 발생하는 일에 의연하게 대처하며 행동하는 하나하나들을 볼 때 '참 제대로 잘 성장하고 있구나'의 감탄을 불러오게 하였다.
홈스테이 하던 가족이 갑작스레 이사를 가야 되는 상황에서 같이 가게 되면 그간 어렵게 쌓아온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점, 저자는 그것 역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모험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읽으면서도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저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도 적응을 잘 했으며 자신의 한계 극복을 목표삼아 열심히 홀로 잘 살아내고 있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논어 필사를 시켜보기로 결심했다. 하루 두 문장씩 시키면서 자신의 느낌을 간단히 적어보게 해야겠다. 게임과 유튜브의 양이 점차 많아지는 시기에서 나도 무언가 애들을 위해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싶은 도전이 생겼다. 저자의 아버지처럼 말이다.
*책과 콩나무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