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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도 널 사랑해줬어? - 은퇴도 못하는 야구팬들
전상규 지음 / 소동 / 202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으로부터 15~6년 전 남편은 날 데리고 처음 잠실 야구장에 갔다.
그때 간 그곳은 '아~ 이런 곳이 다 있네?' , '어머 쟨 뭐야~ 선수마다 다른 응원가도 외우고 있어' , '헉~ 응원가마다 다른 저 몸동작, 저건 어떻게 다 외우고 있지?' , '오~ 치맥 그렇지 먹는 게 빠지면 안 되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난, 우리 가족은 'LG TWINS'의 팬이 되었다. 마치 저자가 어렸을 적 아빠를 따라 MBC 청룡을 응원하러 다니기 시작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고향이 같으면 싸울 기세도 잠재우는 우리나라 사람들~ 그게 고향, 출신 학교뿐이겠는가? 또 저자만 그러겠는가? 같은 LG 팬이라고 하면 지나가다가도 한 번 더 마크를 돌아보게 되고 가족끼리 '아빠~ 저 사람도 LG 팬인가 봐' '오~ 차에 LG TWINS 스티커 붙어 있네~' 애들도 그러는데 말이다. 저자 역시 잘 모르던 직장 동료가 술자리에서 같은 LG TWINS 찐 팬인걸 알게 되면 금세 얘기는 LG 야구팀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그랬지~' 서로 찐 팬이어야만 얘기가 통하는 자기들만의 야구 세계로 말이다.
요즘은 야구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TV 앞에 앉아 있지 않더라도 야구 중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내 안의 스마트폰이 충분히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신문을 보는 어른들이 참 많았다. 아! 지하철에서는 신문을 다 보고 나면 머리 위 선반에 올려놓고 가기도 했다. 그러면 그 신문을 또 다른 사람이 가져다 읽곤 했는데, 저자는 내 기억도 같이 소환해 주고 있다.
경기 화면이 곁들여진 프로야구 소식이 나오려면 스포츠 뉴스가 나오는 9시 50분의 <오늘의 스포츠> 시간이 되어야 한다.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 조금씩 어긋나는 얘기를 통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오늘의 경기를 복기한다. 내일 아침 바로 그 지하철 칸은 스포츠 신문을 보며 기록을 확인하는 사람들과 그 신문을 어깨너머로 훔쳐보는 사람들로 가득 찰 것이다. 그전까지 오늘 야구에 대한 기록과 분석은 지금 지하철에 함게 타고 있는 사람들 각각의 버전으로만 존재한다. -p39
요즘 같으면 '경기와 그 결과가 궁금해서 어떻게 참았을까?' 싶기도 하다. 예전에 비해 너무나도 발전되어 있는 요즘 과거를 회상하면서 얘기하면 우리 아이들도 답답해한다. 너무 익숙해져 있는 스마트폰, 그 외의 시스템에 불과 10년 전 일도 너무 오래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되어 버렸음에 잠깐 옛날 추억도 떠올려 본다.
책에서도 그렇고 팬이라면 유광점퍼 얘기를 또 뺄 수 없다. 솔직히 유광점퍼를 처음 봤을 때는 '아니 어떻게 저걸 입고 다니지?' 했는데 주말마다 유광점퍼를 입을 시기면 잠실구장의 LG TWINS 숍은 그야말로 유광점퍼를 사려고 북새통을 이룬다. 야구 좀 안다~ 나 경기 때마다 직관하는 LG 팬이다~ 싶으면 대부분 유광점퍼로 구장 안 객석을 물들인다. 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직관 자만이 알 수 있는 자신들의 자리가 있다. 매번 같은 자리, 같은 위치의 좌석을 구매해서 앉아 응원하는 찐~팬과 '아 저분 어김없이 또 오셨네~' 하는 서로 인사를 튼 사이도 아닌데 알아차리는 가족단위, 연인 단위, 친구, 직장동료 등등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야구장에서 느꼈던 또는 경기를 보면서, 야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을 알 수 있도록 풀어놓는 이야기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가게 만든다.
진정한 팬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된다. 야구팬들이라고 모두 요새 말하는 '덕질'을 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유니폼을 사 모으는 것도 사인볼을 수집하는 것도 아니다. 이는 야구를 즐기고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데 필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순위는 어느 정도 되는지 찾아보고 누군가의 질문에 스스로 LG를 응원한다고 답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p67
나도 동감한다. 경기가 5회를 넘어가고 6회쯤 되면 거대한 깃발 부대가 객석을 휘날리며 서울 LG ~ 응원가를 부른다. 그런데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일어나 한 몸이 된 것처럼 그 흐름에 동참한다. 우리는 하나라는 이 동질감에 가슴 뭉클하며 응원가를 부른다. 그리고 그 응원에 힘입어 안타라도 치면 경기장은 아주 난리가 난다. 어디 가서 이런 기분을 느껴볼까? 진정한 팬의 깊이와 정도를 떠나 모두 즐기면 이것이 바로 진정한 팬 아니겠는가?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저자의 팟캐스트와 sbs 스포츠 패널, 자신의 결혼식에 정우영 캐스터가 사회 본 예화, 경기 초 시구 얘기, 응원가, 은퇴한 선수들의 현역 시절 얘기, 누구나 그때 그 경기하면 떠오르는 상황 설명 등등이 줄을 잇는다. 잠실 경기장을 찾아 주차를 하건 버스에서 내리건 아니면 지하철에서 경기장을 향해 올라가건 나름의 긴장감, 기대감 그리고 경기장 가까이에 내가 왔다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 느낌은 책을 통해 LG TWINS 팬이라면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충분하다.
책을 읽는 동안 몰랐던 지난 야구 경기, LG TWINS의 선수들 얘기 등 많이 알게 되어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같은 팬이라는 동질감에서 오는 '그래~ 이거지' 하는 느낌에 푹 빠져 책장을 넘긴 것 같다.
*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