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는 뇌 - 오늘의 선택을 내일의 자산으로 만드는 생각법
가미오카 마사아키 지음, 류두진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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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재테크 서적 코너를 지날 때마다 늘 마음에 걸리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왜 똑같이 월급을 받고 똑같이 재테크 책을 읽는데, 어떤 사람은 빠르게 자산을 늘려가고 어떤 사람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할까? 단순히 타고난 운이나 종잣돈의 차이 때문일까. 분명 운이 작용하는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개인이 시스템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의문에 답을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문제는 테크닉이나 종잣돈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고 내 자원을 배분하는 뇌의 스위치가 어디로 켜져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쓰는 사고방식을 크게 소비 뇌와 투자 뇌로 나눕니다. 소비 뇌를 가진 사람은 시간과 노동을 제공하고 즉각적인 대가를 얻는 선형적 보상에 만족합니다. 한 달 일해서 받는 월급, 시간을 때우며 누리는 눈앞의 즐거움에 익숙한 삶입니다. 반면 투자 뇌를 가진 사람은 시간과 돈, 에너지라는 자원을 투입해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복리적 사고를 합니다. 복리 상당히 좋아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주식 차트를 읽거나 부동산을 사들이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삶의 모든 순간에서 내가 지불하는 비용 대비 어떤 투자 보상(ROI)을 얻을 수 있을지 스스로 묻는 프레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구분을 처음 접했을 때, 그동안 제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무 질문 없이 그냥 흘려보냈는지가 보이면서 후회도 되었습니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설명이었습니다. 저자는 노동 시간을 단순히 돈과 바꿀 생각을 멈추라고 단언합니다. 영상 편집을 배우기 위해 수백만 원짜리 학원에 다니는 대신, 무료 플랫폼과 독학으로 빠르게 실행하며 성과를 내는 유튜버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핵심은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실행하고 빠르게 실패를 겪으며 경험 자산을 축적하는 것입니다. 10번 시도해서 9번 실패하더라도 1번의 성공으로 궤도에 오르면 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실패를 자산으로 재정의하는 투자가의 담대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위와 같은 통찰만을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찜찜했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투자가 리터러시와 극단적인 효율성은 때로 삶을 지나치게 건조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관계와 배움, 심지어 휴식까지도 투자 보상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하다 보면, 목적 없이 누리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나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인간적 유대감이 설 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죠. 효율만 좇다 목적을 잃어버리는 본말전도의 위험성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일한 시간만큼만 돈을 버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저와 같은 분들에게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동안 시간을 단순히 소비하거나 견뎌내야 하는 것으로 여겨왔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결국 미래의 불안을 해소하는 길은 통장에 쌓인 숫자가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배속으로 높일 수 있는 두뇌 자산과 경험 자산을 꾸준히 구축해 나가는 데 있습니다. 내가 오늘 보낸 시간과 쓴 돈이 단순한 소모였는지, 아니면 내일을 위한 투자였는지를 묻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제 역할을 다하지 않나 싶습니다.


천사 전우치 : 삶의 자원 배분 방식을 직관적인 뇌과학과 행동 패턴의 차이로 풀어내어 즉각적인 실행력을 자극함.

악마 전우치 : 지나치게 성과와 효율 중심으로 자산을 정의하여, 삶의 비이성적이고 감성적인 가치를 소홀히 다루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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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공부의 종말 - 우리가 공부라 믿는 것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아나 로레나 파브레가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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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교육학자이자 교육 혁신가인 아나 로레나 파브레가 의 책 <가짜 공부의 종말>을 집어 들었을 때, 사실 마음 한구석에는 약간의 피로감이 있었습니다. 제목에 끌려 집어들긴 했지만 '또 흔한 교육 개혁론이나 표준화된 학교 시스템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는 거 아냐' 하는 지레짐작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어갈수록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은 묵직하게 가슴을 찔렀댔습니다. 우리는 정말 아이들이 '배우는 방법'을 익히길 바라는 걸까요, 아니면 그저 '학교라는 시스템의 규칙'에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걸까요?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메타포는 매우 명쾌합니다. 저자는 지금의 교육 현장이 진짜 배움(Learning)이 아닌 '학교 게임(Game of School)'을 수행하는 장으로 변질되었다고 말합니다. 정해진 답을 빠르게 찾고, 교사의 눈밖에 나지 않으며, 좋은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한 요령을 익히는 것이 과연 진짜 공부일까 반문합니다. 책은 나이와 학년별로 아이들을 일률적으로 나누고,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만을 주입하는 산업화 시대의 유물 같은 학교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그리고 진짜 배움은 아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실패를 무릅쓰며, 자신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일어난다고 말하죠.

책을 읽으며 유독 마음이 머물렀던 지점은 '혼란과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대목이었습니다. 기존 정규 교육 과정에서는 정답을 바로 내놓지 못하거나 오답을 적어내는 상황을 '부족함'이나 '수치'로 간주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배움의 과정에서 느끼는 적당한 막막함과 착오야말로 뇌를 자극하고 호기심을 폭발시키는 진짜 동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정답만 정갈하게 정리된 요약본을 외우는 것은 공부의 시늉일 뿐,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막히는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는 과정이야말로 가짜 공부를 털어내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죠.

이러한 지적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교육 현실과도 직결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 1천억 원으로 3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합니다. 사교육 시장이 커질수록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는 시간보다 잘 정제된 문제 풀이 기술을 습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이죠. '학교 게임'을 넘어 '사교육 게임'에까지 매몰되어 버린 셈입니다. 결국 높은 성적을 받아 대학에 진학해서도 막상 자율적인 연구나 과제를 만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이 책이 말하는 '가짜 공부'의 결과가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물론 AI 에게 물어서 답을 찾을 수는 있겠으나, 오히려 성적이나 두뇌 활용도는 떨어지는 결과는 결코 이렇게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모습의 방증입니다.

물론 저자의 모든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현행 학교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하며 제시하는 주도적 프로젝트 학습이나 비표준화된 대안적 교육 모델은, 현실적으로 상당한 자원과 부모의 관여, 혹은 경제적 여유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모든 아이가 스스로 탐구 과제를 설정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기초적인 학력 기준이나 기본적인 지식의 뼈대를 쌓아야 하는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반복과 틀이 필요한데, 책에서는 대안적 접근의 이점만을 과도하게 강조하느라 기존 제도권 교육이 가진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다소 저평가한 감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타성에 젖어 있던 저의 교육관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책이었습니다. 그동안 '성실한 공부'라고 믿었던 것들의 상당수가 어쩌면 평가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수동적인 수행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진정한 공부란 남이 정해준 트랙을 완주하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질문을 따라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일이어야 하죠. 책을 덮고 난 뒤, 결과를 내는 것에 급급해 질문하기를 멈췄던 저 자신의 일상부터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천사 전우치 : 기존 교육 제도의 허점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실천적 통찰을 보여줌.

악마 전우치 : 모든 학습자에게 적용하기에는 대안적 모델의 현실적 장벽과 구체성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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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가진 사람으로 살아라 - 원하는 삶을 현실로 만드는 16강 수업
주느비에브 베런드 지음, 박수민 옮김 / 노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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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스승과 제자가 주고받는 16강 분량의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책 전체 내용 중 상상력과 마음의 법칙을 다루는 이론적 설명이 약 30%를 차지하는데, 100여 년 전의 문체임에도 불구하고 묻고 답하는 구조 덕에 의외로 차분하게 읽혔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핵심은 간단합니다. 아직 손에 쥐지 못한 것을 갈구하며 '결핍'에 집중하는 대신, 이미 그것을 이룬 상태의 감정과 시선을 지금 이 순간의 잠재의식 속에 이식하라는 것이죠.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원하는 상태를 이미 얻은 것처럼 느끼는 상상'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이었습니다. 보통 자기계발서들은 목표를 거창하게 그리라고 부추기지만, 이 책은 목표 그 자체보다 그 상태에 도달했을 때 마음이 느낄 안정감과 충만함에 주목합니다.

결핍에서 출발한 욕망은 오히려 간절함이라는 이름의 불안을 키우지만, '이미 소유한 자'의 느긋함과 확신은 행동 패턴과 선택을 실제로 바꾸어 놓는다는 논리죠. 당장 눈앞의 조건에 목을 매며 조급해하던 평소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면서,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이라는 틀 안에 가둬두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돈을 이미 가지고 있을 때의 나와 돈이 없었을 때의 나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의구심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려웠습니다. 마음의 법칙과 상상력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한다 한들, 그것이 사회 구조적 모순이나 객관적인 한계까지 모두 상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나 현실적인 시행착오에 대한 언급보다는 의식과 잠재의식의 조율에 치중해 있다 보니, 자칫 현실 감각을 잃고 관념의 세계로 도피하게 만들 위험도 느껴졌습니다. 특히 마음을 잘 조율하기만 하면 원하는 모든 외적 조건이 따라온다는 대목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경쟁 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느낌을 주어 온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여타 삼류 자기계발서와 다른 지점은, 타인과의 비교나 자극적인 욕망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남들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라고 조급증을 내는 대신, 내면의 중심을 바로 잡고 스스로를 단단하게 세우는 법을 이야기하는 부분이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늘 불안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주도권을 되찾는 연습으로서 이 책의 메시지는 나름의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당장 제 삶이 순식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전히 내일의 할 일이 쌓여 있고 현실의 벽은 두껍죠. 그러나 적어도 무언가를 시작할 때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결핍의 태도 대신, 이미 그 과정을 잘 해내고 있는 스스로를 떠올려보는 작은 시선 전환은 시도해 보게 되었습니다. 고전의 지혜가 계속 전승되는 이유겠죠.


천사 전우치 : 마음과 잠재의식의 작동 원리를 문답 형식으로 차분하게 풀어내 내면의 태도를 점검하게 만든다.

악마 전우치 : 내면의 의식만을 과도하게 강조하여 현실적인 제약이나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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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의 저주 - 문명의 붕괴로 보는 인류사
루크 켐프 지음, 박수철 옮김 / 까치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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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역사를 배울 때 은연중에 품게 되는 생각이 있습니다. 거대한 제국이 들어서면 인류의 삶이 윤택해졌고, 그 문명이 무너진 순간을 '암흑시대'라 부르며 비극으로 여겨왔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배운 역사도 화려한 궁전과 정복 군주의 기록, 찬란한 유물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루크 켐프의 <골리앗의 저주>를 읽어나가는 동안,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그 프레임이 완전히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 책은 고대 로마, 이집트, 중국의 제국들부터 북아메리카의 카호키아, 그리고 현대 국가에 이르기까지 324개 체제의 흥망성쇠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명의 붕괴를 정밀하게 해부합니다. 저자가 이 거대 지배 구조에 붙인 이름은 '골리앗'입니다. 권력의 집중과 자원의 독점, 비대해진 관료제와 군대, 극한의 불평등을 먹고 자라며 무적처럼 보이는 존재들이죠.

그런데 그 거대함 자체가 소멸의 씨앗이 된다는 것을, 책은 숫자로 보여주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참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일반 국가의 평균 수명이 약 326년인 반면, 영토 100만 ㎢가 넘는 메가 제국의 평균 수명은 155년에 불과했다는 통계 앞에서 한참을 멈춰 있었습니다. 몸집이 클수록 외부 충격이나 내부 균열에 더 취약해진다는 이 역설이, 저에게 지금까지 배워온 '강함'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대목은, '문명의 붕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었습니다. 로마의 멸망이나 제국의 해체를 우리는 인류의 재앙으로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엘리트의 기록이 아니라 민중의 삶을 추적해보니, 전혀 다른 풍경이 보였습니다. 골리앗이 무너진 뒤 오히려 가혹한 노동 부담이 줄고, 영양 상태와 건강 수준이 개선된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것이죠. 참 놀라웠습니다.

거대 국가의 몰락이 곧 대중의 비극은 아니었다는 이 사실 앞에서, 그동안 제가 역사를 얼마나 지배층의 눈으로만 소비해왔는지를 깨달았습니다. 화려한 궁전의 붕괴를 슬퍼하는 동안, 정작 그 궁전을 짓느라 등이 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책의 중후반부로 갈수록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과거의 골리앗들과 지금이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경고합니다. 인류는 이제 전 지구적으로 단 하나로 연결된 '범지구적 골리앗' 아래 살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기후위기, AI의 무분별한 발전, 자산 양극화, 금융망의 파편화가 얽힌 지금의 체제는 무너졌을 때 과거처럼 지역적 해체로 끝나지 않고, 인류 전체의 돌이킬 수 없는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읽는 내내 그 경고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시민의회, 부유세, 권력 분산을 통한 회복력 확보. 방향은 옳아 보이지만, 거대 기업과 기술 독점체, 강대국 중심의 정치 지형이 이미 단단하게 굳어진 지금 이것이 정말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계속 따라왔습니다. 진단은 날카롭고 섬뜩한데, 처방은 어딘가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골리앗의 저주>는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역사책이 아니었습니다. 효율성과 성장에만 눈이 멀어 시스템의 내부 회복력을 갉아먹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를 향한 정교한 청진기이자 경고장같은 책이었습니다. 책을 덮은 뒤, 매일 접하는 기후 변화나 정치적 극단화, 경제적 양극화 소식들이 더 이상 개별적인 사회 문제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것들이 우리 시대의 골리앗이 비틀거리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시스템에 삶을 통째로 맡긴 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반드시 던져봐야 할 질문을 품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천사 전우치 : 방대한 빅데이터와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문명 붕괴에 대한 오랜 통념을 단숨에 뒤집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줌.

악마 전우치 : 체제 붕괴에 대한 진단은 정교하고 섬뜩한 반면, 제시된 현실적 대안은 다소 당위적이고 아득하게 느껴지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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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전쟁 - 인생 2막, 재취업 성공을 여는 일곱 가지 열쇠
구자익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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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노후 준비라고 하면 대부분 돈을 떠올립니다. 얼마를 모아야 하는지,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하는지. 그런데 구자익의 <재취업 전쟁>은 그 질문을 다른 방향으로 돌립니다.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금융 자산이 아니라 지속적인 재취업이라고 말이죠.

이 책을 신뢰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저자의 이력입니다. 삼성전자 상무,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상임이사, 캐리어냉장 대표이사까지 오른 인물이 이 책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화려한 성공기가 아닙니다. 저자는 일곱 번의 이직과 재취업,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일곱 번의 실패를 솔직하게 공개합니다. 65세까지 현역으로 살아남은 진짜 야전 기록같은 책이었씁니다. 임원까지 올랐던 사람도 몇 번이고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는 사실은, 재취업이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뼈아프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개념은 '소득 크레바스'였습니다. 퇴직 이후 국민연금을 수령하기까지 소득이 끊기는 공백기. 수명은 계속 늘어나는데 이 공백기는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자산만으로 이 크레바스를 완벽히 건널 수 있는 사람은 소수뿐이라는 것이죠. 저자는 그래서 평생 현역으로 살아남는 기술이야말로 최고의 안전자산이라고 말합니다. 돈을 모으는 것과 별개로, 다시 일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죠.

책의 후반부에서 소개되는 일본 5060 세대의 '스키마바이트(단기 틈새 알바)' 모델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정규직으로의 재취업만이 답이 아니라, 65세 이후에도 가능한 일자리의 스펙트럼을 넓게 그려주는 이 사례는, 은퇴 이후의 삶을 훨씬 유연하게 상상하게 해주었습니다. AI 시대의 직장 생활과 자녀 교육 등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재취업이 50~60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일자리가 불안정한 2030 세대부터, 경력 전환을 고민하는 40대까지. 화려한 직함이나 학벌에 기대지 않고 시장이 실제로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만이 전 세대가 준비해야 할 진짜 경쟁력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제 경력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이 직함인지, 아니면 시장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역량인지 말이죠. 그 질문 하나가 이 책이 남긴 가장 묵직한 화두가 아닐까 싶습니다.


천사 전우치 : 저자의 일곱 번의 이직과 실패라는 생생한 야전 기록.

악마 전우치 : AI시대 노후 준비는 굳이 안 넣어도 되었을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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