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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헤드의 수학이란 무엇인가 ㅣ 궁리하는 과학 5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지음, 오채환 옮김 / 궁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1911년에 출판된 오래된 책이다. 화이트헤드는 버트런드 러셀의 선생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학문체계가 수학, 물리학, 철학을 차례로 거쳐갔다고 하는데, 2기와 3시 사이의 <과학과 근대세계>에 실린 "서양철학의 역사는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라는 문장이 유명하다. 이 책은 1기와 2기 사이의 저서로서 수학과 과학에 관한 근본적 철학을 담고 있다.
<수학이란 무엇인가>의 핵심 문장은 "문명의 발전은 되새기며 생각하지 않고서도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연산규칙의 수가 증가함으로써 이룩된다"라고 한다. 이 문장은 5장 '수학의 기호체계'에서 나온다. 기호가 수학을 단순한 산술(계산)에서 보편성을 가지는 학문으로 넘어가게 해주기 때문에 중요할 것이다. 저자는 '변수'와 '대수적 형식'이 그러한 산술의 영역을 마감시킨다고 설명한다. 연산규칙의 증가가 중요한 이유는 기호의 도움을 받아 두뇌의 복잡한 활동이 없어도 거의 기계적으로 일목요연한 추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변수와 대수적 형식이란 무엇을 의미하고 왜 중요할까.
이에 대해 이 리뷰에서는 함수와 수학 언어사용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그 후에는 책에서 중요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자 한다.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를 이루는 것은 변수이다. 2장에서 "임의(any)와 어떤(some)에 대한 개념은 산술에 있어서 구체적인 숫자 대신 문자를 사용함으로써 대수학에 도입된다."고 하고 있다. 숫자 대신에 기호를 도입함으로써 특정한 숫자가 아닌 '어떤' 상황 전체를 '임의'의 조건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즉 함수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위 그림은 가스의 압력-팽창에 관한 그래프이다. 압력과 부피가 반비례 관계를 이루는 것을 보여준다.
"전체 곡선 ABC의 일반적 형태와 그 보편적 성질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진정 근본적인 개념은 다른 아닌 PV=1 이라는 관계를 만족시키는 변수에 대한 개념 그 자체이다." 특정 시점의 부피와 압력을 계산해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자 하는 부피와 압력에 대하여 그 관계식을 도출해 내는 거이다. 대수학 혹은 방정식이 도출된 것이다.
방정식은 단순 계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 발견을 위한 사고방식 그 자체가 할 수 있다. 함수는 'Y= F(X)'와 같이 표현될 수 있는데, 여기서 변수는 X, Y 가 있으며, 그것들을 연결하는 것은 함수 F이다. 따라서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내가 탐구하는 Y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경영학적(공학의 경우) 사고가 필요하다. 이런 기초가 없는 실험은 초등학교 산수 문제를 풀듯이 뭔가를 해냈는데 그것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일이 될 뿐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Y를 얻기 위해 필요한 X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력이다. 단순한 인자들의 대입으로도 답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만약 좀 더 높은 차원의 탐구를 하고 싶다면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컴퓨터는 Y에 도달하기 위한 X를 여럿 넣어가며 최적화를 하겠지만, 인간은 모든 창조력의 영역에서 필요한 X를 상상하게 된다.
왜 상상력이 필요하냐 하면, 일반적으로 쉬운 분야에서는 이미 함수 F가 알려져 있는 것에 비해, 어렵거나 처음 개척하는 분야에서는 우리가 알고자 하는 최종적 목적인 함수 F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필요한 X를 먼저 상상하고 X와 Y의 관계에서 최종적으로 함수 F를 도출해 내는 것이다.
함수 'Y= F(X)'에는 생각 외로 깊은 철학적 배경이 깔려 있다. 이러한 대수학 외에 중요한 하나의 단계로 저자는 좌표기하학을 들고 있다. 철학자 데카르트가 고안했다는 좌표기하학은 이러한 함수의 관계를 그래프로 보여주는 것이다. (앞부분 PV=1에서도 방정식과 함께 그래프로 이미 보았었다.)
"평면상의 임의의 점 P가 한 쌍의 음 또는 양의 수 x와 y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개념을 끊임없이 사용해 왔다. .... 이 개념은 좌표기하학이라는 거창한 과목의 근간이 된다. 이 발견은 수학의 역사에 신기원을 연 기념비적 성과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함수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단순한 개념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과학적 상상을 좀 더 쉽게 하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하나의 함수란 결국 두 변수들 간 상관관계의 일종일 뿐이며, 여타의 상관관계들 처럼 그래프에 의해, 즉 좌표기하학에 의해서도 기술된다." 우리가 알아야할 Y 변수들과 그것을 구성하는 X 변수들을 알아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그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알아내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앞에서 이미 소개한 내용 외에, "수학이란 무엇인가"에서 몇가지 참고할만한 내용들을 발췌해 보았다.
1장 수학의 추상성.
"우리가 수학이라는 학문의 명성에 부응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학 문제의 엄밀한 표기를 위해 고안된, 소위 수학적 기법 정도만 학생들에게 익숙하도록 할 뿐 그 근본 개념까지 이해시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적 기술은 나, 너, 그와는 무관할 뿐 아니라 시각, 촉각, 미각, 후학과도 무관하다. 따라서 수학적 개념들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사건의 추이과정에 대한 과학적 기술에 꼭 필요하다."
수학이 복잡한 기호를 가지는 이유는 그것이 더 쉬운 언어체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수의 계산처럼 공식을 외워서는 제대로된 이해를 하기 어렵다. 그 기호가 의미하는 바를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4장 동역학.
"수리물리학은 사고의 욕구와 실행의 욕구가 동일한 한 사람의 내면에서 조화를 이룰 때 발전할 수 있는 시대의 산물인 것이다."
6장 수의 일반화.
"수학자들이 추구하는 것은 보편성(Generality)이라는 사실이다."
10장 원뿔곡선.
"그는 '과학탐구의 성공은 학습의 배타적 집중을 요구한다'는 발상이 오류임을 보여주는 많은 사람들 중 한 예에 불과하다. 기발한 개념은 흔히 지식의 범상치 않은 결합에서 발생한다."
어떤 좁은 분야에서 깊게 연구를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안나오는 이유는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함수로는 약간의 발전이 있을 뿐이다. 공학에서는 그러한 최적화된 발전이 필요하나, 과학과 혁신적 발명을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사고를 결합해와야 한다. 자신이 하는 연구와 유사한 분야에서의 해결책을 가져오고, 그 후에는 전혀 다른 과학분야에서의 사고방식을 가져와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문학적 사고방식에서 힌트를 가져올 수도 있다.
15장 미분학.
"미분학의 중요성은 .... 함수의 증가율에 대한 체계적 고찰이다."
"수학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개념은 바로 '어떤 것(some things)'과 '임의의 것(any thing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