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글쓰기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차윤진 옮김 / 북뱅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빠른 속도로 책을 읽으며 핵심적 내용만 파악하는 일은 범죄에 가까운 아픔을 준다. 어느 작가와 만나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잃는다면 아주 슬픈 일이 아닐까. 내용만이 아니라, 문장의 리듬을 느낄 필요가 있다. 행간에서 저자의 심정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 왜 읽으려 하는가. 언어의 핵심에서 주변부로 퍼지는 굴곡의 높이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내용이 쉽고 서로 비슷한 자기계발서라면 각 챕터와 문단의 제목만 봐도 된다. 내용 파악이 충분히 된다. 굳이 어렵게 각각의 단락에서 핵심적 명사나 동사를 찾아내는가. 모든 내용이 이미 제목에 쓰여져 있다. 뭐하면 가장 마지막에 있는 두어 문장만 읽어도 좋다.

 

"버리는 글쓰기"의 원제는 '천둥과 번개'이다. 나탈리 골드버그에게서 쓰기에 대한 기술적 가르침을 받으려면 핵심적 문구만 골라 읽어도 충분하다. 불행하게도 골드버그는 그러한 학습을 위한 책을 쓰지 않았다. 천둥과 번개 만큼이나 생각과 마음을 치며 지나가는 에세이들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의 냄새를 맡지않고 맛을 보지 않는 일은 헤어짐에 가까운 괴로움을 준다. 단지 기술적으로 설명된 문장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제를 글로 다루는 저자의 솜씨를 느껴야 한다. 작가가 주는 글을 먹으며 배우게 된다. 지식이 아니라 체감각으로 저자를 만날 수 있다.

 

 

오래 두고 음미하기 위해 몇가지 문장을 말려본다. 발췌한 문장의 앞뒤를 다 읽은 사람만이 진정한 향을 맡을 수 있으리라.

 

"글의 구조는 반드시 유기적이어야 한다!"

"결국 시의 짜임을 내면화한 결과 내가 종이 위에서 말을 쏟으면 그 말은 시가 되어 나왔다."

"그래, 맞다. 구조 짜기다. 구조는 이 책에서, 그리고 이 책 밖에서 찾아낸 위대한 발견이다."

 

"완전히 몰입해서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글을 어떻게 짜고 있는지 이해하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어떤 내면의 절차를 거쳤는지 발견했다. ..... 글을 쓰겠다는 사람들이 책을 얼마나 안 읽는지, 읽는다 해도 정독은 하지 않는지를 알고서 깜짝 놀랐다. 정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마치 맛있고 부드러운 껌을 입에 털어넣고 질감이나 맛과 향을 느끼지도 않은 채 삼켜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로 그것이 글을 쓰는 원래의 목적이다. 삶의 진정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일반화하지 않기 위해서다."

"누군가 열심히 글을 써서 출판까지 할 수 있다고 쳐도 무언가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것만이 우리의 무릎을 꿇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뼈대는 이미 설정해 놓았다. ..... 하지만 그녀의 여정은 글을 쓰는 동안 서서히 밝혀질 것이다. 이처럼 글쓰기는 모험이며, 발견의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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