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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인문학독서법 - 삶의 기적을 일으키는 인문학 독서법의 비결
김병완 지음 / 북씽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갑자기 나타나 베스트셀러 작가가된 김병완을 보면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의 독서 이력을 바탕으로 쓰는 책들은 사실 조금은 가볍고 쉽게 읽히지만 여러 책을 계속 쓸 수 있다는 것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그의 책들을 읽어왔는데, 이번에 읽은 "기적의 인문학 독서법"은 그중에서 내용이 충실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대개 그가 읽었던 책에서 내용들을 인용해와 이를 모두 합쳐서 자신의 의견을 넣는 방식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의 책 중에서 일반적인 주제를 가진 책보다는 구체적인 주제를 가진 책이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48분 기적의 독서법"이 그냥 하루에 한권 책을 읽으라는 말을 길게 써놓았다면 이 책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인문학 서적을 읽는 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쨋든 김병완의 책은 가볍다. 이 책도 저자가 읽었던 많은 책에서 내용을 가져오고 저자의 생각을 섞고 있다. 놀라운 것은 어찌보면 간단한 생각을 이렇게 길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결코 나쁜 뜻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의미로 말하고 있다. 기본 주제를 풍성하게 꾸며갈 능력이 되는 듯 보여 부러웠다. 그럼에도 전체 구성이 복잡하거나 심오하다고 할 수는 없다. 먼저 1부는 인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살피고 있다. 인문학은 인간이 삶을 사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방법, 체계를 알려준다. 고전이란 범주에서 읽기, 쓰기가 가장 기초라면, 이러한 기본적 고전을 지난 인문학에서는 생각하는 법, 말하는 법,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또한 단순히 체계적이고 학술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은유적이고 이야기적이고 서사적인 방법으로 인간에게 다가온다. 그것이 인문학이다.
저자는 고대에 있었던 인문학이 자연과학이 도입되면서 많은 분야가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먼저 고전에 포함되던 '기하'가 점차 물리, 수학과 같은 자연과학으로 나가고, 이후에는 많은 분야가 사회과학이란 이름으로 떠나갔다고 한다. 그런 과학이란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분야들로 남은 것이 바로 문학, 역사, 철학이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이를 문사철이라고 한다. 이러한 문사철을 읽는 방법을 2부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먼저 문학에 관해서는 모티머 J.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에 나오는 방법을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아쉬운 면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저자 고유의 사유에서 녹아 흘러나온 내용이 아니라 예전에 읽었던 내용들의 모자이크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문학에 관한 부분은 애들러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오고 있다. 여러 내용들이 있었지만 핵심적으로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독서 자세'가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기는 그런 약간의 수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에 깊이 빠지면 문학작가가 말하려는 내용을 읽는 것이 아니라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이어서 역사에 대한 읽기법으로 저자는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앞에서 다른 분야에 대해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역사책도 그가 여러 책을 읽고 독서법을 정립한 것이 아니라 카의 저술을 기초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가 많다. 근본적으로 에드워드 카의 관점은 여러 역사학자의 관점 중의 하나이고, 나는 그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역사 서적은 모두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다'라고 하면서 역사가와 교감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역사는 항상 역사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독자는 역사의 사실 흐름과 작가의 의견 혹은 상상력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역사가가 과도한 상상력을 넣은 자의적인 책은 멀리해야 한다. 그것은 역사책이 아니라 소설이자 수필이기 때문이다. 역사책을 읽는 방법은 오히려 김병완이 철학서를 읽는 챕터에서 언급한 내용을 참조해야 한다.
철학서를 읽는 방법은 주로 니체의 책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간에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인문학 독서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 어떤 정답도, 그 어떤 지도도, 그 어떤 하나뿐인 해석도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 그 정답을 찾아내고, 지도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는 철학서만이 아니라 역사서를 읽을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밝혀진 역사를 기초로 자신이 스스로 분석하여야 한다. 과거를 정리하고 현재를 분석하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임무는 역사가가 아니라 독자가 해야한다.
3부에서는 그가 전부터 언급하던 독서법을 다시 말하고 있다. 어찌보면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겐 뻔한 내용일 수 있으나, 새로 독서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좋은 책이다. 또한 많이 책을 읽어왔더라도 저자의 경험과 독려를 받아 다시 읽기에 빠져들게 하기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