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시학 동문선 문예신서 183
가스통 바슐라르 지음, 곽광수 옮김 / 동문선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독서리뷰를 많이 못 올렸다. 하는 일이 많아져서 밤 늦게까지 일하다보니 글 읽는 시간도 줄었고 집중도도 떨어졌다. 더구나 이 책을 지난 3주 이상 읽고 있었다. "공간의 시학"은 가스통 바슐라르의 철학과 시와 은유에 대한 책이라 할 수 있는데 처음 예상보다도 더 읽기 쉽지 않았다. 과학철학에서 시작하여 문학 연구로 나아간 그의 글은 프랑스 특유의 철학적 사유 체계를 가지고 있는듯 싶다. 그 체계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알기 쉽게 말하자면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이 책은 그의 여러 책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여 반드시 읽어야만 했다. 하지만 고백하건데 내용 중에서 10%라도 이해했을지 모르겠다. 우선 번역이 어려웠다. 보통 민음사 번역아 안좋다고 하는데 이 책은 동문선에서 다시 나왔지만 초판은 민음사의 책이다. 거의 모든 문장을 프랑스 직역을 해놓은 듯 싶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문장이 아니라 서구 특유의 쉼표가 마구 들어간 문장들이 분절된 구조인데, 이것이 바로 한글로 나와 있었다. 한글인데 프랑스어 같았다. 더구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내용 자체가 문학평론으로 나가는 철학서라고 보면 되는데, 보통 이런 책들은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번역자를 이해할 수 있는데, 그의 고심은 책의 내용을 얼마나 충실히 전달하느냐와 읽기 쉬우냐의 갈림길에 있었으리라 추정된다. 읽기 쉽도록 의역을 상당히 넣고 문장순서를 자연스럽게 해야할텐데, 그럴 경우 원문의 이해를 완전히 전달하지 못했을 수 있다. 번역자의 새로운 창작이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원서의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는 책을 원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전공자를 위한 연구용으로 적합하고 일반적 독자가 독서를 위해서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나는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되는 글들을 찾을 수 있었다. 길게 실제 예를 들거나 어려운 설명이나 묘사를 하는 부분이 아니라 대개는 저자의 철학적 사고의 결론을 무심하듯 적어놓은 부분이었다. 이를 아래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오직 시적 이미지를 읽는 순간에 이미지에 현전(現前), 현전해야 할 따름이다."

"시적 이미지는 언어의 떠오름이며, 언제나 의미하는 언어보다 약간 위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작품을 읽으며 그것을 살(體驗) 때, 우리들은 건강에 이로운, 떠오름의 경험을 하게 된다."

"시적 이미지는 새로운 존재의 지배 밑에 놓여 있는 것이라는 우리의 주장을 사람들은 용인해 주어야 할 것이다."

"시인에게 전문적인 수련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지들을 결합하는 부차적인 일에 있어서이다."

 

 

"이 피난처적인 공간의 가치들은 너무나 단순하고 무의식 속에 너무나 깊이 뿌리박고 있는 것이어서, 우리는 그것들을 상세한 묘사에 의해서보다는 차라리 단순한 환기에 의해서 되찾곤 한다."

"우리들은 남들에게, 비밀이 있는 방향이나 전달할 수 있을 뿐이지, 객관적으로 그 비밀을 말할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다. 비밀은 결코 전적인 객관성을 가지지 못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는 몽상에 방향을 잡아 줄 뿐이지, 그것을 완성시키지는 못하는 것이다."

"내밀성의 가치들을 환기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독자를, 독서를 잠시 멈추고 있는 상태로 유도해야 한다. 독자의 시선이 책을 떠나는 바로 그 순간, 나의 방을 환기함이 남에게도 몽상의 입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되면, 말하고 있는 사람이 시인일 경우, 독자의 영혼은 울림을 얻는다."

"그리고 바로 그 꿈이 가치들이 시적으로 영혼에서 영혼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자. 시인들을 읽는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몽상인 것이다."

"위대한 이미지들이란 역사와 선역사(先歷史)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법이다. 그것들은 언제나 추억인 동시에 전설인 법이다. 우리들은 결코 당장에 이미지의 전체를 살(體驗) 수는 없다. 위대한 이미지는 어떤 것이나 깊이를 알 수 없는 꿈의 밑바탕을 가지고 있으며, 바로 그 꿈의 밑바탕 위에 우리들 각자의 개인적인 과거가 특이한 채색을 하는 것이다."

"시는 우리들에게 젊음에 대한 향수를 준다기보다는 - 그거야 평범한 일일 것이다 - 젊음의 표현들에 대한 향수를 주는 것이다."

 

 

"이미지의 현상학은 이미지를 우리들이 직접적으로 살(體驗) 것을, 이미지를 삶의 느닷없는 사건으로 여길 것을 요구한다. 이미지가 새로우면 세계가 새로운 것이다."

"삶과 하나가 된 독서에 있어서는, 만약 우리들이 세계를 - 우리들의 몽상 앞에 열리는 세계 - 표현하는 시인의 창조 행위를 의식하려고 노력한다면, 일체의 피동성은 사라지고 만다."

"이미지는 묘사적인 게 아니다. 단호하게 영감적이다."

"이런 글에서는 상상력, 기억력, 지각이 그들의 기능을 서로 교환한다. 이미지는, 현실의 기능과 비현실의 기능이 협력함으로써 현실과 비현실의 협동 가운데 자리를 잡는 것이다."

"숨결의 집과 마찬가지로 바람과 목소리의 집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진동하는 가치이다."

"우리들이 응축된 집에서 확산되는 집으로 옮겨가며 리듬분석에 우리들 자신을 민감하게 하면, 그 약쪽 사이에서의 진동은 곳곳으로 반향되고 증폭된다."

 

 

 

저자는 이미지와 메타포를 구별하고 있다. 시의 핵심으로는 이미지를 말하고 있으며 메타포는 단순한 형태이기에 차별하고 있다. 이는 보통 우리가 아는 은유와 심상이라는 말과 사용법이 다를 수 있다. 보통 시는 메타포이다 하고 말하는데, 여기의 메타포와는 다른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번역자는 메타포를 은유라고 번역하지 않고 그냥 메타포라고 부르고 있다. 아마 저자는 어떤 단순한 수사법을 의미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공간의 시학"은 집, 서랍, 조개껍질, 구석, 세밀화, 내밀의 무한, 안과 밖, 원과 같이 공간에 대해 그 이미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실제적인 예로 든 부분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언어적 한계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오히려 앞부분의 개괄적인 설명에서 도움이 될 내용을 얻을 수 있었다. 집과 그 세계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읽었다. 뒷부분의 내밀의 무한과 안과 밖에 대해 말하는 부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뒷부분에서는 인내력의 고갈로 열성적인 독서를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그런 면에서 관련된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독자에게는 매우 도전적인 독서가 되리라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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