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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도서관 - 어떤 테이블에서도 나의 품격을 높여주는
강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2월
평점 :
세계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맛있는 갖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면 어떨까. 젊을 때 부터 저자는 그런 경험을 해오고 있다. 이렇게 부러울 수가 있을까. 먹는다는 의미는 우리의 삶과 생명을 다시금 확인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음식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여 외국의 처음 보는 음식에 대해 두려움과 머뭇거림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도 왠지모를 신세계를 가는 기분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면 새로운 시간, 새로운 대지에서 우리를 당혹하게 하는 음식을 먹어봐야 한다.
<미식가의 도서관>은 동양의 몇몇 나라의 음식에 대한 글로 부터 시작해서 서양의 음식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3부에서는 특별하게 치즈와 쵸콜릿을 설명하고, 4부는 음료와 술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마지막에서는 테이블 매너와 상식에 대해 여유롭게 서술하고 있다. 여유롭게라고 표현하고 싶었던 이유는 모든 글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주치는 설명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종류의 책들은 '상식'을 넣어주기 위해 교과서와 같아지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모든 장들이 그냥 하나의 에세이 형식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 매너 부분만 해도 어떻게 해야한다라는 식이 아니라 자신이 있었던 일을 풀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상식을 전달하기 보다는 그냥 자신의 잊혀지지 않는 실수담을 말하지 않으면 못견디는 친구와 같이 여유롭게 서술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부분을 골라보면 우선 베트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포(Pho)라는 고기 육수에 쌀국수를 넣어 먹는 누들 수프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음식은 아니고 100년 전부터 생겨와서 베트남 전체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포가 전세계로 퍼져나간 데에는 베트남 멸망 이후의 공산주의를 피해 달아난 보트피플의 아픔이 숨겨 있다. 이들이 세계 여러 곳에 나가 음식을 해서 먹으며 식당을 차려서 그 나라 사람들도 먹게 되었다. 그렇게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먹는 쌀국수에서도 국가 패망과 살기 위해 빠져나간 많은 사람들의 슬픔이 깃들어 있는 듯 싶다.
일본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무엇을 먹었다는 이야기는 생각이 안난다. 하지만 보통 우리가 아는 일본인들의 식사 모습을 아주 구체적으로 순서도를 그리듯이 설명한 부분이 아주 웃겼다. 사실 밥 그릇을 들고 젓가락으로 별로 되지도 않는 량을 먹는 걸 보면 왠지 불쌍하게 느껴졌었다. 돈은 많으면서 가난한 옛시대의 문화를 벗어나지 못해 그런게 아닐까. 호텔에서 조식으로 밥과 국과 생선과 조그만 반찬들을 먹는 걸 보면, 그곳은 창문으로 경계를 삼지 않았으면 창문 밖의 대나무 몇이 어느새 숲을 이루는 몇세기 전의 어느 가난하고 비루한 산속의 집이 아닐까 상상의 경계를 넘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상상으로 넘어갈 여지가 없다. 왼손과 오른손의 움직임 하나하나와 젓가락과 그릇과 심지어 뚜껑의 순서까지 자세하게 정리하고 있다. "젓가락 끝을 국에 넣어 조금 축인 다음"라든가 "이때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누르고 마신 뒤 놓는다" 같은 묘사는 일본인이라면 공감이 가겠지만 나에겐 한편의 희극 같았다.
음료 부분에서는 차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녹차와 우롱차와 홍차의 차이가 발효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보이차 같은 종류는 왜 다른지, 중국과 일본의 차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읽고나서 보니 현미차는 마시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건강에 대한 책을 읽으니 차에 함유된 카페인이 커피에 못지 않은 듯 싶었다. 그래서 차도 안 마시려 결심했었지만 차에는 항산화제와 같은 물질이 있기에 아쉬운 부분이 컸다. 아무래도 물의 대용으로 마시던 습관은 버리더라도 오후에 한 잔 정도 마시는 수준에서 즐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테이블매너 부분에서 송로버섯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장 이름이 아예 'Truffle, 땅 속에 숨겨진 검은 보물'이다. 매우 귀중한 음식으로 저자는 이 비싼 음식을 먹을 기회가 왔을때 주위 눈치를 안보고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여러 매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의 그런 잘못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맛있다고 너스레를 부리고 있다. 송로버섯이라고 말해지는 트러플은 거위간인 푸아그라, 철갑상어알 캐비어와 함께 세계 3대 진미이다. 뭐 어느 하나 제대로 먹어 본적은 없지만 읽기만 해도 왠지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