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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수학이다 - 우주의 은밀한 숫자들
제임스 D. 스타인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 구성이 은유인데, 번역자의 의도인지 출판사의 취향인지 모르겠다. 원서 제목은 'Cosmic Numbers'로 '우주의 수'라고 할 수 있다. 번역서 제목과 비슷하지만 근본부터 다르다고 봐야하겠다. 원서의 제목은 목록에 적힌 '숫자'들을 설명하는 책이란 의미이고, 번역서의 제목은 우주를 이루는 것은 수학인데 그게 대해 알아보겠다는 의미이다. 즉 원서 제목은 물리변수들에 대한 설명을 담은 수학적 책이라는 의도라면, 번역서 제목은 수학이 우주를 구성하는 근원적 요소라는 선언이라 보인다.
위에서 언어적 요소에 대해 길게 설명한 이유는 이 책의 구성과 연관되어 있다. 비슷한 많은 물리책들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숫자나 변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주는 수학이다"도 쉬운 중력상수, 광속에서부터 어려운 허블상수, 오메가까지 깊게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다른 책에 비해서 어려운 항목들이 많다는 점도 하나의 차별점이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차이는 저자의 설명방식에 있다. 저자는 수식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면서 일반적 언어로 과학적 상황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원서의 제목보다 번역서의 제목이 저자의 의도에 더 부합하리라 생각되었다.
수학에서 수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러한 수학적 언어를 통해서 설명하고 이해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수식이 나오면 무조건 머리가 아파오는 사람에게 이상하게 들릴 말이지만, 수학적 언어를 사용함으로서 보다 의사소통이 쉬워지게 된다. 그래서 많은 수학, 물리, 화학 책에서는 그렇게 많은 수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수식 몇개가 필요한 상황을 문장 몇개, 문단 몇개로 대신하여 설명하고 있다. 읽으면서 '작가가 수식을 컴퓨터로 작성하기 힘들었나, 그냥 왜 주절주절 거리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투덜거린 이유는 수식이 없으니 읽으면서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문장의 연속이 이 책의 장점이자 특징이라 생각된다. 저자가 말한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그 사고방식을 배우게 되며, 논의되고 있는 대상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수식이 많아진다. 뒷부분 내용으로 갈수록 저자도 완전히 이해 못한 부분들이 많을테니, 문장으로 변환하지 못하고 기존의 수학언어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가령 마지막 '오메가'장에서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인슈타인이 채택한 "언어"의 간결한 아름다움'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위의 그림 참조) 이 수식을 문장으로 전환하긴 힘들고, 수식 상태에서 그 언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이런 부분도 좋았지만 책의 앞부분에서 이러한 수식이 거의 없이 여러 숫자들에 대한 설명을 일반적 문장으로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뒷부분의 현대물리에 관한 것과 함께 앞부분의 '절대영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공계에서 절대영도에 대해 못들었을리 없지만, '음의 온도'와 이를 엔트로피로 설명하는 부분은 참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보통의 섭씨 온도가 아닌 절대온도로 음의 값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아왔다. 얼마전 과학기사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들의 실험을 설명한 내용에서 대략의 내용을 알 수 있었지만, 항상 그렇듯이 설명은 불친절하고 숫자로 개요화해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이해에 한계가 있었다.
저자는 그러한 내용에 대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세하고 구구절절이 설명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전문적이면서 교양과학을 설명하는 서적을 읽으려던 욕구를 충실히 충족시켜 준다고 봐야하겠다. 전체적인 내용은 그리 쉽지 않다. 더구나 수식이 없이 문장으로 이어져서 처음 읽기 시작할때 당황스러웠다. 조금은 일반적 과학서적과는 읽기 방법을 달리해야 했지만 익숙해진 후에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읽기 쉬웠고 재미가 있었다. 13가지 상수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람에겐 재미있을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