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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최효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2월
평점 :
여러 가문의 역사와 정신을 살펴보고 교훈을 정리한 책이다. "500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에는 조선 시대의 명문가가 어떻게 인재를 배출하게 되었으며, 그 정신이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알려준다. 기업이 초기 성장에 이은 지속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비법을 조선시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명문가에게서 찾고자 하였다.
의성 김씨 (청계 김진), 경주 이씨 (백사 이항복), 안동의 전주 류씨 (가정 류봉기), 대구 서씨 (약봉 서성의 어머니 고성 이씨 부인), 안동 김씨 (청음 김상헌), 상주의 진주 정씨 (우복 정경세), 논산의 파평윤씨 (명재 윤증)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각 가문의 터전을 잡고 발전시킨 대표적 인물과 그 후손의 이야기들은 재미있었다.
읽으며 기억에 남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먼저 청음 김상헌의 이야기에서 '주류 위의 청류'라는 것을 배웠다. 청나라가 쳐들어와 항복하게 될때 화친을 하자는 주류에 반대한 척화파로서 청음 김상헌이 있었다. 실리보다는 명문을 중요시 여겼기에 당시의 주류 위에 청류로 존경받았다.
책에 나오는 성공한 다른 가문에서 실리를 중요시한 경우도 있으며, 반드시 명분이 실리에 우선한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여기서 말한 명분이란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로서 지금의 관점에서는 제대로된 명분이라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명분이 앞선 자가 결국에는 실리를 내세운 자를 이긴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명분이라 내세워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역사를 모르는 일반인에게 가짜 역사인식을 작위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실리를 내세워 일만 열심히 하는 자를 존경받지 못하게 하고, 매번 실수에 나라 안팎에서 비웃음 당하던 자에게는 만들어진 명분으로 좋은 이미지를 덧씌운다. 하지만 조선의 사대주의가 사라졌듯이 명분도 바뀐다. 시간과 사람들의 평가를 거치면서 옥석이 가려진다. 따라서 제대로된 평가를 위해서는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제대로된 명분이 서도록 나 스스로부터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서애 류성룡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그의 집안은 나오지 않지만 백사 이항복과 우복 정경세의 2개 장에서 소개되었다. 서애가 권율을 추천했는데 이항복이 권율의 사위였다. (백사는 25세에 과거에 합격했으나 권율은 사위보다 2년 늦은 해에 46세로 과거에 합격하였다. 권율이 파격승진했어도 좌의정 류성룡, 병조판서 이항복의 지휘를 받는 의주 목사였다.)
또한 우복은 서애의 제자라는 인연을 가지고 있었다. 우복 정경세가 스승처럼 사람보는 안목이 있어 사위로 동춘 송준길을 얻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류성룡의 사람보는 안목이 임진왜란의 조선을 위기에서 구했다. 전쟁 중에는 재상으로서 물자 수급, 명과의 외교 등 전체를 지휘하여 나라를 구했다. 또한 종6품 정읍현감 이순신을 정3품 전라좌수사로 7품계나 파격 승진시키고, 종5품 판관 권율을 정3품 의주목사로 5품계나 올렸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 없는 일이라 한다.
도원수로 전군을 지휘하게 되는 권율과 전쟁의 승패를 가른 이순신을 보면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인재들이 활약을 할 수 있었는지 놀라울 뿐이다. 단순한 역사의 우연이 아니라 류성룡이 국가의 지속경영이 가능하도록 평상시에 인재를 모은 필연의 역사라 생각된다.
국가는 매번 위기와 도약을 거듭한다. 그러한 역사는 해석하기에 따라 정치, 경제 시스템에 따른 순리적 결과라고도 한다. 하지만 시스템을 바꾸고 사람들을 바꾸는 것은 역시 한명 한명의 사람이었고 그들의 모임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 가운데도 공부하고 노력하고 결단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겐 가문과 국가의 발전이 가능했다.
지금 나는 그러한 열정에 충실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국가의 위기에 대해 그저 지켜보고 있는가, 아니면 지금 행동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