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 행복은 삶의 최소주의에 있다
함성호 지음 / 보랏빛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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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호시인이 재미있는 산문집을 내었다. 단순히 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린 만화 혹은 일러스트가 함께 있는 형식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이야기가 녹여진 카툰 에세이이다.

 

 

워낙 다양한 대상에 대한 사색이 담겨 있어서 주제를 간명하게 파악하긴 어렵지만, 저자는 책 표지에 부제로 "행복은 삶의 최소주의에 있다"라고 이를 알려주고 있다. 행복과 삶의 관계에 대해 '최소'라는 공학적 은유를 부지불식간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삶을 이루는 방정식 'Y = F (X)'는 2차 방정식으로 풀이될 수 있어서, 'Y = X^2'으로 해석될 수 있나 보다. 삶(Y지수)의 최소점에 행복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함성호시인에게 행복의 근간이 되는 관심사(X인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앞에서 나는 책의 부제에 대해 조금은 과한 해석을 내놓았다. 보통은 말도 안되는 논리겠지만 부제를 설명하면서 순간적으로 떠오른 2차 곡선의 그래프는 사실 함성호시인에게서 연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시인 외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건축가가 그의 다른 본업이니 앞의 나의 해석은 크게 탈나지 않을 것이다.

 

그외에 그림, 미술비평, 건축평론가, 만화, 만화비평, 영화비평, 전시/공연 기획자라니 참으로 다양하지 않는가. 예전 그의 시집에 실렸던 작가설명에서 읽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놀라며 묘한 질투심을 유발한다.


책의 부제와 저자를 설명한 것은 여기서 이 책의 구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란 대명제 하에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대상들에 대해 기묘한 상상력을 넣어 즐거움을 파헤치고 있다.

 

 

총 5부로 구성되어 각 부마다 대략 10개의 에세이여서 총 48개의 글이 있다. 책 소개를 쓴 함민복시인의 말처럼 각각에 이야기의 살을 붙이면 하나의 책이 될 것 같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는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기 쉬운데, 내가 책을 비평하기 위해 읽는 것은 아니니 상관없다. 전체 주제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삶의 여러 단면에서 저자와 공감할 수 있을 뿐이다.


만화를 읽던 기억에서 나의 만화 읽기를 떠올렸고, 활자 중독자의 행복에서 지금 읽고 있음을 깨달았고, 목사가 되려다만 친구의 이야기와 신자도 아닌데 방학 숙제로 성경을 다 읽었던 이야기에선 개인적 신앙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생각은 저자의 생각과 전혀 다른 종류이겠지만, 어쩌랴 나는 그저 '책 읽기의 최소점'에서 행복에 빠져있을 뿐이니.


저자는 어린 시절 읽었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들'이라는 이야기에 나오는 노인의 '망각'이라는 대답에서부터, 건축사무소 '회이재'가 있는  건물 옥상에서 아래로 바라본 산벗나무의 이야기를 지나, 티벳트 여행과 '카일라스'의 이야기까지 자신의 삶에서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으며 그가 원하던 '인식 체계가 주밀'한 글을 생각했다. 아무도 설득하지 못하는 산문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자기의 사유체계를 이식해 펼쳐나가는 고급한 산문'을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은 최근에 읽었던 "시간의 향기"와 매우 비슷한 책이다. 비슷한 향기를 풍기는 사색적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이 철학교과서 같다면 이 책은 만화당에서 정신없이 보던 어린 시절의 풍경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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