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 서양과 나머지 세계
니얼 퍼거슨 지음, 구세희.김정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역사 책을 읽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물론 전형적 역사책이라기 보다는 역사를 기반으로 사회를 분석한 책이라 볼 수 있지만. 고등학교 때는 거의 역사책만 읽었던 것 같다. 그게 문제였긴 하지만, 역사책은 너무 재미 있었다. 아직도 그 재미는 유효하다는 걸 알았다.

 

이 책은 문명의 성장과 붕괴에 대한 분석 책이면서 이야기 책이다. 비록 짧게 끊어진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이론을 설명하고 있지만 역사가 가진 본질적 이야기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주제목 보다 부제목이 더 이 책의 관점을 보여준다. 서양과 나머지 세계. 서양이 어떻게 16세기부터 전세계를 앞서갔는지, 지금은 그 서양 전성기의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하였다.

 

어떤 리뷰에서는 서양인 관점에서 바라보는게 싫다고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건 역사를 많이 읽지 않는 인문학 성향의 사람이 하는 말이라 생각된다. 어차피 관점은 다 다르기에 이 저자의 관점이 궁금했다. 그는 자기가 포함된 서양이 어떻게 상대 문명을 압도했는지 그 원인의 분석과 서구문명의 유지 여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는 6가지 무기를 "1. Competition 경쟁 장려 체제, 2. Science 17세기 이후 과학혁명, 3. Property 법치와 대의제 정치 확립, 4. Medicine 현대 의학의 발달, 5. Consumption 소비 지향 사회 체계, 6. Work 프로테스탄트 직업윤리"로 정의하고 있다.

 

6가지 비장의 무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p.479)

1. 경쟁

   유럽자체가 정치적으로 분열, 각 왕국이나 공화국 내에도 경쟁을 펼치는 다수 조직

2. 과학혁명

  17세기 수학,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분야의 주요 혁신

3. 법치주의와 대의제

  사회적, 정치적 질서를 세울 최적의 체제가 생겨났다.

  이는 사유 재산권, 지주 계층 대표자들로 구성된 입법 기관에 기반을 둔다.

4. 현대 의학 

  공중 보건에서 거의 모든 혁신이 서유럽과 북아메리카인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5. 소비 사회

  산업혁명이 일어난 곳에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기술 공급과

  면제품을 비롯해 더 많고, 좋고, 저렴한 상품을 원하는 수요가 있었다.

6. 직업윤리

  광범위하고 집중적인 노동을 높은 저축 금리와 결합시켜 꾸준히 자본을 축적했다.

 

 

                                 

 

 

나는 이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인 '소비 사회'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위 사진은 책에 있는 것으로서 메이지유신 이후에 일본이 어떻게 서양을 따라잡았는지 설명하는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사진으로 영국의 섬유산업을 들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사진으로 일본 사진만이 있기에 양해바란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에 서양을 전방위적으로 모방했는데 그중 소비를 살펴보면 의상에서 서양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구조와 연결되어 있는데, 산업의 발달이 섬유산업에서 부터 출발하는 것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있어 왔던 일이었다. 영국이 그랬고 일본이 그랬고 우리나라가 그랬다. 이후 철강을 거쳐 더 고급 산업으로 옮겨갔던 것이다. 이는 산업의 발달만이 아니라 소비를 요구한다. 무한히 생산된 물품은 노동자, 국민이 소비하게 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노동자의 비참함을 원인으로 사회혁명을 꿈꾸던 사람들이 놓친 부분이다. 국민은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였다. 따라서 국가는 소비자가 소비력을 가지게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었다.이런 소비의 증가가 발전을 이루는 핵심 무기중의 하나였다.

 

                                           

 

 

또한 세계는 복장의 통일화를 가져왔다. 일본은 바로 서양의 양복을 가져왔고 이는 전세계적 현상이었다. 재봉틀을 가져와서 자신들의 전통의상을 만들지 않고 서양 의상을 만들어 입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신기한 일이었다. 신기하게 느끼는 것은 내가 현대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위의 청바지가 대표하듯 의상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정신의 상징이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가장 거부했던 것중의 하나가 청바지였다. 가장 노동자적인 의상이지만 가장 자본주의적 의상.

 

문명이라는 게임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국가의 사회체계를 5가지 가져갈 수 있는데, 현대의 체제로 주어지는 3개(평등,질서,독재) 중에서는 1개만 가져갈 수 있다. 평등이라고 번역된 서구체제를 선택해 본적이 없다. 전쟁을 하기 위해선 파시즘의 독재를, 전쟁과 산업을 늘리기 위해선 질서를 선택한다. 평등은 전쟁하기도 힘들고 우주선을 쏘거나 복지국가 만들어 끝내야 한다.

 

아마도 게임에서 놓치고 있으면서 실제로 벌어진 공산주의가 몰락한 원인은 다 소비의 힘이었다. 동독과 소련 사람들은 산업이 발전하고 핵무기가 늘어났음에도 시장에 물건이 없는 현상에 직면했다. 더구나 그들은 비교 상대를 가지고 있었다. 게임에서야 핵무기 쏘고 전진하면 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핵무기가 너무 많았고 위력이 너무 쎘다.

  

 

역사책은 보통 오래된 것을 읽어야 도움이 되는데, 이 책은 오히려 최근에 나온 책이라 의미가 있다. 이는 저자가 해석한 원인과 결론이 맞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이자 오히려 의미가 되었다. 어쩌면 원인은 대체로 맞겠지만 결론(혹은 향후 예상)은 저자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과연 미국을 추월하는가, 일본처럼 주저앉는가. 서구문명이 예전 문명처럼 갑자기 종말을 고할 것인가, 되살아 날 것인가. 이 모든 것은 결론을 알아야 꺼꾸로 해석이 될 문제이다. 로마가 갑자기 무너질지, 공산주의가 갑자기 무너질지 아무도 예측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저자는 서구를 따라온 문명, 특히 동아시아의 나라들을 보면서 이들이 서양의 6가지 무기 중에서 4~5개를 보유하고 있기에 따라왔다고 보았다. 즉, 6가지 무기의 영향력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의견이다. 즉 새로운 동아시아의 중국을 비롯한 나라들이 서구문명의 라이벌로서 서양을 무너뜨리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서양 문명을 향해 다가오는 가장 큰 의협은 다른 문명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무기력함, 그리고 그것을 부추기는 역사적 무지다."

 

아무래도 역사책을 몇개 더 읽어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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