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김영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 35권으로 전자기학에 대해, 전자기학의 주인공인 패러데이와 맥스웰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시리즈의 책이 다 같은 구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은 초대/만남/대화/이슈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대는 기본적 배경에 대해 말해주고, 만남에서 두 명의 사람에 대해, 그들의 업적과 발견 내용, 그리고 간단한 삶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사실 이 책에서 대화/이슈에서는 별 읽을 내용이 없었다. 아마도 시리즈가 같은 구성이기에 덧붙여 놓았을 것 같고, 저자의 글쓰기와는 맞지 않는 형식이었던 것 같다.
패러데이와 맥스웰은 전자기학을 완성시킨 사람들로서 패러데이가 책제본 견습공 출신으로 입지전적인 실험 과학자의 삶을 살았다면 맥스웰은 캠브리지 트리니티칼리니에서 엘리트적인 수학 과학자의 삶을 살았다. 패러데이의 과학을 배워가는 모습도 대단했고, 맥스웰이 켐브리지에서 수학시험을 치르는 모습도 대단했다.
또한 이 책에서 전자기학에 대해 다시 개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대부분의 교과서가 엉성하게 느껴졌던 원인은 그 구성의 시간적/역사적 언급없이 전혀 엉뚱한 내용이 덧붙여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내용들은 대개 전체 줄거리에 필요가 없는 것들인데, 교과서에 실린 것은 중요한 결론적 내용을 도출하는데 그런 실험이나 이론이 선행되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 책에서 전자기학이 구성되기 까지 패러데이와 맥스웰, 그리고 그외 인물들이 '사고'하는 방식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 사고방식의 변화가 전자기학을 근본에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된다. 어떻게보면 교과서의 수학적 기술내용 너머에 있는 철학적 근간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저자에 대해 언급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소설과 시를 제외한 많은 책들이, 즉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 책들이 국내와 외국 저자를 비교해보면 국내 저자들의 글쓰기와 내용의 깊이가 너무 떨어지는 경우를 보아왔다. 이 책 외에 사이언스북스의 물리학자 시리즈를 보고 있는데, 그 외국 저자의 책에 비해 이 국내 저자의 책은 전혀 질이 떨어진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더구나 저자는 젊다. 기쁜 일이다. 만남의 내용을 전문 독자가 아닌 일반 독자를 위해 서술했다면 좀 더 쉬운 혹은 다른 방식으로 글쓰기를 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고, 아무리 시리즈의 양식을 따랐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화/이슈 챕터는 그냥 흩어보기만 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좀 더 노력하는 글쓰기 버릇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느낌이지만... 사실 '대화' 형식의 글쓰기로 성공한 글이 없다고 하던데 (플라톤을 빼고) 김영사의 시도가 어쩌면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글 마무리가 괜한 욕심으로 덧붙여졌지만, 하여튼 이 젊은 국내 작가의 좋은 글을 읽어서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