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페인팅북 : 반려동물 ㅣ 스티커 페인팅북
베이직콘텐츠랩 지음 / 키즈프렌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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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집사람에게 명화 스티커북을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배송 온 책을 보더니 딸이 굉장히 기뻐했었는데 이건 엄마꺼라고 얘기하니 엄청 서운해했다.

찾아보니 다행히 딸을 위한 스티커북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하나 접하게 되었다.


이전 명화 스티커북과 같은 베이직콘텐츠랩이라는 곳에서 만든 것으로 아이들용 스티커북에는 동화, 공룡, 반려동물 등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이번에 접하게 된 것은 반려동물 편이다.

애비를 닮아서 그런가 실제 동물은 무서워하는데 동물이 나오는 영상물을 보는 건 좋아하는 딸에게 딱 맞을 것 같았다.


역시나 배송이 오자마자 밥상도 뿌리치고 와서 해보고 싶다고 난리가 났다.

겨우 달래서 밥부터 먹이고 상을 치우자마자 앉아서 같이 해 보았다.



(새 책과 함께라면 언제나 좋은 애비 코스프레가 가능하다.)


일단 스티커와 배경지를 낱장으로 떼어내 편하게 붙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좋았다. 

확실히 아동용이어서 집사람이 하던 스티커북에 비하면 굉장히 큰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손톱만한 사이즈의 스티커도 제법 있기 때문에 이제 만으로 4세가 된 딸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처음엔 좀 헤매는 것 같더니 금새 척척 제 자리를 찾아 잘 붙이는 모습에 솔직히 좀 놀랐다.

아주 빗나가게 붙여서 사이가 많이 뜬 부분만 내가 다시 붙여서 수정해 주었고 나의 개입은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굳이 번호순으로 붙일 필요가 없으니 본인이 원하는 모양을 떼어다 여기저기 붙이다보면 어느새 뭔가가 완성되어 간다는

재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번호를 찾아 붙이면서 숫자 공부도 되고 스티커를 모양에 맞게 이리저리 돌리면서 붙여야 하기 때문에

도형지각 공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키가 좀 큰 편이라 대근육 발달은 좋은데 소근육 발달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소근육 발달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한 장을 완성하는데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완성시켰다는 점이다.

하나를 완성한 뒤 하나 더 하자고 졸라서 하나 더 하다가 마무리했으니 약 1시간 20분 정도를 가만히 앉아서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딸의 첫 작품.

중간중간 사이가 너무 뜬 것들만 수정해서 지금도 하얀 부분이 많이 보이는 편이지만 그래도 처음 한 것 치고는 매우 훌륭하다.

(자랑스럽게 들고 사진을 찍고자 했지만 1시간이나 걸려 완성한 터라 얼굴에 피곤이 가득해서 딸 얼굴은 편집했다.)

억지로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자리에 진득히 앉아서 그림 하나를 완성했다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본인이 느끼기에도 성취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그림은 딸아이 방문에 잘 붙여서 오래 두고 성취감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아직 9개나 더 남아 있어서 당분간은 아이가 심심해 할 때 같이 놀아주기 좋은 아이템이 생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 부모님이랑 놀아본 적이 없어서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그럴 때 젤 만만하고 좋은 것이 책읽기나 공놀이 정도였다. 

이제 스티커북도 규칙에 맞게 제법 잘 하는걸 알게 되었으니 틈틈히 같이 해서 모든 그림을 완성시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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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스티커 페인팅북 : 명화 - 안티 스트레스 힐링북 ㅣ 프리미어 스티커 페인팅북
베이직콘텐츠랩 지음 / 베이직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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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집사람이 다시 치솟는 코로나 확산세를 피하기 위해 아이 어린이집을 끊었다. 

3월에 새 어린이집으로의 입소를 앞두고는 있는데 몇 개월을 집에만 있으니 아이도 집사람도 슬슬 지치는 모양이다.

그런 집사람의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기 위해 접하게 된 책이다.


전에도 이런 종류의 스티커북이나 페인팅북을 몇 번 접해봤었는데 나름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생각보다 큰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 같아서 놀랐던 적이 있다. 

아이가 잠들고 난 뒤 시간을 활용해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 선물하게 되었다. 


페인팅북은 스스로 무언가를 완성한다는 뿌듯함은 크지만 채색 도구를 준비하는 것이 번거로워 나중에는 손이 잘 가지 않게 되는데

스티커북은 그냥 맨손과 의지만 있으면 바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사실 결과물은 직접 채색한 쪽이 아무래도 더 이쁘지 않나 싶긴 하지만)

이 책은 유명한 명화들을 스티커로 간편하게 재현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총 10개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고 성인을 타겟으로 삼은 듯 스티커의 양도 많고 조각도 세밀한 편이었다. 

처음에 배송이 왔을 때 아이가 보고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집사람이 칼같이 본인의 것이라는 것을 강조해 두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티커 조각이 매우 작기 때문에 집에 어린 아이가 있다면 아이 손을 타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편이

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여하간 이렇게 해서 완성하게 된 집사람의 첫 번째 작품은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이다. 


 


채색된 그림을 3D 기법을 통해 색분할을 했다는 책 소개를 봤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스티커라는 소재가 주는 독특한 색감이 더해져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그림이 되어 있다. 

이런걸 많이 해보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을텐데도 오랜시간 앉아서 잘 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도전하고 있는 작품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스티커가 얼마나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사진이다. 

스티커의 넘버링이나 배색도 잘 되어 있어서 찾을 때 생각보다 눈이 덜 아프다고 한다. 

 


다만 스티커가 너무 작아서 그런가 다 붙인 후 스티커 끝이 일어나는 현상이 좀 있었다. 

이것만 그런건지 다른 책들도 비슷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에 프라모델 같은 거 만들 때 이 책보다 더 작은 스티커들도

많이 붙여봤는데 그런 현상이 별로 없었던 것을 보면 스티커 제작에도 기술력이 있는 모양이다. 

차후에는 이런 부분도 개선이 되면 더 좋을 것 같다. 


아이가 잠들고 난 이후에나 작업이 가능하니 한 장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적지 않다.

책 한 권으로 집사람이 오랜 시간 집중하며 잠시 육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 준 것 같아

나름 기분이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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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자들 ㅣ 걷는사람 소설집 4
임성용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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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상깊은 구절

혼자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은 알고 있다. 

적당히 남에게 보여 주고 싶은 혼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스팔트 위의 중앙선처럼, 될 수 있는 대로 중앙으로, 할 수 있는 만큼 가지런하게, 끝없이 이어지며 내버려 둘 수 있는 혼자.

말 그대로 그대로의 혼자. (pg 105)



설 연휴에도 집, 삼일절 연휴에도 집에만 있다보니 좋은 책과의 만남도 잦아지는 것 같다.

이번에도 생소한 작가의 단편집을 만났다.

책 소개를 보고 선택하는 것이니 당연히 내 취향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겠으나, 

종종 실패도 하는 걸 보면 책과의 인연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내 마음처럼 되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책은 내 취향에 너무도 잘 맞아 읽은 소감을 쓰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230여 페이지에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최근에 읽은 단편집들이 대체로 너무 짧은 호흡이어서 아쉬움을 주었던 것에 반해 이번 단편집은 일단 길이면에서도 마음에 들었다. 

단편집이니 각각의 이야기들마다 주제가 있지만 작품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들이 비슷해서 

마치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일단 이야기들이 매우 어둡다. 그러면서도 또 무겁다. 

단편이지만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을 장면들이 여럿 등장한다. 

특히나 살인이 스토리 진행에 큰 영향을 주는 작품들이 많다는 점이 특이하다. 

아예 화자의 직업이 살인청부업자여서 일거리를 처리하듯 진행되는 살인부터 홀로 남겨진 어머니를 지키기 위한 살인, 

이념 대립으로 인한 맹목적인 살인 등 인간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죽음을 통해 우리 사회와 역사의 어두운 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공원 조 씨'와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기록자들'은 내용 일부가 겹쳐지며 같은 세계관 속 다른 이야기라는 느낌도 전해준다. 

'공원 조 씨'만 읽은 뒤에는 인재(人災)로 가족을 잃은 한 정신병자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 같지만 

'기록자들'까지 읽고 나면 뭔가 '공원 조 씨'에도 더 큰 이야기가 감춰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위 두 작품도 재미있었지만 총 7개의 단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꼽으라면 역시 '맹순이 바당'일 것이다.

제주 4.3 항쟁으로 남편을 잃고 낯선 곳으로 도망쳐 자신을 지우고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 서사가 여느 장편소설 못지 않게 탄탄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준다. 

본 작품이 2018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라 하니 제목으로 검색하면 원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끝분은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들러붙은 빨갱이 여편네 냄새가 가려져야 했다. 

누가 들어도 우스운 이름이어야 한다. 끝분은 점례 동생 순이를 떠올렸다. 

이름은 순이였지만 맹한 구석이 있어 동네사람들이 맹순이로 불렀다. 

끝분은 맹순이가 되기로 했다. (pg 172)

물론 다른 작품들 역시 충분한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편이니 이런 '어두침침한', 그러면서도 '사회 비판적인'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도 후회없는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제주 4.3 항쟁이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의 피해자들, 88올림픽 당시 소외된 계층 등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만한 

역사적 장면들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어서 작품 속 이야기들의 현실감도 높이고 등장인물에 공감하기도 쉽다.

책의 후반부에 작가의 말이 실려 있는데 작가가 이런 느낌의 작품을 쓰게 된 심리적 배경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돌이켜보면, 나의 시선과 선택은 늘 지하를 향했다.

눅눅한 지하에서 환상을 이야기하고, 지상의 세상을 헐뜯었다.

산등성이보다 골짜기를 좋아하고 그늘이 없는 사람은 사귈 수 없었다.

쇼윈도 속의 동물보다 버려진 짐승들에게, 온화한 스승보다는 괴팍한 스승에게 마음이 더 갔다. (pg 231)


뭔가 내 성향과 비슷한 작가를 한 명 더 알게된 것 같아 기쁘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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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잡학사전 ㅣ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패트릭 푸트 지음, 최수미 옮김 / CRETA(크레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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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어라는 것이 의사소통의 기본 매개이다 보니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자연히 언어도 변화하게 된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 사용하는 단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리즈시절'이라는 단어의 '리즈'가 축구팀 이름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듯이 말이다. 


이 책은 오랜 세월 사용해 온 영어 단어들의 어원을 작가가 마음 가는 대로 정리해 모아둔 책이다. 

국가나 지역 이름, 생물, 제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독자들의 흥미를 이끈다. 

각각의 어원들은 길어야 2-3페이지 정도로 짧게 정리되어 있다. 

제목에서도 '잡학'이라고 밝혔고 책의 분량이나 깊이로 볼 때 언어학을 바탕으로 한 심도있는 내용은 아니다. 

작가도 학자가 아닌 유투버라고 하니 뭔가 대단한 지식을 마주한다기 보다는 몰랐던 사실들을 흥미롭게 줏어듣기 좋을 것 같아 

접하게 된 책이다. 


목적에 맞게 각 단어별 어원을 짧지만 꽤나 충실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문체도 너무 진지하지 않으면서 마냥 가볍게 읽히지도 않게 완급을 잘 조절한 것 같다. 

각 단어들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출퇴근 길에 가볍게 한 두 페이지씩 읽기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아쉬움도 좀 남았던 책이다.

일단은 원문 자체가 영어권 독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공감하기 어렵게 쓰여진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번역가도 나름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하지만 작가가 재미있을 거라고 적었을 법한 문장들이 크게 재미 요소로 와닿지 않았다. 

아무래도 단어 자체의 기원을 다루는 책이니만큼 언어의 장벽을 넘기가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특히 우리가 해당 단어를 실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동물'편에서 이런 면이 좀 도드라지게 느껴졌다. 


때문에 '동물'쪽에서는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편이지만 그 중에서는 유독 '하마'가 인상적이었다.

하마가 한자로 河馬, 즉 강에 사는 말이라는 뜻인데 영어 'Hippopotamus'의 어원도 강에 사는 말이라는 뜻이란다. 

전혀 말처럼 생기지 않은 동물인데 의외로 어원에 충실하게 국문화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의 동물을 국어로 표현할 때 원래 그렇게 하나 싶기도 했지만 이후에 등장한 기린은 한자 '麒麟'과 'Giraffe'의 어원에

 전혀 연관성이 없었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지만 이 책을 접하게 될 사람들에게는 동물 이후에 등장하는 '사물과 소유물' 부터

재미가 쭉 올라가게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우리도 화장실에서 '비데'를 쓰면서 '구글'을 검색하니 그런 단어들의 어원은 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레고'의 뜻이 '잘 놀다'였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언젠가 엄마가 집사람에게 나 키우던 얘기를 하시면서 '쟤는 레고 하나만 던져주면 하루종일 잘 놀았어'라고 하셨었는데,

어원을 알고나니 레고는 정말 이름값을 잘 하는 장난감이었던 모양이다. 


여하간 긴 연휴동안 양가 어디도 못가고 집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동안 짬짬히 보기에 좋았던 책이었다. 

어원 자체를 알아가는 재미는 큰 편이기 때문에 우리 말의 어원도 이렇게 쉽고 짧게 잘 알려주는 책이 나와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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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알고리즘 - 왜 인공지능에도 윤리가 필요할까
카타리나 츠바이크 지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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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모든 그룹을 모든 면에서 공평하게 대우하는 해법은 없다. 이것은 디지털상에서 이루어지는 결정의 특수성이 아니다. 

각각의 집단이 어떤 행동을 서로 다른 비율로 할 때 모든 결정이 그러하며, 인간이 내리는 결정도 언제나 마찬가지이다. (pg 238)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 알고리즘...

아마 요새 가장 핫한 키워드들이 아닐까 싶다.

미래 직업으로 각광받는 분야이기도 하니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도 관심있는 주제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도 관심은 있지만 그런 개념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잘 몰랐었는데 

한 권으로 관련 키워드들을 공부할만한 책인 것 같아 접하게 되었다.  


생물학 전공의 자연과학자였다가 데이터가 주는 통계적 의사결정에 매료되어 데이터 과학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가

알고리즘의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면서 현재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고, 이 인공지능에서 활용되는 알고리즘을

우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판단 기준까지 상세히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왜 인공지능에도 윤리가 필요한가?'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총 330여 페이지로 살짝 두꺼운 감이 느껴지는 책인데 앞의 약 200페이지 정도까지는 핵심개념을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 관련 핵심 용어들의 개념을 잘 모른다 할 지라도 인공지능에 윤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강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핵심개념들을 이해한다면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앞 부분을 잘 읽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가 전문가 입장에서 일반 독자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이고 번역도 매끄러운 편이지만

태생이 문돌이인 내 입장에서는 그런 저자와 번역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심 개념들을 온전히 이해했는지 여전히 의문이긴 하다. 


내가 이해한 바를 최선을 다해 정리하면, 고전적인 알고리즘은 수학공식으로 명확하게 기술할 수 있다. 

'이런 인풋을 이렇게 가공하여 이런 아웃풋을 도출하라.'라고 하는 매우 명확한 프로세스를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알고리즘이라고 한다. 

하지만 머신러닝을 통해 빅데이터라는,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 속에서 인간이 쉽게 찾을 수 없는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도

알고리즘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는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알고리즘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이런 형태의 알고리즘은 '이런 엄청난 인풋이 있는데 여기에서 보이는 경향성을 분석하여 이번에는 무엇이 좋을지 추천해보라' 정도의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알고리즘인 것이다.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알고리즘은 설계자가 의도한 바를 100% 구현하는 것이므로 결과값을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거의 없으며

알고리즘 설계가 옳다면 항상 최적의 결과값을 도출하게 된다. 

예를 들어 네비게이션에 현존하는 모든 도로의 데이터가 들어 있고, 현재 위치와 목적지 간의 최단거리 길을 찾도록 알고리즘이 짜여 

있다면 새로운 도로가 나지 않는 이상 이견의 여지가 없는 값이 도출된다.


하지만 머신러닝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값은 이런 형태의 결과값이 아니다. 

저자가 설명해준 바에 의하면 빅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 방식은 고전적인 알고리즘 방식이 아니라 일종의 휴리스틱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인터넷 사이트에 수 많은 사람들이 수 많은 상품을 구매한 데이터가 입력된 알고리즘이 있다고 한다면, 

내가 그 사이트에 로그인 할 경우 30대 남자에게는 이런 구두가 잘 팔리므로 잘 팔리는 구두 순서대로 추천을 한 뒤 

구두와 매칭할만한 옷들을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다. 

그 목록들 중 내가 어떤 것을 사거나 혹은 사지 않는다면 그 데이터가 또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데이터가 되고 

이것이 축적되면서 더욱 정교한 추천 목록을 작성하는 알고리즘으로 성장하게 된다. 

즉 이런 형태의 알고리즘이 도출하는 결과값이 '반드시 이걸 사게 될 껄!'이 아니라 '이걸 좋아할 확률이 높은거 같은데?' 정도의 

결과값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기대하는 결과값의 형태가 일단 다르고, 

고전적인 알고리즘에 비해 결과값의 도출 과정에 설계자가 예상할 수 없는 변수가 많으며 

결과값 역시 인간의 해석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해당 알고리즘을 의사결정 전반에 확대해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있다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통해 도출된 '경향성' 자체가 주는 신비로움 때문이다. 

가령 마트에서 기저귀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맥주도 함께 구매하는 비율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마트 입장에서는 마케팅 포인트로 매출을 높일 좋은 기회가 된다. 

왜 기저귀와 맥주가 그런 상관관계를 보여주는지는 관심 대상이 아니다. 


물론 어떤 검색어를 입력할 때 AI가 자동으로 연관 상품을 올려주는 것 정도는 우리 삶에 큰 부작용을 가져다 주지도 않을 뿐더러

때로는 편할 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기저귀를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맥주도 산다면 기저귀 옆에 맥주가 있으면 쇼핑이 더 편리할 것이다. 

(물론 그 AI가 활용하는 데이터들이 그 데이터를 생산한 자들의 동의를 얻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 AI를 도입한다거나 법정에서의 형량결정 등 인간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결정도 

이런 인공지능에게 맡기고자 하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저자는 이런 부분에 많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고전적인 알고리즘처럼 '이 사람은 범죄자다'라는 결과값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과 비슷한 사람들 중 70%가 범죄자가 된다' 정도의 결과값을 주는 알고리즘을 믿고

이 사람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다 많은 사람들이 기계가 인간에 대해 인간보다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여기게 된 것일까?

그것은 우선 컴퓨터가 인간은 도저히 분석할 수 없는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 그보다 더 중요해 보이는 것은 현재 우리 스스로 인간의 판단력을 별로 신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pg 8)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학습하는 요소를 가진 인공지능은 늘 플랜B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학습하는 결정규칙은 늘 구체적인 트레이닝 데이터와 선택된 많은 변수들에 좌우되고, 

머신러닝의 대부분의 방법에서 늘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 (pg 203)



분명 기계가 인간보다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인간을 능가하는 면은 다음과 같다. 

1) 임의의 데이터에서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다는 점

2) 다양한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다는 점

3) 약한 상관관계도 통계 모델에 집어넣어 유익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 (pg 206)


위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라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은 단순한 '참고자료'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특히 특정 국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채용과정, 형량 결정, 복지 수혜자 선별 등 개별 인간이 크게 영향을 받는 

결정이라면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한 챗봇이 혐오성 발언을 쏟아내다 운영이 중지되는 사례가 있었는데,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어찌되었든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입력된 데이터' 안에서만 판단할 수 있다. 

즉 그 데이터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알고리즘을 통한 해결책도 고스란히 같은 문제를 담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데이터의 수집에서부터 다양한 윤리적, 사회적 문제에 봉착한다. 


이런 편향에서 어려운 것은 해석이다. 

부적합 평가를 받은 지원자들도 해당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이것이 부당한 차별일까? 

이 예에서는 기계가 데이터 안에서 차별을 발견했고, 차별을 계속 이어갔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전에(정당하건 부당하건) 차별이 있었다면, 

기계는 이 차별을 학습할 거라는 사실이다. (pg 224)


그러므로 데이터 확보가 이미 편향된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면 인공지능을 통한 해결책 역시 편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편향성을 인지하여 이를 수정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주체 역시 인간일 수밖에 없다. 


모든 그룹을 모든 면에서 공평하게 대우하는 해법은 없다. 

이것은 디지털상에서 이루어지는 결정의 특수성이 아니다. 

각각의 집단이 어떤 행동을 서로 다른 비율로 할 때 모든 결정이 그러하며, 

인간이 내리는 결정도 언제나 마찬가지이다. (pg 238)


인공지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인류가 개발한 인공지능의 수준이 '극도로 약한 인공지능'에서 '매우 약한 인공지능' 정도로

개선되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선진국들의 경쟁적인 투자로 더 강한 인공지능으로의 개발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저자는 의외로 이 부분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었다. 


인간에 대한 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대부분의 결정은 현재와 미래의 행동에 관계된다.

이 사람이 근무에 적합한 자질이 있을까? 대출금 상환을 할까? 테러리스트일까?

여기서는 100퍼센트 옳은 결정규칙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계의 결정은 늘 통계적 특성을 띨 수밖에 없다. -중략-

인간은 범행을 저지르거나 저지르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70퍼센트의 절도나 폭행은 없다. 

그런 결과는 통계적 표현이다.  (pg 241)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째서 인간들이 이 세상의 실험실에서는 비학문적으로 여기는 것을 기계에게는 허용하는가이다.

관찰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는 이 가설을 테스트해보지도 않고, 

곧바로 다른 상황을 판단하는 데 활용하도록 허락하고 있지 않은가. (pg 277)


강한 인공지능의 유용성이 리스크보다 더 높을 수 있을까?

인류가 삶의 문제들에 대해 올바른 질문을 찾아내지 못할 만큼 미련하지 않기에, 

강한 인공지능을 개발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pg 296)


정리하자면 인공지능에도 윤리가 필요하므로 해당 부분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들의 양성은 물론이고, 

인공지능 활용에 관련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개입도 분명 필요하다. 

(관련 인재들은 최근 한국 고등교육에서 열광적으로 요구되는 '융복합적인 인재'의 전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 이상으로 강한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도 자문하고 있다. 

그 유용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미치는 부작용이 너무 클 것이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과학자로서 밝힌 주장이기에 읽는 입장에서는 매우 의외라고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솔직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천천히 읽으면서 관련 개념들을 이해하다 보니 그 전에 가지고 있었던 인공지능에 대한 환상이나 

막연한 기대감이 많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거나, 혹은 반대로 인류를 지배하거나 하는 미래가 생각보다도

아직 많이 멀었다는 점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강한' 인공지능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도 조금씩 동의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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