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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잡학사전 ㅣ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패트릭 푸트 지음, 최수미 옮김 / CRETA(크레타) / 2021년 2월
평점 :
언어라는 것이 의사소통의 기본 매개이다 보니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자연히 언어도 변화하게 된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 사용하는 단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리즈시절'이라는 단어의 '리즈'가 축구팀 이름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듯이 말이다.
이 책은 오랜 세월 사용해 온 영어 단어들의 어원을 작가가 마음 가는 대로 정리해 모아둔 책이다.
국가나 지역 이름, 생물, 제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독자들의 흥미를 이끈다.
각각의 어원들은 길어야 2-3페이지 정도로 짧게 정리되어 있다.
제목에서도 '잡학'이라고 밝혔고 책의 분량이나 깊이로 볼 때 언어학을 바탕으로 한 심도있는 내용은 아니다.
작가도 학자가 아닌 유투버라고 하니 뭔가 대단한 지식을 마주한다기 보다는 몰랐던 사실들을 흥미롭게 줏어듣기 좋을 것 같아
접하게 된 책이다.
목적에 맞게 각 단어별 어원을 짧지만 꽤나 충실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문체도 너무 진지하지 않으면서 마냥 가볍게 읽히지도 않게 완급을 잘 조절한 것 같다.
각 단어들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출퇴근 길에 가볍게 한 두 페이지씩 읽기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아쉬움도 좀 남았던 책이다.
일단은 원문 자체가 영어권 독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공감하기 어렵게 쓰여진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번역가도 나름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하지만 작가가 재미있을 거라고 적었을 법한 문장들이 크게 재미 요소로 와닿지 않았다.
아무래도 단어 자체의 기원을 다루는 책이니만큼 언어의 장벽을 넘기가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특히 우리가 해당 단어를 실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동물'편에서 이런 면이 좀 도드라지게 느껴졌다.
때문에 '동물'쪽에서는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편이지만 그 중에서는 유독 '하마'가 인상적이었다.
하마가 한자로 河馬, 즉 강에 사는 말이라는 뜻인데 영어 'Hippopotamus'의 어원도 강에 사는 말이라는 뜻이란다.
전혀 말처럼 생기지 않은 동물인데 의외로 어원에 충실하게 국문화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의 동물을 국어로 표현할 때 원래 그렇게 하나 싶기도 했지만 이후에 등장한 기린은 한자 '麒麟'과 'Giraffe'의 어원에
전혀 연관성이 없었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지만 이 책을 접하게 될 사람들에게는 동물 이후에 등장하는 '사물과 소유물' 부터
재미가 쭉 올라가게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우리도 화장실에서 '비데'를 쓰면서 '구글'을 검색하니 그런 단어들의 어원은 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레고'의 뜻이 '잘 놀다'였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언젠가 엄마가 집사람에게 나 키우던 얘기를 하시면서 '쟤는 레고 하나만 던져주면 하루종일 잘 놀았어'라고 하셨었는데,
어원을 알고나니 레고는 정말 이름값을 잘 하는 장난감이었던 모양이다.
여하간 긴 연휴동안 양가 어디도 못가고 집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동안 짬짬히 보기에 좋았던 책이었다.
어원 자체를 알아가는 재미는 큰 편이기 때문에 우리 말의 어원도 이렇게 쉽고 짧게 잘 알려주는 책이 나와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