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의 길 -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서해문집 사회과학 시리즈
낸시 프레이저 지음, 장석준 옮김 / 서해문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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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포함해서 무엇이든 충동구매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제목을 보는 순간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라는 반응이 튀어나와 정신 차려보니 집에 도착한 책이다.


국문 제목이 원제보다 더 거창한 느낌인데, 원제는 'Cannibal Capitalism', 즉 '자기 자신을 잡아먹는 자본주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책은 우리가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시작한다.

저자가 말하는 자본주의란 단순한 경제체제가 아닌 '사회'의 한 유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라는 측면에 국한해서 자본주의를 이해하면 자본주의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제대로 진단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자본의 축적을 최우선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인종과 젠더, 환경, 정치 등 4가지 분야에서 각기 착취와 수탈이 일어난다.

여기에서 발생한 착취와 수탈이 곧 자본의 축적을 가져오는 과정인데 특이하게도 자본은 이 4가지의 재생산, 즉 지속가능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4가지 분야에서 쌓인 모순들이 다양한 사회운동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저자는 이러한 개별적인 인식이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해답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통합적인 사회 체제로 보는 시각을 제시하고, 이러한 문제들이 다 자본주의 그 자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

사실 자본주의의 목적이 잉여를 남겨 자본 그 자체를 증식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수탈과 착취는 기본적인 현상이고 여기에 인종과 젠더에 따른 불평등이 관찰된다는 것이 그리 색다른 시각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부분 외에 자본주의가 노동력의 재생산 과정조차도 갉아먹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실질소득의 감소, 노동시간의 증가는 당연한 말이지만 노동자가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당장에 매일 출산율 최저를 갱신하는 우리나라의 현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세종시의 출산율이 다른 곳보다 높은 이유는 다름 아닌 안정적인 직장과 급여 덕분인 것이다.

저자가 굳이 '수탈'과 '착취'라는 단어를 구분해서 쓰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즉 착취는 잉여 이익을 착취 당하는 대신 노동력 등 투입되는 자원의 재생산 비용은 지급받는 계층에서 발생한다면, 수탈은 그마저도 보장되지 않는 계층(아동 노동, 노예 노동, 강제 노역 등)에게서 발생하는 현상, 즉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 세대의 급여 수준이 자신의 후속 세대를 키울 정도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를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수탈'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자본가는 절감액을 이윤의 형태로 전유하며,

그 부산물과 함께 살아가야 할(또한 그 때문에 죽어가야 할)

이들에게 환경 비용을 전가한다.

여기에는 미래 인간 세대도 포함된다.

(pg 164)

자연환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을 위한 원자료를 공급하는 자연을 마치 무한히 존재하는 것처럼 수탈한다.

그리고 환경에 대한 책임은 나무나 몇 그루 심으면 해결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마저도 하면 다행이다.)

저자의 비유를 그대로 옮기자면 자본에게 자연이란 원료를 공급해 주는 상수도이자 폐기물을 품어주는 하수도이다.

그러면서도 상하수도 비용은 거의 지불하지 않는 셈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의 인류가 받게 마련인 것이다.

'자기 확장'하도록 조작된, 화폐화된 추상인 자본은 끝없는 축적을 명한다.

그 결과 이윤극대화에 골몰하는 소유주가 '자연의 선물'을 최대한 싸게 징발하는 게

칭찬받을 일이 되고, 그러면서도 사용한 만큼 보충하거나

해를 끼친 만큼 수선할 의무는 모조리 면제받게 된다.

피해는 이윤의 동전 반대 면이다.

(pg 163)

마지막 키워드인 정치 역시 자본의 힘 앞에 무릎 꿇은 지 오래다.

착취와 수탈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법률 제도와 장치들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막대하게 커져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자본은 오히려 공적 권력에 불안정성을 가져온다.

대한민국 국민 그 누구도 이재용이 청문회에 끌려 나와 어리바리도 떨고 징역도 살았으니 국가 권력이 자본을 잘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위한 국제기구들(각국 정부가 아닌)이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있다.

이 체제에서는 전 세계에 걸쳐 사회적 상호작용의 막대한 부분을 다스리는

강압적 규칙의 알짜를 만드는 것이 국가가 아니다.

대신 유럽연합, 세계무역기구, NAFTA, TRIPS 같은

초국적 거버넌스 구조가 이를 대체한다.

누구에게도 책임지지 않으며, 압도적으로 자본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이 기구들은

'자유무역'과 '지적재산권' 같은 신자유주의적 관념들을 '헌법으로 제정'하고,

이를 글로벌 체제로 고정시킨다.

이로써 장래에 있을지 모르는 민주적 노동, 환경 입법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pg 243)

이처럼 자본은 자신의 축적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탐욕적으로 흡수하면서도 그 재생산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를 갉아먹는' 체제라는 것이 책의 핵심이며, 아래의 문장으로 잘 요약해두고 있다.

자본은 이러한 사회-재생산 활동에 크게 의존함에도 여기에 어떠한 (화폐화된)가치도

부여하지 않으며, 무상으로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취급한다.

게다가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혹은 전혀 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본을 무한히 축적하려는 끝없는 충동에 따르도록 방치하면,

자본이 의존하는 바로 그 사회적 재생산 과정이 불안정해질 위험에 빠지게 마련이다.

(pg 225)

그래서 결론은 무엇인가?

저자는 당연히 문제의 근원이 자본주의 그 자체에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해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 자체로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 이후의 사회를 상상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저자의 답은 '사회주의'이다.

그것도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과 마찬가지로 '확장된 개념의 사회주의'여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 책의 핵심은 자기 파괴적인 성격을 지닌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이기 때문에 대안 부분은 언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사회주의자는 이 뒤집힌 것을 바로 돌려놓아야 한다.

즉 사람들의 양육, 자연의 보호, 민주적 자치를 사회의 최우선으로 놓고,

이것들이 효율성과 성장을 압도하게 해야 한다.

요컨대 사회주의는 자본이 책임을 회피하며 배경 취급하는 사항들을

똑바로 전경으로 끄집어내야 한다.

(pg 280)

책은 총 6장으로 1장에서 자본주의의 확장된 시각을 제시한 뒤 2, 3, 4, 5장에서 자본주의가 수탈과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인종, 젠더, 환경, 정치에 관한 현상들을 설명하고 6장에서 논지를 종합하는 굉장히 논리 정연한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문헌을 제외하면 약 300페이지 초반으로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문장이 그리 잘 읽히는 느낌이 아니라서 읽는데 시간은 꽤 오래 걸린 느낌이다.

(문장은 번역의 문제라기보다는 저자가 다소 현학적으로 썼다는 느낌이 강했다.)

임계치에 도달한 대중이 집단행동을 통해 기성 질서를 변혁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결의할 때에만 객관적 곤경은 주체를 통해 발설된다.

그때에야, 오로지 그때에야, 우리는 결단을 요구하는 비상한 역사적 갈림길이라는

좀 더 거대한 의미에서 위기를 말할 수 있게 된다.

(pg 246)

나름 마르크스 자본론도 공부를 좀 했었기 때문에 이를 확장한 저자의 시각이 아주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자본이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수혜를 얻으며 성장하는데 사실상 노동자의 임금과 어떻게든 피하고 줄이려 애를 쓰는 세금 외에는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더 날카롭게 다듬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 자본주의에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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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맞춤법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1
현상길 지음, 박빛나 그림 / 유앤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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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부터 영어까지 다양한 주제로 발간되고 있는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중 하나이다.

딸아이와 함께 이번에 읽어본 책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에 관한 내용이다.

맞춤법 공부라는 것이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리 재미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하는 게 중요한데 이 시리즈는 만화 형식이기도 하고 내용도 재미가 있어서 딸이 굉장히 좋아한다.

이름처럼 빵으로 된 얼굴을 가진 캐릭터들이 나와 맞춤법을 틀리기 쉬운 단어들에 관해 알려주는 형식이다.

총 260페이지 정도 되니 미취학 아동들이 보기에는 다소 양이 많아 보이지만 만화 형식이어서 글씨가 그리 많지 않고 재미도 있기 때문인지 7세인 우리 딸은 꽤 오래 집중하며 잘 읽는다.

이번 책 역시 배송이 오자마자 소파에 앉아 조잘조잘 키득거리며 혼자 잘 읽어서 부모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사실 아이들 책은 재미만 있어도 기본은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내용도 꽤 좋다.

내용을 전달함에 있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재미난 이야기를 구성하면서도 그 안에 폭력적인 부분이나 아이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비속어 같은 부분이 눈에 띄지 않아서 일단 좋다.

260페이지 안에 총 120개나 되는 단어들의 맞춤법을 알려주니 사족없이 딱 콘텐츠에만 집중한 구성 역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나도 일반인치고는 온라인에 글을 많이 쓰는 편이어서 서평을 쓸 때 꼭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 틀린 부분이 없는지 검사해 보는 편인데, 그런 나도 보면서 배우는 단어들이 있었다.

특히나 아래의 단어는 자주 쓰는 줄임말인줄만 알았지 표준어인지는 몰랐었다.

(pg 28-29)

맞춤법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시작하게 될 받아쓰기부터 고3 수능시험에까지 나올 정도로 학창 시절 내내 중요하게 가르치는 부분이니 어릴 때 한글 맞춤법에 관한 만화를 읽게 하는 것도 아이 입학 전 준비로 좋은 내용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수능에서 언어영역 점수를 잘 받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 수학과 영어만 죽어라 시키는 모습을 보면 일면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들 때가 많다.

배고플 때 배고프다고,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할 줄 아는 게 국어를 잘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어는 자연히 잘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말 잘하는 사람, 글 잘 쓰는 사람이 되려면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국어를 잘 하기 위한 책들을 많이 보여주려고 하는데, 이 책 역시 맞춤법, 적확한 단어의 사용 등 기초적인 국어 훈련을 재미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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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5번 종이접기 동물 친구들 메타인지 5번 종이접기 1
이사카와 마리코 지음, 송지현 옮김 / 시원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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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접한 책이 식물을 접어보는 것이었다면 이번 책은 동물 친구들을 접어볼 수 있는 책이다.

듣는 식물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아이들 세계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은 동물이고 식물은 그저 배경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꽃밭 만들기'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긴 하지만 동물 친구들을 만들어 이야기 놀이를 할 때에도 배경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꽃은 몇 개 만들어 두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시리즈의 공통점인데, '종이접기'라고 해서 꼭 정사각형 종이를 써야 한다거나, 종이를 자르거나 붙이면 안 된다고 하는 등 엄격한 규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준비물로 아이들이 '공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목적에 충실하게 도입 부분에 어떤 준비물들이 필요한지, 그리고 종이접기를 위해 필요한 기본 지식과 기호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두어 이 책으로 종이접기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쉽게 도전해 볼 수 있게 구성되었다.

(pg 6-7)

역시나 5번 이내에 접을 수 있도록 난이도는 쉬운 편이다.

하지만 완성 후 표정을 잘 그리는 것이 어렵다.

내가 만든 것과 책에 나온 사진이 왜 이렇게 다른가 싶다면 표정을 잘 그려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pg 12-13)

아이와 뚝딱뚝딱 접어 본 동물 친구들.

왼쪽부터 기린, 원숭이, 강아지인데 표정을 다 똑같이 그려놔서 구분이 잘 안되지만 그래도 동물들의 특징이 드러나는 형태를 볼 수 있다.

원숭이와 강아지는 꽤 쉬운 편이었고, 기린은 내 손길이 조금 필요하긴 했다.



아이와 함께 접어 본 소감으로는 꽃밭보다는 동물이 더 쉬운 느낌이었다.

동물 친구들을 먼저 접어본 뒤 자신감이 생기면 꽃밭으로 넘어가 배경에 신경을 쓰는 순서로 흥미를 유도한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활기가 넘치고 과격한 딸인지라 앉아서 뭔가를 좀 진득이 하는 취미를 갖게 하고 싶은데 역시 육아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나 어릴 적에 우리 부모님도 나를 보며 다른 아이들처럼 나가서 좀 뛰어놀고 공도 차고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을 것이다.

아이의 취미를 부모가 만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모르던 분야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예쁜 디자인의 책으로 흥미를 끄는 정도가 그나마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여하간 딸 핑계로 오랜만에 종이접기를 같이 해볼 수 있어서 나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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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5번 종이접기 꽃밭 만들기 메타인지 5번 종이접기 2
이사카와 마리코 지음, 송지현 옮김 / 시원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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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후에 나를 알게 된 사람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소싯적에는 종이접기를 꽤 했었다.

종이학 천 마리 접는 건 일도 아니었고 종이접기 상급 책도 사다가 접어보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나름 혼자 하는 취미들을 좋아해서 시작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때 혼자 책 보고 종이와 함께 씨름했던 기억들이 한자리에 앉아 꾸준하게 뭔가를 하는 버릇을 들이는 데 큰 도움을 주지 않았나 싶을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7살이 된 딸아이에게도 종이접기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은데 막상 가르쳐 주기는 어렵다.

가장 어려운 것이 적합한 난이도를 찾아주는 것인데, 이 책은 5번 안에 끝내는 종이접기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서 종이접기 세계를 처음 접하는 아이에게도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번에 접하게 된 시리즈는 '꽃밭 만들기'라는 주제로 다양한 꽃들을 접어볼 수 있다.

같은 시리즈로 '동물 친구들' 편이 나와 있으므로 동물과 함께 접는다면 종이접기로 자신만의 동물원을 꾸며볼 수 있을 것이다.



안에 내용은 여타 종이접기 책과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제목처럼 진짜 다섯 단계 안에 모두 끝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종이의 매수나 형태에 그리 엄격하지 않다는 것 정도이다.

후자가 나름 중요한데, 종이접기 책들 중에서는 꼭 정사각형 종이만 써야 하고, 가위나 칼로 자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니만큼 예쁜 모양을 쉽게 만들기 위해 직사각형 종이도 꽤 많이 사용하고, 가위나 칼, 풀, 테이프 등 공작에 필요한 다양한 준비물들의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pg 18-19)

아이가 뚝딱 만들어 본 꽃들이다.

위쪽부터 해바라기, 장미, 팬지 순인데 해바라기가 다소 어려운 편이었고 팬지는 정말 쉽게 만들 수 있었다.

내 손길이 전혀 안 들어갈 순 없었지만 그래도 난이도가 그리 어렵지 않아서 아이 손으로 직접 한 비중이 꽤 되는 것 같다.



종이접기도 취미의 영역이니 본인이 좋아하지 않으면 부모가 해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잔소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들을 자주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관심을 유도해 보려고 하는데 성공적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책 자체가 워낙 예쁘게 디자인되어 있고, 아이 혼자서도 할 수 있도록 설명이 꽤 친절한 편이기 때문에 책은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곧 아이 봄방학이 시작되는데 할 일 없을 때 같이 예쁜 꽃밭을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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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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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99년에 발매된 김영하 작가의 단편집이다.

나온 지 20년도 넘은 책이고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한 책이므로 삐삐는 보편적이지만 휴대폰은 아직 대중적이지는 않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읽으면 된다.

비교적 최근에 개정판이 나왔지만 나는 도서관에 있는 구버전으로 읽게 되었다.

검색해 보니 다행히 작품의 순서를 제외하면 신버전과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표제작부터 흥미를 끈다.

말 그대로 출근길에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를 발견한 뒤 별의별 고난과 역경을 헤치며 출근에 성공하는(?) 한 회사원의 이야기로,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재미난 문체로 풍자한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작품은 표제작 이후 등장하는 '사진관 살인사건'이다.

사건의 개요만 놓고 보자면, 주인공 형사가 애먼 사람들만 조사하다 끝나는 내용이지만 그 안에 담긴 부부 사이를 비롯한 현대인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회의가 들게 하는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는 아내에게 별 불만이 없고 인간관계를 귀찮아(?) 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안 해봤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정말 많이 창작되어 나오는 걸 보면 어느 정도는 현실을 반영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을 때가 많다.

우리의 모든 은밀한 욕망들은 늘 공적인 영역으로 튀어나올 준비가 되어 있다.

호리병에 갇힌 요괴처럼, 마개만 따주면 모든 것을 해줄 것처럼 속삭여대지만

일단 세상 밖으로 나오면 거대한 괴물이 되어 우리를 덮치는 것이다.

'사진관 살인사건' 중

또한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보여주는 직장인으로서의 찌듦(?) 역시 너무도 현실적인 느낌이어서 좋았다.

일반인 눈에는 끔찍한 사건으로 기억될 법한 일도 그저 업무의 하나일 뿐인 그에게는 당장 상사의 호출이 더 끔찍할 뿐이다.

상사에게 불려가는 그의 심정이 기가 막힌 문장으로 묘사되어 옮겨보았다.

담배를 던져 끄고 뚜벅뚜벅 사무실로 걸어들어간다.

이럴 때면 어쩐지 내가 피의자가 된 느낌이다.

최근엔 유치장에 창살을 없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오랫동안 그곳에서 지내다보면 갇혀 있는 게 그들이 아니라 나라는 생각까지 든다.

'사진관 살인사건' 중

'당신의 나무'라는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보통 나무는 생명의 상징으로 많이 등장하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나무는 파괴의 상징이다.

작은 씨앗이었던 것이 거대한 나무가 되어 앙코르의 한 유적을 파괴하는 모습과 어느날 시작된 작은 나비효과가 한 남자의 삶을 파괴하는 과정을 대비해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당신 역시 당신의 삶에 날아들어온 작은 씨앗에 대해 생각한다.

아마도 당신 머리 어딘가에 떨어졌을,

그리하여 거대한 나무가 되어 당신의 뇌를 바수어버리며 자라난,

이제는 제거 불능인 존재에 대해서.

'당신의 나무' 중

홀로 낯선 땅의 유적지를 찾아 상념에 빠져있던 그는 지나가던 한 승려와의 문답으로 깨달음을 얻는다.

이 부분이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나무가 왜 무서운가?

이곳의 나무들이 불상과 사원을 짓누르며 부수어나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 중략 -

나무가 돌을 부수는가, 아니면 돌이 나무 가는 길을 막고 있는가.

'당신의 나무' 중

'흡혈귀', '고압선',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같은 작품들은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하게 조합해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몰입감을 높여준다.

특히 '흡혈귀'는 작가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서술하고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익숙한 소재고 소설임을 인지한 채 읽고 있으면서도 뭔가 진짜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비상구'와 '바람이 분다'는 사랑 이야기지만 결코 평범하지는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알고 지내기 어려운 범죄자들의 이야기인데 그런 사람들에게도 사랑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듯 자극적이지만 탄탄한 재미가 있어서 시종일관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었다.

이제 김영하 작가가 발표한 소설 작품 중에서 절반 정도는 읽어보게 된 것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참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이 작가 스타일은 이렇구나' 같은 느낌이 별로 없다.

어느 작품은 굉장히 유쾌하고 어느 작품은 한없이 어두우며 어느 작품은 그 둘을 교묘하게 섞은 냉소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단편집 역시 작가의 세 가지 면모를 고루 느껴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세월이 지난 지금에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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