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 '고압선',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같은 작품들은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하게 조합해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몰입감을 높여준다.
특히 '흡혈귀'는 작가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서술하고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익숙한 소재고 소설임을 인지한 채 읽고 있으면서도 뭔가 진짜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비상구'와 '바람이 분다'는 사랑 이야기지만 결코 평범하지는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알고 지내기 어려운 범죄자들의 이야기인데 그런 사람들에게도 사랑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듯 자극적이지만 탄탄한 재미가 있어서 시종일관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었다.
이제 김영하 작가가 발표한 소설 작품 중에서 절반 정도는 읽어보게 된 것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참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이 작가 스타일은 이렇구나' 같은 느낌이 별로 없다.
어느 작품은 굉장히 유쾌하고 어느 작품은 한없이 어두우며 어느 작품은 그 둘을 교묘하게 섞은 냉소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단편집 역시 작가의 세 가지 면모를 고루 느껴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세월이 지난 지금에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