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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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만 보면 벌써 환갑을 훌쩍 넘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작이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가 식량으로 삼는 농작물들의 수분이 어려워져 식량난에 봉착하게 되고 결국에는 인류에도 위기를 불러온다는 식의 이야기는 자주 들어본 것 같다.

실제로 올해 초 우리나라에서도 꿀벌의 감소세가 심상치 않아 양봉 업계에 타격이 크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었다.

이번 작품은 이러한 꿀벌과 환경이라는 소재를 저자 특유의 전생관에 버무려 낸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 르네는 관객들에게 전생 최면을 경험하게 해주는 최면술사인데, 어느 날 한 관객이 과거의 자신이 아닌 미래의 자신을 경험하고 싶다고 한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지만 '안 될 것 없지'라는 생각에 그 관객에게 미래의 모습을 보게 하는데, 이때의 충격으로 해당 관객이 큰 사고에 휘말려 거액의 소송을 당하게 된다.

현실에서 큰 어려움에 닥친 르네는 마찬가지로 최면을 통해 미래의 자신을 찾아가 보는데, 뜻밖에도 위에서 언급한 꿀벌의 멸종이 실제로 일어났고, 그로 인한 식량난 때문에 세계 3차 대전이 발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래의 그는 현재의 그에게 '꿀벌의 예언'이라는 예언서의 존재를 알려주며 이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중세에 쓰여진 이 예언서의 행방을 찾아 과거로, 미래로 최면을 통한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이 작품의 주요 내용이다.

주목해야 할 소재는 역시나 '최면'이라는 방식을 통한 시간여행일 것이다.

이것이 실제로 가능한지는 당연히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최근에 발간된 저자의 자서전 격인 책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에서 그가 전생 체험을 굉장히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작가는 이를 진짜로 믿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여하간 저자의 시간관은 아래의 대사에 잘 나타나 있다.

저 나무가 시간을 상징한다고 한번 생각해 봐.

뿌리는 과거를, 줄기는 현재를, 가지는 미래에 해당한다고 말이야.

과거는 땅에 묻혀 있어 보이지 않지. - 중략 -

이런 과거와 달리 현재는 단단하고 선명하지. 하나의 줄기 속에 들어 있거든.

미래는 나뭇잎이 달린 무수한 가지들로 이루어져 있어. - 중략 -

하지만 이 미래의 나뭇가지들은 굵고 단단해질 수도, 가늘어져 꺾일 수도 있네.

작가는 이렇게 과거, 현재, 미래를 정의해 놓은 뒤 웜홀처럼 시공간을 구부려 한 점에서 만나게 하면 상호 소통이 가능하다고 가정하고 있으며 그 웜홀의 발생 방식이 최면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그러한 방식으로 예언서를 둘러싼 인물들의 전생들과 현생의 좌충우돌 모험기가 두 권에 걸쳐 펼쳐진다.

전개에 있어서 놀라운 부분은 저자의 방대한 사전 조사에 따른 역사적 지식들이다.

특히 중동 지역 종교 관련 분쟁의 역사를 꽤나 상세히 알 수 있다. (물론 읽고 나면 금세 잊게 되겠지만)

종교를 둘러싼 인류의 갈등은 특정 종교만의 일방적인 박해나 차별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타인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모든 종교가 공통되게 보여오던 모습이기에 그리 새롭지는 않지만, 그러한 사실들이 가상의 예언서를 둘러싸고 절묘하게 섞여 독특한 맛을 자아낸다.

(물론 역사 수업 같은 부분들이 꽤 많아서 이 부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다.)

인간의 인연이라는 것이 이번 생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거듭해 계속 이어진다고 믿는 작가의 사상이 이번 작품에서도 강하게 드러난다.

르네가 예언서를 둘러싸고 만나게 되는 전생의 인물들이 현생에서도 그의 주변에 존재한다.

물론 그가 이러한 전개를 이번 작품에서만 활용한 것이 아니어서 그의 작품을 자주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다소 식상하다 느껴질 수 있을 법한 전개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자신만의 세계관을 계속 확장시켜가고 있는 것 같아서 흥미롭게 읽은 것 같다.

판타지적인 소재를 사용했지만 저자 특유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현실적인 관찰은 이 작품에서도 계속된다.

무조건적인 악인이나 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심과 갈등, 화해와 후회 모두 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 중 하나일 뿐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3보 전진, 2보 후퇴를 거듭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품 속에서도 여러 배신과 갈등이 등장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예언에 관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예언이라는 것이 '존재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앞서 '우리에게 굳이 예언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더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미래를 알고 싶다는 욕망은 인류의 오랜 욕망이지만, 이 작품 속의 예언서처럼 내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도 미리 알 수 있다면 그 정보의 습득 이전과 이후의 삶은 판이하게 달라질 것 같다.

저자는 아래의 문구를 통해 우리에게 예언이란 결국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시각을 넌지시 내비치고 있다.

예언이 저절로 실현된다는 말은 우리가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입에 올리는 순간

그것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예언이 없었다면 그 일은 일어나지조차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이전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점이 있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지만, 재미가 있었느냐고 물으면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작품이었다.

물론 전개에 있어 예측 가능한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아서 '역시 또 이렇게 가는구나' 싶은 지점이 꽤 여럿 존재했다는 점은 고백해야 할 것 같다.

특히 그의 작품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서사의 흐름을 꽤 많이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나이가 들어가나 새로운 독자는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므로 그의 저작이 아직 새로운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을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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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미로 필립 K. 딕 걸작선 2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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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간된 모든 작품을 읽는 것을 목표로 계속해서 달려보는 필립 K. 딕의 장편 소설이다.

그의 장편이 대체로 살짝 정신 나간 스토리를 보여주긴 하지만, 이 책 역시 정신 나간 느낌으로는 다른 작품에 뒤지지 않는다.

특이하게 저자는 이 작품에서 자신만의 종교적 세계를 창조해 낸다.

신의 존재를 실증하는데 성공해서 '중재신', '조유신', '지상을 걷는 자', '형상 파괴자' 등 인류가 직접 마주치거나 소통할 수 있는(!) 신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안내하기 위한 유일한 경전도 완성되어 있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작품은 이러한 신학적 배경 안에서 아무 연유도 모른 채 한 행성에 모이게 된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십여 명의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일들을 다루고 있다.

물론 제목으로 추론해 보면 등장인물들이 하나씩 하나씩 죽어 나간다는 것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성스럽게 적힌 목차를 보고서는 책의 내용을 전혀 짐작할 수 없다.

01장 벤 톨치프가 추첨에서 애완용 토끼에 당첨된다

02장 세스 몰리는 그가 믿던 모든 것들의 상징을 집주인이 수리해버린 것을 발견한다

03장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수 스마트는 능력을 되찾는다

04장 메리몰리는 자기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 결과 예기치 못한 상황이 초래된다

05장 배블 박사의 복잡한 재정 상태가 손을 쓸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다

06장 이그나츠 써그는 난생 처음으로 자기 능력을 넘는 힘과 대결한다

07장 세스 몰리는 수없이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푼돈밖에는 벌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낙담한다

08장 글렌 벨스너는 부모의 경고를 무시하고 넓은 바다로 무모한 모험을 떠난다

09장 우리는 토니 덩클웰트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제 중 하나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본다

10장 웨이드 프레이저는 가장 신뢰하던 조언 상대에게 배신당한 것을 알게 된다

11장 벤 톨치프가 얻은 토끼가 옴에 걸린다

12장 로버타 로킹엄의 노처녀 고모가 찾아온다

13장 낯선 철도역에서 베티 조 범이 소중한 짐을 분실한다

14장 네드 러셀이 파산한다

15장 토니 덩클웰트는 비참한 기분으로 학교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간다

16장 의사가 X선 사진을 검사한 후 매기 월시는 자기가 치료 불능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목차

목차에 그저 숫자나 날짜, 등장인물의 이름 등 별 내용 없이 페이지 구분만 해 둔 작품은 종종 본 것 같은데 이렇게 본문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문장을 적어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정말 말 그대로 '아무 말 대잔치'에 가까운 글들이니 책을 다 읽은 후 재미 삼아 읽어보면 된다.

심지어는 해당 목차에 등장하는 인물이 그 챕터에 이미 죽어있는 경우도 있고 12장의 로버타 로킹엄의 노처녀 고모 따위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다 읽은 후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목차로 내용을 짐작할 수 없도록 의도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독자들에게 무엇이 진짜 현실인지를 계속해서 의심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정확한 설명은 역자 해설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등장인물의 수가 다소 많아 처음에는 좀 헤맨 것 같은데 각 인물들의 성격이 중반 이후부터는 확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책 도입부에 수록된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를 자주 참조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의문의 죽음들이 계속되면서 남은 사람들은 행성의 비밀을 파헤치려 하지만 진실은 마치 발이 달려 있기라도 한 듯 점점 더 멀어지다가 결말부에 이르러서야 그 세계의 전모가 드러난다.

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지만, 역자 후기에 'SF의 뻔한 클리셰로 끝내 평가가 좋지 못했던 작품'이라는 언급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치고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호흡이 긴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넷플릭스의 '블랙미러' 같이 짧은 영상물 형식을 빌린다면 영상화되어도 충분히 재미있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건물'과 감시 곤충들로 대표되는 인공물들이 자연물과 섞여 있어서 어디부터가 의도된 세계인지 모호하게 만드는 배경 묘사가 탁월한데 이를 세련된 그래픽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굉장히 볼만할 것 같다.

읽어갈수록 그의 작품 세계는 묘한 맛이 있다.

처음부터 엄청난 몰입감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읽다 보면 그 세계에 매료되고 그러다 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은 지점들이 등장한다.

다음에 이 작가의 어떤 작품을 읽을지 고민하는 과정도 독서의 즐거움 중 하나인데 아직 그 즐거움도 많이 남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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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든 샌즈 미스터리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3
J. J. 코닝턴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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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연도가 무려 1928년인 정통 추리 소설이다.

당시 추리소설의 인기가 상당히 높았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시기에 현재까지도 명작이라 불리는 추리소설들이 꽤 많이 등장했다.

이 작품의 저자는 당시 활동하던 다른 저자들에 비하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나,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추리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가 많아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의 이력 중 언급할 만한 특징이 있는데, 바로 화학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과학적인 사고가 사건 서술의 기본 바탕이 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사건을 둘러싼 트릭이나 범죄의 동기 등 어떤 현상을 설명함에 있어서 원인과 결과를 철저하게 분석해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품을 이끌어가고 있다.

물론 시대적인 배경이 있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말하는 '과학적' 수사와는 거리가 멀지만, 사건 현장을 꼼꼼하게 묘사한 그림과 그 그림에서 보이는 단서들을 하나하나 잘 설명해 주고 있어서 흩어진 단서들을 조합해 사건의 큰 그림을 직접 그려보기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재미난 작품이 될 것 같았다.

이러한 사건 분석과 설명을 담당하는 인물은 총 세 명이다.

그중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클린턴 경'이 대체로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의 친구인 '웬도버'라는 인물은 사건의 증거 수집과 관련자 면담에 객관성을 더해주며(지금처럼 녹음이나 촬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므로 증거수집의 증인 같은 역할을 한다.) 클린턴의 추리에 필요한 질문들을 던져준다.

그리고 클린턴 경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아마데일 경위'까지 힘을 합쳐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게 된다.

작품의 줄거리는 린든 샌즈라는 곳에서 한 부잣집의 상속권을 두고 일어난 두 건의 살인과 한 건의 살인 미수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추리소설처럼 작품의 초중반쯤 굉장히 유력한 용의자가 등장하지만 진범의 소재는 작품의 결말에나 가야 알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보통의 추리소설이 대체로 한 명의 천재가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방식을 택하는 반면, 이 작품은 위에서 언급한 인물들이 서로 수집한 증거를 두고 토론해가며 논리를 만들어가는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대사의 비중이 상당히 많은데, 요즘 말로 '설명충'이 되는 것은 피하고자 했던 것인지 세 명의 인물들이 서로를 신나게 까면서 추리를 진행한다. ('자네가 그걸 놓칠 줄은 몰랐네' 같이 비꼬는 대사들이 상당히 많다.)

셋의 만담 같은 이야기 속에 사건의 전말이 조금씩 벗겨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웠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지만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대부분은 사건을 척척 풀어가는 소위 '천재적'인 탐정을 좋아하게 마련인지라 클린턴 경이 이 정도의 카리스마는 보여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등장인물들 중에서는 가장 천재적이기는 하다.)

읽은 후 남는 아쉬움이 전혀 없진 않으나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럽게 읽은 추리소설이라는 소감이다.

일단 독자가 느낄법한 '부당함'이 전혀 없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건 해결에 필요한 단서는 차고 넘칠 정도로 주고 있고, 이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는 과정에 상상력이 다소 필요한 정도라서 추리소설에 정통한 독자들이라면 책의 흐름과 함께 자연스럽게 전말을 밝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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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과학 대탐험 1 : 우주와 행성 - 정재승 추천 과학 영재들을 위한 흥미진진한 지적 모험 디즈니 과학 대탐험 1
에드위지 페출리 외 글, 권보라 옮김, 빅 히어로 원작, 정재승 추천 / 라곰스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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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딸아이에게 값비싼 사교육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닌지라 그저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 하는 편인데, 이번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활용해 아이들이 과학 지식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 있다고 해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현재 총 6권으로 출간되었고 그중 1권은 우주와 행성이라는 부제로 '빅 히어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각 권마다 다루는 주제도 다르고 등장하는 캐릭터도 각기 달라서 세트병 있는 부모라면 세트로 구비해두고 싶은 충동을 물씬 느끼게 하는 시리즈다.

일반적인 아이들용 과학 도서처럼 먼저 만화로 스토리가 진행되고 중간중간 활용되는 과학 지식들을 소개해 준다.

이 책만의 특징이라면 만화와 과학 지식의 비중에서 지식적인 측면이 더 강하게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보통 이런 아이들 책이 스토리가 7, 지식 전달이 3 정도의 비중으로 느껴졌다면 이 책은 지식 전달이 7, 스토리가 3 정도로 느껴졌다.

그만큼 스토리는 별게 없는데 다루는 정보의 양이나 수준은 생각보다 상당히 높았다.

아이들이 만화책만 본다고 걱정하는 부모라 하더라도 이 책은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주제가 우주이므로 빅뱅부터 시작해 별의 탄생과 죽음, 우주과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우주과학의 역사까지도 다루고 있다.

아래의 그림처럼 빅뱅 이후 우주는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는데 이러한 확장이 멈추고 나면 어떻게 될지도 소개하고 있어서 어른인 내 시각으로 봐도 유치한 느낌 없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pg 20)

지식 전달 측면이 다소 강하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긴 하나 아이들의 흥미를 이어가는 부분에서는 단점일 수도 있다.

스토리는 유아용인데 전달하고자 하는 과학 지식의 내용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나 되어야 이해할 법한 것들이어서 타겟 독자층에 대한 고려가 다소 아쉬웠다. (어린 독자들은 개념이 너무 어렵다고 느낄 것 같고,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독자들은 서사가 너무 시시하다고 느낄 것 같다.)

빅 히어로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과학 영재' 느낌이어서 교육적인 측면이 더 도드라지게 느껴졌을지도 모르는데 이는 다른 시리즈를 읽어보지 못해 비교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캐릭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현재 디즈니라는 초거대 콘텐츠 기업의 가장 큰 힘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들을 통해 아이들도 좋아하고 부모도 안심하고 보여줄 수 있는 양질의 교육 콘텐츠들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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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타임슬립 필립 K. 딕 걸작선 1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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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국내에 소개된 모든 작품을 읽게 되지 않을까 싶은 필립 K. 딕의 대표적인 장편 중 하나이다.

SF 영화들이 인기를 끌면서 '타임슬립' 같은 단어들은 음차로 번역을 해도 대부분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제목처럼 시간 여행이 등장하긴 하지만 자유자재로 시간을 오가는 내용은 아니고 '시간 여행이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들이 막 제기되는 시기를 상상한 작품이라 보면 되겠다.

작품은 화성을 식민지로 개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구에 비해 모든 물자가 부족해 일반적인 사람들은 긴 노동시간과 만성적인 물 부족에 놓여 있지만 여기에서도 일부 특권 계층은 물도 펑펑 쓰면서 지구에서 밀반입한 사치품들을 누리며 살아간다.

피부가 검은 것으로 묘사되며 지구인들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겨 노예처럼 살아가는 화성 토착민들도 등장한다.

평범한 수리기사인 '잭 볼렌'과 화성의 수자원을 관장하는 유력자 중 하나인 '어니 코트', 그리고 자폐증을 가진 '만프레드 슈타이너'가 주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삶의 궤적이 전혀 달랐던 이들은 어느 날 만프레드의 아버지인 노버트 슈타이너가 갑작스럽게 자살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고 이용당하게 된다.

망자의 존재는 어떤 상황에서든 압도적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죽음이라는 현상 자체가 하나의 권력이며,

생에 맞먹는 외포를 불러일으키는 대격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죽음은 생보다 훨씬 더 이해하기 힘들다.

(pg 111)

제목은 시간 여행이지만, 사실 시간 여행이라는 개념보다 자폐증, 정신분열증 등의 정신 질환이 작품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이런 정신 질환이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시간 개념'이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달라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즉 환자들이 겪는 환각이나 환청이 각기 다른 시간대가 현재에 중첩되어 보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지 않을까 하는 가설인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보거나 들은 내용을 일반인들이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결과적으로는 미래나 과거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 작품 속 '타임 슬립'의 개념인 것이다.

물론 이들이 보는 각기 다른 시간대가 한 세계의 과거나 미래일 수도 있고, 다른 멀티버스의 모습일 수도 있다.

작가가 이를 작품에서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지는 않으나, 읽는 이에 따라서는 '백 투 더 퓨처'식의 시간 여행이라 이해할 수도 있고, 요즘 마블 영화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세계의 또 다른 가능성, 즉 멀티 버스가 보이는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겠다.

여하간 이러한 시간 여행을 통해 화성의 권력자가 노리는 바가 결국은 '부동산 투기'라는 점이 재미있다.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이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새로운 행성에 인류가 진출한 상황에서도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토착민들을 노예로 전락시킨 모습 또한 인류가 그간 걸어온 흔적들을 돌이켜보게 만든다.

작가가 정신적인 문제로 오랜 기간 고통받았다는 점에서 그가 정신질환을 독특한 시각으로 표현한 점 역시 신선하게 다가왔다.

작품 속 정신질환자들은 단순히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아니라 시간을 중첩해서 볼 수 있는 능력자들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 내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시간 여행'은 시간을 중첩해서 볼 수 있었던 '만프레드'만이 경험하게 되지만 어찌 됐든 그의 성공으로 그 가설이 증명되긴 했으니 말이다.

소재의 참신함뿐 아니라 각 인물들이 무심코 던진 사소한 언행들이 타인에게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영향을 주고 이런 영향들이 모여 커다란 이야기의 줄기를 만들어가는 스토리 전개도 꽤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런 전개 방식 때문에 초반에는 별 교차점이 없는 인물들의 일상적인 모습들이 쭉 나열되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일상적인 모습들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하나씩 확인해가는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장편은 단편만큼의 재미를 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이 작품은 읽고 나서 꽤 여운이 남는 편이었고 아직 읽어볼 작품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판단을 좀 더 유보해야 할 것 같다.

주말이라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갈 예정인데 그의 작품을 또 빌려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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