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든 샌즈 미스터리
J. J. 코닝턴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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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연도가 무려 1928년인 정통 추리 소설이다.

당시 추리소설의 인기가 상당히 높았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시기에 현재까지도 명작이라 불리는 추리소설들이 꽤 많이 등장했다.

이 작품의 저자는 당시 활동하던 다른 저자들에 비하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나,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추리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가 많아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의 이력 중 언급할 만한 특징이 있는데, 바로 화학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과학적인 사고가 사건 서술의 기본 바탕이 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사건을 둘러싼 트릭이나 범죄의 동기 등 어떤 현상을 설명함에 있어서 원인과 결과를 철저하게 분석해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품을 이끌어가고 있다.

물론 시대적인 배경이 있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말하는 '과학적' 수사와는 거리가 멀지만, 사건 현장을 꼼꼼하게 묘사한 그림과 그 그림에서 보이는 단서들을 하나하나 잘 설명해 주고 있어서 흩어진 단서들을 조합해 사건의 큰 그림을 직접 그려보기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재미난 작품이 될 것 같았다.

이러한 사건 분석과 설명을 담당하는 인물은 총 세 명이다.

그중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클린턴 경'이 대체로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의 친구인 '웬도버'라는 인물은 사건의 증거 수집과 관련자 면담에 객관성을 더해주며(지금처럼 녹음이나 촬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므로 증거수집의 증인 같은 역할을 한다.) 클린턴의 추리에 필요한 질문들을 던져준다.

그리고 클린턴 경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아마데일 경위'까지 힘을 합쳐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게 된다.

작품의 줄거리는 린든 샌즈라는 곳에서 한 부잣집의 상속권을 두고 일어난 두 건의 살인과 한 건의 살인 미수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추리소설처럼 작품의 초중반쯤 굉장히 유력한 용의자가 등장하지만 진범의 소재는 작품의 결말에나 가야 알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보통의 추리소설이 대체로 한 명의 천재가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방식을 택하는 반면, 이 작품은 위에서 언급한 인물들이 서로 수집한 증거를 두고 토론해가며 논리를 만들어가는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대사의 비중이 상당히 많은데, 요즘 말로 '설명충'이 되는 것은 피하고자 했던 것인지 세 명의 인물들이 서로를 신나게 까면서 추리를 진행한다. ('자네가 그걸 놓칠 줄은 몰랐네' 같이 비꼬는 대사들이 상당히 많다.)

셋의 만담 같은 이야기 속에 사건의 전말이 조금씩 벗겨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웠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지만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대부분은 사건을 척척 풀어가는 소위 '천재적'인 탐정을 좋아하게 마련인지라 클린턴 경이 이 정도의 카리스마는 보여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등장인물들 중에서는 가장 천재적이기는 하다.)

읽은 후 남는 아쉬움이 전혀 없진 않으나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럽게 읽은 추리소설이라는 소감이다.

일단 독자가 느낄법한 '부당함'이 전혀 없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건 해결에 필요한 단서는 차고 넘칠 정도로 주고 있고, 이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는 과정에 상상력이 다소 필요한 정도라서 추리소설에 정통한 독자들이라면 책의 흐름과 함께 자연스럽게 전말을 밝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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