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2 사일로 연대기
휴 하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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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총 6권으로 구성된 '사일로 연대기'라는 시리즈 소설의 첫 번째 작품이다.

직관적으로는 무슨 뜻인가 싶은 단어인데, 친숙한 의류 소재를 뜻하는 그 울이라고 보면 된다.

다 읽은 지금 생각해 보면 울이라는 소재가 작품 내용 전반을 상징한다고 보기에는 다소 약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울이라는 제목으로 쓰인 SF 소설은 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효과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스포를 당하면 재미가 매우 반감될 것 같은 작품인지라 최대한 주의하며 작성하려 했으나, 작품의 배경이나 감상을 소개하려면 부득이 내용 이야기를 곁들이게 될 것 같으므로 작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 정보 없이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일단 이 작품은 세계관이 아주 매력적이었다는 언급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지표면의 환경이 생명체가 살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되어 '사일로'라고 하는 총 144층에 이르는 긴 원통형 모양의 지하 시설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그것도 잠시 대피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곳에서 대를 이어가며 수백 년 이상을 살아와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당 지하 시설을 벗어나지 않아도 인류가 절멸하지 않도록 심층부에는 자원 채취 및 전기 생산을 위한 기계 설비들이, 중간에는 농업 및 인류 재생산(출산 시설 및 보육원) 관련 시설들이, 상층부로 가면 통신과 보안을 담당하는 IT 부서와 시청, 보안관 등 행정 인력들이 자리하고 있다.

상층부에서는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밖을 관람(?)할 수 있는데, 이 카메라가 오염 물질로 더러워지면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을 밖으로 내보내 이를 닦게 하는 이른바 '청소형'을 실시하고, 청소가 끝나면 외부에서 숨져 그 시신이 풍화되어 사라질 때까지 사람들의 시야에 남아 남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소재로 활용된다.

주변의 세상은 계층화되어 있었다.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 또렷이 보였다.

상층부는 아침 식사와 함께 즐기는 생과일주스를 당연하게 여기며,

흐려져가는 풍경을 걱정했다.

그 아래에 살면서 정원에서 일하거나 가축우리를 청소하는 사람들은

흙과 나뭇잎과 비료로 이루어진 자기들만의 세계 주위를 돌았다.

그들에게 바깥 풍경이란 청소가 이루어질 때까지 무시해도 좋은, 지엽적인 무엇이었다.

그리고 심층부, 기계 공장과 화학 연구소, 끌어 올리는 석유와 삐걱거리는 장치들,

기름때 묻은 손톱과 힘든 일의 땀 냄새로 이루어진 실무적인 세상이 있었다.

(1권, pg 156)

특이하게도 본 1-2권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인 줄리엣은 1권 중반 이후에나 등장한다.

줄리엣이 작품을 이끌어가기 전 두 챕터는 홀스턴과 잔스라는 걸출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데 단순히 세계관을 이해시키기 위한 인물들 치고는 매력이 상당하다.

이 두 인물이 퇴장하게 되는 부분까지가 1권의 중반 정도에 해당되고, 여기까지 읽었다면 독자는 두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과연 사일로 밖은 정말 위험한가?

그리고 남겨진 인류는 정말 그들뿐인가?

1권에서는 이 두 가지의 질문에 대한 답이 제시되면서 끝이 나는데, 이 부분 역시 반전이라면 반전있게 제시됨으로써 바로 2권을 들추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좁은 지하 공간에서 사는 그들의 삶이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저 바깥, 저 언덕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들은 왜 여기에 있으며, 무엇 때문에 있는 걸까?

그녀와 같은 사람들이 저 멀리에서 무너져가는 높은 사일로들을 지었을까?

무엇을 위해서?

(1권, pg 189)

줄리엣은 이 폐쇄적인 사회에 작은 균열을 내고 억눌려 있던 사람들의 욕구는 그 작은 균열을 통해서도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진실에 대한 추구야말로 인간이 근원적으로 가지는 욕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평생을, 아니 조상 대대로 속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자들의 분노는 막을 수 없었다.

생각만 하던 터부가 속삭임으로 이동했다.

금지된 생각들이 혀끝에서 태어나서 허공을 헤엄쳐 다녔다.

(2권, pg 81)

시리즈물이니 당연히 후속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본 작품만 놓고 볼 때 어떻게 끝나는지 상당히 궁금했는데, 스포 없이 기술하자면 이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완결성 있게 결말을 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도 충분했다.

마치 재밌는 마블 영화의 한 편을 본 것처럼 당연히 이어지겠구나 싶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스토리였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남은 모든 책과 우주에 있는 모든 별들도

읽을 사람이 없고 갈라진 구름 사이로 올려다볼 사람이 없으면 무의하다고 말하리라.

(2권, pg 336)

출판사의 책 소개에 보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괴물 같은 작품'이라는 다소 상투적인 문구가 적혀 있는데 이 문구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의 몰입도가 상당했다.

읽을 책들이 쌓이고 있는 중인데도 이 시리즈는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빨리 사게 될 것 같다.

검색을 해보니 2권짜리 프리퀄이 하나, 시퀄이 하나 해서 총 6권으로 구성되는 모양이다.

이미 미드로도 제작되었다고 하고 평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조만간 미드도 찾아보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충분히 덕질(?)할 수 있는 좋은 SF 작품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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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1 사일로 연대기
휴 하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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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총 6권으로 구성된 '사일로 연대기'라는 시리즈 소설의 첫 번째 작품이다.

직관적으로는 무슨 뜻인가 싶은 단어인데, 친숙한 의류 소재를 뜻하는 그 울이라고 보면 된다.

다 읽은 지금 생각해 보면 울이라는 소재가 작품 내용 전반을 상징한다고 보기에는 다소 약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울이라는 제목으로 쓰인 SF 소설은 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효과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스포를 당하면 재미가 매우 반감될 것 같은 작품인지라 최대한 주의하며 작성하려 했으나, 작품의 배경이나 감상을 소개하려면 부득이 내용 이야기를 곁들이게 될 것 같으므로 작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 정보 없이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일단 이 작품은 세계관이 아주 매력적이었다는 언급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지표면의 환경이 생명체가 살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되어 '사일로'라고 하는 총 144층에 이르는 긴 원통형 모양의 지하 시설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그것도 잠시 대피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곳에서 대를 이어가며 수백 년 이상을 살아와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당 지하 시설을 벗어나지 않아도 인류가 절멸하지 않도록 심층부에는 자원 채취 및 전기 생산을 위한 기계 설비들이, 중간에는 농업 및 인류 재생산(출산 시설 및 보육원) 관련 시설들이, 상층부로 가면 통신과 보안을 담당하는 IT 부서와 시청, 보안관 등 행정 인력들이 자리하고 있다.

상층부에서는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밖을 관람(?)할 수 있는데, 이 카메라가 오염 물질로 더러워지면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을 밖으로 내보내 이를 닦게 하는 이른바 '청소형'을 실시하고, 청소가 끝나면 외부에서 숨져 그 시신이 풍화되어 사라질 때까지 사람들의 시야에 남아 남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소재로 활용된다.

주변의 세상은 계층화되어 있었다.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 또렷이 보였다.

상층부는 아침 식사와 함께 즐기는 생과일주스를 당연하게 여기며,

흐려져가는 풍경을 걱정했다.

그 아래에 살면서 정원에서 일하거나 가축우리를 청소하는 사람들은

흙과 나뭇잎과 비료로 이루어진 자기들만의 세계 주위를 돌았다.

그들에게 바깥 풍경이란 청소가 이루어질 때까지 무시해도 좋은, 지엽적인 무엇이었다.

그리고 심층부, 기계 공장과 화학 연구소, 끌어 올리는 석유와 삐걱거리는 장치들,

기름때 묻은 손톱과 힘든 일의 땀 냄새로 이루어진 실무적인 세상이 있었다.

(1권, pg 156)

특이하게도 본 1-2권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인 줄리엣은 1권 중반 이후에나 등장한다.

줄리엣이 작품을 이끌어가기 전 두 챕터는 홀스턴과 잔스라는 걸출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데 단순히 세계관을 이해시키기 위한 인물들 치고는 매력이 상당하다.

이 두 인물이 퇴장하게 되는 부분까지가 1권의 중반 정도에 해당되고, 여기까지 읽었다면 독자는 두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과연 사일로 밖은 정말 위험한가?

그리고 남겨진 인류는 정말 그들뿐인가?

1권에서는 이 두 가지의 질문에 대한 답이 제시되면서 끝이 나는데, 이 부분 역시 반전이라면 반전있게 제시됨으로써 바로 2권을 들추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좁은 지하 공간에서 사는 그들의 삶이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저 바깥, 저 언덕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들은 왜 여기에 있으며, 무엇 때문에 있는 걸까?

그녀와 같은 사람들이 저 멀리에서 무너져가는 높은 사일로들을 지었을까?

무엇을 위해서?

(1권, pg 189)

줄리엣은 이 폐쇄적인 사회에 작은 균열을 내고 억눌려 있던 사람들의 욕구는 그 작은 균열을 통해서도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진실에 대한 추구야말로 인간이 근원적으로 가지는 욕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평생을, 아니 조상 대대로 속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자들의 분노는 막을 수 없었다.

생각만 하던 터부가 속삭임으로 이동했다.

금지된 생각들이 혀끝에서 태어나서 허공을 헤엄쳐 다녔다.

(2권, pg 81)

시리즈물이니 당연히 후속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본 작품만 놓고 볼 때 어떻게 끝나는지 상당히 궁금했는데, 스포 없이 기술하자면 이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완결성 있게 결말을 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도 충분했다.

마치 재밌는 마블 영화의 한 편을 본 것처럼 당연히 이어지겠구나 싶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스토리였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남은 모든 책과 우주에 있는 모든 별들도

읽을 사람이 없고 갈라진 구름 사이로 올려다볼 사람이 없으면 무의하다고 말하리라.

(2권, pg 336)

출판사의 책 소개에 보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괴물 같은 작품'이라는 다소 상투적인 문구가 적혀 있는데 이 문구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의 몰입도가 상당했다.

읽을 책들이 쌓이고 있는 중인데도 이 시리즈는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빨리 사게 될 것 같다.

검색을 해보니 2권짜리 프리퀄이 하나, 시퀄이 하나 해서 총 6권으로 구성되는 모양이다.

이미 미드로도 제작되었다고 하고 평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조만간 미드도 찾아보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충분히 덕질(?)할 수 있는 좋은 SF 작품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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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내 옆에 앉아! 푸른 동시놀이터 105
연필시 동인 엮음, 권현진 그림 / 푸른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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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그림이 많은 책은 혼자서도 제법 잘 읽는 편이라 책 보는 시간이 꽤 많은데 생각해 보니 운문 쪽은 거의 읽어준 적이 없는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아이와 함께 동시를 읽어보고 싶어 접하게 되었다.



파스텔 톤의 따뜻해 보이는 표지가 예쁘다.

나온 지 20년이 넘은 책이라 하는데 세월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요즘 아이들이 보기에도 예쁜 디자인으로 새롭게 리뉴얼이 되었다.

책 안쪽에도 삽화가 꽤 많아서 아이들이 읽기에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글은 읽을 때 쓴 사람의 의도를 생각해야 되지만 시는 그 중요성이 더 큰 것 같다.

글쓴이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그대로 풀어쓴 산문과는 달리 운문에서는 단어 하나하나에도 숨겨진 의도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문자 그대로만 해석하기보다는 구절을 곱씹고 생각하며 읽어야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하기에 산문보다 길이는 짧아도 난이도는 더 어려운 읽기가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아래의 시에서 까치가 햇살을 입에 물었다는 말을 글자 그대로 해석할 수는 없다.

햇살은 입에 물 수 있는 객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창한 어느 날 나무 위에서 반갑게 지저귀는 까치를 떠올린다면 해당 구절이 무슨 느낌인지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부모가 읽어주면서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눠본다면 더 좋은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pg 21)

90여 페이지 정도로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시라는 특성상 굉장히 많은 시가 실려 있는 편이다.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통독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 꽤 오래 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지금까지 400여 편이 넘는 서평을 써왔지만 시집을 읽고 쓴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아이 덕분에 시집을 읽고 감상을 남겨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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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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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도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는 학자지만 그의 대표적인 저작들이 인기를 끌 시기가 마침 정신적으로 지금의 나를 형성하게 한 20대 시절이었다.

덕분에 그의 초기 저술들을 꽤 읽었던 기억도 나고 그 유명한 '국방부 불온서적'에 선정되기 전에 군대에서 그의 저작을 읽었던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읽고 나서 다음 휴가 때 집으로 반출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압수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여하간 그의 이름은 어느새 40을 앞둔 나의 20대 시절을 생각나게 하기에 충분했고, 유튜브를 보다 그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별 고민 없이 결제하게 되었다.

사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측면에서 그의 사상들은 이미 나온 책들에 충분히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기존에 발간된 책들에서 주장했던 내용들을 식재료라는 아주 일상적인 주제들로 구분해 다시 풀어낸 것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미 그의 저작 대부분을 읽었다면 그리 신선할 것은 없는 내용이지만, 읽기에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책이라 그의 저작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장하준 입문용'으로 추천할 만한 책이다.

첫 시작의 문을 여는 '마늘'이라는 식재료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한국인을 정의할 단 한 가지의 식재료를 꼽으라면 누구나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식재료라 할 수 있다.

이 식재료를 통해 그는 경제학이 우리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역설한다.

경제학에는 많은 분파가 있고 각 분파마다 인간의 특성을 다르게 정의하기 때문에 주류 정치에 어떤 경제학 이론이 반영되는가가 바로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미다.

경제학은 개인적이건 집단적이건 경제적 변수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 다시 말해 우리 자신에 대한 규정 자체를 변화시킨다. - 중략 -

따라서 그 시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경제학 이론은 동시대인들이

무엇을 가장 중요한 '인간의 본질'로 생각하는지에 영향을 준다.

(pg 33)

기존의 저작들에서 일관되게 주장해 온 '사다리 걷어차기'에 관한 이야기도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책이 나온 지 20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유 무역'이란 단어는 대체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우리 영화가 지금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스크린쿼터라는 제도도 영화 산업을 보호하던 나라라는 것을 떠올려봄직한 대목이다.

개인의 비전으로 성공적인 기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신화는

현재 경제학계의 담론을 장악하고 있는 자유 시장 경제학의 근간이 되고 있다. - 중략 -

그러나 규모가 큰 생산, 복잡한 테크놀로지, 국제 규모의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19세기 말 이후의 환경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노력- 개인의 노력보다 -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기업의 리더뿐 아니라 노동자, 엔지니어, 과학자, 전문 경영인,

정부의 정책 입안자, 그리고 심지어 소비자의 노력까지 모두 포함된다.

(pg 140)

어떨 때는 '소프트 파워'를 사용하기도 한다. 더 학술적인 용어를 동원하자면

'관념의 힘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학계, 국제 언론, 정책 싱크 탱크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 스스로 자유 무역이 자국에 좋은 것이라 생각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 중략 - 힘은 보복이 두려워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것이 자기 이익에 만한다고 믿도록 만들기도 한다.

(pg 174)

기존 책들에서는 그리 강조되지 않았었던 편견에 대한 부분도 이번 책에서는 언급이 되고 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코코넛'을 제배하는 지역의 생산성이 낮은 이유가 열대 지방 사람들이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편견이었다.

언젠가 일하던 조직의 기관장을 모시고 인도네시아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 그분도 대낮에 길에 누워 쉬는 사람들을 보고는 '저러니 경제 개발이 안되지' 하며 혀를 차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날씨에 냉방 시설도 없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매 순간 열심히 일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비인간적인 것 아닌가.(물론 아마존이나 쿠팡처럼 사람이 죽어나가도 '하지만 생산성은 높았죠?'라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노동력의 질은 전문직이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직종에서는 생산성의 차이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종에서 가난한 나라 노동자와 부자 나라 노동자의

개인적인 생산성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점은 가난한 나라에서 부자 나라로 이민 온 사람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이민을 왔다고 갑자기 없던 기술이 생기거나

건강이 급격히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닌데 그렇다.

그들의 생산성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은 더 양질의 사회 기반 시설과

더 잘 기능하는 사회적 체제를 기반으로 해서 더 잘 운영되는 생산 시설에서

더 나은 테크놀로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pg 89)

높은 비율로 여성들이 담당하게 되는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편견의 하나라 할 수 있다.

GDP에 무급 돌봄 노동은 포함되지 않는데, 이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간단한 사고실험으로 설명한다.

즉 여성 둘이 서로의 아이를 상대에게 돌보게 한 뒤 그 대가로 서로에게 같은 금액을 지불할 경우, 서로의 금전적인 이익이나 아이 한 명을 돌본다는 노동 투입 자체는 변화가 없지만 이 활동은 생산 활동으로 GDP에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주로 여성이 담당해왔다고 여겨지는 돌봄 활동들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혹여 급여가 지급된다 하더라도 돌봄 노동 종사자들의 임금이 낮은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편견이라는 점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레시피'라는 단어가 붙긴 했지만 여기서 음식 이야기는 그저 운을 떼는 용도일 뿐이고 본문은 경제학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단순히 가벼운 소재에서 시작할 뿐만 아니라 문장 자체도 기존의 저작들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재미도 있는 편이다.(이때의 재미에는 '유머'로서의 재미도 포함된다.)

음식처럼 경제학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편식하지 말고 여러 시각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는 충고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오랜만에 저자의 책을 읽었는데 역시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저자의 주장이 사회적으로도 꽤 인기가 많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의 반향은 없는 것 같다.

주류경제학의 파워가 워낙 막강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래봐야 무슨 변화가 있겠냐는 체념이 지배하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때가 벌써 20년 전인데 정치권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여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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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줘! 아이스토리빌 53
김탄리 지음, 홍그림 그림 / 밝은미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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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기념해 나온 책인데 띠지에 보이듯 소파 방정환 선생의 작품을 현대적인 느낌으로 다시 쓰는 공모전에서 초등 저학년 부분 수상작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방정환 선생의 '동생을 찾으러'라는 원작 소설을 모티브로 집필되었다고 한다.

원작을 읽어보지 못해서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잠깐 검색한 바로는 '누군가가 데려간 동생을 찾는 여정'이라는 소재만 차용했고 다른 부분들은 모두 재창조된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특히 길이나 문체, 편집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맞게 쉽게 구성되어 있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텍스트로 된 책에도 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읽어주고 싶어 선택한 책인데 글 양이 딱 적절한 것 같다.

물론 저학년용으로 나온 책이기 때문에 다른 페이지에는 표지와 동일한 톤의 예쁜 그림들도 많은 편이며 전체 중에서 텍스트가 가장 많은 부분이 대략 아랫부분 정도 된다고 보면 되겠다.

(pg 12-13)

'오빠는 나를 싫어해'라는 소제목에서 보이듯이 지훈이라는 아이가 동생을 다소 귀찮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오빠가 학교에 가는 길에 따라나섰다가 인상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내민 빵 한 조각에 홀라당 넘어가 어디론가 잡혀가고 만다.

게다가 거칠게 동생을 데려간 어른들 때문에 가사 상태에 빠져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버려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도와달라고 말할 수도 없게 된다.

이 상태에서 과연 지훈이와 가족들은 어떻게 동생을 다시 찾게 될까?

어린아이들 책이지만 훌륭한 전개와 복선,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름의 반전까지 숨어 있어 마냥 어린이 책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글의 내용도 좋았지만 뭔가 따뜻해 보이는 그림의 감성도 글과 잘 어우러져서 좋았다.

아직 7세인 아이가 혼자서 읽기에는 다소 도전적인 책이지만 부모와 같이 읽는다면 아이의 독서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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