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비율로 여성들이 담당하게 되는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편견의 하나라 할 수 있다.
GDP에 무급 돌봄 노동은 포함되지 않는데, 이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간단한 사고실험으로 설명한다.
즉 여성 둘이 서로의 아이를 상대에게 돌보게 한 뒤 그 대가로 서로에게 같은 금액을 지불할 경우, 서로의 금전적인 이익이나 아이 한 명을 돌본다는 노동 투입 자체는 변화가 없지만 이 활동은 생산 활동으로 GDP에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주로 여성이 담당해왔다고 여겨지는 돌봄 활동들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혹여 급여가 지급된다 하더라도 돌봄 노동 종사자들의 임금이 낮은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편견이라는 점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레시피'라는 단어가 붙긴 했지만 여기서 음식 이야기는 그저 운을 떼는 용도일 뿐이고 본문은 경제학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단순히 가벼운 소재에서 시작할 뿐만 아니라 문장 자체도 기존의 저작들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재미도 있는 편이다.(이때의 재미에는 '유머'로서의 재미도 포함된다.)
음식처럼 경제학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편식하지 말고 여러 시각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는 충고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오랜만에 저자의 책을 읽었는데 역시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저자의 주장이 사회적으로도 꽤 인기가 많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의 반향은 없는 것 같다.
주류경제학의 파워가 워낙 막강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래봐야 무슨 변화가 있겠냐는 체념이 지배하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때가 벌써 20년 전인데 정치권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여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