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의 과학 허세 (리커버판, 양장)
궤도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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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의 인도로 몇 차례 영상을 본 적 있는 유튜버인데 책을 낸 줄은 몰랐다.

아이와 함께 서점에 들렀다 익숙한 이름에 책장을 넘겼다가 사지 않으면 도둑질이 될 정도로 많이 읽어 버려서 충동적으로 사게 된 책이다.



제목에 충실하게(?!) 과학으로 약간의 허세를 부릴 수 있도록 여러 주제를 짧고 재미나게 정리한 책이다.

유튜브 영상에서도 그의 화려한 언변이 빛을 발했었는데 그 재치있는 입담이 그대로 글로 실려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소통에 능한 저자이다 보니 각종 밈을 섭렵해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때문에 인터넷 문화를 잘 알면 알수록 읽는 재미도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

첫 주제가 알코올에 관한 이야기인데 첫장부터 굉장히 재미있다.

알코올 분자의 화학식 같은 것을 외울 일은 없겠지만 알코올의 분자 모형이 아래와 같이 생겼다는 사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에탄올의 화학식은 C2H5OH로 그 분자모형은 그림과 같다.

우리는 개 모양의 분자를 마시고, 모두가 그렇게 개가 되어갔던 것이다.

(pg 22)

알코올을 비롯한 총 20개의 소주제가 수록되어 있고 그 영역은 우주과학에서부터 생물학, 물리학,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개인적으로는 물리나 생물, 화학 등 고전적인 과학 분류에 따른 주제들뿐 아니라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 같은 트렌디한 주제까지 다루고 있어서 더 재미나게 읽었던 것 같다.

특히 비트코인을 그저 투기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상 화폐로만 인지하고 있었는데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자체는 굉장히 유용한 기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각 소주제마다 다루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책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각각의 소주제들이 모두 상당히 재미있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내용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과학 교양서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도 거부감 전혀 없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도 책 제목에 충실하게 각 꼭지마다 작은 과학 지식 하나쯤은 머릿속에 남을 수 있었던 것도 장점이었다.

우주에서 생명체가 잘 살고 있는 확실한 한 곳은 바로 지구다.

우리가 없다면 외계인도 없을 텐데 우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외계인에 대한 기대감을 접을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현재까지 유일한 외계인이 되었고

외계생명체 존재의 결정적인 증인이 되었다.

이 넓고 무한한 우주에 우리 외에 누군가 있다는 가장 결정적인 단서이자 증거는

바로 우리, 창백한 푸른 점에 사는 인류다.

(pg 155)

요즘 과학적 지식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쉽고 재미있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교양서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러한 책 중 하나이다.

각각의 소주제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출퇴근 길에서 잠깐씩 읽기에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유머러스한 문체가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영상뿐 아니라 저술 활동도 활발하게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는 돌연변이에 열광한다.

슈퍼 히어로 영화가 보여주는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나

잘 만들어진 컴퓨터 그래픽에만 열광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체제에 순응하는 동일한 다수의 결정에 반기를 들며, 전혀 안전하지 않은

새로운 길로 떠나는 소수의 혁명적인 발자국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영원한 인류를 위한 치열한 몸부림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pg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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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꼭지 초등 세계사 1 - 고대~중세 하루 한 꼭지 초등 세계사 1
정헌경 지음, 뭉선생.윤효식 그림, 전국역사교사모임 세계사 분과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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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문과 과목들은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유독 역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연도와 인물들을 외우는 것이 재미도 없고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역사 역시 인간에 관한 일이다 보니 스토리가 곁들여지면 재미도 있고 배울 점도 많다는 것을 성인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것 같다.

이제 곧 아이가 학교에 가게 되어 독서 영역을 넓혀주고자 이번에는 세계사 관련 책을 하나 골라봤다.



일단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형식이어서 딸아이도 책을 보자마자 흥미를 보인다.

생각보다 글의 양이 많은 편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별 거부감 없이 잘 보고 있다.

글자는 많아도 문체가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굉장히 친절하기 때문에 글씨를 읽을 수 있는 나이라면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단 만화 부분이라도 먼저 보고 자신이 흥미를 느끼면 글도 읽게 될 것이기 때문에 아이가 그림책에서 줄글로 넘어가기 시작할 때 권해주면 좋을 것 같다.

이번 1권은 고대에서 중세까지라고 쓰여있는데 인류의 기원과 선사시대, 인류의 최초 문명들도 1장에서 소개하고 있다.

이어 로마제국까지의 서양 역사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역사, 기독교 문화 중심의 유럽 역사까지 다루고 있다.

책 구성이 상당히 알찬데, 좌측에 만화로 어떤 주제를 다룰지 간단히 소개한 뒤 중앙에 본문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우측에는 사진 자료와 아이들이 어려워할 것 같은 단어들의 뜻풀이까지 수록되어 있어 한 페이지를 읽어도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재미가 있어서 한참 같이 읽어보기도 했다.

(pg 124-125)

중간중간에 문제집처럼 관련 지식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연습문제들도 수록되어 있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 때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도 충분히 재미와 의미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pg 142-143)

요즘 아이들 책 코너에 가보면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무슨 책을 골라줘야 하나 오히려 더 고민되는데 이 책 정도의 구성이라면 별 망설임 없이 권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이어서 어떤 주제들이 다뤄질지 기대되는 시리즈였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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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현재의 철학 - 21세기의 삶을 위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 EBS CLASS ⓔ
조대호 지음 / EBS BOOKS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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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다못해 수능 문제로라도 본 적이 있을 텐데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저 '고대의 서양 철학자' 정도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인지라 단순히 이 세 철학자의 사상을 소개하는 책이었다면 들춰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만만한 책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대학교수들을 상대할 일이 많은 직업인지라 교수들이 아무리 본인 전공이라 하더라도 무언가를 확신 있게 단언하는 건 꽤 드문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상기 세 철학자의 사상이 '현재'의 철학이라고, 심지어 '영원하기까지 한' 현재의 철학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에 얼마나 충실할지 현재를 사는 사람으로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마무리된다.

이 '시대의 흐름에 따른다'라는 구절이 중요한데, 이 세 철학자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동시대를 살았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자가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나라가 '잘나가는' 나라에서 '막나가는' 나라로 변하던 시기를 살았고, 플라톤은 전쟁으로 나라가 몰락하여 모든 가치들이 도전받는 시기를 살았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제국의 시대에 소속될 나라조차 없이 자연을 떠도는 삶을 살았다.

이처럼 공간적인 배경을 공유한다 하더라도 시대의 흐름이 달랐던 세 철학자는 철학의 방향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책의 포문을 여는 소크라테스는 직접 남긴 저작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을 전 세계 학생들이 외우고 있는 이유는 그가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를 정립했기 때문이다.

바로 세상 모든 것에 질문해 보는 것이다.

동물도 호기심을 가질 수 있지만 인간처럼 정의나 사랑, 용기와 같이 물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개념에 대해 궁금해할 수는 없다.

그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가 가진 모순을 깨닫게 함으로써 철학의 주체가 바로 이성을 가진 인간임을 명확히 했다.

소크라테스 이전에도 철학은 있었습니다. - 중략 -

이 시기의 철학을 '자연철학'이라고 부르는데, 자연의 존재와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

철학의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자연과학에 가깝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바로 철학의 본질을 자연에 대한 탐구에서

인간 삶에 대한 탐구로 바꿔놓은 사람입니다.

(pg 27)

이 대목이 재미있었는데, 소크라테스 이후로 오랜 기간 동안 인류의 세계는 철학, 신학 등 인문학이 이끌어왔고 이러한 인문학의 근원은 단연코 인간이다. (신학의 신 역시 인간을 창조한 주체로서의 중요성을 가지기에 인간 중심 사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흐름이 언제부턴가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물리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으로 다시 넘어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인간도 자연의 일부에 지나지 않다는 인식, 동물도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라는 인식,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는 인식 등 인간 중심 사상 자체가 많이 약화되고 있는 것 같다.

여하간 이렇게 서양 철학의 근간을 만든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플라톤은 바로 옆에서 지켜본다.

그런 그에게 당시 아테네(책에 나오는 표현으로는 '아테나이'인데, 그리스어로 읽으면 '아테나이'라고 읽는 것이 맞다고 한다. 내게 익숙한 표현이 아니라서 사용하지 않았다.)의 민주주의는 모순으로 가득해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정치사상이 철인정치로 수렴하게 된다.

플라톤의 사상에서 중요한 점은 육체와 영혼이 따로 존재한다고 보는 이원론적 시각이다.

저자는 현재 뇌과학쪽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인식이 이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의식을 업로드하면 영생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바로 이원론적 시각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도 육체와 의식을 떨어뜨릴 수 없다는 쪽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추세이고, 저자 역시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고 있다.

플라톤의 뒤를 이은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를 떠나 외딴섬에서 자연을 공부하여 사상을 키워나간다.

이 때 그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이 바로 '로고스'에 있다는 말을 남긴다.

저자 역시 이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특히 진화론의 시각이 대세가 되면서 인간이 동물보다 조금 더 고등한 사고를 할 뿐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는 시각에 저자는 반대한다.

물론 도구를 쓰는 동물도 있지만 그 도구를 통해 또 다른 도구를 만드는, 저자의 표현을 빌면 n차 도구를 발명할 수 있는 동물은 지구상에 우리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 '추리'라고 하는 이성적 작용이 있으며 이를 아리스토텔레스가 로고스라고 불렀다는 말이다.

'인간은 추리하는 존재다. 추리에는 상상이 따르고 비교가 따르고 정당화가 따르고

선택의 과정이 따른다. 이러한 추리 과정으로부터 인간의 과학적 탐구,

실천적 계획, 범죄, 예술, 종교 등 모든 것을 다 설명을 해낼 수가 있다...'

위대한 발견자의 생각 속에서 제가 찾아낸 가장 중대한 발견입니다. - 중략 -

그 모든 것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로고스를 가진 동물"이라는

단순한 정의 안에 압축해 담았습니다.

(pg 161)

그리고 로고스가 잘 발현되는 좋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적 역량이 중요하고 이 시민적 역량은 경제적으로 평등할 때 발휘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모든 국가들에서도 지침으로 삼을 수 있는 통찰이라 생각한다.

좋은 민주정은 시민적 역량 없이는 불가능하다.

시민적 역량은 경제적 평등 없이는 불가능하다.

(pg 215)

200페이지가 조금 넘을 정도로 얇은 편이고 서술이 매우 친절해서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세 철학자들의 정수만 쏙쏙 뽑아 잘 설명해 주고 있어서 철학에 관심이 생겼다면 입문서로도 매우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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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스 - 불확실성을 확신으로 바꾸는 맥락의 뇌과학
이인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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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으로 표현하자면 '완벽한 추론'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목에 충실하게 국내의 뇌과학자가 쓴 두뇌의 추론 과정에 대한 책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우리 두뇌가 어떻게 주변의 자극을 인지하고 이를 통해 맥락적인 학습을 하는지를 쉽고 자세하게 소개해 주는 책이다.

우리의 뇌는 최소한의 정보를 가지고도 주변을 충분히 인지하고 상황을 예측할 수 있도록 감각 기관이 인지하는 정보를 통해 추론하는 능력을 발달시켜 왔다.

예를 들어, 우리는 매일 같은 길을 통해 출근을 하지만 매일 출근길에 어떤 사람을 마주치는지, 길가에 나무는 몇 그루였는지, 심지어는 계절의 변화도 매일같이 인지하지는 못한다.

이처럼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보를 다 기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출근길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몇 시에 어디쯤을 지나 어느 경로로 가는지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감각 기관을 통해 인지하는 정보들을 종합해 나름의 추론 과정을 거쳐 맥락적인 학습을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우리의 뇌가 이런 맥락적 학습을 하도록 진화한 것이 우리가 이렇게 허약한 육체를 가지고도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한다.

우리 뇌는 이미 평생 동안 이루어진 많은 학습을 통해

바깥세상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과 상황에 대한 '인지적 모델'을 가지고 있고,

이 모델을 동원하여 세상의 애매함을 극복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측하여 대비합니다.

(pg 68-69)

이러한 맥락은 시간의 흐름, 공간의 이동과 같이 물리적인 부분에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와 같은 사회적인 부분에서도 형성된다.

그리고 당연히 모두가 경험하는 삶의 궤적이 다르고 그에 따라 접촉하는 자극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 맥락의 형성 역시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러한 맥락의 차이가 개인의 진정한 개성이라고 보고 있다.

처음 태어나자마자 심기는 내 주변의 나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심겼을 가능성이 있지만 점차 성장하면서

내 주변에 어떤 나무를 어떤 모양으로 심을지 자신이 결정하게 됩니다.

어떤 친구와 어울리고 어떤 책을 읽으며 어떤 여행 장소를 골라서 가는지 등

자신이 하는 모든 경험은 뇌에 의해 학습되고 기억됩니다.

이처럼 쌓여 가는 기억은 훗날 어떤 선택을 할 때

다시 의사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자신만의 독특한 삶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데 필수적입니다.

(pg 224)

저자는 이렇게 개인별로 다른 경험을 통한 다른 맥락의 형성이 뇌인지의 다양성에 매우 중요한데, 지금의 현대인들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뇌에 제공되는 자극 자체가 동일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진화적으로 봤을 때 뇌인지의 다양성을 잃는다는 것은 인류가 지구 최상위의 종으로 군림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경쟁력을 잃는 것과도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AI의 보급이 많은 사람들의 직장을 앗아갈 것이라는 전망에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러한 두려움에 대한 해법 역시 바로 인간이 가진 맥락적 지식 형성 능력을 개성 있게 쌓아가는 것이라 말한다.

어떤 분야를 파고들다 보면 그 분야와 상관없는 분야를 내 전공 분야의 시각으로 보게 되듯이 맥락적으로 지식을 형성하다 보면 다른 지식과 다르게 얽힌 사고가 가능해지고, 이러한 점들이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AI와의 경쟁 아닌 경쟁으로 인해 이제 인간의 뇌는 제한된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인지적 모델을 가지고 세상 속의 애매하고 새로운 자극이나 상황에 대해

나름 완벽한 추론을 하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습니다.

이것은 인간 뇌의 진화를 위한 또 다른 환경의 압박이라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pg 256)

읽기 전에는 막연히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260여 페이지로 그리 두껍지 않은데다 문장이 현학적이지 않고 내용도 아주 깊지는 않아서 술술 넘어가는 맛이 좋았다.

서술적으로도 저자와 같은 서울대 교수들이 시리즈로 발매하고 있는 '서가명강'처럼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함에 있어서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친절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서가명강' 시리즈가 이미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바 있어서 출판사도 같은데 왜 같은 시리즈로 나오지 않았는지는 의문이지만, 여하간 검은색의 진중한 표지가 주는 압박감과는 전혀 다르게 매우 친절하고 쉬운 책이라는 것을 꼭 강조하고 싶다.

획일화된 정보 습득 방식을 비판하고 있는 책이지만 이 책을 알게 된 경위가 그 획일화된 정보 습득 방식의 대표주자인 유튜브였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하지만 저자의 지적은 단연코 공감하는 바이며 아직 젊은 직장인이자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꼭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라기보다도 인간의 뇌가 어떻게 맥락을 형성하며 기능하는지 자체도 매우 흥미롭기 때문에 최신 뇌과학이 발견한 우리의 뇌가 궁금하다면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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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클래식 리이매진드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올림피아 자그놀리 그림, 윤영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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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분명 읽었던 것 같고 만화로도 본 것 같은데 시간이 오래 흘러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 작품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로 나왔다는 소식에 읽어보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누구나 알 만한 유명 고전 문학에 현대 감성이 물씬 들어간 시각 이미지들을 많이 넣어 보는 즐거움을 높여준다.

이전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읽었을 때 스토리와 잘 어울리는 그림들 덕분에 읽는 즐거움이 상당했던 기억이 나서 이번 작품도 기대가 되었다.


내용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니 그림 소개를 먼저 하자면 이번 작품은 동화에 잘 어울리게 산뜻한 색채와 단순한 도형들로 표현되어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 가득하다.

특히 도로시가 데리고 다니는 강아지 토토와 겁쟁이 사자, 여왕 쥐 등 동물들이 매우 귀엽게 표현되어 있다.

가만히 따져보면 매우 단순한 도형들이고 색채 역시 검은색, 흰색, 초록색, 금색만 쓰고 있으며 여백도 꽤 많은데 그래서인지 뭔가 꿈 속 이야기 같은 작품의 내용과도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좌: (pg 78, 겁쟁이 사자 그림) / 우: (pg 83, 도로시와 함께 길을 떠나는 친구들)

이제 원작 이야기를 좀 해보면, 어릴 적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도 굉장히 재미나게 읽었었겠구나 싶은, 정말 동화 같은, 동화 다운 이야기였다.

회오리바람을 타고 어딘지도 모를 장소에 떨어진 한 소녀가 뇌를 갖고 싶은 허수아비, 심장을 갖고 싶은 양철 나무꾼, 용기를 갖고 싶은 사자를 만나 이런저런 모험에 휘말리고 결국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릴 적에는 그 뜻을 채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은, 인생을 좀 살다 보면 다르게 느껴질 법한 구절들도 꽤 있었다.

"그럼 난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만약 네 머리도 나처럼 짚으로 가득 차 있다면,

아마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싶어 할 거야. 그럼 캔자스에는 아무도 살지 않겠지.

너에게 뇌가 있어서 캔자스로서는 다행일 거야."

(pg 55)

"다른 도시와 다를 바 없어. 하지만 네가 초록 안경을 쓰면

네 눈에는 모든 게 초록색으로 보이는 거야. - 중략 -

하지만 사람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초록 안경을 끼고 살았기 때문에

대부분 이곳이 진짜 에메랄드빛 도시인 줄 알아."

(pg 218)

1900년에 저자가 쓴 머리말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저자가 '어린이들을 오로지 즐겁게 해줄 생각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 목적에 충실하게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을지 가늠해 보니 작가로서 그만한 성공을 거두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작의 재미에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더해져 순식간에 다 읽은 느낌이다.

300페이지가 넘어 살짝 두껍고 글씨가 다소 작긴 하나, 그림과 여백이 많아서 어린 학생들도 관심만 있다면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또 어떤 고전 작품이 감각적인 그림들과 함께 발매될지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되는 시리즈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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