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벙! 푸른 바닷속 생물 탐험 - 바닷속 생물 알고 있나요? 6
클라우디아 마틴 지음, 김아림 옮김 / 다섯수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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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나요?'라는 부제를 달고 나오는 아이들용 자연 관찰 책이 벌써 여섯 번째 시리즈가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다섯 번째인 '야생 동물'편부터 아이와 함께 읽기 시작했는데 아이도 좋아하지만 나도 보다 보면 배우는 것이 생각보다 많아서 인상 깊었던 시리즈이다.



이번에는 제목처럼 바닷속 생물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는 면적도 넓지만 최초로 생물이 출현한 곳인 만큼 수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다.

바다에 사는 생물이라 했을 때 쉽게 떠오를 수 있는 어류나 고래 등의 포유류는 물론이고 다양한 어패류, 해조류, 갑각류, 파충류, 곤충류에 이르기까지 시리즈의 장점답게 많은 카테고리로 나누어 화려한 사진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이전 시리즈를 볼 때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설명이나 사용된 단어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다.

아이와 함께 보면서 나도 아래와 같은 조개류를 '이매패류'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정보를 많이 알려주면서도 진주를 만드는 조개의 모습 등 아이가 흥미있어 할만한 사실들은 놓치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pg 58)

사실 도시에 살면서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에 자주 가기도 어렵고 간다 해도 늘 비슷비슷한 구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 갯강구 같은 것을 자세히 보고 싶어 할 아이는 별로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런 책들은 아이에게 지구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에 좋았다.

특히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동물들은 멸종의 원인(주로 남획이나 서식지 파괴지만)까지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활동이 동물이나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릴 때부터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동물 관련 책이 집에 많은 편인데도 이 시리즈는 나오면 반가운 마음이 들 것 같다.

아직 아이가 어린 편이라 아이와 같이 보는 책이 나에게도 재밌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책은 나에게도 충분한 재미를 줘서 더 마음에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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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어렵지만 양자 역학은 알고 싶어 알고 싶어
요비노리 다쿠미 지음, 이지호 옮김, 전국과학교사모임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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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문돌이 기질을 지닌 나지만 양자 역학은 뭔가 알고 싶은 분야이다.

중학교부터 과학이 싫어 문과로 진학한 주제에 교양서적 몇 권 읽고 양자 역학을 이해해 보겠다고 하는 시도 자체가 매우 무모한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다행히도 이런 중생들을 가엽게 여겨 쉬운 언어로 설명한 양자 역학 책들이 꽤 많이 나와있다.

오늘 소개할 이 책 역시 일반 독자를 상대로 한 양자 역학 책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쉬운 문체로 설명되어 있다.

수학과 과학 분야로 '~~는 어렵지만 OO은 알고 싶어'라는 제목을 가진 책들을 연달아 내고 있는 작가인데, 개인적으로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하는 것이어서 얼마나 쉽고 명료하게 알려줄 수 있을지 기대가 컸다.

일단 책을 처음 받아든 느낌은 부담이 없다는 것이었다.

150여 페이지 정도로 얇기도 하지만 내용의 서술 역시 나같은 태생 문돌이인 여성과 과학 선생님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문체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별로 없었다.

책에 여백도 많은 편인데, 과장을 좀 보태자면 줄 간격만 조금 줄여도 100페이지가 채 되지 않을 분량이라고 보면 된다.

여하간 책을 처음 펴 들고서 다 읽기까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아주 없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그간 봐왔던 양자 역학 관련 책들이 읽을 때는 묘하게 이해가 되는 것 같지만 이를 서평으로 정리하자니 영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진짜 양자 역학의 핵심만을 간단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정리하기가 쉬운 느낌이다.

설명 순서 역시 기존의 양자 역학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파동과 입자의 차이를 인식한 다음, 양자 수준에서 설명되는 물질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지닌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부분이 끝나면 곧바로 양자 역학 이해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한 '관측'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관측이라는 행위 자체가 대상의 상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작은 수준의 물질을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양자를 확률로만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범위 안에 있는 건 확실하지만 그 정확한 위치를 기술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또한 전자에 관측이 진행된 후 또 다른 개입이 있게 되면 이전에 관측된 내용이 휘발된다는 내용도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양자의 세계에서는 관측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정보가 남는가 남지 않는가가 본질에 가까운 모양입니다.

이처럼 일단 관측한 정보를 지우는 실험을 '양자 지우개'라고 부릅니다.

굉장히 신기한 결과이지만, 이것도 양자 역학의 재미있는 측면이지요.

(pg 88)

그 밖에도 양자 역학과 관련된 터널 효과, 불확정성, 양자 얽힘, 양자 컴퓨터까지 짧지만 꽤나 다양한 꼭지들로 설명을 이어간다.

그러니까 고전적인 물리의 세계에서는 실감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주 작은 양자의 세계에서는 '위치'를 알면 '속도'가 정해지지 않게 되고

마찬가지로 '속도'를 알면 '위치'가 정해지지 않게 된답니다.

(pg 124)

타겟 독차층이 명확한 만큼 깊이가 아주 깊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양자 역학이 궁금한데 관련 책들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혹은 양자 역학 관련 책들을 좀 읽어본 뒤 정리하는 느낌으로 읽는다면 매우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나도 양자 역학 책이 아주 처음은 아닌지라 읽으면서 전에 읽었던 책들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이해가 더 잘 되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의 의도가 중고등학생이라 할지라도 양자 역학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썼다고 하니 그 목적에는 매우 충실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부디 많은 중고등학생이 이 책을 통해 '아, 양자 역학이 아주 어려운 개념은 아니구나'라고 느끼며 대학 진학 시 전공을 물리학으로 선택하는 일이 많아지길 빌어본다.

(대학에서 월급 받는 사람 중 하나로서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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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피그 차모와 뭉치들 웅진 세계그림책 223
나카야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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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이 뭔지를 아는 작가가 쓴 것이 분명한 아이들 동화책을 만났다.

아이 동화를 고를 때에도 내용을 나름 신경 써서 골라주는 편인데 이 책은 '이렇게 귀여운 그림으로 좋지 않은 소리를 할 리가 없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고르게 되었다.



제목처럼 기니피그 차모가 주인공이다.

뭉치들은 차모 옆을 떠다니는 구체들인데 이들의 정체는 바로 차모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털뭉치(!)들이다.

근 사십년을 비염 환자로 살아온 나로서는 털뭉치라는 말만 들어도 코가 간지러운 느낌이지만 이렇게 그림으로 보는 것은 귀엽기만 하다.

동물을 키우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털뭉치에게까지 캐릭터를 부여해 주는 것을 보면 동물을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 모양이다.

( 등장인물 소개)

첫 장을 넘기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기니피그들이 소개된다. (사실 이렇게 많은 품종이 있는지는 몰랐다.)

물론 아이들 책이기 때문에 주인공인 차모를 제외하고는 그냥 옆에서 같이 노는 정도로밖에 등장하지 않는데도 모습들이 제각기 다른 것은 물론 좋아하는 음식이나 품종까지 나름 세세한 설정까지 붙여놔서 기니피그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이 단순히 귀여운 그림으로만 승부하는 책이었다면 사실 마음에 쏙 든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다행히(?) 책 내용도 상당히 좋았다.

기니피그들 중에 가장 겁이 많은 차모는 집 건너편에 있는 기니 동산에 가서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어도 두려움 때문에 다리를 건너가지 못해 혼자 집에 남아있게 된다.

용감해지고 싶은 차모에게 누군가 말을 거는데, 이들이 바로 뭉치들이다.

뭉치들은 차모에게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일단 한번 해보는 것이 중요해'라고 말한다.

"해 보기도 전에 스스로 못 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이야."

(pg 12)

뭉치들은 망설이는 차모를 밖으로 이끌어 처음 가보는 곳으로 데려간다.

이 과정을 아이들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도록 미로 찾기 게임으로 그려두어서 차모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찾아가도록 아이들이 직접 길을 찾아줄 수 있다.

단순히 부모가 읽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이야기 속에 참여할 수 있도록 표현해 둔 부분이 좋았다.

여하간 차모는 뭉치들 덕분에 처음으로 집 밖 세상을 구경할 수 있었고, 세상이 그렇게 무서운 곳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털뭉치라는 설정에 충실하게도 차모에게 용기를 준 뭉치들은 집이 청소되면서 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곧 새로운 뭉치들이 나타나 차모와 같이 놀게 된다.

(끊임없이 털을 뿜어내는 존재라는 것도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딸도 처음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한 편이라 걱정이 될 때가 있다.

처음 접하는 음식을 먹어보기도 전에 싫다고 한다거나, 해보지도 않은 게임이나 활동을 못한다며 자책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일단 한 번 해보라고 말해주고는 하지만 부모가 하는 말은 잔소리로밖에는 안 들릴 테니 이 책을 읽어주면서 뭉치들이 하는 말을 충분히 강조해서 읽어주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은 생물이라면 당연히 가지는 본능이지만 이미 충분히 안전한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새로움에 대한 적응과 도전이 살아가는 데 상당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 새로움에 도전하는 태도를 키워주는 것이 중요할 텐데,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이런 가벼운 동화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에게 새로움에 즐겁게 도전하는 태도를 차근차근 키워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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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이자벨 공작소 상상 그림책
핍 존스 지음, 사라 오길비 그림, 김정용 옮김 / 아트앤아트피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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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 많이 보는 것이 당연히 보지 않는 것보다 좋은 것이긴 하지만 아이에게 어떤 책을 접하게 해 줄 것인가는 사실 굉장히 고민되는 문제이다.

무턱대고 흥미 위주의 내용보다는 그 안에서 뭔가 배울 것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부모의 욕심이다.

그것이 꼭 지식적인 측면이 아니라 아이의 태도나 인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포함된다고 할 때,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재미와 메시지를 잘 잡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지 속 아이가 바로 이자벨이다.

옆에서 날고 있는 까마귀도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우선 제목이 말해주듯 이자벨은 뚝딱뚝딱 뭔가를 잘 만들어내는 꼬마 발명가이다.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는 기계, 자동으로 이발을 해 주는 기계 등 기상천외한 기계를 여럿 만들어내는데 각기 약간의(?) 결함들을 가지고 있다.

천재들이 으레 그렇듯 이자벨도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닌데, 자신이 의도한 대로 기계들이 움직여주지 않자 이자벨은 화를 낸다.

이 때 옆에서 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해 준다.



(pg 7)

바로 위에서 할아버지가 한 대사가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한두 번 시도해 보고 포기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진리를 이자벨의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자벨은 표지에 등장하는 까마귀를 만나게 되는데, 이 까마귀가 수술로는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날개가 심하게 다친 채 발견된다.

이 까마귀에게 기계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이자벨은 여러 시도를 한다.

번번히 실패하며 화를 내지만, 그때마다 할아버지는 지치지도 않고 자상하게 포기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그러다 결국에는 까마귀에게 멋진 기계 날개를 달아주게 된다.

사실 아이들마다 포기하는 성향도 다 다르다.

우리 딸은 본인이 좋아하는 활동은 끈덕지게 잘 하는데, 조금이라도 좋아하지 않는 활동을 하면 조금만 어긋나도 곧잘 포기하는 성격이라 끈기가 없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책을 보면서 시도해 보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줄 수 있었다.

앞으로 아이가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어 할 때, "이자벨 기억나지? 결국엔 까마귀에게 멋진 날개를 달아줬었잖아." 하면서 한 번 더 해볼 수 있도록 독려하기에 좋을 것 같다.

아이와 책을 다 읽고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이에게 지식적인 측면에서 주입을 더 하기 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믿는 삶의 방식을 알려주는 것이 앞으로의 삶에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이 그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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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 - 내 안의 힘을 발견하는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24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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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4권째 발매된 서가명강 시리즈. 나도 벌써 그중 세 번째 만나는 책이다.

철학 책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긴 하지만 에리히 프롬의 사상은 처음 접했다.

다른 철학 책들은 그래도 학창 시절을 지나면서 이름이라도 들어본 것 같았는데 에리히 프롬은 이름도 생소해서 어떤 사상을 펼치고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저자의 소개에 따르면 에리히 프롬의 저작은 대중적으로 상당히 많이 읽힌 편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쓰여진 탓에 철학계에서 다소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아직도 어려울수록 뭔가 있어보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철학계에는 강하게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내 나름대로 소화한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인간에게 자유라는 것이 생기면서 필연적으로 인간은 고독감과 무력감, 허무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을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능력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웬 사랑타령인가 싶겠지만 에리히 프롬의 사랑은 성애나 애정 같은 개인 간의 사랑에 그치지 않고 범 지구적인, 다른 단어로 표현하자면 '인류애'와 비슷한 개념의 사랑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개념을 설명하기에 앞서 인간이 왜 고독감과 무력감, 허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삶은, 약화된 본능 대신에 이성과 상상력을 갖기 때문에 사로잡힐 수 있는

'고독감'과 '무력감' 그리고 '허무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pg 109)

인간은 단순히 본능에 이끌려 살지 않는다.

오히려 본능에 이끌려 살아야만 한다면 그 삶에 의미가 없다고까지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다.

발정기가 되면 본능에 내몰려 교미하는 동물들과 달리,

인간에게 있어 사랑이 결부되지 않은 성행위는 씁쓸함을 남긴다.

식욕 역시 인간은 단순히 허기를 때우기 위한 욕망에서 그치지 않고

사물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질을 맛보고 즐기려는 욕망과 결부되어 있다. - 중략 -

단적으로 말해서 인간의 경우에는 식욕과 성욕 같은 생리적 욕망도

실존적 욕망과 긴밀하게 얽혀서 나타나는 것이다.

(pg 129)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존적 욕망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었다고 해서 만족스럽게 살 수 없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라는 다른 동물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시간을 인지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은 단순히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없거나 굶주리고 있기 때문에 자살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고독감과 무력감 그리고 허무감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다시 말해 실존적 욕망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pg 129)

인간에게 자유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이 실존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오로지 개인의 책임으로 남게 되었다.

오랜 역사를 거쳐 정치적이든 종교적이든 권위를 가진 누군가의 지시나 명령에 의해 살아가야 하는 노예였던 인간의 입장에서 '자유'라는 개념은 좋지만 낯선 것이었다.

이런 인간이 실존적 욕망의 좌절을 느낄 때 찾아오는 감정이 바로 고독감과 무력감, 허무감인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이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경향이 생겨난다고 보고 있다.

독재체제는 사람들을 이렇게 자동인형으로 만들기 위해 위협과 공포를 사용하고

민주주의 사회는 암시와 선전을 이용한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수의 의견을 소수가 비판하는 것이 합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독재체제와는 다르지만,

그럼에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압도적으로 공통의 여론과 관행이 지배한다.

더 나아가 프롬은 오늘날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공통의 여론과 관행을 따르도록 강요받는 것 이상으로

스스로 그러한 여론과 관행에 따르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pg 208)

인간이 이렇게 스스로의 자유를 포기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 가장 극단적인 예시로 나치에 대한 독일 민중의 지지를 들고 있다.

사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미국이나 독재자의 딸을 당선케 한 한국의 대중도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가 없었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로 파시즘적 리더를 선출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세에서 벗어나 참된 자아와 자유를 구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에리히 프롬은 아래와 같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1. 소유욕에서 벗어나야 한다.

2.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한다.

3. 과거에 대한 회한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에' 완전히 존재한다.

4. 자기 이외의 어떠한 인간이나 사물도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5. 다른 사람을 속이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속지도 않는다.

6.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양한다.

(pg 240-241)

요약한 내용이긴 하지만 당장에 1번만 봐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개인이 해야 하는 일뿐 아니라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도 제시하고 있는데, 개인에게 요구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사회가 변화하기는 얼마나 어렵겠는가.

에리히 프롬이 제시한 사회 변화의 방향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소유양식'이 아니라 '존재양식'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도 어렵지만 현실화하긴 더 어려운 일이다.

저자 역시 에리히 프롬의 해결책이 현실화하기는 좀처럼 어려울 것이라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이상으로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한다.

우리는 전대미문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으며, 또한 많은 여가 시간을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얼마든지 진정한 자유와 개인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자본주의'나 '공산주의'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관료주의'를 극복하기 '휴머니즘'을 실천하는 것이다. - 중략 -

이를 위해서는 각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적, 경제적인 힘을 분권적으로

조직함으로써 개개인이 그러한 힘의 주인이 되는 사회를 건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pg 253)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에리히 프롬이라는 이름은 생소했지만 그의 철학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의 철학이 마르크스나 프로이트 등의 철학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은 물론 기독교, 불교 철학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해결책이야 어떻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적 현상과 그 원인을 잘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철학의 부재를 외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 읽어봄직한 책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서 다른 인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인간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되고 완전한 인격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인간들을 필요로 한다.

(pg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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