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어렵지만 양자 역학은 알고 싶어 알고 싶어
요비노리 다쿠미 지음, 이지호 옮김, 전국과학교사모임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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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문돌이 기질을 지닌 나지만 양자 역학은 뭔가 알고 싶은 분야이다.

중학교부터 과학이 싫어 문과로 진학한 주제에 교양서적 몇 권 읽고 양자 역학을 이해해 보겠다고 하는 시도 자체가 매우 무모한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다행히도 이런 중생들을 가엽게 여겨 쉬운 언어로 설명한 양자 역학 책들이 꽤 많이 나와있다.

오늘 소개할 이 책 역시 일반 독자를 상대로 한 양자 역학 책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쉬운 문체로 설명되어 있다.

수학과 과학 분야로 '~~는 어렵지만 OO은 알고 싶어'라는 제목을 가진 책들을 연달아 내고 있는 작가인데, 개인적으로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하는 것이어서 얼마나 쉽고 명료하게 알려줄 수 있을지 기대가 컸다.

일단 책을 처음 받아든 느낌은 부담이 없다는 것이었다.

150여 페이지 정도로 얇기도 하지만 내용의 서술 역시 나같은 태생 문돌이인 여성과 과학 선생님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문체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별로 없었다.

책에 여백도 많은 편인데, 과장을 좀 보태자면 줄 간격만 조금 줄여도 100페이지가 채 되지 않을 분량이라고 보면 된다.

여하간 책을 처음 펴 들고서 다 읽기까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아주 없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그간 봐왔던 양자 역학 관련 책들이 읽을 때는 묘하게 이해가 되는 것 같지만 이를 서평으로 정리하자니 영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진짜 양자 역학의 핵심만을 간단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정리하기가 쉬운 느낌이다.

설명 순서 역시 기존의 양자 역학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파동과 입자의 차이를 인식한 다음, 양자 수준에서 설명되는 물질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지닌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부분이 끝나면 곧바로 양자 역학 이해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한 '관측'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관측이라는 행위 자체가 대상의 상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작은 수준의 물질을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양자를 확률로만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범위 안에 있는 건 확실하지만 그 정확한 위치를 기술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또한 전자에 관측이 진행된 후 또 다른 개입이 있게 되면 이전에 관측된 내용이 휘발된다는 내용도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양자의 세계에서는 관측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정보가 남는가 남지 않는가가 본질에 가까운 모양입니다.

이처럼 일단 관측한 정보를 지우는 실험을 '양자 지우개'라고 부릅니다.

굉장히 신기한 결과이지만, 이것도 양자 역학의 재미있는 측면이지요.

(pg 88)

그 밖에도 양자 역학과 관련된 터널 효과, 불확정성, 양자 얽힘, 양자 컴퓨터까지 짧지만 꽤나 다양한 꼭지들로 설명을 이어간다.

그러니까 고전적인 물리의 세계에서는 실감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주 작은 양자의 세계에서는 '위치'를 알면 '속도'가 정해지지 않게 되고

마찬가지로 '속도'를 알면 '위치'가 정해지지 않게 된답니다.

(pg 124)

타겟 독차층이 명확한 만큼 깊이가 아주 깊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양자 역학이 궁금한데 관련 책들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혹은 양자 역학 관련 책들을 좀 읽어본 뒤 정리하는 느낌으로 읽는다면 매우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나도 양자 역학 책이 아주 처음은 아닌지라 읽으면서 전에 읽었던 책들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이해가 더 잘 되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의 의도가 중고등학생이라 할지라도 양자 역학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썼다고 하니 그 목적에는 매우 충실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부디 많은 중고등학생이 이 책을 통해 '아, 양자 역학이 아주 어려운 개념은 아니구나'라고 느끼며 대학 진학 시 전공을 물리학으로 선택하는 일이 많아지길 빌어본다.

(대학에서 월급 받는 사람 중 하나로서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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