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문돌이 기질을 지닌 나지만 양자 역학은 뭔가 알고 싶은 분야이다.
중학교부터 과학이 싫어 문과로 진학한 주제에 교양서적 몇 권 읽고 양자 역학을 이해해 보겠다고 하는 시도 자체가 매우 무모한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다행히도 이런 중생들을 가엽게 여겨 쉬운 언어로 설명한 양자 역학 책들이 꽤 많이 나와있다.
오늘 소개할 이 책 역시 일반 독자를 상대로 한 양자 역학 책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쉬운 문체로 설명되어 있다.
수학과 과학 분야로 '~~는 어렵지만 OO은 알고 싶어'라는 제목을 가진 책들을 연달아 내고 있는 작가인데, 개인적으로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하는 것이어서 얼마나 쉽고 명료하게 알려줄 수 있을지 기대가 컸다.
일단 책을 처음 받아든 느낌은 부담이 없다는 것이었다.
150여 페이지 정도로 얇기도 하지만 내용의 서술 역시 나같은 태생 문돌이인 여성과 과학 선생님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문체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별로 없었다.
책에 여백도 많은 편인데, 과장을 좀 보태자면 줄 간격만 조금 줄여도 100페이지가 채 되지 않을 분량이라고 보면 된다.
여하간 책을 처음 펴 들고서 다 읽기까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아주 없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그간 봐왔던 양자 역학 관련 책들이 읽을 때는 묘하게 이해가 되는 것 같지만 이를 서평으로 정리하자니 영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진짜 양자 역학의 핵심만을 간단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정리하기가 쉬운 느낌이다.
설명 순서 역시 기존의 양자 역학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파동과 입자의 차이를 인식한 다음, 양자 수준에서 설명되는 물질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지닌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부분이 끝나면 곧바로 양자 역학 이해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한 '관측'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관측이라는 행위 자체가 대상의 상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작은 수준의 물질을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양자를 확률로만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범위 안에 있는 건 확실하지만 그 정확한 위치를 기술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또한 전자에 관측이 진행된 후 또 다른 개입이 있게 되면 이전에 관측된 내용이 휘발된다는 내용도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