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피그 차모와 뭉치들 웅진 세계그림책 223
나카야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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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이 뭔지를 아는 작가가 쓴 것이 분명한 아이들 동화책을 만났다.

아이 동화를 고를 때에도 내용을 나름 신경 써서 골라주는 편인데 이 책은 '이렇게 귀여운 그림으로 좋지 않은 소리를 할 리가 없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고르게 되었다.



제목처럼 기니피그 차모가 주인공이다.

뭉치들은 차모 옆을 떠다니는 구체들인데 이들의 정체는 바로 차모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털뭉치(!)들이다.

근 사십년을 비염 환자로 살아온 나로서는 털뭉치라는 말만 들어도 코가 간지러운 느낌이지만 이렇게 그림으로 보는 것은 귀엽기만 하다.

동물을 키우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털뭉치에게까지 캐릭터를 부여해 주는 것을 보면 동물을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 모양이다.

( 등장인물 소개)

첫 장을 넘기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기니피그들이 소개된다. (사실 이렇게 많은 품종이 있는지는 몰랐다.)

물론 아이들 책이기 때문에 주인공인 차모를 제외하고는 그냥 옆에서 같이 노는 정도로밖에 등장하지 않는데도 모습들이 제각기 다른 것은 물론 좋아하는 음식이나 품종까지 나름 세세한 설정까지 붙여놔서 기니피그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이 단순히 귀여운 그림으로만 승부하는 책이었다면 사실 마음에 쏙 든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다행히(?) 책 내용도 상당히 좋았다.

기니피그들 중에 가장 겁이 많은 차모는 집 건너편에 있는 기니 동산에 가서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어도 두려움 때문에 다리를 건너가지 못해 혼자 집에 남아있게 된다.

용감해지고 싶은 차모에게 누군가 말을 거는데, 이들이 바로 뭉치들이다.

뭉치들은 차모에게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일단 한번 해보는 것이 중요해'라고 말한다.

"해 보기도 전에 스스로 못 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이야."

(pg 12)

뭉치들은 망설이는 차모를 밖으로 이끌어 처음 가보는 곳으로 데려간다.

이 과정을 아이들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도록 미로 찾기 게임으로 그려두어서 차모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찾아가도록 아이들이 직접 길을 찾아줄 수 있다.

단순히 부모가 읽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이야기 속에 참여할 수 있도록 표현해 둔 부분이 좋았다.

여하간 차모는 뭉치들 덕분에 처음으로 집 밖 세상을 구경할 수 있었고, 세상이 그렇게 무서운 곳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털뭉치라는 설정에 충실하게도 차모에게 용기를 준 뭉치들은 집이 청소되면서 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곧 새로운 뭉치들이 나타나 차모와 같이 놀게 된다.

(끊임없이 털을 뿜어내는 존재라는 것도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딸도 처음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한 편이라 걱정이 될 때가 있다.

처음 접하는 음식을 먹어보기도 전에 싫다고 한다거나, 해보지도 않은 게임이나 활동을 못한다며 자책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일단 한 번 해보라고 말해주고는 하지만 부모가 하는 말은 잔소리로밖에는 안 들릴 테니 이 책을 읽어주면서 뭉치들이 하는 말을 충분히 강조해서 읽어주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은 생물이라면 당연히 가지는 본능이지만 이미 충분히 안전한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새로움에 대한 적응과 도전이 살아가는 데 상당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 새로움에 도전하는 태도를 키워주는 것이 중요할 텐데,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이런 가벼운 동화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에게 새로움에 즐겁게 도전하는 태도를 차근차근 키워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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