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 : 흔들리는 세계의 질서 편 - 시대의 지성, 노엄 촘스키에게 묻다
노암 촘스키.C. J. 폴리크로니우 지음, 최유경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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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언어학자이지만 사회 비판적 시각으로 더 유명한 노엄 촘스키의 대담집이다.

90이 넘은 지금도 활발하고 날카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비친 최근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번 대담집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기후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그는 이 두 가지 주제가 전혀 별도의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이 현재 지구상 유일무이한 강대국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이 권력을 잡은 지금, 세계 최강국에서 기후 위기를 해결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 그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다.

지금 당장 창문만 열어 보아도 밖의 열기가 어떤지를 체감할 수 있는 지금, 기후 위기가 남의 일이라는 생각만큼 위험한 생각도 없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국제적으로는 이 위기에 발 벗고 나서는 곳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화석 연료와 군수 산업이라는 탄소 배출에 악영향을 주는 산업들이 호황을 누리게 만듦으로써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또한 기후 위기와 같은 인류 공동의 문제에서 사회의 관심을 돌리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일수록 시민들의 관심과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책의 여러 부분에서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강자들의 손에 쥐어진 도구처럼 그저 수동적인 관찰자로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pg 53)

그가 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곧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생명을 이용해 러시아의 국력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대리전에 불과하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 등으로 미국 유일의 세계 질서가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러시아를 무력하게 만든 뒤 (우리를 포함한) 중국 주변국들을 포섭해 중국을 고립시키고자 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푸틴의 무모한 선택으로 인해 유럽이 워싱턴 쪽으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으며, 이는 실현 가능했던 전쟁 회피의 기회를 놓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익의 수혜자는 일반 시민이 아닙니다.

실질적인 권력을 가진 집단들, 즉 석유 가스 산업, 이에 투자하는 금융기관들,

방위산업체, 농업 분야의 대기업, 그리고 전반적인 경제 시스템을 좌우하는 세력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급증하는 수익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그 결과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류 사회를 더욱 빠르게 파멸로 이끌 수 있는 '밝은 전망'에 들떠 있는 셈이죠.

(pg 195-196)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더 큰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일부 국가들이 인류의 문명 자체를 종결시킬 수 있는 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도 위와 같은 우려의 한 이유이기도 하다.

핵 전쟁이 절대 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 평화란 곧 자국이 정한 규범 기반 국제 질서를 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국가들 역시 제각기 자국 중심의 평화 기준을 내세웁니다.

그리고 세계의 대부분 국가는 그 틈에서 힘센 코끼리들이 밟고 지나가는

풀처럼 존재할 뿐입니다.

(pg 258)

기후라는 크나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평화에 기반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추세가 그러한 협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사실 여기에는 수많은 권력과 이해관계가 달려있는 만큼 해결이 쉬울 리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과학자들이 새롭게 발표하는 기후 전망이 늘 조금씩 더 어둡고 절망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곧 그의 의견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을 만들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의견에 반박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이제 40년을 조금 넘게 살아온 입장에서 볼 때에도 최근의 혹독한 더위와 스콜성 폭우, 참다랑어가 잡히는 바다는 굉장히 낯설게 느껴질 만큼 급격한 변화다.

이 추세라면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한국의 기후는 감히 예상하기도 두려울 정도다.

사실 지금의 위기가 심각하다고 외치는 목소리는 노엄 촘스키 외에도 수없이 많다.

다만 그 목소리들이 권력에 가닿지 않을 뿐이다.

주권을 가진 시민의 한 명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러한 의견들이 권력의 귀에도 흘러들어갈 수 있게끔 이 문제의 심각성에 목소리를 더하는 일일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를 담은 대담집인데다 주제가 최근의 이슈들이어서 그리 어렵다는 느낌 없이 술술 읽혔다.

그러면서도 인류의 미래와 이를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국제적인 협력의 중요성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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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우주에서 우리 만나더라도
마크 구겐하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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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의도치 않게 멀티버스 관련 작품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멀티버스라는 개념이 아직은 온전히 상상 속의 개념인지라 작가마다 그 모습이 다른데, 이번 작품에서는 히어로 영화에서 흔히 보던 형식의 멀티버스가 등장한다.

즉 우리가 지금 사는 세상과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우주들이 존재하고 그 우주들을 오갈 수 있는 세계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작품은 물리학자인 '조너스'의 시각에서 전개된다.

그는 하나의 가설로만 존재하던 멀티버스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는데 성공하면서 노벨상의 영예를 얻는다.

동시에 임신이 불가능할 줄 알았던 아내가 임신에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듣는다.

그렇게 직업적인 성공과 개인적인 행복 모두를 손에 넣은 듯싶었지만, 수상 직후 교통사고로 아내가 세상을 뜨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가 없으면 자신의 삶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그는 자신이 밝혀낸 멀티버스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기로 마음먹고 무려 용병까지 고용해서 CERN 입자가속기에 침입, 아내가 살아 있는 우주를 찾아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조너스가 돌아서고, 둘의 눈이 마주쳤다.

"언제나 당신을 찾을 거야." 조너스가 말했다.

"아무리 많은 사람 속에서도. 그 어떤 생애라도." 약속이 맹세처럼 느껴졌다.

(pg 111)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작품에 담긴 설정을 더 소개하자면, 일단 작품 속 멀티버스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저자는 이론상 무한대로 존재 가능한 다중우주를 그나마 유한하게 만들기 위해 우주가 일종의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정하고 있다.

즉, 다른 우주가 우리의 우주와 아주 다른 형태를 띤다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사는 우주에서 0.1% 정도 다를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가 수없이 많은 만큼 그 작은 차이로도 어떤 사람은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로 인해 특정 국가의 존재 여부도 달라질 수 있으니 큰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인류가 발생하지 않거나 인류가 쭉 원시 시대에 머무르는 수준으로까지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또한 히어로물처럼 주인공이 다중우주를 무한대로 왕래할 수는 없다는 제한도 있다.

일단 처음에 입자가속기에서 얻은 에너지로는 이동할 수 있는 횟수에 제한이 있고, 각 우주마다 양자역학의 발달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 에너지를 마음대로 충전할 수도 없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더 신중하게 이동할 필요가 있고, 이 점이 작품의 긴장감을 더한다.

어맨다가 없는 세상은 텅 비었다. 달처럼 황량하고 삭막했다.

위로가 바닷물처럼 밀려들어도, 그의 영혼에 펼쳐진 사막을 적실 수 없었다.

(pg 171)

이런 여러 설정들 덕분에 피상적인 줄거리만 보면 멀티버스를 종횡무진 헤매며 사랑을 찾는 로맨틱한 이야기 같지만, 생각보다 스펙터클하고 긴장감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연히 우주가 달라지는 것이기에 새로운 세상에서는 자신의 신분도, 돈도, 아는 사람도, 연락 방식도 모두 없는 것과 같기에 맨손으로 부딪혀야 하며, 끝까지 조너스를 쫓는 열등감 덩어리 빌런도 있어서 끝까지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우리의 삶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다루면서도 지금 우리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여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상실을 겪고 그리움에 힘든 시기가 있다.

그랬던 경험이 있다면, 그러한 상실을 되돌릴 수 있는 우주가 있다면 기꺼이 찾아 떠나고 싶은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분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고 있어요." 에바가 말한다.

"상실을 겪고 살아가는 것이 어떤지 알아요. 그 운명이 다른 패를 주었기를 바라며 사는 것.

하지만 상황이 다르기를 바라며 사는 건... 사는 게 아니에요."

(pg 270)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읽었던 작품 중에서는 손꼽힐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한번 책을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저자가 시나리오나 게임, 그래픽 노블 등의 스토리를 주로 써왔고 소설은 처음인 것 같은데 첫 작품이 이 정도라니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더운 날씨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SF 소설을 찾는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그 세상에 흔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아름대운 예술 작품-희곡, 노래, 회화, 시, 교향곡-을 창조해낼 것이다.

조너스처럼, 선택받은 소수는 기존의 현실 인식에 도전하는 통찰을 내놓을 것이다.

모두가 절묘한 고통을, 잔인한 축복을 경험할 것이다.

그것이 인간으로 산다는 의미니까.

그 모든 삶이 하나마다 저마다의 우주다.

(pg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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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 마인 워프 시리즈 8
배리 B. 롱이어 지음, 박상준 옮김 / 허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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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구입

그렉 이건의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관심 있게 보고 있던 워프 시리즈 중 하나로 1979년에 처음 발표된 작품이다.

발표 당시 SF 소설로 받을 수 있는 상이라는 상은 모조리 석권했었다고 하는 소개가 있어 어떤 내용일지 기대가 되었다.

표지의 그림이 작품을 잘 요약해 내고 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행성 위에 한 남자가 노란색 외계인의 손을 잡고 서 있는 모습이다.

작품은 행성 간 전쟁 수행이 가능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인간은 '드랙'이라고 하는 외계 종족과 영토 전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작품은 인간인 '데이비지'와 '드랙'인 '제리바 쉬간'이 서로의 비행선을 격추하는 바람에 외딴 행성에 불시착한 상황에서 시작한다.

당연히 서로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우지만, 곧이어 무인 행성인 그곳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려면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배경이 되는 행성은 다행히 물과 섭취 가능한 생물들이 있지만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길며 바람과 파도가 심한 혹독한 환경으로 묘사된다.

드랙인은 외모도 지구인과 다르지만 가장 큰 차이는 그들의 생식 방법이다.

자웅동체라서 때가 되면 타인의 유전자가 없어도 스스로의 분신을 출산할 수 있고, 생애 주기는 인간보다 짧은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데이비지는 부상을 입고, 쉬간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서로 더 깊이 의지하며 살아가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쉬간이 출산 중 자신의 아이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잃게 된다.

쉬간이 떠나고 그의 아이 '자미스'가 태어나면서 자신의 생존과 한 어린 외계인을 양육해야 했던 데이비지의 삶이 작품의 주요 내용이라 보면 되겠다.

혹독한 외부 환경을 피해 동굴에 숨어있을 때, 서로 할 일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뿐이었던 데이비지는 드랙의 문화를 꽤 깊게 학습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그가 다시 드랙의 문화를 자미스에게 전수할 수 있게 되고, 지구에서 외롭게 성장한 데이비지는 드랙이라는 외계종족과 오히려 정서적으로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내 형제가 죽기 전에 자미스를 보았나요?"

"아니요." 나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자궁을 찢고 지마스를 꺼내야 했습니다."

네프는 한참을 침묵했다. 그러고서 입을 열었다.

"당신 혼자 드랙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었을 텐데요."

아주 잠깐 생각한 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네프 씨. 힘들지 않았어요.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pg 202)

작품 속 드랙은 자신들의 경전을 항상 지니고 다니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 경전을 참고하며 극복하려는 의지 강한 종족으로 묘사된다.

옮긴이의 말에서 역자도 지적하고 있듯이 작품 속 드랙의 경전에는 그들의 생애 주기가 짧다는 점과 상응하며 내세적이기보단 현세적이고 실용적이다.

"사 아쉬잡 코바흐로 같이 갑시다, 데이비지 씨. 거기 자미스가 있소.

거기 새로운 탈마가 있소. 길이 보인다면 떠나 봐야죠."

(pg 198)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작품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이 최재천 교수가 했던 단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알면 사랑한다.

외모도 문화도 심지어는 생식 방법도 다른 데다 같은 자원을 놓고 경쟁까지 해야 하는 사이지만,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증오의 벽도 허물 수 있다는 것을 작품은 잘 보여준다.

물론 냉소적으로만 보면 아직까지도 인종, 경제력, 신분, 성별에 따른 차별이 사회에 만연한데 어떻게 외계 종족과의 화해를 꿈꿀 수 있느냐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누적된 교육의 효과이든 우리 자체가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든 간에 그러한 차별을 없애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고 또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냉전이 아직 남아있던 70년대 후반, 저자는 외계 종족에 빗대어 우리 인간들도 서로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작품으로 풀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언어가 충돌하는 장면이 많아서 데이비지가 하나하나 단어를 배워야 했던 것과 똑같이 단어를 익혀가며 읽어야 해서 진도가 조금 천천히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이 소통 가능해지면서 이러한 점은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고 이어지는 스토리가 재미있기 때문에 초중반 이후로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사실 스토리라인만 보면 예측 가능한 수준 안에서 진행되기는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던 대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이야기라 읽은 뒤 감상이 꽤 좋았던 것 같다.

세계 우수 SF 작품들을 소개하는 '워프 시리즈'는 2022년에 그렉 이건의 단편집으로 시작했는데 아직 여덟 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작품을 세심하게 골라 소개하는 모양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일부 있어서 조만간 모두 읽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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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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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표어를 만든다거나 재활용 방법을 배우고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자연보호 활동들을 익히고 그랬던 것 같은데,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지구의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만 있는 것 같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의 중요성이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겠지만 이를 제대로 된 과학적 지식들로 강화하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현재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환경 보호 운동을 하고 있는 학자로 바다의 생태계 연구 전문가다.

여러 바다를 돌며 인간이 자연을 얼마나 탐욕스럽게 남용하고 있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인간도 동물이기에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자연을 활용해 경작하고, 다른 동물을 기르거나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이 생태계를 단순화한다는 것이 문제다.

완벽한 생태계를 갖춘 공간을 밀어버리고 단 한 가지 작물을 경작하며 물을 가두어 오로지 한 가지 종류의 어류를 양식하는 등의 활동 때문이다.

당연한 논리지만 단일 생물군은 먹고 먹히는 연쇄적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없고, 이 사실이 곧 병충해나 질병에 취약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단일재배는 우리를 먹여 살리기 위한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생태계 성숙도의 측면에서 보면 황량한 풍경에 가장 가깝다.

우리가 만든 환경은 자연 생태계의 조립과 생산성을 재창조하려는 잘못된 시도로,

우리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계되었다.

우리는 생물권 전반의 생태적 천이를 갑작스럽게 중단시키고,

대부분 역전시켜 복잡한 생태계를

'높은 회전율을 가진 단순하고 동질적인 시스템'으로 바꾸고 있다.

(pg 56)

이전에 최재천 교수도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라고 표현한 것이 기억나는데, 저자 역시 생물 다양성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회복하는 것이 곧 인류의 미래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에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다.

저자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바다의 35%만 모든 어업 활동을 금지하는 지역으로 설정하면 우리가 지금 우려하는 여러 환경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충분하다고 한다.

게다가 이 지역의 인접 지역에서는 전보다 더 질 좋고 양 많은 어업 활동이 가능해진다.

어업 금지 지역의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살아난 생태계는 그 자체로 좋은 관광 자원이 되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소득도 높아졌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조치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이 조치로 경제적인 피해를 입는 계층이 반드시 존재하고, 표심을 신경 써야 하는 정치인들이 그들의 심기를 굳이 거스르면서까지 그러한 정책을 추진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미래를 위한 투자'가 다음 선거에서의 승리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저자는 이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굉장히 똑똑한 전술을 펼친다.

바로 의사결정자들을 자연과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황량한 자연이 일정 기간 후에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하는지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통해 많은 국가들에서 자연 보호 구역을 지정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최재천 교수 역시 '알면 사랑한다'라고 했었는데, 이와 정확히 일치하는 전략이라 생각했다.

경외감과 경이로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과 사랑에 빠지게 하고,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돌보기 시작하게 만든다.

주요 의사 결정권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 후에야,

우리는 자연 보호를 정당화하는 과학적 연구 및 경제적 분석 결과를 제시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지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보존이 현상 유지보다 더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재무부 또는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바다의 일부를 보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나 사랑과 매력이 우선이다.

(pg 171)

지구의 환경 위기 대부분이 탄소 배출에 따른 부작용이고, 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곧 광합성 생물을 통해 탄소를 지표에 묶어두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바다는 물론 육지 역시 일정 비율을 개발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에 심각한 수준의 산불이 있었는데 이때 수종이 다양하지 않았다는 것이 산불을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했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 스콜처럼 쏟아지는 비, 홍수와 사막화 등 기후 위기는 이미 지구의 많은 지역에서 인류를 겨누고 있다.

단지 우리가 우월한 종이기에 다른 종들을 보호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도 다른 종들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

무분별한 성장 대신, 우리는 안정성과 회복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자연계를 보호하는 것은, 너무 늦기 전에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예방 접종이다.

설사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한 이기적인 이유일지라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야생이 필요하다.

(pg 217)

다가오는 6차 대멸종을 막기 위해서, 우리 후손들도 지구의 아름다운 자연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전 지구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그리고 그 변화를 위한 지적 무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일독할 필요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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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먹고 자라는 문해력 국어가 좋다
세사람 지음, 백명식 그림 / 다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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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이 문제라는 언론 보도가 많아서 그런지 주변의 학부모들도 아이들의 문해력을 어떻게 키워줄지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책 많이 읽게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하는데, 책을 읽을 때에도 문해력이 낮으면 이해가 어려우니 흥미를 붙이기가 어렵다.

그래서 어릴 때 우리 말 단어를 많이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콘텐츠들을 자주 접하게 해주는 것이 좋은데 그런 면에서 이 책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이전에 속담 편으로 먼저 만나봤던 시리즈여서 익숙한 구성이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고사성어를 쭉 나열해서 무턱대고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상세하게 소개해 준다는 점이다.

단순히 고사성어의 뜻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고사성어에 얽힌 이야기와 각 글자들의 의미, 어떨 때 쓰는 말인지까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특히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아이들이 어려워할 만한 단어는 뒤 페이지에서 한 번 더 알려주는 부분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고사성어는 한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각각의 글자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한데, 각각의 글자별 의미는 물론이고 수차례 따라 쓸 수 있는 부분도 마련해두고 있어서 국어와 한자를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성인들도 잘 모를 수 있는 '지록위마'나 '구밀복검'처럼 꽤 난이도가 있는 고사성어도 있어서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어렵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수록된 고사성어 중 '일상다반사' 할 때의 '다반사'가 한자어고 불교에서 온 말이라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책 한 권으로 문해력이 쑥쑥 자라나지는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정보들이 조금씩 축적될수록 아이의 문해력은 분명 좋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글씨의 양이 꽤 되는 편이라서 학습만화에 익숙한 아이들을 줄글로 유도하고자 할 때에도 좋은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는 영어 단어 몇 개 더 아는 것보다 이런 고급 국어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나와 비슷한 교육 철학을 가진 부모라면 꽤 마음에 들어 할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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