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 양서류 랭킹왕 미스터리 과학 도감 3
가토 히데아키 엮음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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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커가면서 아이를 위한 책도 점점 더 자주 접하게 된다.
최근에 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동물들 사진이 잔뜩 나오는 백과 형식의 책들을 많이 사주고 있다.
이 책 역시 동물 사진이 매 페이지마다 들어 있어서 아이가 정말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조류나 포유류 등 주변에서도 비교적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동물들이 아닌 파충류와 양서류만 수록하고 있어서 더 관심이 갔다.
서점에 가보면 비슷한 컨셉으로 랭킹을 정해 아이들이 쉽고 친근하게 다양한 동물의 특징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우리집에도 벌써 공룡 랭킹책 이후로 두 번째 랭킹 서적이다. 

이런 책들만 전문적으로 디자인해주는 업체가 있는 것인지 표지가 다 비슷비슷하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대표 동물들이 가득 담겨 있고 정신없는 이펙트와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는 표지.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아이가 보고 "이게 뭐야?" 하면서 달려드는 것을 보면 
분명 아이들을 끄는 매력이 있는 디자인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책 속에는 크기, 독, 사냥에 사용하는 무기, 턱의 힘 등 카테고리별로 나누어 랭킹5 안에 드는 동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 그 동물들을 토너먼트식으로 겨루게 한 뒤 집필하진 않았을테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비교한 데이터들이 나와 있어서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파충류나 양서류에는 뱀이나 악어처럼 치명적인 독이나 강력한 이빨로 무장한 무시무시한 동물들이 많아서 
이런 랭킹으로 비교하기 딱 좋은 생물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물론 왠지 이후에 조류 랭킹왕, 어류 랭킹왕 등도 나올 것 같긴 하다.)
아이가 아직 글을 읽지는 못하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읽으면서 알려주는 동물들은 제법 잘 외우는 편이다.
(같이 책을 보고 있으면 신기할 정도이다.)
부모님 말로는 나도 어려서 동물 도감을 거의 외울 정도로 읽었다고 하던데 아이들은 다 비슷비슷한 모양이다. 
이 책도 틈틈히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많은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가끔 동물들을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전시관이나 동물원 등을 방문하면 아이가 뱀이나 도마뱀, 개구리 등은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 파충류와 양서류 동물들을 조금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되면 좋겠다.(물론 나도 뱀은 무섭다;;;)
시리즈로 계속해서 나올 것 같은데 그때마다 구비해두면 멋진 생물도감이 완성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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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은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었을까? - 대중문화 속 과학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 대중문화 속 인문학 시리즈 3
박재용 지음 / 애플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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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만약 아주 우연히 외계 지성체의 신호를 포착하고 아주 운 좋게 그 의미까지 알아낸다 하더라도

그저 '아, 우주에 우리 말고 누군가가 또 있구나'라고 아는 정도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외로움은 역으로 지구상의 모든 존재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외로운 우주에서 우리 지구상의 존재들만이라도 서로 보듬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pg 298)



최근 들어 과학이라는 주제에 쉽게 접근하고자 하는 책을 몇 권 읽고 있다.

여태껏 문돌이로만 살아온 내가 과학이라는 주제에 접근하게 된 계기는 역시나 영화, 소설 등 SF 관련 문화 컨텐츠들일 것이다. 

특히 마블과 DC 등 현재 컨텐츠 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유명 프렌차이즈는 물론이고,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들이나 은하영웅전설 등 우주를 다룬 작품들도 워낙 좋아해서 그 속에 담긴 과학적 사실들도 알고 싶어졌다. 

이 책 역시도 대중문화 속 익숙한 주제들로 과학적 지식들을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책 표지에 큼지막하게 엑스맨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고 울버린의 실루엣이 눈길을 사로 잡지만, 

마블 덕후들에게는 아쉽게도(?) 엑스맨과 MCU 관련 내용은 책 전체 중 두 챕터에 지나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MCU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책은 그 점이 진입장벽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국내외 유명 영화, 만화, 소설 등 주제가 다양해서 특정 챕터에서 다루는 주제는 잘 모른다 할지라도 

다른 부분에서는 충분하게 자신이 아는 주제를 즐겁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이러한 책들은 각 챕터별로 독립적인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아서 중간중간 흥미가 가는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겠지만,

이 책은 나름 저자가 순서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다는 것이 읽다보면 느껴진다.


책 전체를 어 보자면, 1장에서는 공룡을 시작으로 동물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생물의 멸종을 다루고, 식물의 진화 이야기인 GMO 농산물로 2장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2장에서는 기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기술하고 있는데, 

신체적 장애, 암, 뇌질환 등 각종 질병에 대처하는 기술력의 발전과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치료 방법, 연구 성과 등을 알려준 뒤 

마지막으로 냉동인간이라는 주제로 넘어가 그 질환들의 해결 방법이 과연 냉동인간일 수 있는가를 기술하고 있다. 


이어 3장에서는 그렇다면 과연 기술력이 인체를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AI와 로봇으로 넘어가고, 

마지막 4장에서는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어디까지 도달 가능한지를 다루고 있다. 

굉장히 방대한 범위를 다루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흐름이 꽤나 자연스럽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처음부터 쭉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거기에 각 주제에 맞는 대중문화 속 코드와도 연결하고 있어서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독자에 따라서는 300페이지 정도로 일반적인 책 두께에 많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으므로 그 깊이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형적인 문돌이인 내 입장에서는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거나 너무 쉬워서 싱겁다는 느낌 없이 

딱 적당히 호기심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껏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서 다시금 새로운 측면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홀의 존재는 진작 알고 있었지만, 실제 블랙홀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곳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선 

여러 추측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우린 전파망원경을 통해 블랙홀과 그 주변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중략-

그 관측을 통해 우리는 또 새로운 우주의 모습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듯 기술과 과학의 발전은 우주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늘려주지만 새로운 지식은 또 다른 의문으로 다가온다. (pg 318)


과학의 발전은 다양한 제품들로 실현되어 우리 삶의 물질적인 측면도 높여 준다. 

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호기심과 새로운 시각도 갖게 해줌으로써 삶의 정신적인 측면도 높여주는 것 같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일반적인 대중들도 마블 영화에 나오는 양자역학이 무슨 주제를 이야기하는지 정도는 떠들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중 문화도 더 다양한 호기심으로 더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영화나 소설 속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될까?

난 앞으로도 계속 SF 관련 문화 컨텐츠들을 좋아하게 될 모양이다. 


기억에 남았던 인상깊은 구절들: 

야생밀은 아직도 메소포타미아나 터키 등의 지역에서 발견된다.

애초에 야생 상태였으니 지금껏 다른 종과의 싸움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벼농사나 밀농사를 짓는 농촌으로 가보자.

논이나 밭 바로 옆의 들이나 산에서 과연 밀이나 벼를 볼 수 있을까?

좀처럼 볼 수 없다. 인간의 손을 벗어난 지역에서 이들은 어떤 경쟁력도 가지지 못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다. (pg 101)


우리나라 농가는 외국 농가와 달리 뭔가 특별한 방법으로 사육을 하기 때문에 돼지의 품질이 더 좋은 걸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우리나라 돼지, 즉 한돈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이전부터 먹어와서 익숙한 품종이라는 점,

같은 나라 사람이 기른 것이라는 점 외에는 없다. (pg 108)


한마디로 머리를 써야 하는 노동은 인공지능이, 몸을 쓰거나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노동은 로봇이,

힘들고 위험하며 보상도 적은 일자리는 노인층과 외국인이 메우면서 오늘도 '고용 없는 성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pg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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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쉽고 그럴싸한 요리책 - 파워블로거 벨루가가 알려주는 간단하고 맛있는 레시피
최해정 지음 / 미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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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나름 자취생활을 좀 했었기 때문에 지금도 어지간한 집안일은 잘 하는 편이다.

그런데 유독 지금까지도 자신없는 집안일이 바로 요리이다.

요리를 잘 하지 않는 핑계를 대자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나 스스로가 반찬투정을 일평생 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

전업주부인 집사람이 음식을 꽤 하는 편이어서 그다지 불만이 없기 때문이 가장 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나도 음식을 좀 만들어서 애 보느라 고생하는 아내와 어린 딸에게 대접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저녁에 뭐 먹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주부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라는 것이 공감이 간다.)

하지만 라면을 빼면 할 줄 아는 것이라곤 반은 인스턴트로 맛을 내는 떡만두국이나 간편한 계란말이 정도여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늘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던 차에 꼭 보고싶던 요리책을 만났다. 




보통 요리책 하면 뭔가 예쁘고 맛있지만 일반적인 집에는 잘 없는 재료들이나 특이한 장비, 독특한 향신료 같은 것들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요리책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책은 무언가 '쉽다'라는 이미지가 가장 크게 다가왔다.

게다가 최애 가전제품인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레시피나 시판 제품을 활용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방법들이 담겨있다고 하니

호기심이 일었다. 


책의 구성도 심플하니 좋았다.

좌측에 예쁘게 완성된 사진이 있고 우측에 재료와 요리법이 담겨있다. 

 

(pg 146-147)


집사람과 아이가 좋아하는 새우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있어서 반가웠다.

게다가 준비물들이 마침 다 집 냉장고에 있는 것들이었다. 

이 요리를 해서 멋지게 사진을 찍은 후 맛을 본 소감을 서평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요즘 직장에서 계속 늦게 끝나는데다 주말에도 집안 행사들이 있어서 요리할 틈이 없었다. 

이번 주말에는 꼭 저 요리를 해서 집사람과 아이에게 선사하고 싶다. 


저 요리 외에도 다양한 요리들이 의외로 쉬운 레시피들로 담겨 있다.

전자레인지를 활용한 꽈리고추 무침, 깻잎찜, 어묵 볶음 등은 밑반찬이어서 한번 해두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요즘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한 음식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작가가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블로거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후속책으로 발매해주리라 믿는다.

(솔직히 에어프라이어편이 나오면 바로 또 살 것 같다.)

주방 근처 선반에 두고 '오늘 뭐먹지' 싶을 때 한 페이지씩 열어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틈틈히 이 책에 나오는 요리들로 나름 음식도 좀 할 수 있는 애비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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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 - 슈퍼 히어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세바스찬 알바라도 지음, 박지웅 옮김 / 하이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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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라쿤의 발에는 예민한 수염이 돋아 있는데 보통 '강모'라고 부르며 상황에 따라 만지기도 전에 물체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라쿤의 발은 180도로 돌릴 수 있어 머리를 아래로 둔 채 나무에서 내려올 수 있다.

유연성과 예민한 촉각만 생각해봐도 로켓이 스타로드보다 좋은 조종사인 건 명백한 사실이다. (pg 72)



마블이 MCU로 세계 영화계를 지배한지도 10년이 넘었다.

한물 간 약쟁이 이미지였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CG로 보강된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처음 스크린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가 같은 캐릭터를 10년간 연기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마블 영화는 썩 말이 되는 영화는 아니다. 

중년의 남성이 철로 만든 갑옷을 입었다고 해서 탱크가 쏘는 미사일을 맞고도 멀쩡할리 없다는 걸, 

갑자기 말하는 라쿤이 다가와서 우주 가본 사람 있냐고 묻는 일이 일어날리 없다는 걸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10년이 넘게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기대 어느 한켠에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는 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들이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과학자와 마블 덕후라는 양쪽의 시각을 가지고 마블 영화 속 다양한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어떤 현상들은 과학적으로 가능하고, 어떤 현상들은 불가능하며, 어떤 현상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미 실현된 것도 있다. 

과학이라는 것이 단순하게만 나누어도 물리, 생물, 화학 등으로 나뉠텐데 이 책에서는 이런 구분들을 모두 넘나들면서 

엄청난 양의 과학 지식을 쏟아낸다. 

물론 저자 소개에 생물공학자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저자 소개를 읽지 않았어도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주 전공이 생물쪽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는 있다.(자신의 전공 분야에서는 후술할 '서술의 불친절함' 수준이 올라간다.)

하지만 생명공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일반 독자 수준에서는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의 과학 지식들이 담겨 있다.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 과학 지식을 전달하고자 한 시도 자체는 매우 좋았다.

나도 제목을 보고서는 너무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막상 읽고 보니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특히나 나에게는 조금(많이?) 어렵게 느껴진 책이었다. 


우리 몸의 세포에는 전기 센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분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Kir4.2와 같은 칼륨 통로는 흥분을 전도하는 역할을 하는데, 조직과 세포에 존재하는 양전하를 띤 폴리아민에 반응한다.

약한 전기력도 폴리아민을 분극화하고 통로가 이온을 투과하게 만들어 전기 자극을 유도할 수 있다. (pg 94)


위 문단은 스파이더맨이 스파이더 센스를 어떻게 발휘하게 되는지를 설명한 문단이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난 위 문단이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설명이 다소 불친절하다는 것도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일단 '양전하를 띤 폴리아민' 같은 과학 용어들을 별도의 설명 없이 당연히 독자가 알고 있을 것이라 간주한 채 서술하고 있다. 


물론 위 문단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책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상당량의 챕터에서 위와 같은 문단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책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야 하는 

독자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경험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물론 내 과학지식의 부족이 저자의 탓은 아니지만)

마블이라는 소재를 굳이 차용한 이유(심지어 책 표지에 마블의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도 표기되어 있는데도)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함이었다면 설명 역시도 친근하게 풀어쓰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행한(?) 일이라면 책의 중반부인 기계공학쪽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저자의 전공 분야가 아니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수준의 서술이 이어진다. (사실 자신의 전공분야일수록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긴 하지만)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니 초반이 읽다가 다소 어렵다면 기계공학쪽으로 넘겨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해가 가능하다면 상당한 재미를 주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헐크처럼 지배자와 피지배자 모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물고기가 있다거나, 크기가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서라면 헐크의 펀치보다 

강력한 펀치를 내지를 수 있는 5센티짜리 새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팔콘의 레드윙이나 스타로드의 제트팩 같은 장비는 지금도 비교적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다는 사실도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마블이라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를 통해 과학이라는 비교적 어려운 주제에 접목하고자 한 시도는 정말 좋았으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쉽게 서술되었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최선이었다면 문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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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닐 셔스터먼.재러드 셔스터먼 지음, 이민희 옮김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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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상깊은 구절

내가 언론에 대해 한 가지 아는 바가 있다면, 정부와 국민에게 뭐가 우선이고 뭐가 나중인지 결정하는 주체가 바로 뉴스라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대형 방송사들은 단수 보도에 충분한 분량을 할애하지 않을 것이다.

지붕이 바람에 날아가는 수준의 자극적인 자료 화면을 확보하지 않는 한. 

뉴스에서 심각하게 다루기 시작할 때는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pg 35)



직관적인 제목에 보기만 해도 목말라 보이는 여성이 그려진 표지.

책을 다 읽고 다시 보니 표지가 이 책의 내용을 잘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460페이지 정도로 살짝 두껍다는 느낌을 주는 책인데 출장길에 나선 기차 안에서 모조리 읽어 버렸을만큼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내용은 굉장히 심플하다.

미국 남부가 배경이며 십대 청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느날 느닷없이 단수가 시작된다. 

가뭄이 계속 이어지고는 있었지만 물이 끊긴다는 것은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마트의 물도 동이나고, 물 없이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과 이웃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책의 핵심 줄거리이다. 


시작과 거의 동시에 단수가 시작되고 이어서 계속 사건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한번 책을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하는 마력이 있었다.

책 서두에 소설이 곧 영화화된다고 써 있던데 정말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내용이다. 

일단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성이 영화로 만들기에 상당히 좋게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은 얼리사라는 십대 후반의 소녀이며 주인공 답게 남들을 설득하고 포용하는 리더십을 가진 성격으로 등장한다. 

얼리사에게는 몇 살 어린 개릿이라는 남동생이 있다. 

기본적으로 등장인물 중 가장 어리기 때문에 주로 사고치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고난을 겪으면서 훌륭하게 성장해가는 캐릭터다. 


물을 찾아 집을 나선 부모님이 연락도 없이 돌아오지 않자 남매는 부모님을 찾으러 길을 나선다.

이 때 옆집에 사는 얼리사의 친구 캘턴이 합류하는데 캘턴의 캐릭터도 상당히 독특하다.

일단 캘턴의 아버지는 비이성적일 정도로 세계 종말을 대비하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덕분에 단수가 시작된 이후에도 상당히 풍족한(?) 생활을 누리지만, 금새 이웃들의 타켓이 되어 버린다. 

캘턴은 이런 아버지 밑에서 다양한 생존 스킬을 배웠으며 성격도 아버지와 비슷한 편이다. 

하지만 정작 아버지에게는 다소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아버지보다는 인정이 있는 편이다. 


길을 떠나면서 재키와 헨리 등 추가적인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재키는 혼자 정처없이 떠돌며 소소한 범죄로 생계를 이어가는 여성이며 약간 '똘끼'가 있다. 

헨리의 경우에는 거래에 굉장히 능하며 사기도 잘치는 능글맞은 성격이다. 

이 둘의 경우에는 다소 현실적이지는 않은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을 찾는 여정에 있어서 마치 감초같은 역할을 하는 조연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각자의 개성이 너무도 다른 십대들이 모여 절망적인 현실을 헤쳐나가는 여정이기에 당연히 갈등과 불화가 이따른다.

때로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기도 하지만, 남은 물을 함께 나눠 마시며 서로의 생존을 돕기도 하고 

뒤쳐지는 친구를 안고 불길을 뚫기도 한다.  


물 부족으로 마치 좀비처럼 변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잔혹한 모습도 충격적이다. 서로 죽고 죽이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투쟁한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어려움을 헤쳐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우정과 인류애도 만만치 않은 분량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살짝 두껍게 느껴졌지만, 문장이 쉽고 간결한 편이며 내용 전개도 빠르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지루함 없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죽는 내용이 있기는 하나 묘사가 잔인한 편은 아니었으며, 뭔가 끈적한 스킨십이 등장할 법한 장면에서도 그냥 농담으로 퉁치는 등

영화로 만들었을 때 심의까지 고려한 듯한 전개도 종종 보였다. 

내용 자체는 아주 재미있는 편이지만, 문학에서 기대하는 멋지고 아름다운 문장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아 이 부분은 좀 아쉬웠다. 

(물론 독자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일부러 문장을 쉽고 깔끔하게 쓴 것 같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들었던 구절들을 남겨본다. 


어릴 때는 누구나 부모를 우러러본다. 우리 눈에 비친 부모님은 완벽하다. 

주변 세상과 나 자신을 재단하는 척도니까.

십 대가 되면 슬슬 부모님이 훼방꾼처럼 느껴진다. 더는 완벽하지 않을뿐더라 심지어 내 인생을 쥐고 흔드는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부모님은 영웅도 아니고 악당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저 나약한 인간이라는 뼈아픈 진실을. (pg 180)


그렇다. 부끄러운 짓을 저질렀을 때 가장 괴로운 점은 절대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다.

유리를 깨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묵묵히 쓸어 담고 남은 유리 조각을 밟지 않길 바라는 것뿐이다. (pg 376)


자연재해 중 가뭄으로 인한 단수란 피부에 와닿는 주제는 아닐 수 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단수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태풍이나 해일에 비해 피해가 클 것이라 예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단수는 그리 호락호락한 재해가 아니었다.

단순히 물이 생존에 필수적이어서 그렇다기보다는 인간이 생존의 위협을 느낄 때 얼마나 위험하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비록 픽션이지만 그 속에서 본 인간의 생존을 위한 본능과 절박함 속에서의 심리변화는 매우 현실적인 것이었다. 


자연을 보호하고 미리 예방하지 않으면 심각한 재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재해를 통해 인간 사회도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당연한 논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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