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얼마나 믿어도 되는가 - 23년간 법의 최전선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온 판사 출신 변호사의 기록
정재민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법정이 등장하는 장면을 꽤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판사를 하다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저자의 소개에 변호사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증이 일었다.

예전에는 판사를 하다 변호사를 하면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어서 판사 경력이 쌓이면 독립해 변호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변호사들이 많아져서 경쟁도 치열하고 벌이도 예전 같지 않아 그냥 판사로 쭉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왜 굳이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었을까?

저자는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심지어 젊은 시절부터 윗사람이나 구성원 다수가 무난하게 좋아하는 모습에

자신의 성격이나 정체성을 끼워 맞추기도 한다.

이렇게 '가짜 자기'로 살면 신이 날 리가 없다. 우울증이 안 찾아오면 다행이다.

내 삶을 사는 듯 살기도 짧은 인생을,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허비할 순 없다.

(pg 25)

책 제목에도 쓰여있지만, 변호사는 곧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정황이 불리하더라도 고객이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하면 변호사는 그 말을 믿고 변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초반에는 수임료를 떼 먹히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변호사에게조차 사기를 치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저자 역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범죄가 바로 사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억대급 사기를 친 범인이 잡혔다는 뉴스는 이제 너무 봐서 더 이상 충격적이지도 않을 정도니 실제 사법 시스템 안에서 활동하는 저자가 보기에는 그 심각성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약과 사기와의 전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대로 두면 소말리아에서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

해적이었던 것처럼, 우리도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마약을 팔거나

사기를 치려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범죄와 사기가 판치면 우리 사회는

점점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pg 168)

이처럼 변호사로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담백하게 풀어낸 책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 한가운데에서 목격한 여러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들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검찰의 막강했던 권력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지금은 '검수완박'이 추진되어 그 위세가 약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검찰의 권한은 막강한 편이고 경찰 역시 수사를 위한 충분한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전에도 형사사건 기록을 보며 왜 이 사람이 기소되지 않았는지 석연치 않은 경우가

왕왕 있었지만 내가 직접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 보니 비로소 생생하게 깨달았다.

검찰의 진짜 힘은 죄지은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기소권보다 죄 있는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는 불기소권에 있다는 것을.

(pg 158)

저자 역시 판사 경험이 있기 때문에 판사들의 실상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검사와 변호사 중 어느 하나의 손만 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불신의 눈을 하고 있을 수밖에 없고, 문서 위주의 재판을 진행하다 보니 그 안에 담긴 맥락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판사의 판결은 누군가의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릴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한 것이므로 작은 사건이라도 허투루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판사 역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직업군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범죄자들의 판결이 나오는 뉴스 댓글을 보면 판사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가득하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인공지능에게 판사를 맡기는 편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 역시 이 부분을 언급하고 있는데, 물론 인공지능이 인간 판사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양형을 정하는 등 일부 과정에 있어서는 꽤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는 입장이었다.

인공지능 판사가 누군가를 믿어 주고 그와 깊은 관계를 맺긴 어렵겠지만,

어차피 국민들이 기대하는 판사의 역할은 그런 것이 아니라 정확하고 공정한 판결이다.

정확성과 공정성은 사람 판사들보다 인공지능이 나을 수밖에 없다.

(pg 334)

물론 살면서 변호사를 만날 일은 아예 없는 편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사건에 휘말리게 될 때도 있다.

나 역시 첫 직장 사장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배임으로 나를 고소하는 바람에 경찰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대학 선배 중 변호사를 하고 있는 선배가 있어서 전화로 도움을 받았었는데, 변호사가 지인으로 있다는 것이 그렇게 큰 위안이 될지 몰랐다.

다행히 당시의 자료를 모두 백업해둬서 잘 소명이 되어 무혐의로 넘어가긴 했지만 당시에 느꼈던 스트레스는 상당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도와줬던 선배의 모습이 많이 겹쳐 보였다.

선배 역시 저자처럼 법 지식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며 멋지게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저자가 방송에도 꽤 나왔다고 하는데, 아직 본 적은 없어서 나중에 유튜브로 꼭 찾아볼 생각이다.

전반적으로 재미도 있으면서 형사소송에 관한 지식도 꽤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유익했던 책이었다.

변호사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거나 형사소송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면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하필 교도관이야? - 새로운 시선과 그림으로, 개정판
장선숙 지음, 김지영 그림 / 예미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 소개를 보다가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삶은 어떨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읽게 된 책이다.

주변에 징역을 살아본 사람도 없고, 교도소가 등장하는 문학 작품에서도 주로 죄수의 시각에서 묘사되기 때문에 교도관은 그저 게임 속 NPC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들도 삶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 교도관은 그저 교도소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재소자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막는 정도의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보다 재소자들이 출소 후 다시 사회에서 제대로 기능해 다시 교도소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업무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도관은 범죄인을 사회로부터 안전하게 격리 구금하고 교정,

교화하여 사회에 복귀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중략 -

교정이 굽은 것을 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용자들의 잘못된 사고와 행동을

바로 세우기 위한 보안과 처벌 중심이라면,

가둔 이들을 다시 사회로 내보내기 위한 자기반성과 심성순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복지 측면이 교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pg 30)

언젠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강도 전과자는 배달도 못하냐는 글에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에서 정해진 죗값을 제대로 치렀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정당하게 돈을 버는 일을 하려는 의지는 높이 사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내 집 앞까지 전과자가 음식을 날라준다는 사실이 그리 달갑게 느껴질 것 같지는 않다.

이처럼 이미 전과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발붙이고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고, 그 때문에 다시 범죄의 유혹으로 빠져들고 만다면 이는 사회 전체적인 비용을 높이는 문제가 된다.

따라서 저자는 자신이 만난 재소자들을 다시 교도소에서 만나지 않기 위해 여러 활동을 수행했다.

재소자들을 위한 인성교육부터 시작해 출소 후 취업이나 창업으로 다시 사회인이 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주로 종교인들이 주축이기는 하나, 사기업에도 출소자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이들의 사회 정착을 도우려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여러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숱하게 많을 것이고 저자 역시 자신이 겪으며 실망했던 사례들을 무수하게 쏟아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돌아갈 가정조차도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 해결책으로 곧 범죄를 생각하게 마련이고, 이 증오의 화살은 곧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정성 들여도 사람 바뀌지 않는다고... 맞습니다.

사람 바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바뀌기 어렵지만 상황과 환경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여, 또는 한때 잘못된 판단으로

그릇된 행동을 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요?

(pg 269)

타인의 삶에 본질적으로 무관심한 우리는 출소한 전과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들으면 '그러게 범죄를 저지르지 말았어야지'라고 무심코 결론을 내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말은 가난한 사람에게 '그러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지 말았어야지'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범죄자들을 죽여서 재범률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정책에 공감할 수 없다면 당연히 출소한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범죄와 평생 인연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낸 세금으로 저들이 먹고 자는 것조차 마음에 안 들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의 의견 역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시각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시각이 저자처럼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는 평생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간접 체험 측면에서 꽤 흥미로웠고, 저자의 개인적인 사례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전문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문장 수준에서 약간 어색한 부분이 간혹 눈에 띄기는 하나, 전반적으로는 쉽고 친절하게 기술되어 있어서 읽기에 편했고 귀여운 삽화도 가독성을 높여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범죄와 딱히 인연이 없겠지만,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더 밝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싶다면 부담 없이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파민 가족 - 각자의 알고리즘에 갇힌 가족을 다시 연결하는 법
이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읽고 감상을 남기는 것이 취미다보니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두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이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사진을 많이 찍은 책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평범한 자신의 가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한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있지만 모두가 각자의 화면 속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이제는 거의 모든 집의 저녁이 그런 풍경이리라 짐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 모습이 현대의 가정을 서서히 해체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언젠가 직장에서 점심을 먹다가 부서 상사가 아이들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각자 밥만 먹고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각자의 화면에 몰두하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현상을 다루고 있었던 것이다.

TV가 나오고 바보상자라는 별명을 얻었던 것도 이미 석기시대처럼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가족들이 TV 앞에 모여 누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협상 조차도 사라졌다.

그런 소소한 대화들 속에서 배려와 인내를 배웠던 우리지만 그런 가치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방법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가족과 보는 영화는 영화 이상의 의미였다.

말없이 같은 지루함을 견디는 법, 나와 다른 취향을 존중하며 따라가 보는 관용,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정서적 의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취향을 맞추기 위해 참고 기다리던 시간은 사라지고,

지루함을 감매하던 경험이 더는 필요치 않다.

한 공간에 있어도 각자의 화면으로 흩어지고,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 상대의 속도와 취향을 맞추어 줄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pg 86)

게다가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찾아온 SNS와 소셜미디어는 우리의 뇌 작동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어려운 일은 없었는지를 궁금해하는 대신 끊임없는 자극을 찾아 스마트폰만 쓰다듬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부모인 우리부터가 이 망할 스마트폰을 당최 내려놓을 줄 모른다는 사실에 있다.

강연장에서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문제를 호소하는 부모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심각하다. "우리 애가 종일 게임만 해요. 하루에 몇 시간씩 유튜브를 봐요. 말을 해도 듣질 않아요."

이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님은 스마트폰을 하루에 몇 시간이나 보시나요?' - 중략 -

하지만 답은 명확하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은 절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부모가 들여다보는 만큼, 부모가 반응하는 만큼,

부모가 허용하는 만큼 아이도 자극을 소비한다.

(pg 96)

이렇게 가족들 사이에서조차 서로에 대한 관심 대신 알고리즘에 빠져들게 되면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어진다.

결국 같은 공간에 산다는 공통점 외에는 서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점차 줄어들게 되고, 이는 수천년을 사회적 존재로 살아온 인류에게 고립감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즉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개인은 오롯히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가족들 사이에서조차 따뜻한 인간적 유대를 느끼지 못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것과 사회적으로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결코 별개의 일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SNS의 필연적인 결과인 무한 비교와 이를 통해 느껴지는 불안감도 가정의 유일한 목적이라 할 수 있는 '행복'이라는 지향점을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유복한 가정과 자신의 가정을 비교하게 되고, 부모는 부모 나름대로 인플루언서들처럼 아이에게 해주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해지게 마련이다.

우리에게 그토록 소중했던 행복이 도둑맞고 있다.

멈출 새 없이 쏟아지는 콘텐츠는 더 많은 기대를 심어주고, 더 빠른 속도를 요구한다.

실시간 비교가 가능한 불안의 시대,

좋은 부모와 행복한 가족의 이미지는 또 하나의 성과가 되었다.

행복마저 증명과 갱신이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pg 285)

우리 모두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인증을 위한 소비, 인증을 위한 여행, 인증을 위한 식사와 같이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타인에게 알리기 위해 행하는 활동들이 사실은 우리를 행복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시각에서 자유로워질 용기를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해결책 역시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당연히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이 주는 도파민 홍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가족이 모두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관심의 방향을 다시 서로에게로 돌릴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

여러 팁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방법론의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보니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너무도 많았다.

특히 저자가 자신의 사례로 이야기를 풀어가다보니 더 진정성이 느껴졌던 것 같다.

인상적인 구절들을 다 옮겨쓰면 저자가 저작권 문제로 고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한편으로는 공감을, 한편으로는 반성을 할 수 있었다.

아내는 물론이고,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빨용병단 눈떠보니 과학 2 - 지구와 힘 기초 튼튼 통합과학 시리즈
알에스미디어 지음, 정수영 그림, 대치동 솬쌤(김소환), 111퍼센트 감수, 운빨용병단 원 / 서울문화사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통합과학이라는 고등학교 과목을 초등학생 아이들 눈높이로 가르쳐 줘서 부모로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눈떠보니 과학' 시리즈의 2권이 나왔다.

'우주와 생명'이라는 주제로 이 세상의 기원을 다뤘던 1권에 이어 이번 2권에는 '지구와 힘'이라는 주제로 물리와 화학, 지구과학, 생물을 아우르는 과학 지식들이 알차게 담겨 있다.

비슷한 학습동화들과 마찬가지로 운빨용병단이 모험을 떠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때마다 관련된 과학 지식들을 전해주는 방식이다.

QR코드를 통해 전문 과학 선생님의 영상을 통해 내용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한 것도 1권과 동일하다.

담긴 과학 지식들도 수준이 생각보다 높다.

먼저 태양계, 생태계 등의 용어에서 사용되는 '계'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부터 시작해 지구 시스템 전반을 알려준다.

내가 학창 시절에 배울 때에는 대기권만 따로 배웠던 것 같은데, 여기에서는 지구를 외권, 생물권, 기권, 수권, 지권이라는 다섯 요소로 나누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나에게도 꽤나 생소한 용어들이어서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지구과학에서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는 판 구조론도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딛고 생활하는 대지 자체가 이동한다는 것을 처음 배웠을 때 상당히 신기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책을 보는 아이들 역시 비슷한 감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본래 게임에 나온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내용도 마치 게임을 하듯이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유쾌하게 극복해가는 이야기인지라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다.

그러면서도 양질의 과학 지식들을 공부할 수 있다니 아이와 부모 모두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생각보다 글씨가 많은 편이라 학습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줄글로 넘어가는 연습을 하기에도 좋을 책이므로 아이들에게 권해줄 책을 찾는 부모라면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쥬니햄과 함께 얼렁뚱땅 다이어리
오얼모얼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저항할 수 없는 귀여운 표지가 인상적이다.

표지에 보이는 동글동글한 얼굴의 주인공이 바로 '쥬니햄'이라는 햄스터라고 한다.

저자 소개에 재미있고 귀여운 그림으로 웃음을 전하고 싶다고 하는데, 표지만으로도 이미 그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한 느낌이다.



제목처럼 책이라기보단 다이어리 형태로 제작되어 책등이 다소 특이하게 제본되어 있다.

아래 사진처럼 완전히 쫙 펼치기 좋으라고 채택한 방식인 듯하다.

아래와 같이 귀여운 만화를 통해 간단한 질문들을 던지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작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질문들인데, 아래처럼 비교적 간단하게 써볼 수 있는 질문도 있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고난'이나 '버킷리스트'처럼 꽤 오랜 시간을 생각해 봐야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은 질문도 있다.

오자마자 너무도 반가워했던 아내가 이미 상당 부분을 작성했다.

(pg 12-13)

그 밖에도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줄 여러 문장들이 그림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피곤한 저녁쯤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서 마음 가는 곳 어디든 펼쳐 읽기에 딱 좋을 것 같다.

그러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 같은 질문이 나오면 옆 페이지에 써보면 될 것이다.

(pg 264-265)

일단 캐릭터가 귀여우면 수록된 콘텐츠가 별거 없어도 좋은 점수를 받기 쉽지만, 이 책은 생각보다 콘텐츠 자체도 괜찮았다.

얼핏 아무 질문이나 무작위적으로 나열한 듯 보이지만, 뽑아놓은 질문들에 하나하나 대답해 나간다면 자신에 대한 애정도 조금씩 커질 수 있을만한 질문들로 엄선해서 뽑은 느낌을 받았다.

'오늘의 행운 한 문장' 코너에 수록된 글귀들도 가볍지만 따뜻하게 힐링하기 좋은 글귀들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것 같다.

실제로 우리 집에서도 아내와 아이가 서로 하겠다고 다툴 정도인지라 여성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