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가족 - 각자의 알고리즘에 갇힌 가족을 다시 연결하는 법
이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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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읽고 감상을 남기는 것이 취미다보니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두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이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사진을 많이 찍은 책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평범한 자신의 가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한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있지만 모두가 각자의 화면 속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이제는 거의 모든 집의 저녁이 그런 풍경이리라 짐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 모습이 현대의 가정을 서서히 해체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언젠가 직장에서 점심을 먹다가 부서 상사가 아이들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각자 밥만 먹고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각자의 화면에 몰두하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현상을 다루고 있었던 것이다.

TV가 나오고 바보상자라는 별명을 얻었던 것도 이미 석기시대처럼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가족들이 TV 앞에 모여 누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협상 조차도 사라졌다.

그런 소소한 대화들 속에서 배려와 인내를 배웠던 우리지만 그런 가치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방법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가족과 보는 영화는 영화 이상의 의미였다.

말없이 같은 지루함을 견디는 법, 나와 다른 취향을 존중하며 따라가 보는 관용,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정서적 의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취향을 맞추기 위해 참고 기다리던 시간은 사라지고,

지루함을 감매하던 경험이 더는 필요치 않다.

한 공간에 있어도 각자의 화면으로 흩어지고,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 상대의 속도와 취향을 맞추어 줄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pg 86)

게다가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찾아온 SNS와 소셜미디어는 우리의 뇌 작동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어려운 일은 없었는지를 궁금해하는 대신 끊임없는 자극을 찾아 스마트폰만 쓰다듬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부모인 우리부터가 이 망할 스마트폰을 당최 내려놓을 줄 모른다는 사실에 있다.

강연장에서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문제를 호소하는 부모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심각하다. "우리 애가 종일 게임만 해요. 하루에 몇 시간씩 유튜브를 봐요. 말을 해도 듣질 않아요."

이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님은 스마트폰을 하루에 몇 시간이나 보시나요?' - 중략 -

하지만 답은 명확하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은 절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부모가 들여다보는 만큼, 부모가 반응하는 만큼,

부모가 허용하는 만큼 아이도 자극을 소비한다.

(pg 96)

이렇게 가족들 사이에서조차 서로에 대한 관심 대신 알고리즘에 빠져들게 되면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어진다.

결국 같은 공간에 산다는 공통점 외에는 서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점차 줄어들게 되고, 이는 수천년을 사회적 존재로 살아온 인류에게 고립감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즉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개인은 오롯히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가족들 사이에서조차 따뜻한 인간적 유대를 느끼지 못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것과 사회적으로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결코 별개의 일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SNS의 필연적인 결과인 무한 비교와 이를 통해 느껴지는 불안감도 가정의 유일한 목적이라 할 수 있는 '행복'이라는 지향점을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유복한 가정과 자신의 가정을 비교하게 되고, 부모는 부모 나름대로 인플루언서들처럼 아이에게 해주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해지게 마련이다.

우리에게 그토록 소중했던 행복이 도둑맞고 있다.

멈출 새 없이 쏟아지는 콘텐츠는 더 많은 기대를 심어주고, 더 빠른 속도를 요구한다.

실시간 비교가 가능한 불안의 시대,

좋은 부모와 행복한 가족의 이미지는 또 하나의 성과가 되었다.

행복마저 증명과 갱신이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pg 285)

우리 모두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인증을 위한 소비, 인증을 위한 여행, 인증을 위한 식사와 같이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타인에게 알리기 위해 행하는 활동들이 사실은 우리를 행복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시각에서 자유로워질 용기를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해결책 역시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당연히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이 주는 도파민 홍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가족이 모두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관심의 방향을 다시 서로에게로 돌릴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

여러 팁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방법론의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보니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너무도 많았다.

특히 저자가 자신의 사례로 이야기를 풀어가다보니 더 진정성이 느껴졌던 것 같다.

인상적인 구절들을 다 옮겨쓰면 저자가 저작권 문제로 고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한편으로는 공감을, 한편으로는 반성을 할 수 있었다.

아내는 물론이고,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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