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염세주의자 - 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마지막 태도
염세철학가 지음, 차혜정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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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어쩌면 장자는 우리에게 이런 충고를 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당신은 성형이나 화장을 통해 자신을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우주가 굳이 우리에게 저마다의 육체와 운명을 준 것은 우리 각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일 것이라고. 

용기를 내어 당신이 가진 그 모습대로 주변 사람들과 다른 인생을 살라고 말이다. (pg 207)



내가 아는 장자의 사상은 사실 고등학교 시절 수능 공부에서 다룬 몇 페이지의 정보가 다였다.

'무위자연'으로 대표되는 노자와 장자가 수립한 사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속에 왠지 노장사상은 유가나 법가의 사상보다는 뭔가 마음에 와닿는 것이 있었다.

두 사상에 비해 비교적 규율이 적고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에 집중하는 사상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종교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이유도 이런 저런 규율들을 싫어하는 본성 탓이 가장 클 것이다.)

물론 노장 사상도 도교라는 종교로 발전했었지만 지금 도교를 믿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을 보면 성공적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 책은 장자의 사상을 저자가 나름대로 해석하여 비교적 쉬운 문체로 일반 독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서술한 책이다.

책을 다 보고 나니, 장자는 역시 자신의 사상이 종교로 발전하기를 원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본인에게 물어봐야 알겠지만;;)


저자가 말하는 장자의 사상은 자신의 대한 인식에서 시작한다. 

이 부분부터가 굉장히 신선한데, 일단 내 자신이 그렇게 특별할 것도, 

모종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태어난 존재도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자신이 사회에 별 쓸모가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세상의 잣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억누를 필요가 없게 된다.

그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며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탐색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세상에서 폐물이 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인생의 선물이며,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계기가 된다. (pg 35)


진정한 나는 결코 일시적인 정서, 느낌, 사상, 이념이 아니며 심지어 신체의 특정 장기조차도 내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런 식으로 자아를 찾는 방법은 전부 잘못된 것이라고 장자는 주장한다.

장자의 주장대로 나를 규정하는 것을 하나둘씩 제거하고 나면 마지막에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결국 진정한 나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그러나 우리는 이 당연한 사실을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집착한다. (pg 44)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정도는 다를 것이다.

얼핏 '모든 사람이 다 부질없는 존재들이니 그냥 막 살다 가라'라는 메시지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냥 막 살다 가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쉽다면 모두가 서울역 앞에서 죽치고 잠이나 자거나 산 속에 틀어박혀 자연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은 사회 전체 구성원 중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막상 막 살고자 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욕망과 욕구가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거창한 자아실현을 바란다기 보다는, 당장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멋진 배우자를 만나고 싶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에 무언가 사회에서 쓸모있는 사람이 되려고 어느 정도는 노력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장자는 그 자신의 욕심이 과연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그렇게 살도록 만드는 것인지를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나는 해석했다. 

'나는 꼭 이루고 싶은 성취가 있고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장자는 그저 그리 하라고 했을 것이다. 

결국 자신이 진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진짜 자연적인 존재'라고 본 것이다.


물론 진짜 자신을 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노장 사상 하면 역시나 호접몽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이야기의 핵심도 그것이다. 

결국 꿈꾸는 주체가 나비인지, 장자인지 장자 자신도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호접몽을 아래와 같이 해석하고 있다.


각성이란 어떤 사람이 꿈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각성이 의미하는 것은 세상 일에 대처하는 모종의 태도이며, 비록 꿈속에 있더라도 그 꿈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각성은 꿈속의 모든 것이 결코 현실이 아님을 분명히 깨닫는 것이다. 

자신이 '스스로 깨어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핵심은 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꿈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꿈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정하지 않을 때 당신은 결코 휘둘리지 않을 것이며, 그때부터 진정한 자유를 얻을 것이다. (pg 111)


이게 가능해지면 인생은 더없이 간단해진다. 

이번 생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에 충실하며 무대에 올라야 할 때 오르고, 퇴장해야 할 때 퇴장할 뿐이다. -중략-

설사 꿈에서 깨어 있더라도 여전히 꿈속에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생을 한바탕 꿈으로 보는 관점이야말로 우리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pg 136)


앞에서 자아란 별 의미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나비가 된 삶이나 장자가 된 삶이나 꿈이기는 매한가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결국 나비의 꿈을 꾸고 있을 때에는 나비로서 살고, 장자의 꿈을 꾸고 있을 때는 장자로서 살면 그만이라 말하는 것이다. 


자신의 본성대로 사는 삶을 지향하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설명을 이어간다. 


사랑이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만의 방식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곁에서 포용하고 지지하며 바라봐주는 것이다.

나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상대가 원하고 추구하는 삶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세상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pg 195)


이는 단순히 연애 감정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부모 자식간 혹은 단순한 친구 사이에서도 통용되는 말일 것이다. 


무릇 천지간의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으니, 그 자체가 나의 소유가 아니라면 한 터럭일지라도 억지로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저 산 위의 밝은 달을 바라보라.

바람 소리는 귀로 얻는 좋은 안주요 밝은 달은 눈으로 보는 향연이니, 바람 소리를 듣는다고 금할 이 없고, 

밝은 달을 아무리 바라봐도 다함이 없다.

이는 조물주가 우리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는 보물이니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pg 201)


책의 내용은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다.

저자가 일단 쉽게 설명하고 있고 번역도 너무 깔끔해서 문장 수준에서 이해가 되지 않을 부분은 거의 없다. 

책의 페이지도 부록을 포함해도 280페이지 정도로 두껍지 않고, 본문에 고전의 원문(한자)이 함께 실려 있기 때문에 의외로 금방 읽힌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자 사상 자체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특히나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의 우리에게는 

생경하게 들릴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오는 어려움은 있었다.

하지만 간만에 고전의 해석을 통한 신선한 철학 산책을 할 수 있었던 기분좋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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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충류 양서류 랭킹왕 미스터리 과학 도감 3
가토 히데아키 엮음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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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를 위한 책도 점점 더 자주 접하게 된다.
최근에 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동물들 사진이 잔뜩 나오는 백과 형식의 책들을 많이 사주고 있다.
이 책 역시 동물 사진이 매 페이지마다 들어 있어서 아이가 정말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조류나 포유류 등 주변에서도 비교적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동물들이 아닌 파충류와 양서류만 수록하고 있어서 더 관심이 갔다.
서점에 가보면 비슷한 컨셉으로 랭킹을 정해 아이들이 쉽고 친근하게 다양한 동물의 특징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우리집에도 벌써 공룡 랭킹책 이후로 두 번째 랭킹 서적이다. 

이런 책들만 전문적으로 디자인해주는 업체가 있는 것인지 표지가 다 비슷비슷하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대표 동물들이 가득 담겨 있고 정신없는 이펙트와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는 표지.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아이가 보고 "이게 뭐야?" 하면서 달려드는 것을 보면 
분명 아이들을 끄는 매력이 있는 디자인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책 속에는 크기, 독, 사냥에 사용하는 무기, 턱의 힘 등 카테고리별로 나누어 랭킹5 안에 드는 동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 그 동물들을 토너먼트식으로 겨루게 한 뒤 집필하진 않았을테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비교한 데이터들이 나와 있어서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파충류나 양서류에는 뱀이나 악어처럼 치명적인 독이나 강력한 이빨로 무장한 무시무시한 동물들이 많아서 
이런 랭킹으로 비교하기 딱 좋은 생물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물론 왠지 이후에 조류 랭킹왕, 어류 랭킹왕 등도 나올 것 같긴 하다.)
아이가 아직 글을 읽지는 못하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읽으면서 알려주는 동물들은 제법 잘 외우는 편이다.
(같이 책을 보고 있으면 신기할 정도이다.)
부모님 말로는 나도 어려서 동물 도감을 거의 외울 정도로 읽었다고 하던데 아이들은 다 비슷비슷한 모양이다. 
이 책도 틈틈히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많은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가끔 동물들을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전시관이나 동물원 등을 방문하면 아이가 뱀이나 도마뱀, 개구리 등은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 파충류와 양서류 동물들을 조금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되면 좋겠다.(물론 나도 뱀은 무섭다;;;)
시리즈로 계속해서 나올 것 같은데 그때마다 구비해두면 멋진 생물도감이 완성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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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은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었을까? - 대중문화 속 과학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 대중문화 속 인문학 시리즈 3
박재용 지음 / 애플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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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만약 아주 우연히 외계 지성체의 신호를 포착하고 아주 운 좋게 그 의미까지 알아낸다 하더라도

그저 '아, 우주에 우리 말고 누군가가 또 있구나'라고 아는 정도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외로움은 역으로 지구상의 모든 존재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외로운 우주에서 우리 지구상의 존재들만이라도 서로 보듬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pg 298)



최근 들어 과학이라는 주제에 쉽게 접근하고자 하는 책을 몇 권 읽고 있다.

여태껏 문돌이로만 살아온 내가 과학이라는 주제에 접근하게 된 계기는 역시나 영화, 소설 등 SF 관련 문화 컨텐츠들일 것이다. 

특히 마블과 DC 등 현재 컨텐츠 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유명 프렌차이즈는 물론이고,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들이나 은하영웅전설 등 우주를 다룬 작품들도 워낙 좋아해서 그 속에 담긴 과학적 사실들도 알고 싶어졌다. 

이 책 역시도 대중문화 속 익숙한 주제들로 과학적 지식들을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책 표지에 큼지막하게 엑스맨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고 울버린의 실루엣이 눈길을 사로 잡지만, 

마블 덕후들에게는 아쉽게도(?) 엑스맨과 MCU 관련 내용은 책 전체 중 두 챕터에 지나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MCU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책은 그 점이 진입장벽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국내외 유명 영화, 만화, 소설 등 주제가 다양해서 특정 챕터에서 다루는 주제는 잘 모른다 할지라도 

다른 부분에서는 충분하게 자신이 아는 주제를 즐겁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이러한 책들은 각 챕터별로 독립적인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아서 중간중간 흥미가 가는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겠지만,

이 책은 나름 저자가 순서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다는 것이 읽다보면 느껴진다.


책 전체를 어 보자면, 1장에서는 공룡을 시작으로 동물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생물의 멸종을 다루고, 식물의 진화 이야기인 GMO 농산물로 2장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2장에서는 기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기술하고 있는데, 

신체적 장애, 암, 뇌질환 등 각종 질병에 대처하는 기술력의 발전과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치료 방법, 연구 성과 등을 알려준 뒤 

마지막으로 냉동인간이라는 주제로 넘어가 그 질환들의 해결 방법이 과연 냉동인간일 수 있는가를 기술하고 있다. 


이어 3장에서는 그렇다면 과연 기술력이 인체를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AI와 로봇으로 넘어가고, 

마지막 4장에서는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어디까지 도달 가능한지를 다루고 있다. 

굉장히 방대한 범위를 다루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흐름이 꽤나 자연스럽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처음부터 쭉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거기에 각 주제에 맞는 대중문화 속 코드와도 연결하고 있어서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독자에 따라서는 300페이지 정도로 일반적인 책 두께에 많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으므로 그 깊이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형적인 문돌이인 내 입장에서는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거나 너무 쉬워서 싱겁다는 느낌 없이 

딱 적당히 호기심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껏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서 다시금 새로운 측면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홀의 존재는 진작 알고 있었지만, 실제 블랙홀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곳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선 

여러 추측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우린 전파망원경을 통해 블랙홀과 그 주변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중략-

그 관측을 통해 우리는 또 새로운 우주의 모습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듯 기술과 과학의 발전은 우주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늘려주지만 새로운 지식은 또 다른 의문으로 다가온다. (pg 318)


과학의 발전은 다양한 제품들로 실현되어 우리 삶의 물질적인 측면도 높여 준다. 

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호기심과 새로운 시각도 갖게 해줌으로써 삶의 정신적인 측면도 높여주는 것 같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일반적인 대중들도 마블 영화에 나오는 양자역학이 무슨 주제를 이야기하는지 정도는 떠들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중 문화도 더 다양한 호기심으로 더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영화나 소설 속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될까?

난 앞으로도 계속 SF 관련 문화 컨텐츠들을 좋아하게 될 모양이다. 


기억에 남았던 인상깊은 구절들: 

야생밀은 아직도 메소포타미아나 터키 등의 지역에서 발견된다.

애초에 야생 상태였으니 지금껏 다른 종과의 싸움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벼농사나 밀농사를 짓는 농촌으로 가보자.

논이나 밭 바로 옆의 들이나 산에서 과연 밀이나 벼를 볼 수 있을까?

좀처럼 볼 수 없다. 인간의 손을 벗어난 지역에서 이들은 어떤 경쟁력도 가지지 못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다. (pg 101)


우리나라 농가는 외국 농가와 달리 뭔가 특별한 방법으로 사육을 하기 때문에 돼지의 품질이 더 좋은 걸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우리나라 돼지, 즉 한돈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이전부터 먹어와서 익숙한 품종이라는 점,

같은 나라 사람이 기른 것이라는 점 외에는 없다. (pg 108)


한마디로 머리를 써야 하는 노동은 인공지능이, 몸을 쓰거나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노동은 로봇이,

힘들고 위험하며 보상도 적은 일자리는 노인층과 외국인이 메우면서 오늘도 '고용 없는 성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pg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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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쉽고 그럴싸한 요리책 - 파워블로거 벨루가가 알려주는 간단하고 맛있는 레시피
최해정 지음 / 미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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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나름 자취생활을 좀 했었기 때문에 지금도 어지간한 집안일은 잘 하는 편이다.

그런데 유독 지금까지도 자신없는 집안일이 바로 요리이다.

요리를 잘 하지 않는 핑계를 대자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나 스스로가 반찬투정을 일평생 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

전업주부인 집사람이 음식을 꽤 하는 편이어서 그다지 불만이 없기 때문이 가장 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나도 음식을 좀 만들어서 애 보느라 고생하는 아내와 어린 딸에게 대접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저녁에 뭐 먹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주부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라는 것이 공감이 간다.)

하지만 라면을 빼면 할 줄 아는 것이라곤 반은 인스턴트로 맛을 내는 떡만두국이나 간편한 계란말이 정도여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늘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던 차에 꼭 보고싶던 요리책을 만났다. 




보통 요리책 하면 뭔가 예쁘고 맛있지만 일반적인 집에는 잘 없는 재료들이나 특이한 장비, 독특한 향신료 같은 것들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요리책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책은 무언가 '쉽다'라는 이미지가 가장 크게 다가왔다.

게다가 최애 가전제품인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레시피나 시판 제품을 활용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방법들이 담겨있다고 하니

호기심이 일었다. 


책의 구성도 심플하니 좋았다.

좌측에 예쁘게 완성된 사진이 있고 우측에 재료와 요리법이 담겨있다. 

 

(pg 146-147)


집사람과 아이가 좋아하는 새우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있어서 반가웠다.

게다가 준비물들이 마침 다 집 냉장고에 있는 것들이었다. 

이 요리를 해서 멋지게 사진을 찍은 후 맛을 본 소감을 서평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요즘 직장에서 계속 늦게 끝나는데다 주말에도 집안 행사들이 있어서 요리할 틈이 없었다. 

이번 주말에는 꼭 저 요리를 해서 집사람과 아이에게 선사하고 싶다. 


저 요리 외에도 다양한 요리들이 의외로 쉬운 레시피들로 담겨 있다.

전자레인지를 활용한 꽈리고추 무침, 깻잎찜, 어묵 볶음 등은 밑반찬이어서 한번 해두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요즘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한 음식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작가가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블로거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후속책으로 발매해주리라 믿는다.

(솔직히 에어프라이어편이 나오면 바로 또 살 것 같다.)

주방 근처 선반에 두고 '오늘 뭐먹지' 싶을 때 한 페이지씩 열어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틈틈히 이 책에 나오는 요리들로 나름 음식도 좀 할 수 있는 애비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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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 - 슈퍼 히어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세바스찬 알바라도 지음, 박지웅 옮김 / 하이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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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라쿤의 발에는 예민한 수염이 돋아 있는데 보통 '강모'라고 부르며 상황에 따라 만지기도 전에 물체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라쿤의 발은 180도로 돌릴 수 있어 머리를 아래로 둔 채 나무에서 내려올 수 있다.

유연성과 예민한 촉각만 생각해봐도 로켓이 스타로드보다 좋은 조종사인 건 명백한 사실이다. (pg 72)



마블이 MCU로 세계 영화계를 지배한지도 10년이 넘었다.

한물 간 약쟁이 이미지였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CG로 보강된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처음 스크린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가 같은 캐릭터를 10년간 연기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마블 영화는 썩 말이 되는 영화는 아니다. 

중년의 남성이 철로 만든 갑옷을 입었다고 해서 탱크가 쏘는 미사일을 맞고도 멀쩡할리 없다는 걸, 

갑자기 말하는 라쿤이 다가와서 우주 가본 사람 있냐고 묻는 일이 일어날리 없다는 걸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10년이 넘게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기대 어느 한켠에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는 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들이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과학자와 마블 덕후라는 양쪽의 시각을 가지고 마블 영화 속 다양한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어떤 현상들은 과학적으로 가능하고, 어떤 현상들은 불가능하며, 어떤 현상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미 실현된 것도 있다. 

과학이라는 것이 단순하게만 나누어도 물리, 생물, 화학 등으로 나뉠텐데 이 책에서는 이런 구분들을 모두 넘나들면서 

엄청난 양의 과학 지식을 쏟아낸다. 

물론 저자 소개에 생물공학자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저자 소개를 읽지 않았어도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주 전공이 생물쪽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는 있다.(자신의 전공 분야에서는 후술할 '서술의 불친절함' 수준이 올라간다.)

하지만 생명공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일반 독자 수준에서는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의 과학 지식들이 담겨 있다.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 과학 지식을 전달하고자 한 시도 자체는 매우 좋았다.

나도 제목을 보고서는 너무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막상 읽고 보니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특히나 나에게는 조금(많이?) 어렵게 느껴진 책이었다. 


우리 몸의 세포에는 전기 센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분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Kir4.2와 같은 칼륨 통로는 흥분을 전도하는 역할을 하는데, 조직과 세포에 존재하는 양전하를 띤 폴리아민에 반응한다.

약한 전기력도 폴리아민을 분극화하고 통로가 이온을 투과하게 만들어 전기 자극을 유도할 수 있다. (pg 94)


위 문단은 스파이더맨이 스파이더 센스를 어떻게 발휘하게 되는지를 설명한 문단이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난 위 문단이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설명이 다소 불친절하다는 것도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일단 '양전하를 띤 폴리아민' 같은 과학 용어들을 별도의 설명 없이 당연히 독자가 알고 있을 것이라 간주한 채 서술하고 있다. 


물론 위 문단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책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상당량의 챕터에서 위와 같은 문단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책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야 하는 

독자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경험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물론 내 과학지식의 부족이 저자의 탓은 아니지만)

마블이라는 소재를 굳이 차용한 이유(심지어 책 표지에 마블의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도 표기되어 있는데도)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함이었다면 설명 역시도 친근하게 풀어쓰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행한(?) 일이라면 책의 중반부인 기계공학쪽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저자의 전공 분야가 아니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수준의 서술이 이어진다. (사실 자신의 전공분야일수록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긴 하지만)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니 초반이 읽다가 다소 어렵다면 기계공학쪽으로 넘겨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해가 가능하다면 상당한 재미를 주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헐크처럼 지배자와 피지배자 모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물고기가 있다거나, 크기가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서라면 헐크의 펀치보다 

강력한 펀치를 내지를 수 있는 5센티짜리 새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팔콘의 레드윙이나 스타로드의 제트팩 같은 장비는 지금도 비교적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다는 사실도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마블이라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를 통해 과학이라는 비교적 어려운 주제에 접목하고자 한 시도는 정말 좋았으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쉽게 서술되었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최선이었다면 문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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