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소년범을 변호했을까 - 우리 사회에서 낙인찍힌 그들을 위한 변론,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광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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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변호사가 쓴 직관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각종 매체들에서 촉법소년의 범죄를 다루는 시각이 조금 우려스러웠던 터라 현직 변호사로서 직접 관련 청소년들을 만나온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다.

200페이지 초반으로 그리 두껍지 않은 책에 15개의 사례가 실려 있으며 각각마다 저자가 만난 다양한 청소년들이 등장한다.

사연 없는 범죄가 어디 있으랴만은 각각마다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드는 사연들이 담겨 있고 청소년들이 저지르게 되는 범죄의 형태도 다르지만 핵심은 하나다.

위기청소년은 범죄자이기 전에, 피해자이기 전에 하나의 '청소년'이다.

그리고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배우고 경험해가는 존재다.

그 배움과 경험의 절대치는 성인에게서 나온다.

즉, 청소년의 어떠한 행동 뒤에는 반드시 '어른'이 존재한다.

(pg 5)

'금쪽이' 방송을 봐도 아이가 문제인 경우보다는 부모의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되는 사례가 많은 것처럼 사실 청소년 범죄의 이면에도 불안정한 가정에서의 양육과 어린 시절부터 경험하는 폭력이 체화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범죄의 모든 책임을 온전히 청소년 본인에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책의 주된 논지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저자가 변호에 성공한 케이스뿐 아니라, 실패한 케이스도 많이 담겨 있다.

청소년 범죄의 경우 판사가 미리 증거를 모두 열람하고 오기 때문에 유죄라는 것이 전제된 상태로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아 변호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물론 처분 자체도 성인에 비해 관대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전문직인 당사자가 자신의 실패 사례를 매체에 공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적지 않은 실패 사례들을 공유하며 이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을 함께 전달하고 있어서 저자가 청소년 범죄 문제에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사례가 다양할 뿐이지 저자의 메시지 자체는 매우 심플하다.

우리 사회가 촉법소년 등 청소년 범죄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은 일면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떠들썩하게 보도하는 언론에서 부추긴 측면이 크며 실제 청소년 범죄의 비율과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촉법소년 사건 중 우리가 오래도록 기억할 정도로 심각한 범죄(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등)는 당연히 형법의 적용을 받아 처리하게 되므로 현행법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많은 이들이 주장하는 청소년 범죄의 형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메시지라 할 수 있겠다.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은 가장 쉬운 처벌이지만

가장 지양해야 할 조치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은 사회에서 배워야 한다.

소년원이나 교도소에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간접 교육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사회만큼 직접 배울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렇게에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즉 사회화 시기에 있는 청소년은 사회 안에 있어야 한다.

(pg 100)

그리고 청소년 시기에 교화가 아닌 사회 격리를 통한 처벌은 한 번의 실수를 반복되는 범죄로 이어지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청소년 범죄 통계를 살펴보면 초범률은 감소하나 재범률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별 문제없이 자란 청소년들도 자라서 자리잡고 사는 것이 힘든 사회인데 청소년 시기에 범죄로 사회에서 격리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쉽게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최근 청소년범죄의 특성은 전체 범죄율은 감소하는 반면 누범율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3~4범 이상 누범자들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즉 이것은 초범자는 줄어드는 반면에 재범자 중 일부는 계속해서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을 뜻한다.

(pg 132)

사실 이성적으로는 저자의 주장에 꽤 공감하는 편이다.

요즘 애들은 그 시기면 알 것 다 아는 나이이니 성인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에 그리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시민의 기본 권리인 투표권부터 성인과 동일하게 부여해야 옳다.

뉴스만 봐도 결정할 수 있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 조차도 판단할 나이가 안됐다고 명시한 사람에게 범죄에 대한 책임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믿을 근거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성적으로는 나 역시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다 보니 충격적인 청소년 범죄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 청소년 범죄의 형량을 높여 범죄율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쉽게 쓸려가게 마련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방법이 통계 수치로 보나,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보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지 저자가 '청소년 범죄는 그리 심각하게 걱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하나의 사회 문제에 단 하나의 해결책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보다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청소년 범죄도 예방하고 단 한 번의 실수를 저지른 청소년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충분한 재사회화가 이루어지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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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해 소중해 너의 마음도 - 5-7세를 위한 첫 회복탄력성 그림책 첫 그림책
아다치 히로미 지음, 가와하라 미즈마루 그림, 권남희 옮김, 최성애 해설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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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혼내게 될 때가 종종 있다.

물론 그 이면에 담긴 뜻은 자신과 타인의 안전이나 사회생활을 하며 지켜야 할 기본예절 등을 가르치기 위함이겠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섭섭하거나 슬픈 마음이 들게 마련일 것이다.

게다가 내년이면 딸아이도 학교에 들어가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친구들, 더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살면서 그런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고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좌절감, 분노,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을 때 빨리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 개념인데 성인이라 하더라도 이런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꽤 많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나다.

나 역시 대학을 거쳐 첫 직장에 재직할 당시까지도 회복탄력성이 거의 없어서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정말 심하게 겪었고 대인기피 증세가 심해 연차를 낸 후 휴대폰을 끄고 방에 혼자 있었던 적도 종종 있었다.

나 자신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이는 그런 성격을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 이 책이 아동들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집필되었다는 소개를 보고 아이와 꼭 같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아동들이 신체 활동을 통해 근육을 단련하는 것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5세에서 7세 사이에 연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아이가 스스로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신이 지금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깨닫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부정적인 감정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당연히 심호흡이나 몸 근육의 수축과 이완, 주변 어른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등 아이가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스스로 최선을 다해 성취했던 것은 무엇인지를 떠올려보며 자기 자신을 더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질문들도 던져준다.

이 부분은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바로바로 답할 수 있게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가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자 나 역시 딸아이를 조금 더 잘 알게 된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대상 연령이 5~7세인 책이기 때문에 글씨가 그리 많지 않아서 부모가 읽어주기에도 그리 부담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자존감을 조금이라도 높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서 같이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책이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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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의 길 -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서해문집 사회과학 시리즈
낸시 프레이저 지음, 장석준 옮김 / 서해문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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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포함해서 무엇이든 충동구매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제목을 보는 순간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라는 반응이 튀어나와 정신 차려보니 집에 도착한 책이다.


국문 제목이 원제보다 더 거창한 느낌인데, 원제는 'Cannibal Capitalism', 즉 '자기 자신을 잡아먹는 자본주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책은 우리가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시작한다.

저자가 말하는 자본주의란 단순한 경제체제가 아닌 '사회'의 한 유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라는 측면에 국한해서 자본주의를 이해하면 자본주의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제대로 진단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자본의 축적을 최우선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인종과 젠더, 환경, 정치 등 4가지 분야에서 각기 착취와 수탈이 일어난다.

여기에서 발생한 착취와 수탈이 곧 자본의 축적을 가져오는 과정인데 특이하게도 자본은 이 4가지의 재생산, 즉 지속가능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4가지 분야에서 쌓인 모순들이 다양한 사회운동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저자는 이러한 개별적인 인식이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해답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통합적인 사회 체제로 보는 시각을 제시하고, 이러한 문제들이 다 자본주의 그 자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

사실 자본주의의 목적이 잉여를 남겨 자본 그 자체를 증식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수탈과 착취는 기본적인 현상이고 여기에 인종과 젠더에 따른 불평등이 관찰된다는 것이 그리 색다른 시각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부분 외에 자본주의가 노동력의 재생산 과정조차도 갉아먹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실질소득의 감소, 노동시간의 증가는 당연한 말이지만 노동자가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당장에 매일 출산율 최저를 갱신하는 우리나라의 현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세종시의 출산율이 다른 곳보다 높은 이유는 다름 아닌 안정적인 직장과 급여 덕분인 것이다.

저자가 굳이 '수탈'과 '착취'라는 단어를 구분해서 쓰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즉 착취는 잉여 이익을 착취 당하는 대신 노동력 등 투입되는 자원의 재생산 비용은 지급받는 계층에서 발생한다면, 수탈은 그마저도 보장되지 않는 계층(아동 노동, 노예 노동, 강제 노역 등)에게서 발생하는 현상, 즉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 세대의 급여 수준이 자신의 후속 세대를 키울 정도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를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수탈'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자본가는 절감액을 이윤의 형태로 전유하며,

그 부산물과 함께 살아가야 할(또한 그 때문에 죽어가야 할)

이들에게 환경 비용을 전가한다.

여기에는 미래 인간 세대도 포함된다.

(pg 164)

자연환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을 위한 원자료를 공급하는 자연을 마치 무한히 존재하는 것처럼 수탈한다.

그리고 환경에 대한 책임은 나무나 몇 그루 심으면 해결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마저도 하면 다행이다.)

저자의 비유를 그대로 옮기자면 자본에게 자연이란 원료를 공급해 주는 상수도이자 폐기물을 품어주는 하수도이다.

그러면서도 상하수도 비용은 거의 지불하지 않는 셈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의 인류가 받게 마련인 것이다.

'자기 확장'하도록 조작된, 화폐화된 추상인 자본은 끝없는 축적을 명한다.

그 결과 이윤극대화에 골몰하는 소유주가 '자연의 선물'을 최대한 싸게 징발하는 게

칭찬받을 일이 되고, 그러면서도 사용한 만큼 보충하거나

해를 끼친 만큼 수선할 의무는 모조리 면제받게 된다.

피해는 이윤의 동전 반대 면이다.

(pg 163)

마지막 키워드인 정치 역시 자본의 힘 앞에 무릎 꿇은 지 오래다.

착취와 수탈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법률 제도와 장치들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막대하게 커져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자본은 오히려 공적 권력에 불안정성을 가져온다.

대한민국 국민 그 누구도 이재용이 청문회에 끌려 나와 어리바리도 떨고 징역도 살았으니 국가 권력이 자본을 잘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위한 국제기구들(각국 정부가 아닌)이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있다.

이 체제에서는 전 세계에 걸쳐 사회적 상호작용의 막대한 부분을 다스리는

강압적 규칙의 알짜를 만드는 것이 국가가 아니다.

대신 유럽연합, 세계무역기구, NAFTA, TRIPS 같은

초국적 거버넌스 구조가 이를 대체한다.

누구에게도 책임지지 않으며, 압도적으로 자본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이 기구들은

'자유무역'과 '지적재산권' 같은 신자유주의적 관념들을 '헌법으로 제정'하고,

이를 글로벌 체제로 고정시킨다.

이로써 장래에 있을지 모르는 민주적 노동, 환경 입법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pg 243)

이처럼 자본은 자신의 축적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탐욕적으로 흡수하면서도 그 재생산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를 갉아먹는' 체제라는 것이 책의 핵심이며, 아래의 문장으로 잘 요약해두고 있다.

자본은 이러한 사회-재생산 활동에 크게 의존함에도 여기에 어떠한 (화폐화된)가치도

부여하지 않으며, 무상으로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취급한다.

게다가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혹은 전혀 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본을 무한히 축적하려는 끝없는 충동에 따르도록 방치하면,

자본이 의존하는 바로 그 사회적 재생산 과정이 불안정해질 위험에 빠지게 마련이다.

(pg 225)

그래서 결론은 무엇인가?

저자는 당연히 문제의 근원이 자본주의 그 자체에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해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 자체로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 이후의 사회를 상상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저자의 답은 '사회주의'이다.

그것도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과 마찬가지로 '확장된 개념의 사회주의'여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 책의 핵심은 자기 파괴적인 성격을 지닌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이기 때문에 대안 부분은 언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사회주의자는 이 뒤집힌 것을 바로 돌려놓아야 한다.

즉 사람들의 양육, 자연의 보호, 민주적 자치를 사회의 최우선으로 놓고,

이것들이 효율성과 성장을 압도하게 해야 한다.

요컨대 사회주의는 자본이 책임을 회피하며 배경 취급하는 사항들을

똑바로 전경으로 끄집어내야 한다.

(pg 280)

책은 총 6장으로 1장에서 자본주의의 확장된 시각을 제시한 뒤 2, 3, 4, 5장에서 자본주의가 수탈과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인종, 젠더, 환경, 정치에 관한 현상들을 설명하고 6장에서 논지를 종합하는 굉장히 논리 정연한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문헌을 제외하면 약 300페이지 초반으로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문장이 그리 잘 읽히는 느낌이 아니라서 읽는데 시간은 꽤 오래 걸린 느낌이다.

(문장은 번역의 문제라기보다는 저자가 다소 현학적으로 썼다는 느낌이 강했다.)

임계치에 도달한 대중이 집단행동을 통해 기성 질서를 변혁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결의할 때에만 객관적 곤경은 주체를 통해 발설된다.

그때에야, 오로지 그때에야, 우리는 결단을 요구하는 비상한 역사적 갈림길이라는

좀 더 거대한 의미에서 위기를 말할 수 있게 된다.

(pg 246)

나름 마르크스 자본론도 공부를 좀 했었기 때문에 이를 확장한 저자의 시각이 아주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자본이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수혜를 얻으며 성장하는데 사실상 노동자의 임금과 어떻게든 피하고 줄이려 애를 쓰는 세금 외에는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더 날카롭게 다듬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 자본주의에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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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맞춤법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1
현상길 지음, 박빛나 그림 / 유앤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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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부터 영어까지 다양한 주제로 발간되고 있는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중 하나이다.

딸아이와 함께 이번에 읽어본 책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에 관한 내용이다.

맞춤법 공부라는 것이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리 재미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하는 게 중요한데 이 시리즈는 만화 형식이기도 하고 내용도 재미가 있어서 딸이 굉장히 좋아한다.

이름처럼 빵으로 된 얼굴을 가진 캐릭터들이 나와 맞춤법을 틀리기 쉬운 단어들에 관해 알려주는 형식이다.

총 260페이지 정도 되니 미취학 아동들이 보기에는 다소 양이 많아 보이지만 만화 형식이어서 글씨가 그리 많지 않고 재미도 있기 때문인지 7세인 우리 딸은 꽤 오래 집중하며 잘 읽는다.

이번 책 역시 배송이 오자마자 소파에 앉아 조잘조잘 키득거리며 혼자 잘 읽어서 부모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사실 아이들 책은 재미만 있어도 기본은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내용도 꽤 좋다.

내용을 전달함에 있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재미난 이야기를 구성하면서도 그 안에 폭력적인 부분이나 아이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비속어 같은 부분이 눈에 띄지 않아서 일단 좋다.

260페이지 안에 총 120개나 되는 단어들의 맞춤법을 알려주니 사족없이 딱 콘텐츠에만 집중한 구성 역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나도 일반인치고는 온라인에 글을 많이 쓰는 편이어서 서평을 쓸 때 꼭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 틀린 부분이 없는지 검사해 보는 편인데, 그런 나도 보면서 배우는 단어들이 있었다.

특히나 아래의 단어는 자주 쓰는 줄임말인줄만 알았지 표준어인지는 몰랐었다.

(pg 28-29)

맞춤법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시작하게 될 받아쓰기부터 고3 수능시험에까지 나올 정도로 학창 시절 내내 중요하게 가르치는 부분이니 어릴 때 한글 맞춤법에 관한 만화를 읽게 하는 것도 아이 입학 전 준비로 좋은 내용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수능에서 언어영역 점수를 잘 받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 수학과 영어만 죽어라 시키는 모습을 보면 일면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들 때가 많다.

배고플 때 배고프다고,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할 줄 아는 게 국어를 잘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어는 자연히 잘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말 잘하는 사람, 글 잘 쓰는 사람이 되려면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국어를 잘 하기 위한 책들을 많이 보여주려고 하는데, 이 책 역시 맞춤법, 적확한 단어의 사용 등 기초적인 국어 훈련을 재미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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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5번 종이접기 동물 친구들 메타인지 5번 종이접기 1
이사카와 마리코 지음, 송지현 옮김 / 시원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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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접한 책이 식물을 접어보는 것이었다면 이번 책은 동물 친구들을 접어볼 수 있는 책이다.

듣는 식물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아이들 세계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은 동물이고 식물은 그저 배경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꽃밭 만들기'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긴 하지만 동물 친구들을 만들어 이야기 놀이를 할 때에도 배경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꽃은 몇 개 만들어 두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시리즈의 공통점인데, '종이접기'라고 해서 꼭 정사각형 종이를 써야 한다거나, 종이를 자르거나 붙이면 안 된다고 하는 등 엄격한 규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준비물로 아이들이 '공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목적에 충실하게 도입 부분에 어떤 준비물들이 필요한지, 그리고 종이접기를 위해 필요한 기본 지식과 기호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두어 이 책으로 종이접기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쉽게 도전해 볼 수 있게 구성되었다.

(pg 6-7)

역시나 5번 이내에 접을 수 있도록 난이도는 쉬운 편이다.

하지만 완성 후 표정을 잘 그리는 것이 어렵다.

내가 만든 것과 책에 나온 사진이 왜 이렇게 다른가 싶다면 표정을 잘 그려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pg 12-13)

아이와 뚝딱뚝딱 접어 본 동물 친구들.

왼쪽부터 기린, 원숭이, 강아지인데 표정을 다 똑같이 그려놔서 구분이 잘 안되지만 그래도 동물들의 특징이 드러나는 형태를 볼 수 있다.

원숭이와 강아지는 꽤 쉬운 편이었고, 기린은 내 손길이 조금 필요하긴 했다.



아이와 함께 접어 본 소감으로는 꽃밭보다는 동물이 더 쉬운 느낌이었다.

동물 친구들을 먼저 접어본 뒤 자신감이 생기면 꽃밭으로 넘어가 배경에 신경을 쓰는 순서로 흥미를 유도한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활기가 넘치고 과격한 딸인지라 앉아서 뭔가를 좀 진득이 하는 취미를 갖게 하고 싶은데 역시 육아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나 어릴 적에 우리 부모님도 나를 보며 다른 아이들처럼 나가서 좀 뛰어놀고 공도 차고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을 것이다.

아이의 취미를 부모가 만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모르던 분야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예쁜 디자인의 책으로 흥미를 끄는 정도가 그나마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여하간 딸 핑계로 오랜만에 종이접기를 같이 해볼 수 있어서 나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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